Switch Mode

EP.139

        나는 다시 한번 노래의 한 구절을 불렀다.

        그 후 좀 전에 들었던 ‘꽃님’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재생했다.

       

        – 똑같은데?

        – 헐?

        – 똑같은데요?

        – 뭐임?

        – ?

        – ??

        – 창법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똑같은데?

        – ㄹㅇㅋㅋ

       

        “…….”

       

        내가 들어봐도 똑같다.

        눈을 감고 들어 본다면 컴퓨터에서 재생되는 노래와 내가 부른 노래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 아닠ㅋㅋㅋ

        –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목소리는 어케 똑같은 건가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 웃곀ㅋㅋㅋㅋㅋ

       

        “음. 지금 너희들이 보는 이 아바타는 내가 직접 만든 육체란다.”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 당연히 내가 원한다면 몸의 형태를 언제든 다르게 바꿀 수 있다.

        즉, 내가 원한다면 ‘성대’의 형태까지 바꿀 수 있다는 소리다.

       

        “똑같이 부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성대까지 똑같이 변형시킨 모양이다.”

       

        – 아닠ㅋㅋㅋㅋ

        – 보이스피싱이냐곸ㅋㅋㅋ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너무 웃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사실상 다 내 잘못이기에 감수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웃고 즐겼으면 되었지 뭐.

       

        “그나저나 이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는 미안하구나. 의도한 것은 아니나, 내가 그 아이의 목소리를 훔쳐 사용한 꼴이 되어 버렸으니…….”

       

        자기 목소리를 허락 없이 사용했다고 불쾌해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아무래도 나중에 매니저들에게 부탁해서 가수에게 사과를 전하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 신기하네.

        – 그럼 다른 목소리도 가능하신가요?

        – 성악가 같은 느낌인가?

        – 남자 목소리도 되나요?

       

        “남자 목소리?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시청자들의 말에 아바타의 성대를 조절한다.

        인간 남성과 같이 내 목 가운데가 툭 튀어나오고, 이어서 내 입에서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렇게 말이냐?”

       

        – 오!

        – 와!

        – 와우

        – 헐

        – 헠ㅋㅋ

        – 앜ㅋㅋㅋㅋ

        – 어색햌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한다.

       

        그 이후에도 시험 삼아서 몇몇 목소리를 몇 번 더 변경했다.

        어린아이와 비슷한 목소리, 높은 목소리, 갈라지는 목소리 등의 여러 목소리들을 들려주었다.

       

        – 와!

        – 보이스 피싱 최적화 목소리!

        – 엌ㅋㅋㅋㅋ

        – 보이스피싱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보이스 피싱 할 때 쓸 만할지도?

        – ㄹㅇㅋㅋ

       

        “보이스피싱이 무엇이냐?”

       

        그렇게 잠시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누고 다음 곡을 확인했다.

        마침 이번 곡은 ‘남성용 노래’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에는 남자 목소리로 불러 보겠다.”

        

        – 오오오오오!!

        – 와와와ㅘㅘㅘㅘㅘ

        – 좋아용!

        – 와아아아ㅏㅏㅏㅏㅏ!!

       

        시청자들의 환호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성대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이번 노래를 부르기 적당한 목소리를 위해서.

       

       

        *            *            *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느긋하게 보드게임을 하던 블레이즈가 고개를 들었다.

       

        “방금 이 느낌!”

       

        순간적이었지만, 초월자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다.

        그것은 분명히 그가 잘 아는 느낌.

       

        “벨제투스인가? 생각보다 빠른 데?”

       

        “벨제투스 오빠야?”

       

        블레이즈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던 슈르네가 눈을 반짝였다.

        동시에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주사위가 책상을 데구르르 구르더니, 순식간에 6을 만들었다.

       

        “이겨따!!”

       

        “아닛?! 이럴 수가!!!”

       

        양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는 어린아이의 앞에서, 블레이즈는 채신머리없이 절규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콜라 두 잔과 간식을 쟁반에 담아 들어오던 이현이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 지X을…….”

       

        “…….”

       

        바닥에 쓰러져 있던 블레이즈가 이현에게만 보이도록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신호를 보냈다.

        신호 내용은 ‘눈치 챙겨!’다.

       

        “간식 왔다.”

       

        “과자다!!!”

       

        간식을 옆에 내려놓은 이현의 앞으로 슈르네가 귀신처럼 다가왔다.

        그러고는 콜라와 간식을 무시무시한 기색으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슈르네의 관심이 간식으로 쏠린 사이, 재빨리 일어난 블레이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우. 힘들어 죽겠네.

       

        “괜찮냐?”

       

        “아니. 죽을 것 같아.”

       

        어린아이들에겐 무한의 체력이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리고 이 지구에 있는 엘더 드래곤 중 가장 어린 드래곤이 바로 슈르네다.

        가장 어린 나이에, 어린 정신 연령을 가진 슈르네의 체력은 블레이즈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왜 놀아준다고 약속했을까…….”

       

        호주에서 했던 약속을 떠올리던 블레이즈의 눈에서 눈동자에서 투명한 무언가가 또르륵 흘러내렸다.

       

        “앗! 잠깐!”

       

        그 모습을 발견한 이현이 재빨리 근처 서랍을 열어 병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 병으로 블레이즈의 눈물을 받아 냈다.

       

        “드래곤의 눈물! 팔면 돈 좀 되겠는데?”

       

        “……이 시벌놈이?”

       

        투닥투닥!

       

        이현과 블레이즈가 우정의(?) 주먹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슈르네가 간식을 옴뇸뇸했다.

       

        뭐랄까…… 참 평화로운 하루였다.

       

       

        *            *            *

       

       

        벨제투스는 신기한 기분으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인간들의 문명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단 말인가?!”

       

        첩첩산중에서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도심에 나오면 딱 이런 모습일까?

        벨제투스는 수많은 차와 인간들이 오가는 도심 속을 걸어가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리 그가 인간들을 혐오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같은 지성체’만을 대상으로 한 혐오다.

        그는 적어도 ‘인간이 만들어 낸 문물’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차원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인간들의 발전된 문명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군.”

       

        애초에 이런 문명 따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드래곤이지만, 그렇기에 이런 광경은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마치 인간이 개미굴의 전체 형태와 구조를 보고 신기해하듯 말이다.

       

        툭!

       

        “아, 죄송합니다.”

       

        “……쯧.”

       

        벨제투스는 자기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 인간을 노려보다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저 인간은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요절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의 영역이 아닌, 인간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역 동물이고, 드넓은 영역을 지배하는 동물이기에 영역에 대한 관념이 확고했다.

        그렇기에 그는 자기 영역이 아닌 곳에서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힘을 쓸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의 영역인 대서양이었다면 인간을 발견하는 순간 요절을 냈겠지만…….

       

        ‘어머니가 싫어하실 테니, 참아야지.’

       

        그는 그저 인간을 혐오할 뿐이지, 결코 야만적인 드래곤은 아니었다.

       

        어쨌든 혐오감을 참아내며 인간들의 도시로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다.

        드래곤일 때 느꼈던 혐오감도, 이 인간형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으니 조금 덜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말이다.

        드래곤일 때와는 감각이 달라서 인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바다 밖으로 나왔다는 것!

        그리고 이젠 어머니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영국의 한 도시에서, 벨제투스는 미아가 되어 버렸다.

       

       

        *            *            *

       

       

        “수고하셨습니다!”

       

        힘차게 인사를 한 여자가 승합차에 탑승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예지.

        방송에서 불리는 예명은 ‘꽃님’.

       

        “수고했다 꽃님아.”

       

        “언니도 수고하셨어요.”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에 탄 채 꽃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예능은 재미있긴 했지만, 계속 뛰어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힘이 쭉 빠졌다.

       

        “아흐. 언니. 나 다음 스케쥴은 못 할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진짜로.”

       

        “걱정하지 마. 다음 스케줄 취소됐어.”

       

        “진짜?!”

       

        매니저의 말에 축 늘어져 있던 꽃님의 두 눈이 번뜩였다.

        너무 좋아하는 꽃님의 반응에, 매니저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예이~!”

       

        꽃님이 양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고등학생 때 싱어 송 라이터로서 데뷔한 그녀는, 상상 이상의 인기를 얻으며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싱그러운 이미지에, 아름다운 외모와 노래 솜씨, 그리고 외모와는 달리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이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이었다.

        게다가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덕도 있었다.

        덕분에 겨우 데뷔 2년 만에 세계는 몰라도 한국 안에서는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드디어 좀 쉬겠구나!!!”

       

        일이 너무 많아져 버렸다.

        ……진짜로 많이.

       

        그녀의 나이 만 18세.

        ‘미성년자 쉴드(?)’를 내세울 수 있는 마지노선이자, 남들은 수능을 준비할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

        남들은 학교에서 공부니, 학원이니, 야자니…… 코피 쏟으며 공부할 시간에 그녀는 방송국과 세트장을 오가야 했다.

       

        물론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다.

        남들은 돈 벌기 위해 공부할 시간에, 그녀는 이미 사회에 나와 일하며 돈을 벌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그것이 그녀의 꿈인 ‘가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일이 너무 많아! 많다고!!

        일 좀 그만 가져와 주세요 대표님!!!

       

        “와. 나 숙소 가자마자 바로 치킨 시킬래.”

       

        “그래라.”

       

        “……진짜 시킨다?”

       

        “어. 시켜.”

       

        꽃님은 생각보다 후한 매니저의 반응에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몸매 관리한다고 치킨,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은 하나도 못 먹게 했을 매니저 언니가 웬일로 치킨을 허락하지?

        심지어 얼마 뒤면 화보 촬영이 예약되어 있기까지 하다.

        수영복 촬영 같은 것은 아니라지만, 옷맵시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얼마 전인데?

       

        “……언니. 솔직히 말해 봐.”

       

        “으응? 뭐, 뭘?”

       

        분명히 뭔가가 있다.

        꽃님은 물귀신의 태세로 변환하며 운전 중인 매니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후 스케줄…… 뭐야?”

       

        “…….”

       

        매니저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보이스피싱 쌉가능인 드래곤님.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