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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그러면, 우리 뭐 할까? 나오나?”

        

       “음……일단은, 술이나 마실까요. 고민해보면서.”

         

       조금은 충동적으로 켠 방송이었다. 무엇을 할지 정해진 건 없는.

        

       그래도, 아크를 잡고 있는 캠 덕분일까. 평소라면 전을 굽니 뭐니 하며 난리가 났을 채팅창이 비교적 평온한 게, 크게 불만은 없어 보이는데.

       

       역시 미인은 그냥 술만 마시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도 컨텐츠가 되는 법이구나. 이대로 나는 그냥 술만 마셔도, 모두가 행복할 것 같아.

       

       아크도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네 방송인데 나만 나오는 거……이거 진짜 맞아?”

        

       “여기 제 손도 나와요.”

        

       작게 브이자를 그리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런 구도로 캠을 켜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조금 어색하네.

        

       조금씩 렉이 걸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채팅창의 화력이 심상치 않았다. 최근 시청자수가 괴상할 정도로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이렇게까지 몰려올 시간대는 아닌데. 역시 아크의 존재 때문이겠지.

        

       밀려들어오는 도네이션을 빠르게 넘기다가, 잠시 막아 두었다. 너무 밀리면……방종하기 애매해지니까.

        

       그렇게 방송 설정을 이리저리 만지는 동안, 채팅창과의 소통은 아크가 전담해주고 있었다. 각종 질문에도 대응해주고, 뒤풀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조금씩 해주고…….

        

       이거 진짜 좋네. 소통 전담 매니저 하나 뽑을 순 없으려나.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 문신 팔토시는 대체 언제까지 함】

        

       “아. 문신이 있어서요. 가리는 용이에요.”

        

       “……아니요, 저도 못 봤어요. 물어보지 마세요. 아니, 진짜예요. 아니, 여러분. 아따먹 방송을 보면서 아직도 몰라요? 그냥……그러려니 해야 주화입마가 안 온다니까요?”

        

       “……너무하네요.”

        

       -쪼륵.

        

       빈 잔을 채워주는 사이에도, 아크는 바쁘게 채팅을 확인하며 오디오를 채우고 있었다. 과연, 이게 프로 스트리머라는 걸까. 조금 전까지 바닥에 늘어져 있던 취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직업의식이다.

        

       나도 조금 거들어야겠지. 명색이 내 방송인데……온전히 떠넘기고 직무유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뭔가,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킬 수 있는……아.

        

       커스텀 룰렛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들어가, 4개의 결과를 설정했다.

        

       [뒤풀이 이야기] [나오나] [오카리나 연주] [방종]

        

       “……방종이 4분의 1이라고?”

        

       “네. 음……확률을 늘릴까요? 아크님이 원하신다면야-”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잠깐-”

        

       확률을 바꿀 게 아니라면 굳이 지체할 건 없겠지. 망설임 없이 ‘돌리기’버튼을 눌렀다.

        

       -챠르르르륵

        

       경쾌한 소리와 함께 4색의 룰렛판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룰렛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괜히 카지노마다 터줏대감처럼 자리잡는 도박이 아니지.

        

       어느새 온전하게 몰입한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채팅창에 마음껏 내지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흡사 경마장에 비견되는 열기가 작디 작은 채팅창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뭐가 걸릴까…….

        

       오카리나면 좋겠는데.

        

       빠르게 돌아가던 룰렛이 조금씩 느려지고-

        

       [방종]

        

       멈춰섰다.

        

       “아.”

        

       “아, 가 아니고- 진짜 방종 나왔잖아! 우리 진짜 방종해? 진짜로?”

        

       “음……잠시만요.”

        

       『시1발』

       『아니지?』

       『아』

       『진짜 방종은 아니지?』

       『1.8만명 ㄷㄷ』

       『빨리 다시 돌리자』

       『아크야 너라도 정신 차려줘 제발』

        

       룰렛에서 방종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방종을 했어야 했는데. 그림이 참 좋았을 텐데……타이밍을 놓쳤다.

       

       내 불찰이다. 준비가 부족했어. 은근히 많이 마신 술 탓에, 별 생각 없이 멍하니 룰렛이 돌아가는 것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돌리자는 분들이 있네요. 죄송합니다. 지엄한 룰렛의 법도는 지켜져야 하니까요. 예외는 없어요.”

        

       하지만 한 템포를 쉬어 간 덕분에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릴 시간이 생겼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자, 그러면 오늘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저흰 가보겠습니다. 대신, 더 재밌는 방송 소개해드릴게요.”

       

       응. 분명, 그렇겠지.

       

       은혜에 이자가 쌓이는 건 아니라지만, 빨리 갚을 수 있으면 좋으니.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18,467명을 호스팅하였습니다!]

        

       평화로운 새벽 방송이었다. 나오나 솔랭도 돌리고, 최근 진행 중인 월드시리즈에서 부각되는 빌드들 분석도 하는…….

        

       『난민받아라 씨1발놈들아』

       『왐마 니기랄 거 집이 폭삭 무너졌다 안 카요』

       『여긴 또 어디냐 시1팔』

       『 🔥🔥🔥🔥🔥🔥 🔥🔥🔥🔥🔥🔥 🔥🔥🔥🔥🔥🔥』

       『방송 다시 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방송 다시 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방송 다시 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방송 다시 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방송 다시 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

       『 🔥🔥🔥🔥🔥🔥 🔥🔥🔥🔥🔥🔥 🔥🔥🔥🔥🔥🔥 🔥🔥🔥🔥🔥🔥』

       『이게 난민이냐 철거민이지』

       『강제퇴거의 슬픔…… 강제퇴거의 슬픔…… 강제퇴거의 슬픔…… 강제퇴거의 슬픔…… 강제퇴거의 슬픔…… 강제퇴거의 슬픔……』

       『스탈린도 울고 가겠네 씨발 진짜』

        

       그런 평화로운 방송.

        

       조용하던 채팅창이 난장판이 되기까지는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가뜩이나 최근, 이예나와 엮이며 발화점이 낮아진 시청자들이었다. 혼란에 대해 불평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혼란을 틈타 도배 대열에 합류하고 있었다.

        

       레반이 사건의 원흉에게 즉각 전화를 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벌써 새벽 3신데……급한 일이신가요.》

        

       전화벨이 채 2번도 울리기 전에 들려오는 태연한 목소리. 레반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안녕하지 않고, 급한 일은 댁이 방금 만들었잖아. 일단 지금 스피커폰이고, 방송에 나가고 있어요.”

        

       《저런.》

        

       “당장 방송 켜서 다시 데려……아크님이랑 현실 합방 중이었다고? 아크님? 아크님도 거기 있어요?”

        

       《아니요.》

        

       “뭐가 아니야……지금 고자질하는 시청자만 만 명이 넘어요. 아크님? 대답이나 좀 해보세요.”

        

       《우리 아크님 괴롭히지 마요. 지금 표정이 되게 안 좋아요. 창백해졌어.》

        

       “……그게 다 보이면 옆에 있단 소리잖아. 아무튼 두 분, 빨리 이 시위대 좀 어떻게 해봐요.”

        

       《네……잠시만요. 제가 해볼게요.》

        

       《어? 그거, 그거 아닌 거 같-》

        

       드디어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둘이 같이 있었다는 확답을 받아냈다는 기쁨 따위를 느낄 틈은 없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여러분, 다들 신사답게 착석해서 조용히 봐주세요. 레반님 방송은 아주 재밌답니다. 저도 자주 챙겨봐요.】

        

       『개 시 팔 진 짜』

       『 🔥🔥🔥🔥🔥🔥 🔥🔥🔥🔥🔥🔥 🔥🔥🔥🔥🔥🔥』

       『신사답게? 신사답게? 신사답게? 신사답게? 신사답게? 신사답게?』

       『 🔥🔥🔥🔥🔥🔥 🔥🔥🔥🔥🔥🔥 🔥🔥🔥🔥🔥🔥』

       『 🔥🔥🔥🔥🔥🔥 🔥🔥🔥🔥🔥』

       『자주 챙겨본다고? 자주 챙겨본다고? 자주 챙겨본다고? 자주 챙겨본다고? 』

       『 🔥🔥🔥🔥🔥🔥 🔥🔥🔥🔥🔥🔥 🔥🔥🔥🔥🔥🔥 🔥🔥🔥🔥🔥🔥 』

       『 🔥🔥🔥🔥🔥🔥 🔥🔥🔥🔥🔥🔥 🔥🔥🔥🔥🔥🔥』

       『유니콘 따운! 유니콘 따운! 유니콘 따운! 유니콘 따운! 유니콘 따운!』

       『 🔥🔥🔥🔥🔥🔥 🔥🔥🔥🔥🔥🔥 🔥🔥🔥🔥🔥🔥』

       『 🔥🔥🔥🔥🔥🔥 🔥🔥🔥🔥🔥🔥 🔥🔥』

        

       《음……잘 안 되네요.》

        

       “……아크님?”

        

       《……혹시 전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믿어주실 건가요……?》

        

       조금은 서글픈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알고 보면 착한 친구들이에요. 다들 곧 진정할 거고……스트리머에게 인원수는 곧 힘이니까요. 화이팅.》

        

       기분 탓인지, 퍽 기쁜 듯한 목소리와 함께.

        

       * * * *

        

       -우우웅

       -우우웅

        

       늦은 아침.

        

       핸드폰 진동 소리에 깨어난 정신은,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어제 너무 늦게 잤나……역시, 아크가 떠난 이후엔 바로 잤어야 하는데.

        

       레반 방송이 제법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던 탓에, 조금 무리했다.

        

       이 기세면 다시 아침 7시에 저녁을 먹고, 오후 1시에 잠드는 삶이 돌아올 것 같은데. 낮과 밤이 사회 통념에 맞게 바뀐지 얼마나 됐다고……자제해야지.

        

       몽롱한 정신을 그러모아 핸드폰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예리: 오늘 저녁 괜찮지?]

       [이예리: 언니 회사 근처로 올래? 맛집 예약해둘게]

        

       아, 그래.

        

       오늘……만나기로 했었지.

        

       몸에는 아직 피로가 구석구석 쌓여 있었음에도, 머리가 번뜩 각성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오늘은……얘기해야지.

        

       그나마 밖에서 보기로 해서 다행이었다. 오늘따라 크게 느껴지는 방은 제법 어질러져 있어서……이걸 다 정리하면 하루가 끝날 지경이었으니.

        

       그러면,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조금만 더 쉴까.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리를 이불에 휘감고, 두 눈을 가볍게 감았다.

        

       잠에 들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야지.

        

       

       어디부터, 어떻게 얘기할지도……생각해야 하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스팅: 시청자들을 다른 스트리머의 방송으로 보내는 행위.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채널을 변경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로, 보통 스트리머가 방송을 종료할 때 다음으로는 이 방송을 보라고 권유하는 취지로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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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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