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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파스슷.

         

       붉게 물든 안개가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올리비아는 혼절한 연쇄살인마를 응시하며 그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사실, 연쇄살인마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

         

       제국력 993년이 된 이상 키엘과 멜리나의 호감도는 어느 정도 상승했을 테니까. 리브가도 마찬가지일테고.

         

       무왕은 워낙 예측이 어려운 인물인 탓에 조금 애매하기는 했지만, 에스티는 어렵지 않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마법사 제자 셋에, 어엿한 드래곤으로 성장한 글레이시아까지 치면…….

         

       ‘……아슬아슬한데?’

         

       황녀의 핵심 전력은 총 여섯이다.

         

       두 드래곤 로드와 암주, 혁명가, 악마 사냥꾼, 그리고 드루이드까지.

       

       무왕까지 포함한다 쳐도, 동률이다. 

         

       ‘역시 얘까지 끌어들여야 하나?’

         

       올리비아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연쇄살인마를 내려다봤다. 물론 자신이 선봉에 선다면, 황녀의 세력을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지금까지 열심히 쌓아온 이미지 또한 잃게 된다.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챙기는 올리비아.

         

       영겁의 세월동안 세계를 구원해온 올리비아.

         

       수많은 회차 동안 그런 삶을 반복해 왔는데, 갑자기 황녀를 친다?

         

       그건 올리비아가 할 짓이 아니다.

         

       ‘아스모데우스가 할 만한 짓이겠지.’

         

       결국 회귀자들 스스로, 황녀를 무너뜨리도록 부추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일단 힘의 균형부터 맞춰야겠지.’

         

       결국 연쇄살인마를 끌어들여야 된다는 뜻이었다.

         

       올리비아는 연쇄살인마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

         

       [단서 #11]

       [제국력 997년의 기억]

         

       ‘……997년은 너무 늦어.’

         

       작금의 연쇄살인마는 바포메트와 너무 오랫동안 동화된 탓에, 지극히 싸이코패스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정신상태를 가진 놈을 끌어들여 팀을 와해시킬 바에야, 차라리 끌어들이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

         

       ‘997년 보다 더 과거로 간다.’

         

       올리비아는 한참 동안 알림창을 뒤졌다.

         

       그리고, 찾아냈다.

         

       [단서 7개 획득 보상]

       [앞으로는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단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귀자 여섯에게 다구리당했던 바로 그날 얻은 보상이었다.

         

       단순히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도 단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쓰잘데기 없는 보상은 아닐 것이다.

         

       아마…….

         

       올리비아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조용히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공에 문장이 떠올랐다.

         

       [어떤 단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가능 단서 : 단서 #3, 단서 #5, 단서 #6, 단서 #7, 단서 #8, 단서 #9, 단서 #10, 단서 #11]

         

       올리비아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 정도는 돼야 보상이지.’

         

       올리비아는 손가락에 감겨드는 문자들의 감촉을 더듬었다. 어떤 단서를 선택할지는 이미 생각해두었다.

         

       [단서 #7]

       [제국력 994년의 기억]

         

       이걸 사용한다면, 997년보다 더 과거로 가서 연쇄살인마를 ‘재교육’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통제할 수는 있게 만들어야 돼.’

         

       전생, 그러니까 몰살 회차에서는, [몰살] 그 자체로 연쇄살인마를 통제했다.

         

       대륙의 모든 생명을 몰살시키자는 제안에, 연쇄살인마는 단번에 매료되었고, 올리비아의 사냥개가 되기를 자처했다.

         

       [연쇄살인마]라는 이명에 걸맞을 정도로, 수많은 인간들을 학살했다.

         

       하지만 노말 엔딩에 도달했던 회차에서 만났던 연쇄살인마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리아가 보낸 감시자들의 사지를 자르기는 했지만, 적어도 죽이지는 않았다.

         

       심지어는 일평생 죽이고자 갈구했던 올리비아의 숨을 거두었을 때조차도, 광기에 잠식되지 않았다.

         

       [잘가. 올리비아.]

         

       오히려 평안하다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아마 그 회차에서는 997년보다 훨씬 일찍 만났었겠지.’

         

       그를 통제 가능한 싸이코패스로 변화시키는 것이, 올리비아의 목표였다.

         

       [단서 #7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의식이 점멸했다.

         

         

       *****

         

         

       쓰으으읍,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차오른다.

       단서 속에 들어온 건 에스티 이후로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이 특유의 감각은 잊혀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어둠에 잠긴 고요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 대륙 남부인 듯 보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단서 #7은, 악마 사냥꾼의 것이었으니까.

         

       “……일찍 일어났군. 네 차례가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조금 더 자둬라.”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타닥거리는 모닥불 앞에, 악마사냥꾼이 앉아 있었다. 불침번을 서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악마사냥꾼의 말을 듣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안타깝지만, 그녀에게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단서 #7로 [연쇄살인마]를 개심시키고자 했을 때부터 결정된 사안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올리비아를 증오하던 악마사냥꾼이 갑자기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누구라도 정신계 마법에 당했다고 여길 테니까.

         

       만약 이 일이 알려진다면, 올리비아의 편을 들었던 회귀자들 또한 제 생각이 조작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고작 한 명 마음 돌리자고, 지금까지 힘들게 일군 터전을 잃을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무섭게, 악마사냥꾼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터억.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지?”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늘한 말투에, 악마사냥꾼이 움찔했다.

         

       “혹시……내가 네게 실수한 게 있나?”

         

       빛바랜 금빛 눈동자는, 중간중간 떨리기까지 했다. 그녀가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현재 악마사냥꾼의 호감도는 50.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듬직했던 동료가, 갑자기 선을 긋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잘못?

         

       악마사냥꾼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다.

         

       올리비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흥미가 없다는 듯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올리비아가 그러면 그럴수록, 악마사냥꾼은 입술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뭔가 심기를 거스를만한 일을 한 게 분명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

         

       올리비아는 당장 떠나려 하고 있었고, 악마사냥꾼으로서는 그런 그녀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책임을 물고 늘어지는 수 밖에 없었다.

         

       “부, 불침번은…….”

       “그 전에 돌아오기만 하면 되잖아.”

         

       그 말에, 올리비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은 정확히 악마사냥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안 그래?”

       “…….”

       

       머뭇거리는 사이, 올리비아는 악마사냥꾼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사위를 둘러보았다.

         

       텔레포트를 몇 번이나 사용했을까.

         

       방금 전 보았던 황량한 사막과는 180도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락테아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자유도시 마키나에 도착한 것이다.

         

       올리비아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행인들이 우글거리는 거리를 소리없이 누볐다. 근처 대로에서 술 취한 자들이 신문을 펼치고 왁자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귀를 열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이야기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비아가 기다렸던 주제가 떠올랐다.

         

       “시이벌, 어제 또 셋이나 죽었다며?”

       “또? 치안대들 또 한 번 갈려나가게 생겼구만.”

        “갈려나갈만 하지. 미친 살인마새끼 하나를 못 잡고 있는데.”

       

       올리비아는 이들이 보던 신문과 정확히 똑같은 신문을 구매한 다음,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9번 도로에서 여인들의 시신이 수십 조각으로 토막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치안당국은 이를 저번 살인사건과 동일인의 소행으로…….]

         

       올리비아는 곧바로 9번 도로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뒷골목에 드리운 어둠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술주정뱅이 여럿을 지나쳤다. 어느 순간부터 올리비아는 로브를 벗고,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엿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올리비아는 신경쓰지 않았다.

         

       ‘슬슬 물 때가 됐는데.’

         

       눅진한 노란 빛을 뿜어내는 선술집을 지나칠 무렵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물었다.’

         

       이윽고 골목의 불빛이 하나씩 하나씩 꺼지고, 올리비아가 서 있는 선술집의 불빛만이 남았다. 순식간에 암흑이 자리한 골목에서, 기척도 없이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누나.”

         

       연쇄살인마였다. 그의 눈동자는 악마처럼 붉었고,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저항력이 없는 인간들은, 저 눈빛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경계심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홀린듯 다가갔겠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연쇄살인마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바포메트가.

         

       “요즘 세상에,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한거 모르세요?”

         

       바포메트의 발 밑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하늘 피어올랐다.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하긴, 너 같은 악마가 돌아다니면 위험하기는 하겠네.”

         

       쐐애애액!

       

       순간 올리비아가 몸을 숙였다. 채찍으로 변한 연기가 날아와 골목 벽면을 강타했다.

       

       바포메트의 눈동자가 약간 커졌다. 저렇게 몸 동작이 빠를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저 자신감 넘치는 얼굴은 또 뭐란 말인가?

         

       [……어떻게 알았지?]

       “마기를 그렇게 풀풀 풍겨대는 데, 모를 수가 있나?”

         

       올리비아는 싱긋 웃었다. 어느새, 그녀의 복식은 금색 마탑을 상징하는 로브로 뒤바뀌어 있었다.

         

       “금방 꺼내줄게. 꼬마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개미친 싸이코패스를 평범(?)한 싸이코패스로 만들기

    단서#3이 사용 가능한 이유는, 리브가의 단서를 전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회 남았지요.

    단서#5 무왕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고요.

    – 우리손님 30코인 후원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정주행하셨다니! 제 작품이 그만큼 마음에 드셨다는 뜻이겠죠!

    감사합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김이얀님 1코인 후원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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