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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바루야. 본인은 마지막 장소로 갈 생각이다만 그대는 어찌할 것이냐.”

       “난 이곳에 조금 더 있으마!”

       

       그리도 사람 구경을 하는게 좋더냐?

       

       자기가 즐겁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음대로 하거라.

       

       나는 바루를 내버려 둔 채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 허공을 밟았다.

       

       하기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바로 절벽이다.

       

       신선놈들이 자기들끼리 놀기 위해 만든 장소 답게 하기정은 돌산의 한 봉우리 꼭대기에 존재한다.

       

       그 곳은 사람이 올라갈 것을 상정해서 지어진 곳이 아닌지라 걸어서 올라갈 순 없다.

       

       하기정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암벽을 붙잡고 올라가야 한단 소리다.

       

       지원자들의 신체능력을 생각하면 위로 올라가는 것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두 손으로 벽을 붙잡은 채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격을 해달란 소리나 다름없지 않더냐?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 명의 지원자들이 절벽을 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선두에 들어선 이들끼리는 그냥 같이 화산에 오르자고 한 모양이다.

       

       어차피 50명 안에만 들면 상관이 없으니 괜히 싸우는 것보단 협력을 택하는 게 낫지.

       

       허나 뒤늦게 숲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생각은 아무래도 다른 것 같구나.

       

       방금 막 숲에서 탈출한 이는 귀신에게서 도망쳐 나왔단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서 마음을 다스리고 고갤 들면 절벽을 오르는 이들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뒤쳐졌음을 깨닫는다. 이제와 저들의 뒤를 쫓는다 한들 저들보다 늦을 수밖에 없음을 눈치 챈다.

       

       이제 생각하겠지. 이미 앞에 얼마나 사람이 가 있을까. 저 사람들의 뒤를 따라간다한들 내가 50명 안에 들 수 있을까?

       

       정직한 승부를 펼치다 떨어지기엔 방금 전에 자신이 겪은 고생이 떠오른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합격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아암. 그렇겐 못하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고생은 똑같이 했는데 자기는 떨어져야 한다니.

       

       여기까지 가면 유저 중 하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가던 사람들을 절벽에서 떨어트리면 내가 선두에 설 수 있는 거잖아.

       

       마침 그 생각을 한 이가 나타났군. 한 유저가 돌덩이를 들어 온 힘을 다해 절벽을 오르는 이에게 던졌다.

       

       투척에 능숙치 않은 듯 돌멩이는 엉뚱한 곳을 때렸지만 거기에 담긴 힘만큼은 확실하다.

       

       콰앙!

       

       돌덩이가 절벽에 부딪히며 커다란 소리를 냈고 거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말이다. 시작을 끊는 것은 어렵지만 다른 이가 저지른 일의 뒤를 따라가는 건 무척이나 쉽지.

       

       하나 둘 돌팔매질을 하는 이들의 수가 늘어난다.

       

       아무리 화산의 이들이 투척에 서투르다 한들 투척의 수가 늘어나면 눈 먼 돌이 생기기 마련.

       

       절벽을 오르던 이들이 하나 둘 돌덩이에 얻어맞아서 떨어진다.

       

       자아. 내가 바라던 풍경이 완성 되었구나.

       

       이제 그대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다른 모든 이들을 쓰러트리고 안전하게 올라갈지.

       

       아니면 무방비 상태로 절벽을 올라간다는 도박을 할지.

       

       어느 쪽이던 간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구나.

       

       – 귀신의 숲에서 빠져나왔더니 이번엔 지옥도네.

       – 이쪽은 그래도 시험 같긴 하잖아.

       – ㄹㅇ. 숲 돌파하는 건 약간 괴롭힘같은 느낌이었어.

       

       “그랬나? 나름 화산의 기묘함을 알려주기 위해 신경을 쓴 것이었다만.”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지도 기능이 있기에 산의 기묘함을 느끼기 어렵다.

       

       산이 주는 공포는 길을 잃었을 때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아무리 걸어도 똑같은 곳을 헤매는 느낌이 들고.

       

       수풀이 흔들릴 때마다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경계를 하게 되며.

       

       왠지 모르게 주변에 인기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새소리조차도 불안하게 느껴지는 그 때야 말로 산의 기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지.

       

       이를 체험시켜 주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쓴 것이었다만 괴롭힘처럼 보였나?

       

       – 그런 것치곤 너무 즐기지 않았어?

       – 바루랑 웃고 떠드는 거 다 봤는데 어디서 구라를.

       – 설득력 없는 설득이야.

       –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말해줬으면 믿었을지도.

       

       나름 열심히 설명을 해보았지만 시청자들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나의 대의가 이런 식으로 왜곡되다니 참으로 슬프군.

       

       다른 의도가 조금도 없었다고는 양심상 말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본래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

       

       “믿어줄 지는 모르겠다만 지금도 화산의 험함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길목을 만든 것이다.”

       

       지금 지원자들은 하기정의 절벽을 오르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를 받으며 화산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기와 험에 대해 백날 말을 하는 것보다 저런 식으로 한 번 몸으로 느껴보는 게 도움이 되지. 이 얼마나 배려심 넘치는 시험관인가.”

       

       옛 말씀에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였으니 화산의 기와 험을 직접 체험한 저들은 후일 이치를 배울 때 이 순간을 떠올리며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지금이야 이 따위 시험을 출제한 나를 원망하겠지만 나중엔 분명 감사함을 느낄 터.

       

       – 잃어버린양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감사하기 전에 칼침 놓으러 올 거 같은데.]

       

       “그것도 환영이다. 혹여 원한을 풀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언제든 오도록. 기꺼이 상대해주겠다.”

       

       본인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이가 생긴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혹시 아는가. 본인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날 수도 있잖나.

       

       – 근데 이 사람한테 복수를 할 수가 있나?

       – 화령보다 강해야 하는 거잖아.

       – 그게 돼?

       – 유저 중에선 불가능할 거 같은데.

       – 삼존 중에 한 사람 끌고 오면 모르지.

       

       채팅창에서 시선을 떼어내 절벽의 아래를 살핀다.

       

       절벽을 오르다 떨어진 이와 그를 떨어트린 이들이 대치하고 있다.

       

       화산의 유저와 화산의 유저가 대치하고 있다.

       

       최초에는 랭커라는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뭉쳤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가 된 이상 이제 동료는 없다.

       

       “이제 느긋이 구경을 해보도록 하자꾸나.”

       

       *

       

       절벽을 올라가던 한민준은 자신의 손을 향해 날아드는 돌덩이를 보곤 다급히 손을 옮겼다.

       

       절벽에 부딪힌 돌덩이에는 내기가 담겨있었는지 절벽에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저 돌에 손을 맞았다면 큰 부상을 입었겠지.

       

       한민준은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돌을 던진 이를 확인했다.

       

       그는 화산의 유저 중 하나였다.

       

       한 때 다른 유저를 가르치는 사범 역을 했던 적 있는 사람이기에 한민준은 그의 얼굴을 기억했다.

       

       아마 그도 마찬가지이리라.

       

       “끄아아악!”

       

       옆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절벽을 오르던 이 중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그는 한민준과 함께 선두에서 절벽을 오르던 이였다. 그런 이가 화산의 사람에 의해 돌팔매질을 당해 낙하하고 있었다.

       

       “민준이형! 이거 우리 끝까지 못 갈 거 같은데?!”

       

       동료 중 하나의 외침에 한민준도 공감했다.

       

       돌팔매질을 무시하고 위로 올라가기엔 하기정으로 향하는 절벽이 너무도 높았다.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면 몇 분 만에 주파했을 거리지만 지금의 그들에게 몇 분이라는 시간은 사치스러운 단어였다.

       

       “저 인간들 도대체 왜 저래?!”

       “귀신 만나서 정신을 놨나 보지!”

       

       처음엔 이렇지 않았다.

       

       화령이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외쳤을 때 화산의 사람들은 한민준을 비롯한 이들을 먼저 보내주었다.

       

       새로운 화산이 건설되는 자리에 당신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숲을 지나오며 온갖 것에 시달린 저들은 악기에 가득 차 있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다른 이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단 사실을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화령님은 이걸 노린 건가?

       

       이걸 의도적으로 노린 거라면 좀 존경을 하게 될 거 같은데!

       

       한민준은 또 다시 날아든 돌덩이를 피하며 생각 했다.

       

       이대로 가면 다 같이 떨어질 뿐이야.

       

       지금이야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지만 돌덩이를 던지는 사람의 수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 리는 없어.

       

       언젠간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올 거야.

       

       그렇다고 그 때까지 하기정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누군가가 아래로 내려가서 돌덩이를 던지는 사람들을 막아줘야 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소리야. 그리고 희생을 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직접 하는 게 맞아.

       

       “먼저 가 있어.”

       “형?!”

       

       암벽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린 한민준은 가볍게 바닥에 착지해서는 검을 뽑아 들었다.

       

       “여러분들이 그 동안 저희가 한 노력에 이렇게 화답해줄 줄은 몰랐네요.”

       “이건 경쟁이잖습니까.”

       “처음에 곱게 보내드렸으니 그걸로 만족하시죠.”

       

       한민준이 다가오자 돌덩이를 던지려던 이들도 무기를 뽑아 들었다.

       

       “자신 있으신가보네요?”

       “그러는 민준 씨는 우리 모두를 쓰러트릴 자신이 있어요?”

       “있죠.”

       

       이전에 화령에게 하루 종일 시달린 후 민준은 이전과 비할 수 없을만큼 실력이 늘어났다.

       

       여전히 이치는 어렵고 항상 하던 대로 동작을 따라가는 게 편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치에 관해 몰랐을 적의 그와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깨우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오시죠. 화산의 이치를 느끼게 해줄 테니까.”

       

       *

       

       “오셨습니까. 문주님.”

       

       허공을 밟아 하기정에 도착하니 시탐견이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이 시험을 준비하던 때에 찾아온 시탐견은 언젠가부터 나를 문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나를 존중해주고 있는 것 같다만 왜 이러는지는 모른다.

       

       내가 한 일이라곤 화산의 시험은 이러해야한다 저러해야 한다 하도 간섭을 하기에 한 번 찍어눌러 준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건방진 것보단 예의바른 게 나으니 내버려 두고 있다만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도착한 이는 아직 없나?”

       “다들 절벽을 오르거나 절벽 아래에서 싸우는 중입니다.”

       

       대충 보니 그나마 하기정과 가까운 이들이 내가 가르쳤던 이들인 것 같은데.

       

       방금 한민준이 돌팔매질을 막기 위해 뛰어내린 후 다른 이들도 올라가지 않고 한민준을 바라보는 걸 보면 머잖아 저들도 한민준을 도우러 가겠군.

       

       그렇담 이 곳에 사람이 올 때까진 아직 한참 남은 셈인가.

       

       “문주님. 제 생각입니다만 여기에 50명이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어차피 지원자들의 실력은 대충 눈에 담아 두었다. 50명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지원자 중 눈 여겨 본 이들을 50명 안에 밀어 넣으면 그만이다.

       

       시탐견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예상했던 대로 한민준을 따르는 무리가 아래로 내려가더니 한민준을 도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개판이로군. 저들 중에 몇 명이나 살아남아 절벽을 오를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저 멀리 하기정이 있는 곳과 가까운 산중턱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귀신을 만나 발을 헛디뎌 성대하게 발을 굴렀던 여자다.

       

       어쩌다 저기까지 간거지? 귀신을 피해 도망치다 우연히 도착한 건가?

       

       여자는 하기정 쪽을 바라보다가 살짝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내달렸다.

       

       산중턱의 절벽으로 여자가 발을 내딛지만 그녀는 낙하하지 않는다.

       

       여자의 발이 허공을 밟는다.

       

       호오. 허공답보로구나.

       

       그 이치를 제대로 이해했다기보단 우격다짐으로 사용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쓸 줄 아는 게 어디인가.

       

       여자는 하늘 위로 몇 걸음을 달리다 이내 한계에 도달했는지 달리기를 포기하고 멀리뛰기 선수마냥 필사적으로 팔과 다리를 뻗었다.

       

       계산을 한 건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건지는 몰라도 여자의 손이 절벽에 걸쳤다.

       

       무인에게 있어서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올리는 건 어렵잖은 일인지라 여자는 가볍게 절벽 위로 올라왔다.

       

       “죽는 줄 알았… 화. 화령님?…”

       

       여자의 허술한 눈이 내게 닿는다.

       

       허어. 거 익숙한 눈빛이구나.

       

       지난 번 편을 다루는 이를 만난 후로 두 번째인가.

       

       아직 미약하기는 하다만 분명 이 여자가 품은 것은.

       

       분명 광신의 씨앗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의였습니다. 아무튼 대의였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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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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