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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

         

       어지러웠던 미래의 대화가 끝나고 이다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네가 연기를 배울 선생을 찾고 있다는 건 무식이에게 들었는데 그 이유까지는 자세히 안 말해주더라고.”

         

         

       새끼…….

         

       이런 부분에선 쓸데없이 의리를 잘 지킨다.

         

       아니면 나를 골탕먹이고 싶어서 일부로 말을 안 했거나.

         

       이유야 어쨌든 간에 일단 눈에 띄면 헤드락부터 걸고 심문할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다혜의 입에서든 설소영의 입에서든 저 주제가 튀어나온 순간부터 오늘 연기 연습은 여기까지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뻔뻔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 안건을 어떻게든 조용하게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그냥 말해주면 되잖아. 그리고 우리한테 이유 같은 걸 왜 숨겨.”

       “맞는 말이긴 하네.”

         

         

       사실 이유라고 부를만한 것은 내가 연기에 도전하는 얘기가 그녀들의 귀에 들어간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알게 될 사실이긴 했다.

         

       문제는 설소영과 이다혜…….

         

       하필 이 둘이 함께 있을 때 이 얘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상당히 진지해 보이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니 아까처럼 애교로 넘어가긴 그른 것 같았다.

         

         

       “사실……”

         

         

       일단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내가 영화에 도전한다는 것.

         

       애초에 그녀들도 이 사실을 조금 예전부터 알고 있긴 했다. 또한, 어떤 내용의 시나리오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내용을 다 말해준 것은 아니다. 대충 우리의 얘기를 어느 정도 각색했다는 것 정도?

         

       어쨌든 누구보다 그것에 연관된 사람들이다 보니 내가 여주인공 역을 누구로 쓰고 싶은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여주인공 자리는 한 자리였고, 심지어 클라이맥스 씬의 여운을 위해 키스 씬까지 있다는 것.

         

       일단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차무식의 조언을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녀석의 말대로 내가 남주인공 역을 연기한다면 불편할 장면도 딱히 문제가 없어질 테니까.

         

       다만, 문제는 여주인공 자리가 하나라는 것이고, 그렇기에 나는 이 얘기를 지금 타이밍에 그녀들에게 하는 것이 조금 꺼려졌다.

         

       아직 제작에 관해 자세한 얘기는 오고 가진 않았지만, 제대로 그 과정에 들어간다면 아마 나는 반드시 선택을 기로에 들어서겠지.

         

       과연 설소영과 이다혜 중에서 누구를 이번 작품의 여주인공 역으로 캐스팅을 할 것인지에 관해…….

         

       여기까지 얘기했으면 그녀들도 대충 사정을 이해했을 거라고 본다.

         

       대충 이유를 모두 설명한 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두 명의 반응을 살폈다.

         

         

       “…….”

        “…….”

         

         

       역시나 침묵을 유지한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뭔가 둘 사이의 허공에서 화려하게 스파크가 튀고 있는 것 정도는.

         

       어쩌면 이 광경은 내가 정체를 밝히지 않고, 둘 중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세계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림이 아닐까?

         

       결론은 조금 무섭고,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지금 당장 이 숨 막히는 방안을 탈출하고 싶다.

         

         

         

       ***

         

         

         

       며칠 뒤.

         

       나는 JYB의 본사에 방문하게 되었다.

         

       딱히 별 이유는 없다.

         

         

       “하하… 저 좀 살려주세요. 작가님.”

         

         

       그냥 눈앞의 백준영 대표님이 나를 애타게 찾았기 때문이다.

         

       왜 그가 저렇게까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물론 내 상관은 아니었기에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전~혀 연관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백준영 대표님.”

       “아오, 남 일이라고 막말하네!”

       “남 일이니까 막말하는 거죠.”

       “와… 방금 그 말 녹음하게 한 번만 더 해주시죠. 927 작가 어록집으로 좀 남기게.”

         

         

       백준영 대표님이 근심 가득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아까는 농담 삼아 내 상관이 전혀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은 내 지분도 어느 정도 있긴 해서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JYB는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예엔터테인먼트고, 그런 JYB 역시 큰 태풍을 무려 두 번이나 겪었다.

         

       한 번은 이다혜 스토커 사건이었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낡아빠진 경호·경비 시스템으로 인해 하마터면 이다혜라는 인기 아이돌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할 뻔한 것.

         

       이에 JYB는 크게 질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무사히 지나갔다.

         

       아마 사망자가 없었던 점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예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경호·경비 시스템이 대거 개편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왔으니 뭐…….

         

       다음으로는 927 작가, 즉 나랑 이다혜의 열애설 때문에 한동안 JYB로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여기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기사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정체를 공개하고, 그날 나와 이다혜의 열애설에 관해 곧바로 올라온 JYB의 공식 입장문이었다.

         

       분명 927 작가와 현재 연락 안 됨, 열애 중인 것이 사실이면 진심을 축하… 였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백준영 대표님이 그날 나랑 통화했을 때 얘기했던 뻔뻔한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리고 저 말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자기 소속사 아이돌의 열애 사실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누군가와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제법 큰 타격일 거라는 것.

         

       때문에 회사적으로도 이미지적인 타격과 이다혜를 떠나는 팬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백준영 대표님은 그리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플라이 하이를 통해 운 좋게 큰 이득을 봤다고 해도, 그 이득을 굴린 것이 바로 그였다.

         

       대놓고 열애 사실을 인정한 것도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큰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927 작가 팬들의 대거 유입 정도.

         

       당연히 국내 말고 해외 쪽 얘기다.

         

       자랑은 아니지만, 해외 쪽에도 내 팬덤은 크게 형성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겠지.

         

       심지어 플라이 하이에서도 주연으로 출연까지 했던 전적이 있으니 더더욱.

         

       그 타이밍에 백준영 대표님은 홍련의 컴백을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음원차트 올킬에 빌보드 인까지 성공.

         

       덕분에 이다혜는 여름 방학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학교도 자주 빠질 정도로 바쁜 몸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듣기로는 연말까지 홍련의 스케줄은 엄청 빡빡하다고 한다.

         

       근데 여기서 영화의 촬영이나 행사 같은 스케줄까지 참여한다?

         

       그건 그냥 과로를 넘어 혹사다.

         

       설령 그것을 본인이 강하게 원한다고 할지라도 소속사 차원에서 무조건 막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당연히 백준영 대표님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고, 이 때문에 어제 내게 다급히 연락을 해오신 거겠지.

         

       아마 이다혜가 백준영 대표님에게 조심스럽게 영화 출연 건에 대해 떠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소속사 대표의 허락이 있어야 설소영과 주연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든가 말든가 할 테니.

         

         

       “물론 포기하라고 말해뒀죠. 일단 다혜의 본업은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니까요.”

       “그래서 어제부터 완전히 삐진 상태다? 그건 조금 귀엽네요.”

       “하하… 그게 귀여우면 다행이고요. 저는 눈치 보느라 죽을 맛이거든요.”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자기 소속사 아이돌의 눈치를 본다라…….

         

       직원이 아닌 가족 같은 마음으로 그만큼 아끼신다는 거겠지.

         

       여름 방학 때도 최대한 나랑 놀라고 스케줄 조율을 많이 했다고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백준영 대표님이 그리 싫지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인간미가 있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부려 먹기 딱 좋다고요?”

       “뭐야, 언제 독심술도 익히셨어요? 어떻게 아셨데.”

       “그렇게 사악한 눈빛으로 저를 보는데 어떻게 모릅니까? 애초에 제가 와달라고 그리 흔쾌히 JYB로 오실 분도 아니고, 무언가 원하는 게 있겠죠. 예를 들면 이번에 만드신다던 영화의 OST에 관해서라던가.”

         

         

       ……정곡이다.

         

       사실 대표님의 말대로 제작이 확정되면 OST건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긴 했다.

         

       근데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질지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저야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는 작가님의 작품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시점인데.”

       “근데 주제가 한 곡이랑 사운드 트랙까지 다 합쳐서 대충 12~15곡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 혹시 기한은?”

       “대충 2, 3달 정도?”

       “뭐, 뭐야. 작가님답지 않게 왜 이렇게 시간을 넉넉하게 주세요? 도대체 이거 말고도 불안하게 또 뭘 시키려고…….”

       “그게 끝인데요?”

       “……?”

         

         

       나와 백준영 대표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고, 알 수 없는 침묵이 이어졌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2, 3달이면 나름 촉박한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저쪽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설마 지금까지 나랑 작업할 때마다 너무 극한의 환경에서만 하셔서 그러신가?

         

       뭔가 내가 한 사람의 마인드를 망쳐버린 것 같은, 그런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후… 어쨌든 오신 김에 다혜 좀 달래주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근데 지금 홍련 팬미팅 나가 있는 거 아니었어요?”

       “예. 팬미팅 일정이 끝나고 곧바로 본사로 올 겁니다. 내일 있을 음악 프로그램을 위해 안무 점검을 할 계획이었거든요.”

       “잠깐만요 대표님. 혹시 팬미팅 장소가 이 근처인가요?”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본사에서 차로 대략 3~40분 정도 걸리겠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나는 씨익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마중이나 한번 나가볼까요.”

       

       “마중… 이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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