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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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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아내에게 온갖 모욕을 당한 후, 분노를 참지 못한 경비 대장이 야밤에 그녀의 침실에 숨어들었다. 저번에는 내가 방심했던 거라며 덮쳤다가 그대로 사내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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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물품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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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아내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경비 대장에게 여성용 원피스와 속옷을 보냈다. 사내 구실을 할 수 없으니 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였다. 경비 대장에겐 이보다 더 치욕적인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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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세계인 만큼 사내 구실을 못한다는 건 매우 큰 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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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 대장은 물론 경비단 자체에서 잘려버렸다. 그는 완전히 백수가 되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그 필터의 효과가 발휘되어 경비 대장은 (전)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왔던 모든 땅문서와 집문서를 돌려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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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돈줄이 뚝 끊기자 빈털터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른 일을 구해보려 해도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이 옆 마을, 옆옆 마을까지 쫙 퍼져서 아무런 일도 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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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경비 대장… 아니 남자는 눈물을 머금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소문이 퍼지지 않은 장소를 찾기 위해선 분주히 움직여야 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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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다크 판타지 세계는 마을과 마을 이동이 만만하지 않았다. 그가 검 한 자루 들고 산적이나 노예상인, 몬스터를 만나지 않고 그의 소문이 퍼지지 않은 마을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또한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 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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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흥거리라곤 술이나 패 놀이밖에 없는 세계에서 경비 대장의 치정 사건은 정말 큰 사건이었다. 다들 놀라서 몇 년은 우려먹을 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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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대신관과 신관이 인육을 즐기고 처녀의 피를 탐했다는 사실은 졸도할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정말 이야기를 듣고 졸도한 사람도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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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감이 가을철 산불처럼 불거져갈 때, 그 불안의 틈을 미꾸라지처럼 파고든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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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리안교를 알리기 위해 눈을 번뜩이고 있는 피아였다. 리안의 신도인 만큼 피아는 개그 필터의 힘을 조금이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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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개그 필터라는 게 지속해서 적용되면 기괴하지만 약하게 적용되면 신의 기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는 효과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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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어? 진짜다! 진짜 내가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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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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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록, 콜록…헉…? 이게 무슨? 아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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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병을 앓고 있던 사람을 낫게 하고(대신 종종 잠을 잘 때 폐가 “피유우”하며 숨소리를 내는 게 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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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놈아! 내 돈 어디다 빼돌렸어!”
    “어억? 하, 할머니 기억이 나세요?”
    “그래 이놈아! 당장 내 돈 가져와!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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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를 앓던 할머니의 정신을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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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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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선 워낙 당연한 규칙이다 보니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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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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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이런 불평이 흘러나오는 건 마을 사람들이 경외의 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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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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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가려고 할 때마다 피아가 울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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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피아만 우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마을 주민까지 울려고 한다. 리안은 하는 수 없이 신전 단상에 조각상처럼 서서 피아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걸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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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짓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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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마을 주민들이 리안을 신으로 떠받들고 옆 마을과 옆옆 마을에서 순례(?)가 올 정도로 믿음이 강해진 건 전부 본인이 저지른 실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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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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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가 불안해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전도를 시작하자 신성력이 맹렬하게 쌓이면서 손등의 문양이 매우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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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판타지 신이 처음 새겨줬던 문양과는 조금 달랐지만, 콩알만 했던 문양이 어느새 계란만 해졌다. 실시간으로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나 궁금해져 다들 식사하고 있을 때 신전 뒷 마당으로 나가 신성력을 사용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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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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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사용하기 무섭게 하늘을 가득 채운 오로라, 마을을 삼키다 못해 근처 산까지 뒤덮은 신성력은 없던 종교까지 생길 만큼 신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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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가벼운 병을 앓고 있던 이들은 전부 나았고 일부 몇몇 사람들은 기적을 겪었다. 사냥 중 잃은 눈이 되돌아왔고 잘린 다리가 생겨났다. 힘없던 작물들이 아름답게 출렁거리고 산에 있던 몬스터들이 증발하듯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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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사우나 수면실에서 실수로 불을 켜버린 것처럼 후다닥 신성력을 껐지만 오로라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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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하려 했지만, 하필 신성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피아에게 들킨 데다가 한 3분 정도 머리 뒤에 헤일로가 만들어져 숨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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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슨 신화의 한 장면처럼 다음 날 아침 신전 앞에 동물들이 과일 따위를 가져와 바치며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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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부터 리안이 아무리 신이 아니라고 말해봤자 ‘인간 호소자’가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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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슬슬 떠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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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보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만 관리되던 신전이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스테인드글라스에 리안의 얼굴이 걸리고, 신의 조각상이 슬그머니 구석 창고로 이동당하고 빈자리에 리안을 빼닮은 조각상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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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리안은 울면서 도망치고 싶었다. 차라리 마검을 다루는 타락파워신같은 거 할까 싶어 마검을 소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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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역시 생명과 죽음을 전부 다루는 진정한 신이셨어!”
   “죽음과 생은 함께할지니 죽음 이후 리안님과 함께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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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어 광신도만 양산해버렸다. 마검은 빛이 가득한 신전을 보곤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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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런 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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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은 리안의 왼손을 차지한 신성력을 매우 증오하고 질투하며 새하얀 신관복을 단번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제복으로 바꿔버렸다. 마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와 분위기까지 일변했다. 표정과 행동까지 달라지니 신관복을 입었을 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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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의 광신은 막고 싶었기에 마구 날뛰는 마검을 방치했다. 가능하면 경악에 찬 비명이 나왔으면 했지만 못해도 당황한 표정으로 ‘이건 내가 원하던 신이 아니야!’같은 시선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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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리안의 기대는 무참히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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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너무… 너무 아름다워…”
    “시험,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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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주인공과 나란히 두어도 부족함이 없는 외모 또한 열심히 일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죽음의 신과 생명의 신. 두 가지의 리안을 두고 누가 더 아름답고, 최고인지 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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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사 아이돌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유흥거리가 부족한 세계에선 퇴폐섹시ver 리안과 자애청순ver 리안은 굉장히 자극적인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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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에서도 아이돌에 미쳐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여긴 유흥거리도 없다 보니 더 미치고 미쳐 종교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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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늘어만 같고, 리안은 광신도들을 피해 반쯤 감금되다시피 지냈다. 제스와 피아, 노아는 물론 다른 아이들까지 어째서인지 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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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을 위해 쉽게 몸을 던지는 리안의 습성을 알고 있기에 반쯤 감금된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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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리안은 종교의 광기 속에서 시들시들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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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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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가 없어서 괴롭기도 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을 받는 것도 괴로웠다. 그렇다고 그만하라기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데다가 신성력이 무지막지하게 쌓이고 있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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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이유로 괜찮으시다면 공작가에 -…”
   “갈게요.”
   “예?”
    “지금 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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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들시들 시들어가던 리안은 공작가에 한번 가보지 않겠냐는 기사의 말에 곧바로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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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곳을 떠나 아이리스를 집에 돌려보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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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뭔가 까먹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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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중요한 걸 까먹은 것 같아 열심히 떠올리려 했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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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중요한 거면 나중에 떠오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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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생각하며 빠르게 짐을 챙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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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아이리스에게 “사실 우린 남매사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걸 까먹었다는 사실을 공작가에 도착한 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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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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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로 떠나는 게 결정된 후 무리가 나뉘었다. 피아는 리안교를 널리 알리겠다며 리안교를 굳게 믿는 아이들과 무리를 이뤄 마을에 남았고. 스무명 정도의 사람들은 현재 마을에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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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남게 된 사람이 약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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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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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의 절반도 넘는 사람이 리안교를 믿는다는 사실에 리안은 충격을 받았다. 남은 사람들은 대다수 간부였다. 워낙 리안과 가족처럼 지냈다 보니 대부분 리안교에 감화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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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정도 평안하게 해주세요.”
   “몬스터랑 안 마주치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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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소수의 간부는 리안교를 믿고 있었다. 리안과 함께 하는 것도 신의 여정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라는… 소리를 떠들어대기도 했다. 리안은 이쯤부터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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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공작가로 향하는 여정이 다시 시작 -… 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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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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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말 4마리가 달린 사두마차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범의 문양이 떡하니 박혀있는 새카만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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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타고 간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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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전 편을 공지했던 것보다 늦게 가져온 이유가… 쓰다보니 손이 안 멈춰서 그랬습니다..

한편 더 보시구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3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전)아내에게 온갖 모욕을 당한 후, 분노를 참지 못한 경비 대장이 야밤에 그녀의 침실에 숨어들었다. 저번에는 내가 방심했던 거라며 덮쳤다가 그대로 사내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로 물품이 들어왔습니다.”

(전)아내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경비 대장에게 여성용 원피스와 속옷을 보냈다. 사내 구실을 할 수 없으니 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였다. 경비 대장에겐 이보다 더 치욕적인 일은 없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세계인 만큼 사내 구실을 못한다는 건 매우 큰 흠이었다.

경비 대장은 물론 경비단 자체에서 잘려버렸다. 그는 완전히 백수가 되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그 필터의 효과가 발휘되어 경비 대장은 (전)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왔던 모든 땅문서와 집문서를 돌려줘야 했다.

모든 돈줄이 뚝 끊기자 빈털터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른 일을 구해보려 해도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이 옆 마을, 옆옆 마을까지 쫙 퍼져서 아무런 일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경비 대장… 아니 남자는 눈물을 머금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소문이 퍼지지 않은 장소를 찾기 위해선 분주히 움직여야 할 터였다.

다만… 다크 판타지 세계는 마을과 마을 이동이 만만하지 않았다. 그가 검 한 자루 들고 산적이나 노예상인, 몬스터를 만나지 않고 그의 소문이 퍼지지 않은 마을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또한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 일터였다.

유흥거리라곤 술이나 패 놀이밖에 없는 세계에서 경비 대장의 치정 사건은 정말 큰 사건이었다. 다들 놀라서 몇 년은 우려먹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대신관과 신관이 인육을 즐기고 처녀의 피를 탐했다는 사실은 졸도할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정말 이야기를 듣고 졸도한 사람도 몇몇 있었다.

불안감이 가을철 산불처럼 불거져갈 때, 그 불안의 틈을 미꾸라지처럼 파고든 이가 있었다.

바로 리안교를 알리기 위해 눈을 번뜩이고 있는 피아였다. 리안의 신도인 만큼 피아는 개그 필터의 힘을 조금이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개그 필터라는 게 지속해서 적용되면 기괴하지만 약하게 적용되면 신의 기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는 효과를 가졌다.

“어, 어어? 진짜다! 진짜 내가 걸어!”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콜록, 콜록…헉…? 이게 무슨? 아프지… 않아?”

폐병을 앓고 있던 사람을 낫게 하고(대신 종종 잠을 잘 때 폐가 “피유우”하며 숨소리를 내는 게 들리곤 한다.)

“야! 이놈아! 내 돈 어디다 빼돌렸어!”

“어억? 하, 할머니 기억이 나세요?”

“그래 이놈아! 당장 내 돈 가져와! 내 돈!”

치매를 앓던 할머니의 정신을 되돌렸다.

‘아니..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개그 세계에선 워낙 당연한 규칙이다 보니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불평이 흘러나오는 건 마을 사람들이 경외의 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도망가려고 할 때마다 피아가 울려고 하니까!’

그것도 피아만 우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마을 주민까지 울려고 한다. 리안은 하는 수 없이 신전 단상에 조각상처럼 서서 피아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걸 지켜봤다.

‘그 짓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사실 마을 주민들이 리안을 신으로 떠받들고 옆 마을과 옆옆 마을에서 순례(?)가 올 정도로 믿음이 강해진 건 전부 본인이 저지른 실수 때문이었다.

‘그럴 줄은 몰랐지!’

피아가 불안해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전도를 시작하자 신성력이 맹렬하게 쌓이면서 손등의 문양이 매우 선명해졌다.

다크 판타지 신이 처음 새겨줬던 문양과는 조금 달랐지만, 콩알만 했던 문양이 어느새 계란만 해졌다. 실시간으로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나 궁금해져 다들 식사하고 있을 때 신전 뒷 마당으로 나가 신성력을 사용해보았다.

“…!”

힘을 사용하기 무섭게 하늘을 가득 채운 오로라, 마을을 삼키다 못해 근처 산까지 뒤덮은 신성력은 없던 종교까지 생길 만큼 신성했다.

그날, 가벼운 병을 앓고 있던 이들은 전부 나았고 일부 몇몇 사람들은 기적을 겪었다. 사냥 중 잃은 눈이 되돌아왔고 잘린 다리가 생겨났다. 힘없던 작물들이 아름답게 출렁거리고 산에 있던 몬스터들이 증발하듯 죽어버렸다.

리안은 사우나 수면실에서 실수로 불을 켜버린 것처럼 후다닥 신성력을 껐지만 오로라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하려 했지만, 하필 신성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피아에게 들킨 데다가 한 3분 정도 머리 뒤에 헤일로가 만들어져 숨길 수도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슨 신화의 한 장면처럼 다음 날 아침 신전 앞에 동물들이 과일 따위를 가져와 바치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때부터 리안이 아무리 신이 아니라고 말해봤자 ‘인간 호소자’가 될 뿐이었다.

‘우리… 슬슬 떠나면 안 될까?’

겉보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만 관리되던 신전이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스테인드글라스에 리안의 얼굴이 걸리고, 신의 조각상이 슬그머니 구석 창고로 이동당하고 빈자리에 리안을 빼닮은 조각상이 세워졌다.

이쯤 리안은 울면서 도망치고 싶었다. 차라리 마검을 다루는 타락파워신같은 거 할까 싶어 마검을 소환했는데.

“오오, 역시 생명과 죽음을 전부 다루는 진정한 신이셨어!”

“죽음과 생은 함께할지니 죽음 이후 리안님과 함께 할 것이야!”

…도리어 광신도만 양산해버렸다. 마검은 빛이 가득한 신전을 보곤 분통을 터뜨렸다.

[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런 게 아니다! ]

마검은 리안의 왼손을 차지한 신성력을 매우 증오하고 질투하며 새하얀 신관복을 단번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제복으로 바꿔버렸다. 마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와 분위기까지 일변했다. 표정과 행동까지 달라지니 신관복을 입었을 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더 이상의 광신은 막고 싶었기에 마구 날뛰는 마검을 방치했다. 가능하면 경악에 찬 비명이 나왔으면 했지만 못해도 당황한 표정으로 ‘이건 내가 원하던 신이 아니야!’같은 시선을 바랐다.

그런 리안의 기대는 무참히 부서졌다.

“허억… 너무… 너무 아름다워…”

“시험,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원작 주인공과 나란히 두어도 부족함이 없는 외모 또한 열심히 일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죽음의 신과 생명의 신. 두 가지의 리안을 두고 누가 더 아름답고, 최고인지 논하기 시작했다.

흡사 아이돌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유흥거리가 부족한 세계에선 퇴폐섹시ver 리안과 자애청순ver 리안은 굉장히 자극적인 요소였다.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에서도 아이돌에 미쳐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여긴 유흥거리도 없다 보니 더 미치고 미쳐 종교화되었다.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늘어만 같고, 리안은 광신도들을 피해 반쯤 감금되다시피 지냈다. 제스와 피아, 노아는 물론 다른 아이들까지 어째서인지 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쉽게 몸을 던지는 리안의 습성을 알고 있기에 반쯤 감금된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이었다.

하지만 리안은 종교의 광기 속에서 시들시들해져 갔다.

‘살..려줘..’

자유가 없어서 괴롭기도 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을 받는 것도 괴로웠다. 그렇다고 그만하라기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데다가 신성력이 무지막지하게 쌓이고 있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괜찮으시다면 공작가에 -…”

“갈게요.”

“예?”

“지금 바로 갈까요?”

시들시들 시들어가던 리안은 공작가에 한번 가보지 않겠냐는 기사의 말에 곧바로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이곳을 떠나 아이리스를 집에 돌려보낼 시간이었다!

‘아, 뭔가 까먹은 거 같은데?’

리안은 중요한 걸 까먹은 것 같아 열심히 떠올리려 했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에이! 중요한 거면 나중에 떠오르겠지 뭐!’

가볍게 생각하며 빠르게 짐을 챙겨 들었다.

…리안은 아이리스에게 “사실 우린 남매사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걸 까먹었다는 사실을 공작가에 도착한 후 깨닫게 되었다.

***

공작가로 떠나는 게 결정된 후 무리가 나뉘었다. 피아는 리안교를 널리 알리겠다며 리안교를 굳게 믿는 아이들과 무리를 이뤄 마을에 남았고. 스무명 정도의 사람들은 현재 마을에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남게 된 사람이 약 20명.

‘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단 말이야?’

무리의 절반도 넘는 사람이 리안교를 믿는다는 사실에 리안은 충격을 받았다. 남은 사람들은 대다수 간부였다. 워낙 리안과 가족처럼 지냈다 보니 대부분 리안교에 감화되지 않았다.

“이번 여정도 평안하게 해주세요.”

“몬스터랑 안 마주치게 해주세요.”

“…”

물론 소수의 간부는 리안교를 믿고 있었다. 리안과 함께 하는 것도 신의 여정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라는… 소리를 떠들어대기도 했다. 리안은 이쯤부터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렇게 공작가로 향하는 여정이 다시 시작 -… 되려는데.

“어,음…?”

리안은 말 4마리가 달린 사두마차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범의 문양이 떡하니 박혀있는 새카만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타고 간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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