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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4

     

     

     

    ***

     

     

     

    삶이 얼마나 바빠질 수 있을까.

    그리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단할 수 있을까.

     

    서윤이는 최근 들어 정말 바쁘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공부가 인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의 삶은 취업 준비와 학점 관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그뿐인 삶이었다.

     

    세린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삶.

    그런데, 그것만으로 세린에겐 버거웠던 삶…….

     

     

    …….

     

     

    “하아…….”

     

    피곤함에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불현듯 창가에 시선이 갔다.

     

    밤이 깊은 시각, 형형색색 여러 불빛으로 도심은 밝게 빛났다. 그게 뭔가 새삼스러웠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 싶으면서 또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ㅡ@#$%.

     

    편집하던 영상을 잠시 멈춰가면서도 크게 기지개를 켰다.

     

    뚜둑, 뚝!

     

    “좀 쉬긴 쉬어야 할 텐데, 모르겠다.”

     

    뻐근한 몸을 풀어 가면서도 마음은 멍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바쁜데.

    그리고 고된 시간인데…….

     

    쉬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지금도 피곤에 쩔어서 영상 편집하는데, 이게 적성에 맞는 건지 그냥 일이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곧잘 언니가 떠올랐다.

     

    “지금쯤 은하 언니랑 시간 보내고 있으려나…….”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언니를 떠올리며,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언니가 연인인 은하 언니와 데이트하러 밤에 집을 나갔다는 게 대체 뭘 뜻하는지, 나도 성인인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짜 1년 전만 해도 이런 언니 모습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연인은커녕 다른 누군가와도 제대로 만나기 힘들었다. 그때 언니는 내 눈엔 정말 모든 게 불안해 보였으니까.

     

    그런데 언니는 언제부터였을까. 그 태도가 가히 180도 변했다.

     

    “우리 언니, 진짜 많이 변했지.”

     

    돌이켜보면 언니와 같이 생활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이 나는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지난 반년이란 시간은, 내 지난 인생 그 어떤 시기보다 값진 시간이었다.

     

    그건 내 개인적으로 봐도 그랬고.

    언니 관련해서 보면 더욱 많은 것들이 변한 시기.

     

    그 변화는 내겐 마치 기적 같았다.

     

    스륵.

     

    멍하니 생각하다 뺨을 꼬집자, 선명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프네…….”

     

    살며시 뺨을 놓으면서 나도 모르게 헤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고통을 느끼는 게 습관이 됐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매일같이 보내는 이 행복한 삶이 괜히 꿈만 같아서, 그래서 가끔 고통을 자각하면 마음이 더 편해지곤 했다.

     

    내가 보는 이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면서도 언니에 관한 생각이 이어졌다.

     

    언니가 지금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게, 마치 내 행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가끔 1년 전의 시간이 거짓말 같았다.

     

    언니에 대한 걱정, 내 학업에 대한 걱정, 취업에 대한 걱정…….

     

    도중엔 부모님마저 불운의 사고로 돌아가셨으니까, 진짜 하루라도 걱정하지 않았던 날이 없을 만큼 내 삶도 불안함으로 가득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린 전혀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으으…….”

     

    크게 하품하면서도 의자에 털썩 기댔다.

     

    피로에 찌든 몸은 노곤했으며, 눈꺼풀은 무겁기 가라앉으려 한다.

     

    정면에 있는 모니터엔 편집 작업이 거의 끝난 작업 프로그램이 보였다. 이제 확인만 마무리하면 린튜브에 올릴 영상은 마무리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론 아리 언니 영상 편집이 조금 남아 있다.

     

    “일에 파묻혀 사네.”

     

    또 다른 일이 남아 있는데도, 신기하게도 마음이 힘들진 않았다.

     

    적어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미래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대가 더 크니까.

     

    그래서 이렇게 바쁘고, 고된 삶인데도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언니가 좋아 보이니까.”

     

    최근에 마주했던 천류화라는 사람과도 묘한 관계가 됐다고 들었는데, 이젠 나는 언니 삶에 간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제 오직 언니만의 삶을 사니까, 나도 의식적으로 간섭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툭.

     

    그리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묘하게 일렁였다.

     

    “그래도 나, 진짜 언니 많이 좋아했었구나.”

     

    이렇게 피곤해도, 일에 파묻혀 살아도 언니가 자꾸 떠오르는 거 보면 나도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이 세상에 시스콤을 겪는 사람이 있어도, 나 같은 심각한 시스콤은 없을 거라고.

     

    사실 언니가 연애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되게 충격적이었는데, 이젠 언니가 연애하면서 행복해 보이니까, 그저 순수하게 축하하게 됐다.

     

    연애 관계가 더 복잡해져도 이제 언니가 잘 수습할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나는 하나부터 끝까지 간섭하며 언니가 괜찮을까 노심초사했을 텐데, 이제 언니에 대해 의식하면서도 나는 많이 내려놓게 된 거였다.

     

    “…….”

     

    살며시 근처에 놓인 컵을 들어 목을 축였다. 냉수가 멍한 정신을 조금 일깨워주던 차…….

     

    불현듯 두 눈이 흐려졌다.

     

    딸깍.

     

    그러다 뉴튜브 사이트를 켜, 내가 편집하는 두 채널을 켰다.

     

    하나는 우리 언니 뉴튜브.

    하나는 아리 언니 뉴튜브.

     

    두 채널의 구독자 수가 먼저 눈에 밟혔다.

     

    “린튜브가 266만…… 아리 언니는 473만…….”

     

    새삼스레 구독자 수를 다시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편집하는 영상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한 두 사람의 채널이라는 게.

     

    ‘나 진짜 운이 좋은 거구나.”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

     

    우리 언니와 아리 언니 뉴튜브 채널 편집자로 일하는 건 다시 생각해도 천운이라는 걸.

     

    그리고 조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본래라면 우리 언니가 아리 언니에게 뉴튜브 관련해서 이것저것 조언해주던 입장이었는데, 최근엔 그 관계가 역전됐다.

     

    딸깍. 딸깍.

     

    아리 언니 뉴튜브 채널의 영상을 찬찬히 확인해도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240만을 기록한다.

     

    “이게 글로벌의 힘인가, 아리 언니 먹방은 진짜 말이 안 되는데…….”

     

    아리 언니 특유의 신비로운 외모와 탄탄한 몸매 관리, 그 외에도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터무니없는 양의 먹방을 진행하는 아리 언니는 재능 그 자체였다.

     

    그 성장세도 최근 들어선 이제 국내 구독자보다 해외 구독자 수 비율이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초대 편집자인 나는 계약서를 쓸 때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아리 언니가 이렇게 괴물같이 크고 나니까, 수익이 체감됐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수익을 벌게 됐다고.

     

    우리 언니가 지금 광고나 스트리머로서 벌어들이는 후원 등의 수익을, 아리 언니는 그냥 뉴튜브 체급 하나로 그와 맞먹는 수익을 벌어들일 정도니까.

     

    그리고 이렇게 대단한 두 언니의 편집자로 일하는 나는 뭔가 가끔 현실 감각을 잊곤 했다.

     

    ……두 대형 채널의 편집자로 일하는 내가 받는 페이의 규모. 처음엔 다른 뉴튜버 편집자들도 이렇게 거액을 받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혈연, 지연 좋다는 게 뭐겠어.”

     

    툭 중얼거리면서 또다시 헤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마 내 또래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버는 것과 같아질 테니.

     

    “밥 사는 건 이제 오롯이 내 몫이 됐지만.”

     

    불쑥 채린이랑 만난 지도 꽤 오래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편집자로 일하며 삶이 바빠지다 보니, 채린이와 약속을 잡기도 힘든 경우가 많았다.

     

    어나더 월드에 소홀히 하게 된 것도, 현실이 바빠진 영향이 컸다.

     

    그래서 금전적인 만족감도 만족감이지만, 두 채널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보람 있었다.

     

    툭.

     

    살며시 턱을 괸 채 묘한 마음이 들었다.

     

    “난 배부른 고민을 하는 걸까.”

     

    현재 내 삶의 목적.

    불과 1년 전 내가 꿈꿨던 삶은, 취업이나 아니면 지금처럼 돈을 많이 버는 삶이 아니었다.

     

    그런 삶을 생각한 적이 분명 있다고 해도, 그건 그저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내 진정한 삶의 목적은…….

     

    “언니랑 행복하게 사는 거였는데.”

     

    보다 정확히는 언니와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과거처럼 서로가 스스럼없이 대하는 삶을 사는 게 내 목표였다.

     

    그런데 그게 마치 꿈처럼 쉽게 이루어졌다.

     

    그 주된 이유조차 내가 극적으로 변했다기보단, 우리 언니가 크게 변했으니까.

     

    “…….”

     

    곰곰이 생각하면서도 멍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저 행복한 삶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언니가 더 행복해지면, 나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더불어 아리 언니와도 완전히 가족처럼 지내는 지금, 언니가 야밤에 집을 나서도 나는 언니에게 과하게 집착하지도 않게 됐다.

     

    “이건 언니가 직접 보여줬으니까.”

     

    자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내게 믿음을 줄 수 있는지도 직접 말과 행동으로 큰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도 편안했다.

     

    지금처럼 두 채널을 성장하면서, 두 언니와도 지금처럼 지내도 마냥 행복할 것 같은 느낌. 행복한 미래가 손쉽게 눈앞에 그려지는 삶.

     

    툭.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잡념을 지워가며, 멈췄던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딸깍.

     

    정기적으로 울리는 타자 소리, 그리고 편집 포인트마다 주요 부분을 확인해가며 일을 끝마쳐간다.

     

    폰을 들어 다른 두 편집자 언니에게 업무 톡을 보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뭔가 신기했다.

     

    이러려고 내가 그렇게 힘들게 공부한 것도, 여러 자격증을 딴 것도, 토익을 준비한 게 아닌데…….

    내 인생의 길은 어느새 자연스레 이 길로 나아가게 됐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신기했다.

     

    다들 취업 준비, 혹은 취업하거나 알바하는 아이들이 사회생활이 어떻다고 말해오는데 나로서는 마치 딴 사람 얘기 같았다.

     

    “정말 누가 알았겠어. 내가 편집자로 일하게 될 줄은.”

     

    그리 생각하던 차.

     

    바톡!

     

    금세 바톡이 울렸다.

     

    소율 언니.

    [너무 좋은데!? 바로 업로드해도 되겠어]

     

    긍정적인 소율 언니의 답톡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고 보면 언니들이랑도 회식해보고 싶은데.”

     

    연말에도 못 했고, 신년 때도 회식한 기억이 없었다.

     

    그야 우리 언니가 너무 바빠서 그런 부분에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러면 나라도 챙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럴 때 다 같이 만나서 친목도 도모해야지.”

     

    그렇게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덧 새벽 2시가 지나있었다.

     

    그리고 언니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

     

    괜히 순간 상상하려다 바로 생각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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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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