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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7

     

     

     

    ***

     

     

     

    짠!

     

    술잔을 부딪쳐 가면서도, 소율은 힐끔 시선이 갔다.

     

    가지런한 흑발, 그러면서 흑발 사이로 작은 얼굴이 눈에 띈다. 그 안에 오밀조밀 자리한 이목구비는 반듯하기 그지없었다.

     

    ‘진짜 뭐야……?’

     

    바톡 프로필은 솔직히 적당히 손을 좀 댔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당연히 실물과는 좀 거리가 있을 거라고, 그래도 어떤 모습이든 더 좋게 반응하려고 내심 마음의 준비도 했었다.

     

    그런데.

     

    “캬…….”

     

    지금 술을 시원스레 마신 자그마한 체구의 서윤이는, 내 기대를 완전히 넘어섰다.

     

    “서윤아, 술 왜 이렇게 잘 마셔?”

     

    이미 바톡으로 말을 놓기로 했기에 편하게 말하면서도 그저 친해지고 싶었다.

     

    “저요? 자주 마시진 않지만, 대학 생활하면서 애들이랑 자주 어울려서 주량은 좀 있어요.”

     

    배시시 웃으며 답하는 그 모습이, 진짜 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진짜 미쳤어.’

     

    누가 보면 아이돌이라고 생각할 만큼 귀여운데, 나도 모르게 더 큰 호감이 갔다.

     

    “다들 편하게 주문하세요. 오늘은 제가 다 계산할 거니까.”

     

    “네, 그럴게요! 그나저나 세린 언니는 전에 봤을 때보다 어떻게 더 예뻐지시는 거예요?”

     

    이번엔 그 옆에 있는 세린 언니에게 시선이 갔다.

     

    1월엔 신년 보너스라고 거의 이전 보너스의 2배를 주니까, 내겐 이젠 세린 언니가 천사처럼 보였다.

     

    마치 신적인 존재와 다름없다고…….

     

    “에이, 소율 씨도 너무 그렇게 띄워주지 마세요.”

     

    “진심으로 예쁘니까 그런 거죠.”

     

    심지어 자기가 예쁜 걸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외모 칭찬에 대해 또 부끄러워하시는 게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신감이 붙으신 걸까.’

     

    지난주 얼굴 공개 이후, 그 다음 주인 이번 주까지 세린 언니는 캠방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세린 씨의 미모는 물이 올랐다.

     

    ……더 예뻐질 수 있을까 싶은데, 매번 더 예뻐지니까.

     

    “저 진짜 며칠 전에 콘서트에서 연예인 실물도 한 번 봤는데, 다 세린 씨보다 아래에요. 아니 비교 자체가 안 된다니까요?”

     

    “소율이 말대로 저도 놀랐어요. 같이 콘서트 가서 같이 연예인을 봤는데, 실물 보니까 환상이 조금 깨지더라고요. 그런데 세린 씨는 계속 더 예뻐지시니까 말이에요.”

     

    “……정말, 오늘따라 두 분 저 곤란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죠?”

     

    세린 언니가 은은히 우리에게 눈을 흘기는데, 나도 모르게 무심코 감탄이 새어 나왔다.

     

    ‘저런 행동도 하시는구나.’

     

    이젠 여유가 생기셔서 그런지, 자연스레 이런 칭찬을 받아넘기는데 그 모습조차 되게 아찔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세 분 다 요즘 린튜브 하면서 어때요?”

     

    “우우. 세린 언니, 회식 자리에서 일 얘기하는 거예요?”

     

    “아니, 여러분들 고충이 있나 싶어서 한번 확인하는 거죠.”

     

    은은히 답하는 세린 언니의 모습에 내 시선은 자연스레 서윤 씨에게 향했다.

     

    “우리 막내가 너무 잘해서, 최근에 저 다시 취미생활도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요. 서윤 씨가 확실히 일에 숙달되고 나니까, 여유가 생기던걸요?”

     

    “그래요? 서윤 씨가 그만큼 일을 좀 잘해요?”

     

    세린 씨가 새삼스레 서윤이를 바라보는데 보는데, 내가 더 신나서 말을 이었다.

     

    “그럼요. 지금 먹방 뉴튜브 채널에서 뉴아리 채널 아시죠? 여기 편집하셨다는데, 진짜 서윤이 재능러라니까요? 척하면 척하고 다 이해하니까, 저희가 일 가르칠 것도 크게 없었어요.”

     

    “……아하하. 두 분께서 저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저 아직 많이 부족해요.”

     

    민망해하는 서윤이를 보며 나는 말에 더 힘을 담았다.

     

    “아뇨, 좀 더 자신감 있게 말해도 돼요! 세린 언니가 되게 시원시원하신 분이라 자신을 더 어필하면 더 크게 대우해주실 분이거든요.”

     

    그만큼 서윤이는 놓쳐선 안 되는 인재였다.

    같이 일하는 태도도 그렇고, 약속이나 작업물 결과가 늦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두 채널의 편집자로 일하는 걸로 아는데, 내가 보기엔 이젠 초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두 분이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저도 서윤 씨에게 더 믿음이 가네요.”

     

    “……세린 언니도 정말.’

     

    씨익 웃는 세린 언니와 민망해하는 서윤 씨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무심코 시야 전체가 화사해지는 기분이었다.

     

    세련되면서도 화사한 미모를 뽐내는 세린 언니.

    그리고 작은 체구와 더불어 한없이 귀엽고 더 챙겨주고 싶은 서윤 씨까지.

     

    ‘진짜 우리 뉴튜브에 남자가 들어올 일은 절대 없겠구나.’

     

    이 순간 확신했다.

     

    미친 미모로 연일 화제가 되는 세린 언니도 세린 언니지만, 우리 편집자 면면을 보면 이 멤버 구성에 남자가 들어오는 순간 그 순간 큰 균열이 날 것이다.

     

    툭, 툭.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곁에 있는 하윤 언니를 건드렸다.

     

    “서윤이, 진짜 너무 귀엽지 않아요?”

     

    “으, 으응…….”

     

    뭔가 어색한 하윤 언니를 보며 그저 웃음이 났다.

     

    ‘진짜 이 언니도 낯 엄청 가린다니까.’

     

    그렇게 맛있는 음식과 술로 화기애애한 회식 자리가 이어지던 차.

     

    “저, 소율 언니랑 하윤 언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서윤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뭔데뭔데? 뭐든 편하게 말해봐, 이 언니가 다 들어줄게.”

     

    술기운에 혀가 꼬여 가면서도 나는 서윤이가 너무 좋았다. 오늘이 초면인데도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람 됨됨이도, 그리고 무엇보다 외모가 너무 귀여우니까 그냥 잘해주고 싶었다.

     

    ‘이제 내가 막내가 아니게 된 것도 있고…….’

     

    여러모로 겹쳐서 서윤이가 좋게만 보이는 거였다.

     

    “제 말 듣고 너무 놀라고 그러시면 안 돼요?”

     

    “뭘 말하려고 하기에 그렇게 뜸을 들여, 편하게 말해.”

     

    하윤 언니도 이젠 제법 서윤이를 편하게 대하던 차, 나는 불쑥 곁으로 시선이 갔다.

     

    작게 실소하는 세린 언니가 눈에 밟혔다.

     

    ‘생각하면…….’

     

    왜 우리 두 사람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까.

     

    아무리 스스럼없이 대한다고 해도 이 자리의 가장 상급자이자,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은 세린 언니인데.

     

    “저 세린 언니 동생이에요.”

     

    툭.

     

    이어진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깜박거렸다.

     

    “……어?”

     

    그리고 내 시선은 다급히 세린 언니와 서윤이로 왕복했다.

     

    아무리 술기운이 올랐어도, 내가 사람을 잘못 보거나 그럴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동생이라면…… 친동생인 거지?”

     

    “네, 세린 언니가 제 친언니예요. 이걸 먼저 말해야 나중에 말이 없을 것 같아서요.”

     

    조금 어색하다는 듯, 배시시 웃는 모습도 너무 귀여운데.

     

    난 잘 믿기지 않았다.

     

    그야 너무 다르니까.

     

    세린 언니가 지닌 저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미모, 그리고 특유의 은발은 혼혈이라는 느낌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그에 반해 서윤이는…….

     

    “…어쩐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하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작스러운 말에 하윤 언니를 바라보자, 뭔가 이해했다는 표정이 보였다.

     

    “난 처음 두 사람이 들어설 때부터 묘한 기시감이 들었거든. 뭔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전혀 다른데 두 사람이 조금 비슷하게 보였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술기운으로 붉게 상기된 얼굴로 웃는 하윤 언니는 짐작한듯한데, 난 여전히 잘 믿기지 않았다.

     

    “서윤아, 이거 막 놀라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지?”

     

    “제가 이런 걸로 왜 놀라게 해요. 그냥 세린 언니가 제 친언니라는 거 미리 말해야 편할 것 같았어요.”

     

    “아니, 그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미리 말하면 두 언니가 절 어렵게 대하실 것 같아서요.”

     

     

    막힘없이 답하는 서윤이를 보며,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건…… 진짜 조금 그런데.

     

    ‘나 조금 엄하게 대했는데.’

     

    처음 편집자 막내로 들어왔을 때, 서윤이를 보고 일부러 차갑게 대했다.

     

    너무 잘 대해주면 막 풀어져서 대충할까 봐, 초반은 냉랭하게 대한 거였다. 그중엔 조금 세게 한 말도 더러 있고…… 내가 생각해도 까칠했었다.

     

    “소율 언니,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요. 저 진짜 좋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밝히는 거예요.”

     

    “으, 으응…….”

     

    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술이 좀 깨는 듯했다.

     

    ‘아니…….’

     

    이러면 막내가 막내가 아니잖아.

     

    물론 서윤이가 성격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경우가 좀 달랐다.

     

    힐끔.

     

    조심스레 세린 씨를 바라보자, 살며시 턱을 괸 채 우릴 재밌다는 듯 바라보는데 진짜 악질이었다.

     

    “세린 언니도……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 서윤 씨라면서요.”

     

    차오른 민망함에 내가 괜히 말하자, 픽 웃음을 터트렸다.

     

    “서윤이가 먼저 밝힐 때까진 저도 조심스러웠어요. 속이려고 했다기보단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으니까요. 아무튼, 저도 막 제 동생이라고 다 감싸고 그럴 생각은 없어요. 여태까지처럼 서윤이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 그럴게요.”

     

    답하면서, 난 절대 그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최근 반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거지만, 난 린튜브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세린 언니에겐 조금 살갑게 굴더라도 난 절대 실수할 생각이 없었다.

     

    더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뿐.

     

    그런데…… 그런 세린 언니가 친언니라면 서윤이를 절대 이전처럼 대할 수 없는 거였다.

     

    “전 서윤 씨 되게 좋은 사람 같았는데…… 세린 씨 동생분이라니까, 저는 더 좋게 보이는걸요.”

     

    그 와중에 하윤 언니가 치고 나가자 멈칫했다.

     

    “그래요? 그럼 저야 좋죠.”

     

    “……에이, 언니들도 너무 절 어려워하지 마세요. 전 예전처럼 대해주시는 게 좋은걸요.”

     

    두 사람이 좋게 반응하자, 이유 모를 위기감이 느껴졌다.

     

    “그, 서윤아. 힘든 거 있으면 편히 말해. 나도 더 도와줄 수 있으니까.”

     

    “힘든 건 없어요. 요즘 일하면서 더 재미 붙이기도 했고… 더 편하게 대해주세요.”

     

    세상 착한 미소를 짓는데, 나는 서윤이가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저 귀여운 얼굴로…….’

     

    우릴 두 달이나 속였단 말이야?

     

    아니, 분명 지금도 너무 귀엽긴 한데. 갑자기 소악마처럼 보인다고 할까…….

     

    쪼르륵.

     

    “언니들 제가 잔 채워드릴게요.”

     

    그러다 서윤이가 살며시 술을 따라주는데, 나도 모르게 잔을 받으면서 두 손으로 받게 됐다.

     

    “응……고, 고마워.”

     

    “에이, 소율 언니. 너무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저 소율 언니랑 더 친해지고 싶은데.”

     

    “아, 그럼 나야 좋지…….”

     

    답하면서도 마음은 묘하게 일렁였다.

     

    ‘설마 세린 언니에게 말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초반에 차갑게 대했다곤 해도 나도 분명 선을 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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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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