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

       많이 화가 난 나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눈알을 굴려대던 아이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건….”

       

       “그게. 아이들이 좀 날뛰어서….”

       

       “해츨링이 죽은 시점에서 아이들의 폭주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죄송해요. 어머니.”

       

       “앗! 에레보스! 치사해!!!”

       

       “저랑 사가르는 중립이었지만요. 아이들이 멋대로 싸움에 뛰어드는건 완전히 막지 못했어요.”

       

       “응. 이그드라실과 같아.”

       

       “하지만 다들 블랙드래곤들의 영역 침범은 한번씩 겪었는걸요? 이건 에레보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영역 침범이 문제인가, 아니면 해츨링을 죽인 것이 문제인가.

       

       물론 둘 다 문제가 크지. 크고 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벌려도 된다는건 아니다만.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한숨과 함께 튀어나온 불꽃이 아이들이 서 있는 곳의 바로 앞을 불태웠다.

       

       

       “그래서, 이 책임은 누가 질 셈이더냐?”

       

       “저, 그게….”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느낌이었다.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냥 분노를 모면하려 하는 것일까.

       

       어느쪽이든, 이 아이들을 혼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

       

       

       “영역을 침범한 것은 블랙드래곤 아이들의 잘못이긴 하나, 이는 용서하고 영역을 되돌릴 수 있는 잘못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츨링을 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침착하게 말하는 에레보스. 확실히 그 말은 옳지만, 자신의 잘못을 모면하려는 느낌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작은 잘못은 큰 잘못 뒤에 숨겨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에레보스의 말에 다른 아이들은 별다른 변명을 하지 못했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답이 결정되어 있으리라.

       

       그렇기에.

       

       

       “슬프구나….”

       

       

       전쟁을 벌인 드래곤들도,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일곱 아이들도, 동면하느라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잠들어 있었던 나도.

       

       그저 모든 것이 슬프고 한탄스러울 따름이었으니.

       

       

       “해츨링이 죽음 당한 것이 언제쯤이지?”

       

       “그게…. 한달 정도 지났습니다.”

       

       

       내 질문에 에레보스는 망설이며 답했다.

       

       한달이라….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구나.

       

       나는 시간을 되감는 회중시계를 꺼냈다.

       

       

       “이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면, 전쟁이 사라지겠느냐?”

       

       “네? 없었던 일로 만들다니요?”

       

       “어머니…?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만…?”

       

       

       나는 회중시계의 버튼을 누른 후, 시침을 빠르게 뒤로 되감았다.

       

       한바퀴에 12시간. 2바퀴에 하루. 그렇게 감고 감고 또 감은 끝에 한달 정도 이전의 시간이 회중시계에 표시된다.

       

       

       “이  세계를 잘못을 저지르기 이전으로 되돌리마. 그러면 괜찮겠지?”

       

       “네? 어머니?!”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았다.

       

       

       [과거 시점의 동의를 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점이 동의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시겠습니까? Y / N]

       

       

       혼자 테스트를 해봤을 때와는 달리, 다른 아이들과 드래곤들도 있는 세계를 되감는 일이지만….

       

       이런 지긋지긋한 전쟁을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세계가 되감기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나는 긴 동면으로 인해 잘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억지로 움직였다.

       

       온 몸이 뻐근하다 못해 뻣뻣한 상태였지만, 가만히 있어선 안되니까.

       

       내가 무엇때문에 시간을 되감았겠는가. 잘못을 저지르기 이전에 막기 위해가 아니었는가.

       

       

       “후우….”

       

       

       나는 딱딱하게 굳은 몸을 풀어내며 아이들을 소환했다.

       

       

       [에레보스. 샤마쉬. 이프리트. 테티스. 실피드. 사가르마타. 이그드라실. 내 앞에 나타나라.]

       

       

       그러자 내가 잠들어 있는 동굴에 아이들의 모습이 갑자기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소환. 이런 일을 겪은 경험이 없기에 아이들 모두가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어머니?!”

       

       “엄마?! 잠들어 계셨던 것 아닌가요?”

       

       “그러게나 말이다. 편히 잠들어 있을 수가 없구나.”

       

       

       나는 뻐근한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말했다.

       

       전쟁을 예방해야하니까, 몸이 뻣뻣하다는 것을 핑계로 삼을 순 없으니.

       

       

       “너희들에게 하나의 규칙을 정해주려 한다.”

       

       “네? 갑자기 규칙이요?”

       

       “난데없이 부르시더니, 갑자기 규칙이라니…. 어머니, 평소와 달리 어딘가 이상한 느낌입니다만….”

       

       “사정이 있느니라. 사정이.”

       

       

       미래를 보고 시간을 되감았다고 말할 순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시간을 되감기 전의 기억은 없어진 모양이구나.

       

       뭐, 상관없나.

       

       

       “원래라면 예전에 정해뒀어야 할 규칙이지만…. 더 늦기 전에,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너희들에게 말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큰 문제라니….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다름 아닌 해츨링에 대한 규칙이란다.”

       

       

       내 말에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츨링 말입니까?”

       

       “갑자기 해츨링은 왜 그러시나요? 엄마?”

       

       

       이 아이들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

       

       그러니 조금 무리해서라도 규칙을 정해두는 수 밖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는가.

       

       

       “내 마법으로 드래곤들이 변한 이후, 새롭게 알을 낳고 해츨링을 키우는 일이 줄어들지 않았느냐.”

       

       

       내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급격하게 줄어든 출산율을 체감하고 있을테니.

       

       그러니.

       

       

       “이런 해츨링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누군가가 해츨링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목숨을 빼앗은 경우, 비늘 색에 상관 없이 모든 드래곤들이 힘을 모아 그 범인을 멸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도록 하마.”

       

       

       이정도로 강하게 말해둬야만, 앞으로 해츨링을 죽이거나 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겠지.

       

       

       “누가 해츨링에게 해를 입힌단 말입니까?”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을 안하겠죠.”

       

       

       글쎄, 어떨까?

       

       제정신이라면 시간을 되감기 전에 해츨링을 죽이고 전쟁을 벌였겠는가.

       

       그동안 드래곤들 사이에 쌓인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길래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아무튼, 다른 아이들에게도 널리 알려두거라. 해츨링에게 해를 입히면 누구든지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설령 그것이 다른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전쟁의 빌미가 될 여지는 남겨두지 않으리라.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어찌하여 그런 싸움을 벌였단 말이냐….”

       

       

       블랙드래곤과 레드드래곤 사이에서 벌어진 국지적인 싸움. 그 결과 블랙드래곤 둘과 레드드래곤 하나가 목숨을 잃고, 상당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

       

       나는 그 싸움을 벌인 범인들을 붙잡아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시꺼먼 놈들이 꼴받게 하잖습니까!”

       

       “시뻘갱이들이 싸움을 거는데 어찌 피하겠나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공격에는 공격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빼애액 소리질러대는 빨간 놈들과 까만 놈들. 서로 자기가 옳다느니, 자기가 잘났다느니. 소리만 질러대고 짜증만 부려대니 속에서 천불이 솟아오르는 느낌이구나.

       

       

       “그렇다고 이렇게 싸움을 벌이다니….”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츨링을 죽였을때에는 규칙이니 뭐니 꼬투리를 잡고 짓누를 수 있었지만, 이런 크고작은 다툼을 멈추기는 쉽지 않구나.

       

       아니, 저 아이들에게 해츨링은 그저 전쟁을 위한 구실일 뿐.

       

       해츨링을 죽이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우고서 크고 작은 싸움을 벌여대는 드래곤들이 원망스러울 지경까지 되어갔다.

       

       나라는 억제력이 있음에도, 드래곤들은 나의 경고를 살짝살짝 피해가며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다툼을 키우다니.

       

       내가 아무리 싸움을 멈춰도,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불꽃을 피우는 영악한 드래곤들.

       

       후우….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운석 떨궈서 드래곤이고 뭐고 죄다 치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적어도 이 땅에 생명을 뿌린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무책임한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모든 드래곤들을 굴복시키고 수많은 제약 속에서 압제를 펼쳐야 하는걸까?

       

       

       [미래 시점이 시간을 되돌리려 합니다.

       미래 시점과 동기화 하시겠습니까? Y / N]

       

       

       엣. 이건 또 뭐야.

       

       설마,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리면 이런게 뜨는건가?

       

       잠깐, 또 시간을 되돌린다고? 이 시점에서??

       

       나는 손가락으로 Y를 조심스럽게 눌렀고.

       

       

       [무엇이 창세신룡인가! 오히려 세상을 파멸시키는 용이 아닌가!]

       

       [말도 안돼…. 모든 드래곤이 힘을 합쳤는데도 이길 수 없단 말인가…!]

       

       [어머니….]

       

       [슬프구나. 너무나도 슬프구나….]

       

       

       미래의 기억이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다.

       

       오만하고 교만한 드래곤들을 억지로나마 제어하려 했던 나의 기억의 끝에는, 생물이 살아남지 못한 폐허만이 있을 뿐이었다.

       

       일곱 아이들도 비늘을 빼앗겨 자연현상으로 되돌아갔으며, 저항하려 했던 드래곤들 모두가 절망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비참한 미래.

       

       공룡도, 리자드맨도, 자그마한 포유류들도, 모두 사라져 황폐해진 대지 위에서 압제를 결심했던 나는 눈물을 흘렸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간을 돌렸으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르링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 후원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나이다…! 어흒 마이깟…

    덕분에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쓰면 15편…! 플러스 신청 가능…!! 신작 챌린지 지속 가능…!!

    이제 드래곤들의 해츨링을 건드리면 드래곤들이 많이 빡치게 되었습니다.

    출산율이 줄어든 시점에서 거의 확정된 규칙이지만 말이죠.

    성인이 된 드래곤에게는 얄짤없지만요.

    생물에서 80%정도 벗어난 드래곤들은 굉장히 오만해졌습니다.

    다른 비늘색의 드래곤들도 얕보고 무시할 정도로요.

    그런 드래곤의 숫자가 수천이고,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뭐, 전쟁은 필연이겠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전쟁! 결코 전쟁!

    오죽하면 창세신룡이라 불리우는 주인공이 싸움을 말리면 ‘님이 뭔데 간섭함?!’ 하고 반항할 정도로.

    시간을 되돌려버린 탓에 빡친 주인공의 무서움을 모르게 된 것도 있겠지만요.

    오만하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빼애액거리고 난장판만 부려대는 생물…

    차, 참ㅍ…읍읍!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현재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지만!!

    광고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