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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14화. 용사 임명식 ( 1 )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국가. 키비타스 성도. 큰 도시 정도의 크기인 키비타스는 대륙의 영적 심장이요, 수도였다.

       

       항상 신의 위대함을 노래하며 엄숙함을 미덕으로 삼던 키비타스는 최근 축제 분위기를 띄며 떠들석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주전자처럼 끓어오르는 분위기의 중심에는 만신전이 있었다.

       

       

       토도도도

       

       “같이, 같이 가요!”

       

       

       짧은 걸음을 열심히 재촉하며, 핑크색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루엘 사제는 파견을 갔다가, 용사가 되어 돌아와버린 자기 친우를 맞이하러 가고 있었다.

       

       

       “루엘 사제! 얼른 가요! 벌써 거의 다 왔대요!”

       “하악, 하윽. 잠,잠시만요…”

       

       

       발을 동동 구르며 루엘을 재촉하는 사제들. 루엘은 최선을 다해 뛰고 있지만, 짧은 다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에잇! 미안해요, 루엘 사제!”

       “꺄악!”

       

       

       뒤뚱거리며 쫓아오는 루엘이 답답했는지, 여사제 중 한 명이 그녀의 겨드랑이 밑에 팔을 넣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가볍게 들려서 덜렁거리는 루엘.

       

       루엘은 그렇게 어미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물린 아기 고양이처럼 덜렁거리며 운반 당했다.

       

       

       “으,아,아아. 어지,러워,요오오.”

       “조금만 참아요! 거의 다 왔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린 사제들은 키비타스를 가로지르는 거리에 도착했다. 거리는 이미 용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행이다! 아직 안 늦었나 봐요!”

       “헥,흐엑, 흐욱. 저,저 좀…내려,줘요….”

       “앗! 미안 해요!”

       

       

       멀미를 호소하는 루엘은 안색이 푸르죽했다. 무릎을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하는 루엘의 등을 두들겨 주는 여사제.

       

       그때, 저 멀리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와아아아!”

       “용사님, 만세! 위대한 다섯 신, 만세!”

       “케니스님! 케니스 용사님!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신의 흔적을 찾아나선 파견대의 귀환. 지상을 굽어살피는 신을 만나고, 그 신에게 선택받은 용사와 함께 돌아온 파견대는 그 어느 때보다 늠름하게 복귀했다.

       

       

       “”와아아아아ㅡㅡ!!””

       

       

       열광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파견대가 위풍당당하게 행진했다. 하늘에 수놓아진 꽃과 색색의 종이들. 은색 갑옷이 햇빛에 번쩍거리며 빛났고, 그 발걸음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절도있게 내디뎠다.

       

       

       척ㅡ

       

       척ㅡ

       

       

       한 몸처럼 전진하는 파견대의 선두에는, 용사 케니스가 있었다.

       

       한 손에는 신이 내린 성검을 들고, 절도 있는 걸음거리로 그 행진을 이끌었다.

       

       

       “정말 케니스가 용사가 됐네요…”

       

       

       옆에 있는 여사제의 어깨에 올라탄 루엘은 케니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자기 친구가 용사가 돼서 돌아오다니. 

       

       루엘은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만신전으로 향하는 케니스와 파견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금의환향이라고 해 줘야하는 걸까요?’

       

       

       

       –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만신전에 도착한 케니스는 곧바로 데모닉을 따라 대회의실로 향했다. 

       

       

       “후우ㅡ”

       

       

       작게 숨을 내쉬는 케니스. 손등을 얼굴에 대보니 얼굴이 후끈거린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열광하다니!

       

       

       “아직도 그렇게나 좋나?”

       “아, 데모닉 팔라딘님.”

       

       

       케니스를 이끌던 데모닉이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그렇습니다.”

       “훗, 그렇군. 뭐 얼어 있는 것보다는 보기 좋으니 상관없다.”

       

       다만ㅡ

       

       “케니스, 이제 너에게는 저 많은 사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겼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신에게 선택받은 용사는 인간의 검과 방패가 돼야하니.”

       

       

       꿀꺽

       

       

       단단한 데모닉의 눈빛에 케니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예, 알겠습니다!”

       

       

       바짝 긴장한 케니스를 본 데모닉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들겼다.

       

       

       “그렇게 긴장하란 말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내 말은 용사의 의무를 잊지 말라는 소리였다.”

       “용사의 의무…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됐다.”

       

       

       둘의 대화는 문 앞에서 멈췄다. 잠시 복장을 정리한 데모닉이 짧게 두 번 노크했다.

       

       

       똑!똑!

       

       “팔라딘 데모닉입니다. 용사 케니스와 함께 왔습니다.”

       

       그으으ㅡ

       

       

       거대한 문이 바닥을 스치며 열린다. 그 내부에 자리한 13명의 대사제들. 동그란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대사제들은 데모닉과 케니스를 반겼다.

       

       

       “오오! 팔라딘 데모닉! 그리고 용사 케니스! 어서 들어오게.”

       “예, 그럼.”

       

       

       익숙하게 들어가는 데모닉과 쭈뼛거리면서 사방을 곁눈질하는 케니스. 수습 성기사 시절에는 감히 눈도 못 마주쳤을 대사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숨이 턱 막히는 듯하다.

       

       

       “용사 케니스?”

       “아,옙!”

       “실례가 안 된다면, 그 검을 한번 보여 줄 수 있겠나?”

       

       

       정중하게 부탁하지만 이글거리는 눈빛의 대사제들. 무언의 압박을 느낀 케니스는 한 손으로 검을 치켜들고,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후우웅ㅡ!

       

       

       “오오, 저것이 바로 신검…”

       “저 영롱한 자태를 보시오. 오오, 신이시여!”

       “전능한 다섯 신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보우하소서…”

       “아아! 저런 말도 안 되는 신성력이라니.”

       

       

       케니스의 들어 올린 검을 보자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대회의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한평생을 신앙에 바친 이들이고, 신께서 지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다녔다.

       

       지금, 눈앞에서 새로운 신이 지상에 임하신 증거를 보고 있는 것이니,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다들 진정하시지요.”

       

       

       어쩔 줄 몰라 하는 케니스 대신, 데모닉이 나서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오오, 그래. 잠시 추태를 보였구먼…”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진정한 대사제들. 누군가 말을 꺼냈다.

       

       

       “다들 케니스 수습 성기사가 신께서 선택한 용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음…”

       

       

       대사제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느낄 수 있는 검의 막대한 신성력. 저렇게 신성력을 뿜어내는 검이 신검이 아니고서야 뭐가 신검이란 말인가?

       

       케니스의 용사 임명식에 관한 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데모닉과 케니스가 당황할 정도의 속도로 진행된 회의.

       

       

       “그럼 다음 안 건으로 넘어가지요. 다음은, 유스텔라의 성지화에 대한 안 건입니다.”

       

       쾅ㅡ!

       

       “당연히 성지로 선언해야지요! 지금도 무치한 모험가들이 신의 무기를 가져가고 있을 거 아닙니까! 의무도, 품위도 모르는 그 돈 귀신들이!! 한시라도 빨리! 유스텔라를 성지로 선언해야 합니다!”

       

       

       머리가 벗겨진 대사제가 격렬하게 주장했다. 몇 명의 대사제가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유스텔라는 큰 도시입니다. 영주가 가만히 있을까요? 영주는 우리가 도시를 삼키려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에 반박하는 삐쩍 마른 대사제. 다시금 몇 명의 대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는 불이 붙으며 격렬하게 논쟁이 오고 갔고, 데모닉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케니스와 함께 조용히 빠져나갔다.

       

       

       “휴우…”

       

       

       방을 나서자마자 케니스는 식은땀으로 가득한 이마를 닦았다. 만신전의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이라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

       

       

       데모닉은 연신 땀을 닦는 케니스를 보며 웃었다.

       

       

       “하하. 그렇게나 긴장했나?”

       “예…”

       

       

       케니스는 힘없이 대답했다. 데모닉이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고생했다. 당분간 부를 일 없을 테니 푹 쉬어라.”

       “예, 알겠습니다…”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는 케니스.

       

       

       

       데모닉은 그 뒷모습이 문득 낯익은 여인과 겹쳐 보였다. 적과 싸울 때는 한없이 당당했고, 물러섬이 없었지만. 높은 사람과 대화하면 유독 지친 모습을 보였던 여인.

       

       

       “흠”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낸다. 

       

       

       “나도 늙었군.”

       

       

       데모닉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

       

       

       

       

       “케니스으으으!”

       

       

       쾅ㅡ!

       

       

       숙소에서 조용히 쉬고 있던 케니스는 루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화들짝 놀랐다.

       

       

       “루엘?!”

       “케니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용사라뇨!”

       “자,잠깐만! 진정해!”

       “아뇨! 진정 못 해요! 기다렸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토다다닥!

       

       

       케니스에게 쏟아지는 루엘의 무자비한 마구 때리기! 케니스의 명치쯤에 오는 루엘이 케니스의 배를 마구 토닥거렸다.

       

       

       “헥,헤엑…”

       “루엘, 좀 진정이 됐어?”

       “흥, 됐어요. 앞으로 케니스하고 말 안 할래요!”

       

       

       픽 돌아서버리는 루엘. 케니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엘을 폭 안았다.

       

       

       “미안해, 루엘. 내가 오늘 일이 좀 많아서 피곤했거든. 좀 이따가 루엘 만나러 가려고 했지.”

       “…정말요?”

       

       

       루엘이 힐끔 고개를 돌려서 케니스를 올려다본다. 

       

       

       “그럼~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엘을 잊겠어? 당연히 만나러 가려고 했지.”

       

       ‘사실은 깜빡했어, 미안해 루엘!’

       

       

       마음속으로 전달하는 케니스의 사과. 케니스는 품에 안긴 루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이따가 목욕시간에 루엘 찾아가서 같이 씻자고 하려고 했는데, 미리 찾아가서 말한다는 걸 깜빡했어. 미안 해 루엘, 응?”

       “…알겠어요. 이번만 봐주는 거니까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엘이 케니스의 품에 파고들었다.

       

       

       “응?”

       

       

       문질문질ㅡ

       

       

       케니스의 배에 마구 얼굴을 문지르는 루엘. 

       

       

       “아하하! 간지러워, 루엘!”

       “이건 벌이예요!”

       “아하,아하하하!”

       

       

       지은 죄가 있어 억지로 루엘을 떼어낼 수 없었던 케니스는 목욕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까지, 루엘에게 간지럼을 당해야 했다.

       

       

       “흐으…하아…이제 씻으러 가자, 루엘.”

       “네! 얼른 가죠!”

       

       

       두 사람은 나란히 대화하며 대목욕탕으로 향했다. 

       

       

       재잘재잘

       

       

       주로 루엘이 케니스에게 떠들고, 케니스는 적당히 대답해주는 형식이였다.

       

       

       촤아아악ㅡ

       

       

       김이 펄펄 올라오는 거대한 목욕탕. 케니스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아저씨 같은 소리를 냈다. 그녀를 따라 조심스레 들어온 루엘이 눈을 가느랗게 떴다.

       

       

       “허으ㅡ 좋다.”

       “케니스, 방금 아저씨 같았어요.”

       “뭐?”

       “그보다 케니스. 그 얘기 좀 해 줘요. 어쩌다가 용사로 임명된거예요? 정말로 새로운 신께서 오셨어요?”

       

       

       루엘이 눈을 반짝이며 그녀에게 몸을 바싹 붙였다. 케니스는 가볍게 웃으며 루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던전에서 탐색하다가 어쩌다보니까 리치를 만났는데…”

       “예?! 리치요? 큰일이잖아요! 많이 다친 거 아니예요?”

       

       

       화들짝 놀라서 케니스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는 루엘. 케니스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괜찮아. 지금은 멀쩡해. 하여튼, 리치를 만나서 좀 다쳤는데…”

       

       

       케니스는 천장으로 올라가는 김을 바라보며 잠시 초첨이 흐려졌다.

       

       

       “…그때 좀 다쳐서 정신을 잃었는데. 꿈에서 거대한 빛을 봤어. 그리고 나에게 사명을 내려주셨지. 검과 함께 말이야.”

       “그렇군요…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예요!”

       “그러게,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지.”

       

       

       케니스는 눈을 반짝이는 루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사실 그녀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 자신이 용사가 될 만한 그릇인지. 왜 신께서 그녀를 선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왜 나였을까?’

       

       

       떠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케니스는 욕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촤악ㅡ

       

       

       물에 젖어 빛나는 새하얀 나신. 봉긋한 가슴과 허리를 타고 물이 흐르다가, 골반쪽에서 뚝뚝 떨어진다. 그 몸을 루엘이 동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우와…”

       “음? 뭐 해 루엘? 얼른 나가자.”

       “아,네!”

       

       

       케니스와 루엘은 목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향했다.

       

       

       “잘 자요, 케니스! 내꿈 꿔요!”

       “그래 잘자 루엘. 너도 내꿈 꿔.”

       

       

       그 후, 케니스는 한동안 만신전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북부로 가야 한다는 걸 잊을 만큼 잔잔한 일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 용사 임명식의 아침이 밝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씁, 뭘까요…앞에 행진 장면이랑 대사제들 회의 장면은 쓰면서 마음에 안 들어서 엄청 갈아엎었는데, 루엘과의 목욕장면은 그야말로 술술 써내려갔습니다.

    음습한 욕망이 창작의 재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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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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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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