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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콜라를 처음 마신 딸아이의 반응은 신기했다.

       

        “인간들은 정말로 이런 것을 먹는다고요?”

       

        “…….”

       

        얼굴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면 믿어지는가?

       

        – 헐?

        – 이건 예상 못 했는데…….

        – ㄹㅇㅋㅋ?

        – 콜라를 싫어한다고?

        – 맙소사

       

        나도 놀랄 정도인데, 시청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콜라를 싫어하는 기색인 딸아이의 모습에 채팅창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러느냐? 맛이 이상하니?”

       

        “한 가지 맛이 너무 과하네요. 전 그다지 좋아할 수 없겠어요.”

       

        인상을 쓰며 피자를 한입 무는 헤니시아.

        탄산의 느낌에 거부 반응을 느꼈을 줄 알았는데, 맛이라니? 맛이 너무 과하다고?

        딸아이의 반응에 나 역시 콜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보았다.

       

        쏴아아아아……!

       

        탄산 특유의 알싸한 감각. 이 톡톡 튀는 느낌은 탄산만의 특징이다. 처음 탄산을 먹는 이는 이 느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드래곤으로서 느끼기엔…… 사실 그다지 낯선 느낌도 아니었다. 독이 있는 먹이 중에서는 탄산과 비슷한 감각을 주는 독을 가진 녀석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콜라 장어라고 이름 붙인 맹독 장어가 있었지. 새삼 침이 고이네.

       

        문제는 콜라에 포함된 단맛.

        콜라에 섞인 미미한 쓴맛이나 짠맛을 과하게 넘어서는 단맛에 내 미간이 찌푸려진다.

       

        ‘콜라가 이렇게나 단 음식이었던가…….’

       

        이미 흐릿해진 기억이지만, 인간이었던 전생에서 먹었던 콜라는 무척 맛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전생한 이후로 콜라의 맛이 바뀐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하지만 콜라는 전생에서도 잘 팔린 음료고, 조사해 보니 지금도 잘 팔리는 음료다.

        여러 가지 맛의 바리에이션을 출시한다면 모를까, 굳이 잘 팔리고 있는 오리지널의 맛을 변형시키는 자충수를 둘 이유는 없을 터.

       

        탁!

       

        “음……. 확실히 단맛이 너무 과하구나.”

       

        결국 콜라 한 컵을 다 마시지도 못한 채 컵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해 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콜라 마시기였는데…… 아름다웠던 추억의 현실을 직시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실망인데…….

       

        – 믿었던 라나님마저…….

        – 콜라는 또 왜…….

        – ㅠㅠ

        –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 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

        – 믿었는데! 믿었는데!!

        – ㅜㅜㅜㅜㅜㅜㅜ

       

        시청자들도 슬픈 듯 채팅을 쳐 댔다.

        ……물론 댓글만 그렇고, 보이는 감정들은 하나같이 재미있다는 반응들이었지만 말이다.

        표리부동한 것은 인간종의 특징인가? 어느 차원을 가든 지성체들은 전부 표리부동 능력은 갖추고 있단 말이지…….

       

        ‘오히려 드래곤들이 더 순수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한 내 딸아이를 바라보다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영문을 모르다가 좋다고 내 쓰다듬을 받는 딸아이.

       

        어쨌든 치즈피자를 다 먹었으니, 다음은 페퍼로니 피자의 차례다.

       

        “콜라는 치워두겠다. 대부분의 드래곤들에겐 그다지 좋아할 만한 맛은 아니구나.”

       

        – 콜라의 어떤 점이 싫으셨나요?

       

        “단맛이 너무 과하다. 이 음료의 다른 맛들을 전부 묻어버릴 정도로 단맛이 너무 과하구나.”

       

        도대체 설탕을 얼마나 사용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단맛이 엄청났다.

        드래곤들이 좋아하는 맛은 여러 가지 맛들이 혼합되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이렇게 한 가지 맛이 다른 맛들을 묻어 버리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흠. 도화야.”

       

        “네. 주인님.”

       

        아직 방송실을 나가지 않았던 도화가 내 부름에 답한다.

        자예의 권속이자, 내 담당 시녀의 역할을 하는 도화가, 그쪽 차원에서 ‘차토카’라 불리는 의상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인다.

       

        “내 창고에 가서 마실 것을 가져오거라.”

       

        “알겠사옵니다.”

       

        내 명령에 재빠르게 창고에서 음료를 가져온 도화.

        새하얀 백자로 이루어진 병을, 좀 전과 마찬가지로 미스릴 비단으로 감싼 받침대에 올려놓은 도화가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받으시옵소서.”

       

        “그래.”

       

        병을 집어 뚜껑을 연다.

        고무와 비슷한 재질의 뚜껑을 열자, 은은한 과실 향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맡아본 냄새인데…… 내가 이걸 어디서 맡아봤더라?

       

        “이것이 무엇이냐.”

       

        “환상도화목의 꽃으로 빚은 술이 옵니다.”

       

        “환상도화목? 내가 이것을 어디서 얻었지?”

       

        “주인님께서 붉은 왕국을 단죄하신 후, 인간들이 사죄를 표해 바쳤던 진상품 중 하나이옵니다.”

       

        ……아! 기억났다.

        1,234번째로 방문했던 차원이었던가? 1,432번째 차원이었던가?

        순서는 조금 헷갈리지만, 아무튼 무협 판타지에 스팀펑크가 혼합된 것 같은 기묘한 차원이었다.

        그때 거기서 얻었던 술이 이것이었구나…….

       

        – 왜 라나님만 드셔요!

        – 와! 나도 먹고 싶다!

        – 술? 이세계 술?!

        – 부럽다!

        – 그런데 이세계가 진짜 있는 건가?

        – 볼 때마다 레전드 경신이네 진짴ㅋㅋ

        – 왜 혼자만 알아요! 저희도 좀 알려주세요!

        – ㄹㅇㅋㅋ

       

        아차. 시청자들을 너무 홀로 두고 있었구나.

        나는 손짓해 도화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 후 새로운 철 잔을 만들고, 그 안에 환상도화목의 꽃으로 빚은 술을 따라 딸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술을 마셔본 딸아이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평범하네요.”

       

        “그렇구나.”

       

        내 반응도 다를 것은 없었다.

        뭐…… 그쪽 차원의 인간들에겐 제법 진귀한 술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드래곤들은 인간과는 가치관이나 감성이 많이 다르다.

        이미 드래곤이 다 되어 버린 나에게도, 이 술은 딱히 엄청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맛있나요?

        – 츄릅!

       

        “글쎄다……. 인간들이라면 모를까, 드래곤인 우리 입맛에는 평범해 보이는구나.”

       

        그냥 알코올 조금 섞인 물맛? 거기에 과실즙 조금 섞고?

        차라리 그 뭐였더라…… 아! 칵테일!

        칵테일이라면 드래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렇게 맛과 향이 은은한 종류는 드래곤에게는 그냥 평범한 음식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술 종류는 그냥 하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그래. 이 술을 마셔보고 싶다면, 너희에게 나누어 줄까?”

       

        생각해 보니 딱히 하인들에게 나누어 줄 필요도 없었다. 내 하인들은 이런 인간들의 음식보다는, 내 영역에서 나오는 음식을 더 선호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나와 딸아이가 마시고 있는 이계의 술을 애타게 바라보는 인간들이 무려 오만 명이나 존재하고 있었다.

       

        – 헉?!

        – 왔다!

        – 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

        – !손

        – 제발 저!

       

        나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폭발하듯 올라가는 채팅창.

        나는 딸아이와 함께 피자를 먹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원하는 이들이 많으니 기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가지고 있는 수량은 그다지 많지 않구나.”

       

        – 헉?!

        – 꼭 맛보고 싶습니다!

        – 제발 한 입만……!

       

        “오천 병 정도밖에 없구나.”

       

        – ?

        – ?

        – 그게 적다고?

        – 미친

        – 그들은 드래곤입니다.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다르죠.

        –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뽑기 기능을 사용해 보겠노라.”

       

        약 오만 명 중에서 술을 가져가는 이들은 오천 명 정도.

        10명 중 한 명만이 술을 가져간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신청자를 받겠노라.”

       

        – !손

        – !손

        – !손

        – 뽑히고 싶다!

        – ㄹㅇㅋㅋ

        – !손

       

        수많은 이들이 신청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새로운 피자를 꺼내 들었다.

       

        “어머! 이것은 위에 무언가가 많이 올라가 있네요?”

       

        “그렇구나.”

       

        피자에 맛이 들였는지 즐겁게 웃는 딸아이.

        즐거워하는 딸의 모습에 나 역시 미소가 흘러나왔다.

       

        나도 알을 가져 본 적이 있어서 잘 안다.

        난생을 하는 동물들은 다 그렇지만, 만약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에 몸속의 알이 깨질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드래곤도 다르지 않다. 아니, 드래곤의 경우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애초에 드래곤이 어떤 생물인가? 어지간한 오러는 비늘로 때울 수 있고, 어지간한 충격도 뼈와 근육으로 흡수할 수 있는 생물이지 않던가?

        그렇다 보니 드래곤은 어지간한 충격은 그냥 몸으로 받아 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알을 품고 있는 드래곤이 그랬다가는 몸속의 알이 깨져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임신한 드래곤은 성격이 더욱 난폭해진다.

        원래 난폭했던 드래곤은 더더욱 난폭해지고, 성격이 좋았던 드래곤도 난폭해지고…… 아무튼 주변의 모든 것에 난폭해지는 시기랄까?

       

        “알을 품고 있어서 힘들지?”

       

        “괜찮아요. 어머니가 옆에 계신걸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좋다고 나에게 매달려온다.

        하아……. 이러니 내 자식들이 싫어지려야 싫어질 수가 없다.

        가끔은 사고도 치지만, 그래도 나에게 우호적인 가족이 있으니 참으로 든든해진달까?

       

        본래 드래곤에겐 무리의 개념만 있지, 가족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나마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나와 드래곤들 중 괴짜였던 남편 덕분에 이렇게 가족이라는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 알?

        – 임신?

        – 아니…… 모녀가 전부 유부녀라고?

        – 눈나. 유부녀였어?!

        – 헐?

       

        한창 뽑기 신청으로 활발하던 채팅창이 다른 의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말 안 했던가?

       

        “그래. 내 딸아이는 지금 알을 품고 있단다.”

       

        – 안녕…… 내 청춘아…….

        – 맙소사.

        – 이루어질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 ㅠㅠㅠㅠㅠ

        – 이 미친놈들앜ㅋㅋㅋ

        – 이상성욕 멈춰!

        – ㅜㅜㅜ

       

        방금 전까지 표리부동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댓글과 감정이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슬퍼하는 걸까?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든 신청자도 다 모인 것 같으니, 슬슬 뽑기를 시작하겠다.”

       

        – WA!

        – 제발제발제발!

        – 부디 제가 당첨되게 해주세요!!

        – ㄹㅇㅋㅋ

       

        2일 차에 사용했었던 뽑기 기능을 열었다.

        뽑는 인원은 약 오천 명 정도.

       

        “당첨된 이들에겐, 내가 친히 술을 보내주마. 걱정하지 말거라.”

       

        – 무지 걱정되는데요?

        – 드래곤 모습으로 오실건 아니죠?

        – 오실거면 부디 로리 모습으로…….

       

        “그저 공간을 열고 물건만 보내주려 했는데, 싫으냐?”

       

        – 그 정도면 괜찮음.

        – 악수회 하고 싶었는데…… 아쉽.

        – 좋다고 해야 할지 싫다고 해야 할지…….

        – 몬가가 몬가임.

       

        “시답지 않은 아이들이구나.”

       

        작게 미소를 지으며 뽑기를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이곳에서 제공하는 뽑기 기능은 한 번에 한 명만을 뽑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오천 명을 다 뽑기 위해서는 시간이 제법 필요한 상태.

       

        ‘흠……. 시간이 너무 남는구나.’

       

        나와 딸아이가 먹어 치운 피자도 슬슬 반이 넘어가고 있고, 이대로 있다가는 콘텐츠가 다 떨어지게 된다.

        피자 먹방이 끝난 이후엔 무엇으로 콘텐츠를 채울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 라그나님. 그 이계의 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실수 있나요?

       

        “……아!”

       

        한 시청자가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래. 이대로 뽑기만 하는 것도 심심할 터이니, 이 술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마.”

       

        이걸 이 세계의 인간들은 전문용어(?)로 이렇게 불렀지 아마?

        썰 풀이…… 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이 이야기해주시는 옛날이야기 시간!

    제가 생각하는 드래곤님 방송의 메인 콘텐츠가 될 썰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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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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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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