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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티폰의 이야기 – (3)

       

       

       

       지극히 평범했던 인간이, 아레스의 용기를 갖추게 되는 광경을 보았다. 

       

       여태까지 수많은 인간을 보아왔지만 오늘처럼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제우스가 내린 명을 해낼 수 없다. 

       이 카드모스에게 과연 그만한 능력이 있을까?

       

       그래서 그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 티폰에게서 제우스의 힘줄을 되찾을거냐고. 

       

       “비록 제가 음악의 신, 아폴론께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괴물 하나 정도는 홀릴 실력은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바입니다.”

       

       품에서 주섬주섬 피리를 꺼낸 카드모스가 입을 대고 천천히 숨결을 불어넣는다.

       피리를 부는 자세가 능숙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을 보아 한두번 불어본 솜씨는 아닌 것 같았다. 

       

       삐리리리~

       

       카드모스의 피리에서 나온 감미로운 소리에 주변의 동물들이 멈칫한다. 

       자연에 깃든 님프들마저 음악을 들으러 나오고 공기가 부드럽게 떨려 울린다.

       

       피리 소리가 들리는 모든 공간이 그의 선율에 맞춰 흘러간다.

       한동안 사방을 울리던 부드러운 리듬이 끊기자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입에서 피리를 뗀 카드모스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내게 말한다.

       

       “괴물은 제 피리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잠시 음악과 예술의 신, 제우스의 아들인 아폴론에게서 들은 음악과 비교해보았다.

       아폴론과 비슷.. 아니 아폴론보다 더 뛰어난 거 아니야?

       

       음악의 신 자리를 감히 노려볼 만한 연주 실력.

       

       그래도.. 그래도 위험하다.

       연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티폰에게서 힘줄을 받아낼 언변과 담력, 운도 따라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노련한 괴물이면 절대로 통하지 않을 도박수.

       그러나 힘만 강했지 어딘가 어설퍼 보이던 티폰을 머릿속에 그리며 가능성을 점친다면..

       

       “하데스 님, 저는 이미 각오를 마쳤습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제우스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아까 내 질문에 답하던 카드모스의 언변과 담력은 분명 범인(凡人)의 영역을 뛰어넘었다. 

       

       나는 생각을 마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티폰이 피리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드모스를 죽이려하거나 낌새가 이상하다면 퀴네에를 쓰고 잠복한 내가 나설 것이다.

       

       

       

       * * *

       

       

       

       삘리리리~ 삐리리~

       

       올림포스 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

       양치기로 위장한 남자, 카드모스가 피리를 불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는 퀴네에를 쓴 내가 스틱스 검을 뽑아들고 뒤따르는 중이다.

       

       자신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괴물에게로 다가가는 길이였지만 그는 덤덤하게 음악을 연주했다.

       티폰의 영향권에 들어와 거센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자 그가 비틀거리며 발을 헛디뎠다. 

       

       쿠우우우우…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차게 휘몰아치던 폭풍이 점차 줄어든다. 

       티폰이 노래소리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몸을 두른 바람을 거두고 있다는 신호.

       

       카드모스의 음악이 티폰에게도 통하는 증거가 명확히 보이자 자신감을 얻은 그가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점차 산에 사는 동물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주변에 부러진 나무가 늘어만 갔다. 

       티폰이 있는 곳으로 향할수록 압박감이 점차 심해졌으나 카드모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꿋꿋이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 괴물을 조우했다.

       

       “크하하하하! 정말이지 대단한 연주였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인간?”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있던 티폰의 웃음에 대지와 하늘이 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모스는 두 다리로 버티고 있었다.

       

       “저는 그저 길을 지나가던 양치기, 카드모스라고 하는 인간입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양치기? 고작 양치기라고! 천상의 음악을 내게 들려줬는데 고작 그런 일을 하고 있단 말이냐?”

       

       티폰이 마치 재롱을 피우는 개미를 바라보듯, 호의가 가득한 눈으로 카드모스를 내려다본다. 

       100여개의 번개와 독액을 내뿜는 뱀으로 이루어진 티폰의 머리카락들도 카드모스에게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를 따라와라, 내가 원할 때마다 그 음악을 들려준다면 너에게 큰 보상을 내리리라.”

       “어떠한 보상을 말씀하시나이까!”

       

       티폰이 짐짓 고민하는 척하며 눈앞의 개미에게 선심을 베푼다. 

       적어도 나, 하데스가 보기에는 그랬다. 

       

       “네가 원한다면 아테나든 아프로디테든 레토나 아르테미스, 헤라를 제외한 그 어떤 여신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어떠냐?!”

       

       미친 괴물 놈이, 헤라는 자신의 전리품이라 이거냐.

       나는 카드모스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다. 

       

       여신을 취한다는 것은 인간 남성으로서 거절하기 힘든 유혹, 하물며 괴물을 속여넘기지 않아도 되는 위험성이 사라진다면..

       

       “물론 위대하신 분께서 명하시면 따르겠습니다! 허나 더욱 뛰어난 음악을 들어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오호.. 방금 피리소리보다 더?”

       

       카드모스의 목울대가 한번 크게 울렁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티폰에게 성토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저는 아폴론 신과 리라 대결에서 승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헌데 그 사실을 안 제우스가 제 리라를 번개로 잘라버렸습니다!”

       “너라면 아폴론에게서 승리할만 하구나, 그런데 번개로 리라 줄을 잘랐다라..”

       “제 리라만 다시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배는 더 감미로운 음률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과연 그 언변과 담력, 지혜까지 모두 인간 최초의 영웅에 걸맞은 모습.

       

       “좋다! 이건 내게 패배한 제우스의 힘줄이다. 이걸로 리라를 다시 만들어 내게 오너라!”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티폰이 거구를 움직여 자신이 깔던 곰가죽 밑에서 힘줄을 꺼냈다.

       그것은 신의 신체답게 주인의 몸에서 떨어져 있음에도 강렬한 맥동이 느껴졌고 썩거나 상한 부위가 하나도 없었다. 

       

       “저는 리라를 만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으하하! 그래 빨리 돌아오거라!”

       

       아레스의 용기와 아폴론의 음악 실력, 아테나의 지혜가 한 몸에 깃든 영웅은 그의 과업을 완수했다. 

       

       

       

       * * *

       

       

       

       “정말로 내 힘줄을 되찾았구나, 인간이여.”

       “주신 제우스께 도움이 되어 영광입니다.”

       

       카드모스와 나는 힘줄을 가지고 산으로 돌아가 제우스가 갇힌 동굴을 찾아냈다.

       그 강력하던 제우스가 모든 힘을 잃고 바닥에 엎어진 몰골에 잠시 당황했었지..

       

       그래도 힘줄을 되찾아 양 다리에 다시 끼우자마자 내가 알던 제우스로 돌아왔다.

       

       “제우스. 운명의 세 여신들이 티폰에게 손을 쓴 것 같았다.”

       “모이라이들이 나를 도와?”

       

       약화된 티폰에 대해서 알려주자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긴 모양.

       

       “티폰이 내 아스트라페를 숨긴 위치는 알고 있어. 내가 그것을 가져오는 동안 하데스 형님은 혹시 다른 신들을 찾아줄 수 없을까?”

       “그래.”

       

       아무리 제우스의 힘이 돌아왔다지만 올림포스를 혼자서 무너뜨린 티폰은 경시해서는 안될 존재.

       제우스 혼자서 싸우면 또다시 패할 수도 있으니 합공할 생각이려나. 

       

       나는 곧장 다른 신들을 찾으러 동굴을 나섰다.

       

       일단 신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게 퀴네에를 벗어 슬며시 손에 들고 주변을 수색하던 중.

       다행히도 한 신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하.. 하데스!”

       

       화덕의 여신, 헤스티아가 나타났다. 

       잔뜩 겁에 질린 그녀가 이쪽으로 뛰어와 내게 안겼다. 

       

       평소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따스하고 부드럽던 신력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거센 바람에 불이 꺼져가는 화덕마냥.

       

       “도와주러 왔구나! 하지만 제우스는 미처 도망치지 못했어..”

       “제우스와는 이미 만났으니 진정해.”

       

       티탄 신족이나 기가스들과의 전쟁을 겪은 노련한 신마저 이렇게 두려움에 떨 정도라니,

       새삼 티폰이 얼마나 강한 괴물인지 다시 한번 와닿았다. 

       

       일단 그녀에게 제우스의 힘줄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다른 신을 찾아 나섰다.

       헤스티아도 마냥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인간의 활약에 몹시 놀란 모습을 보여줬다.

       

       “세상에.. 그런 인간 영웅이 우릴 도왔다고..?”

       “일단 티폰을 쓰러뜨리고 다시 소개해줄게.”

       

       그녀 역시 다른 신들을 찾아 티폰이 점령한 올림포스 산으로 집결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신들이 모이는 속도에 가속이 점차 붙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내 앞으로 염소의 하반신과 뿔, 상반신은 인간의 형태를 한 신이 뛰어왔다.

       그는 숫제 인간들이 제우스를 바라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 하데스 님!”

       

       그가 내 앞에서 멈춰섰다. 

       

       “크흑.. 올림포스를 구원하러 이승까지 오셨군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요!”

       

       아니, 카드모스를 만나기 전에 보았던 염소랑 물고기가 합쳐진 생물로 변신한 것이 너였냐. 판?

       

       그저 그런 하급신인줄 알고 제우스의 흔적을 쫒아 지나갔는데 그게 판이였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퀴네에를 슬쩍 벗고 말을 걸어볼걸 그랬네. 

       

       판(Pan).

       자연과 목축의 신으로 상체는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인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일종인 사티로스다.

       참고로 헤르메스의 아들이며 제우스의 손자이기도 하다. 

       

       너는 진짜 변신 실력 좀 키워야겠다.

       티폰이 헤르메스를 제외하고 도망치는 신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망정이지.

       

       “아버지께서는 무사하신겁니까? 크윽.. 워낙 다급했던지라..”

       

       지금 저승에서 치료중이라는 사실을 전달하자 그가 이를 갈았다. 

       신으로서 괴물에게 맞서지 못하고 도망친 무력감과 비통함이 교차하는 듯 했다.

       

       역시 헤스티아처럼 적당히 진정시키고 다른 신들을 찾으라고 전했다.

       

       “옛! 제가 이래봐도 자연의 신 아닙니까요. 물어보면 다른 분들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지는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주변의 새, 청설모, 다람쥐 등 동물들이 그에게 모여드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판도 그렇고, 물고기로 변한 신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강가로 가볼까.

       

       마침 적당한 강가가 이 근처에 있었다. 

       

       존재감을 드러내 신력을 넓게 발산하자 강가의 물고기 두 마리가 갑작스레 튀어올랐다.

       짧은 순간에 변화하는 모습. 강력한 신력. 올림포스 12신.

       

       “하데스 큰아버지!”

       “전쟁의 신이 이게 무슨 꼴이냐.”

       “…죄송합니다. 패배의 느낌이 너무 진하게 들어서 그만..”

       

       하나는 대홍수 때 저승의 일을 아주 잘 도와준 근육질의 남신인 아레스.

       

       그리고.. 

       

       화려한 금발머리에 오싹할 정도의 미모를 지닌 여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보는 이들을 모두 매혹시키는 아우라.

       옥에 티가 없는 완벽한 몸매와 퍼져나오는 꽃향기. 

       

       오랜만에 보는 미(美)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였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를 때, 바다에 튄 피거품에서 태어난 여신.

       

       “오랜만이에요. 하데스.”

       

       하필이면 남성을 매혹시키는 힘을 가진 허리끈인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도 하고 있잖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미의 여신의 매혹.

       지끈거리는 머리에 눈을 돌리며 아프로디테에게 일렀다. 

       

       “그건 티폰하고 싸울 때나 써라.”

       “흐응.. 역시 3주신에게는 잘 안 통하네요.”

       

       형상화된 완벽한 아름다움이 작게 투덜대며 허리끈을 풀었다. 

       성애의 신 에로스와 설득의 여신 페이토까지 옆에 있었다면 조금 흔들렸겠어.

       

       “아.. 아프로디테.”

       

       내 조카는 이미 넘어가서 헤벌레하고 있군.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랑 이미 결혼했는데 말이야..

       

       사랑의 여신에게 남자를 유혹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녀가 언젠가 불륜의 신격을 가지게 될까?

       

       그들에게도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그렇군요. 아버지의 힘줄이 다시.. 그럼 저희도 다른 신을 찾아 보겠습니다!”

       “조금 뒤에 다시 봐요. 하데스.”

       

       외모가 제 취향이면 누구든 침대로 데려가려는 여자 제우스 같으니라고.

       

       몸을 돌려 다른 신들을 찾아 나서려는데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귀로 스며들었다.

       

       흔들리는 풀숲이 판의 전언을 내게 속삭인다. 

       제우스의 사자인 독수리도 이쪽으로 날아든다. 

       

       [하데스 님! 다들 찾았습니다요!]

       [형님, 우리가 먼저 놈과 겨루는 동안 스퀴테를 부탁하지. 아마도 올림포스의..]

       

       반격의 때가 도래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운명의 세 여신이 단명의 열매로 티폰을 약화시킵니다.]
    [무적 상태 해제]
    [전 능력치 -50]

    [주신 제우스가 힘줄을 되찾았습니다]
    [화로와 가정의 여신, 헤스티아가 합류합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자신의 전차를 부릅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마법의 허리끈을 착용합니다]
    [자연의 신 판이 모든 신들을 불러모읍니다]
    [퀴네에를 쓴 하데스가 스퀴테 탈환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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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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