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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내가 뭘 본 거지』

        『회색 옵저버 꿀맛이네』

        『아니 저게 되는 거였어? 도적 혼자 수호병 돌파한다고?』

        『수호병이 저렇게 잡히면 첨탑을 뭐하러 세움ㅋㅋㅋㅋㅋㅋ』

        『아아, 이게 ‘상대 팀 도적’이다』

         

         

        7전 4선승의 승급전에서, 3연패를 박았다.

         

        ‘첫 판은 픽을 못한 내 잘못……이라고 쳐도.’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두번째 판도 방송 욕심을 부린 내 잘못……이라고 해도.’

         

        그간 아따먹과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함께 했던 아크로서, 세번째 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아니, 대체, 왜, 갑자기 내 승급전에서 각성하는 건데에!!!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위기 상황에 각성하는 건 정석이지』

        『위기 상황 (아크가 승급할 것 같음)』

        『아따먹 원래 저렇게 잘했음?』

        『ㄴㄴㄴ평소에 저러면 마스터 수문장 하겠냐』

        『대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갑자기 각성함ㅋㅋㅋㅋㅋㅋ』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책상에 처박은 아크는, 이어지고 있을 채팅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깔끔한 승리 이후, 티배깅향이 첨가된 인터뷰를 진행할 꿈에 부풀어있었는데.

         

        게임이 종료되고나니, 눈앞에 떠오른 메모장의 질문들 때문에 자괴감은 두 배였다.

         

        ‘2지하를 가는 건 도적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는지? 라니……아, 아, 아!!!’

         

        이제와서는 진짜로 도적의 장점을 보여주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따다다 딴.

         

        -딴따단 딴딴

         

        -딴따단딴.

         

        -딴따단 딴 딴

         

        울려퍼지는 보이스톡 수신음이 지옥의 장송곡처럼 들렸다.

         

        『아크야 전화 받자~ 아크야 전화 받자~ 아크야 전화 받자~ 아크야 전화 받자~ 아크야 전화 받자~ 아크야 전화 받자~』

         

        -ㅇㅇ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기분 탓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라면 지금 받고 싶겠냐고』

        『아 ㅋㅋㅋ ‘도적 이래서 좋아요’ 시전 5초전』

        『인터뷰 질문 대답 해드렸습니다~ 다음 질문 주세요~』

        『대답(승급전 1패 시키기)』

        『와 쳐발리자마자 상대랑 통화하기……ㄹㅇ 나라면 컴퓨터 부쉈다』

         

        도네이션 소리에 힘겹게 머리를 들어올리며 질끈 감았던 눈을 뜬 아크는, 화면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아따먹님……제발 도네이션 아이디라도 바꾸고 다른 사람인 척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림도 읎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크야~ 일어나라! 인터뷰 해야지~ 아크야~ 일어나라! 인터뷰 해야지~ 아크야~ 일어나라! 인터뷰 해야지~ 아크야~ 일어나라! 인터뷰 해야지~ 아크야~ 일어나라! 인터뷰 해야지~』

         

        “여러분……저 진짜 조금만, 조금만 쉴게요…….”

         

        아크는 전업 스트리머였지만, 처음부터 진지하게 스트리머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오나가 너무 재밌던 와중에, 자신의 개 쩌는 플레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며 칭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방송이었다.

         

        이러한 초심은 이제 방송각에 미친 전업 스트리머가 되어버린 지금도 가끔씩 배어나왔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지금처럼 나오나로, 승리를 장담하며 티배깅부터 했는데, 만명이 넘는 시청자 앞에서 처참하게 처발리는 모습을 보이며 조롱당하는 상황은 정말이지 극한의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무리 방송각이 나온다고 해도 웃어넘기기엔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

         

        이런 마음과 생각을 담아 최선을 다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어필해봤지만, 조금 전의 게임으로 한껏 달아오른 시청자들이 용납할 리가 없었다.

         

        『??스트리머가 쉬게 되어 있나?』

        『아크야 지금 돌리면 승급전 패패패승승승승 가능하다』

        『떼잉,,,쯧! 요즘 것들은,,,근성!이, 부족해서,,, 큰일이야』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당장 큐 돌려!』

         

        생각해보면, 아크로서는 정말 긴 하루였다.

         

        아무런 방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보금자리인 팬카페에 들어갔다가 방화 현장을 목격하고.

         

        있지도 않은 남친 의혹으로 불타오르는 방송을 어떻게든 진화하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썩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잡았던 동앗줄을 타고 승천했다가,

         

        그 동앗줄로 후드려 맞았다.

         

        일주일 치 에너지를 이미 다 쓴 듯한 느낌이었다.

         

        진이 빠져버린 상태에서 힘겹게 정신을 그러모은 아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협상안을 들이밀었다.

         

        “여러분, 솔직히 저 지금 도저히 게임을 더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거 같아요. 이거 봐요, 손 떨리는 거…….”

         

        『???』

        『저저 억지로 떠는 거 보소』

        『방종 빌드업임 설마?』

        『나』

        『방종한다 그러면 바지에 똥쌀거임』

        『락』

        『수전증이네 소주를 작작 처먹지 그랬어』

        『지금 아따먹 눈나가 기다리잖아!!! 니 손이 떨리는게 무슨 상관이야!!!』

         

         “……수전증이네는 나가라. 아무튼, 대신 제가 아따먹님 인터뷰는 계속 할 수 있는지 한 번 물어 볼게요.”

         

        『될까……?』

        『ㄱㄱㄱㄱㄱㄱ』

        『인터뷰 드가자~』

        『솔직히 게임하면서 하는 거 좀 정신없긴 했어』

        『근데 될까……?』

         

        일부 회의적인 몇 명을 제외하고, 채팅창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시청자들로서도, 게임과 인터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나중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전 도적의 말도 안 되는 슈퍼플레이를 보고나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대체 어떻게 한 건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답을 듣고 싶어했다.

         

        채팅창 분위기를 읽던 아크는, 이내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화면에 톡 대화방을 띄우며 읊조렸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졌으면 방금 판에서 그렇게 해놓고 또 게임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사람의 마음(없음)』

        『사람(아님)의 마음』

        『아따먹 눈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야…! 아따먹 눈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야…! 아따먹 눈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야…! 아따먹 눈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야…!』

        『목소리만 들어도 지방 잔뜩 낀 돼진데 지랄들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물어보자』

         

        “아따먹님, 방송 보고 계시죠?”

         

        대답은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쉰 아크는, 구질구질한 톡을 천천히 입력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혹시 잠시만 게임 쉬면서 인터뷰하면 안 될까요?]

        [승급전 막판이 될 수도 있는데 인터뷰하면서 하기는 너무 아쉬워서]

        [그리고 조금 전 판 복기 같이 하시면서 말씀 나누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시청자분들도 아까 판 도적 너무 멋있었다고 도적 노하우 배우고 싶다고 난리에요]

        [도적이 갓캐인 이유를 게임으로는 잘 봤지만 차분한 분위기에서 설명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네요]

         

        『???』

        『대체 누가?』

        『아니 멋있었단 거지 누가 도적 하고 싶다고 했어?』

        『구질구질한 정도가 아니라 질척질척인데 이건』

        『도적 노하우 배우고 싶다고 한 놈은 나가라~』

        『없는데 어케 나가냐』

        『도적이 갓캐라고 한 새끼는 3대가 같은 팀에 도적만 걸려라』

        『그런 사람 없다니까』

        『선생님 수치스러운 말을 시청자 입에 쑤셔 넣지 마십시오』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적 무용론, 도적 인성 파탄론, 도적 삭제론을 펼치던 아크로서, 도적을 찬양하는 부분이 가장 쓰기 어려웠지만-

         

        아따먹을 유인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멘트임은 틀림없었다.

         

        입술을 짓씹으며 기다리기를 3분여. 이내, 기다리던 소리가 울려왔다.

         

        -따다

         

        “네, 아따먹님!”

         

        신호가 울리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은 아크의 귀로, 익숙하게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아크님.》

         

        아크는 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매달렸다.

         

        “우선, 플레이…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그럼…인터뷰 진행해도 될까요?”

         

        《정말 죄송한데요…….》

         

        흔히들, 정신적으로 몰린 상황을 멘탈이 터진다 라고 한다.

         

        그리고 아크는 정말로, 말꼬리를 늘어트리는 아따먹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 속에 멘탈이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무언가가 풍선터지듯 산산조각으로 터져 흩어진 기분이 들었다.

         

        “아, 제발……! 아니죠? 진짜 아니죠? 진짜 저 마지막 승급전을 또 아까처럼 하라는 건 아니죠? 아니면 설마 또 저격하겠다는 거에요? 아니죠? 진짜 아니죠? 아니죠?!”

         

        『어라. 고장났다.』

        『엄마 이 스트리머 고장났어요』

        『망가진 건 싫어!』

        『야 아크 진짜 멘탈 나간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 진정해요ㅠㅠㅠ』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크야 진정해】

         

        -ㅇㅇ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숨 쉬자】

         

        이어지는 후원에 힘입어 흩어졌던 멘탈 조각을 다시 누덕누덕 기워져 붙이던 아크에게, 아따먹은 다시 한번 정말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해명했다.

         

        《아니에요. 제가 정말로 지금 급한 일정이 있어서요.》

         

        “아. 네……죄송합니다. 그……오해했어요.”

         

        아크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하면서도 과연 정말로 오해였을지 상당히 의문스러웠지만, 도저히 여러가지 생각을 한번에 할 여력이 없었다.

         

        《네. 인터뷰는 제가 다음에 꼭 할게요.》

         

        “정말요? 네! 감사합니다!”

         

        《네. 방송 파이팅.》

         

        -뚝.

         

        전혀 힘이 나지 않는 나른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 아따먹과의 전화가 끊기고, 아크의 방송 스튜디오에는 적막이 맴돌았다.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함?』

       

       아따먹이 떠나간 방송은 무언가 연소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축제가 끝나고, 폭죽놀이가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은 후.

        

       행사는 모두 끝난 것 같지만, 어째선지 사람들이 아직 떠나지는 않고 웅성이고 있는,

        

       그런 분위기.

        

       『승급전 마저 할거임?』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함? 3트』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가장 큰 이유는 아크 본인이었다.

        

       진이 빠져버린 탓에, 방송을 진행할 힘 없이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청자도 어느새 많이 사라져, 7,000명 정도가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현재 시청자는 대부분 아크 본인의 팬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숫자다.

        

       아크는 옆에 놓인 커피를 쭈욱 들이키고, 얕은 한숨을 내뱉으며 제안했다.

        

       “저 진짜 너무 힘드네요……. 우리 저스트 채팅이나 좀 하고, 아까 판 다시보기로 같이 보면 어떨까요?”

        

       『오 좋다』

       『승급전 막판은 아껴먹어야지』

       『왜 다 막판이라고 하냐 ㅋㅋㅋㅋㅋ 4판 남았을 수도 있잖아』

       『지금 돌리자 ㄱㄱㄱㄱㄱ』

       『3연패했으니 반등 지점이다 승급전 가자』

       『저챗이 좋을 것 같은데』

        

       -ㅇㅇ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좀 쉬면서 아까 판 다시 보자】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했지만, 이럴 땐 결국 스트리머 마음이다.

        

       아크는 힘없이 웃어보이며, 나오나를 종료하고 VR기기를 벗었다.

        

       긴 하루였다.

        

       

       아직 안 끝났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99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쿨라다이아몬드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즐겨주신 덕분에, 감사하게도 내일 자로 플러스를 신청하고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잠시나마 자유 랭킹 1등을 한 것과 플러스 신청을 기념하고, 응원해주신 독자님들과 후원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업로드 일정을 변경하여 연참을 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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