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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음…….”

       

       아라미스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얼굴을 찡그렸다.

       

       ‘차갑다.’

       

       그의 손에서 펼쳐진건, 다름 아닌 빙계 마법이었다. 

       

       “어떠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이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너한테는 이쪽이 훨씬 어울려.”

       “그렇습니까?”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은 그 마법사의 성격을 닮는다. 성격이 불 같은 사람은 화계 마법과, 온화한 사람은 수계 마법과 궁합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아라미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건 빙계였다. 제이나는 번개, 그리고 로는 똑같이 빛이었다.

       

       “잘 봐.”

       

       파아앗!

       

       올리비아의 손 끝에서 눈꽃이 피어났다. 바람에 휘날리던 눈꽃들은 피어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구름의 형상을 이루었다.

       

       구름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크기를 키워나갔다.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구름이 일순간 압축되더니,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라미스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그는 어디가서 천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백탑이 5대 마탑에 들지 못했다지만, 동년배들 중에서는 그를 이길 자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 앞의 광경을 보라.

       

       언뜻 보면 세 가지 속성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게 아니다.

       

       저건 오로지 빙계 마법으로 구축된 마법이다!

       

       피어나고 떨어지는 눈의 순환이 바람을, 공중에 덩어리진 눈이 구름의 역할을 대신한다.

       

       “으음.”

       

       아라미스가 참지 못하고 얕은 신음을 뱉어냈다.

       

       – 금탑에 있는 애들은 다 이 정도는 할 줄 알아. 이건 기초야 기초.

       

       금색 마탑. 대륙의 모든 마탑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이 모인 곳.

       

       금탑이라고 별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그는 저 정도 응용을 할 자신이 없었다.

       

       물과 바람, 그리고 얼음 마법을 적당히 조합하면 비슷하게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소비되는 마나가 감당이 안된다.

       

       심지어 위력도 저쪽이 강하다.

       

       선택과 집중.

       

       그 정석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할 수 있겠어?”

       

       보기는 봤는데, 똑같이 따라할 자신이 없다. 

       

       – 못하겠으면 바로바로 물어봐. 나중에 와서 물어보면 반으로 갈라버릴거니까 알아서 하고.

       

       올리비아의 말을 떠올린 아라미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하루만에는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다 돼.”

       “그래도 조금…….”

       “맞을래?”

       

       아니, 못하겠으면 말하라며.

       

       그게 스승이라는 사람이 할 말이냐?

       

       “자, 다시 한 번 보여줄게. 봐.”

       

       아니 그렇게 말하셔도 안 되는건 안 되는건데.

       

       “이번에도 못하겠다고 말하면 처맞을 줄 알아라.”

       “…….”

       

       아라미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을 잘못한 것 같았다.

       

       “야, 제자야.”

       “……예.”

       “그렇게 느긋하게 수련해서 탑주가 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물론 언젠가는 되기야 하겠지. 한 50살 정도 되면?”

       

       마탑주가 50살이면 매우 젊은 축에 속한다는걸 이 빌어먹을 스승은 알까.

       

       “그렇게 늙어서 탑주 돼봐야 아무 짝에도 의미 없어. 나는 20대에 탑주였거든? 그러니까 내 제자인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탑주셨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니, 애초에 20대에 탑주였던 인간이 있다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 적탑주였지.”

       “아, 그렇습니……. 예?”

       

       하다못해 청탑이었으면 이해라도 된다. 근데 갑자기 적탑이 튀어나오니 새된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아라미스는 저도 모르게 슬쩍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제이나도, 로도, 심지어는 글레이시아도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얼굴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훤히 보였다.

       

       ‘구라네.’

       ‘아니, 저건 좀.’

       ‘어쩐지 성격이 레드처럼 더럽더라니.’

       

       한 명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적탑에서……. 탑주를 하셨습니까?”

       “어. 청탑에서도 한 번 했었고, 녹탑이랑 금탑에서도 한 번 했었지.”

       “…….”

       

       참지 못한 로가 벌떡 일어났다. 

       

       “한 사람이 여러 마탑에서 탑주를 겸임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평소 조용했던 로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거품을 물고 달려들 기세였다.

       

       “해명, 부탁드립니다!”

       

       사위가 침묵으로 물들었다. 그 올리비아마저 말문이 막힌 채 로를 쳐다볼 정도였다.

       

       ‘아, 맞다. 쟤 고증충이었지.’

       

       고증충.

       중세 판타지에 게이트가 열리고 외계인이 나타나는 건 참아도, 로코코 드레스가 나오는 건 참을 수 없는 이들.

       

       로 페르난디가 바로 그 고증충이었다. 

       심심하면 고서를 탐독하는 그 성격 때문에 ‘고서 판별기’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역사 얘기만 하면 눈깔이 돌이가는 불치병에 걸렸다.

       

       물론 올리비아는 해명 같은 걸 할 생각이 없었다. 직전 회차에서는 탑주같은 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라고 할 것도 없거니와…….

       

       ‘그냥 보여주면 되지 뭐.’

       

       마법을 익히지는 않았지만, 수식은 전부 외워두고 있다. 

       

       스으윽.

       

       올리비아의 스태프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허공이 도화지였고, 스태프가 곧 붓이었다.

       

       ‘저건…….’

       

       스태프가 지나간 곳에 붉은 잔재가 남는다. 

       

       그건 불씨였다. 비록 그 끝에는 재뿐만이 남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저 몽롱하게 지켜보게 되는.

       

       [주 속성에 어긋나는 마법입니다!]

       – 마법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 마나 소모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 마법 유지 시간이 감소합니다.

       

       올리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보여주기 위함이다.

       

       너희 스승이 이런 사람이라고.

       

       그러니 믿고 따라오라고.

       

       평생 동안 마법을 수련한 사람처럼 익숙했다. 선을 긋고, 서로 잇고, 수식을 연결하는 과정에 일련의 망설임도 없다.

       

       스으윽.

       

       “퍼져라.”

       

       마침내 마법진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주변 풍경이 모습을 바꿔나갔다.

       

       어떨 때는 꽃밭 같다가도, 또 어떨 때는 드높은 첨탑 위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꿈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사아아악.

       

       세상을 제 색깔로 덧씌우던 화염은 점차 그 기세가 약해졌다. 환상이 점점 옅어졌다. 마침내 재가 되어 사라졌을때, 제자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어, 어어…….”

       

       아무리 보는 눈이 없어도 방금 마법이 심상치 않다는 정도는 안다. 아니.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건 거의 적탑이 추구하는 궁극이었다.

       

       “왜, 다른 것들도 보여주랴?”

       “아, 아니. 이럴리가 없는데?”

       

       로가 입을 떠억 벌렸다.

       

       “여, 역사에는 안 나와 있었는데?”

       

       나와 있을리가 없다. 그건 아주 예전 회차의 일이니까.

       올리비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역사라고 모든 걸 아는건 아니지.”

       “…….”

       

       제자들이 입을 다물었다. 정작 올리비아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데도.

       

       짜악!

       

       올리비아가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 아무튼. 내가 알려줬던 거 지금부터 시작해. 마나 떨어지면 그때 나 부르고.”

       

       

       

       ****

       

       

       락테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아이템? 희귀한 스킬?

       다 중요하긴 한데, 결국 레벨이 최고다.

       

       레벨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숫자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격을 한 층 높여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락테아에서 레벨이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벨이 높으면?

       말 그대로 격이 달라진다.

       

       레벨 5짜리 고블린은 하급 용병들 밥줄이지만, 레벨 50짜리 고블린이면 오히려 하급 용병들이 밥줄이 된다.

        녹슨 단검으로 대충 찌르는데 판금 갑옷이 꿰뚫리고, 화살은 튕겨나간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락테아가 괜히 뉴비 폐사겜이라고 불린게 아니다. 오죽하면 개척자라고 불리는 올리비아조차 폐사당할뻔 했을까.

       

       아무튼, 이렇게 엄청나게 중요한 레벨은 어떻게 올리느냐.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은 사냥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식하게 고블린만 때려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해봤자 도움도 안 될 뿐더러, 효율도 작살나게 안 좋다.

       

       그럼 어떻게 사냥을 해야 되냐고?

       

       고블린을 때려잡되, 생사가 넘나드는 치열한 전장에서 때려잡아야 한다.

       

       막 피가 튀고! 시야가 흐려지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고블린을 잡으면 된다.

       

       그런 전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증명이며, 격을 드높이는 행동이기 때문.

       

       ……이라고 운영진들이 말했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새끼들이야.’

       

       락테아가 망겜의 길을 걷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망할 운영진 년놈들이다.

       

       말이 피가 튀는 전장이지, 결국 몬스터들한테 처맞으면서 싸우라는 소리다.

       

       체력이 넉넉한 전사들은 그렇다쳐도, 마법사보고 처맞으면서 싸우라고?

       

       이건 그냥 겜 접으라는거다.

       

       ‘하지만 우린 결국 답을 찾아냈지.’

       

       수만 법사 유저들이 모여 찾아낸 빌드. 

       그건 바로…….

       

       “스, 스승님, 마나가 없어요.”

       

       제이나가 손을 들었다. 번개 마법이 마나 소모량이 가장 많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마나를 바닥까지 끌어다 썼으면 힘들 법도 한데, 애써 티내지 않고 있다.

       

       올리비아의 마법을 보고 나름 느낀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도 없어?”

       “네. 하나도요.”

       

       올리비아는 포션을 꺼내 제이나에게 건넸다.

       

       “이거 마시고 다시 해.”

       “네?”

       “다시 하라고.”

       

       빌드? 

       그런 거 없다.

       

       “포션은 많으니까 부담갖지 말고 계속 해.”

       “…….”

       

       노가다가 빌드지 뭐.

       

       낄낄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게임 시간으로 13년 * 1000판 하면

    만삼천살이군요.

    거의 드래곤 조상님 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낄낄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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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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