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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경험과 통계에 따라 말하자면, 예산 횡령의 정점은 군수물자에 있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물자를 모으겠다고 하는데, 누가 거기에 어깃장을 놓을까.

     노스트럼의 많은 가문이 횡령을 저지를 때, 주로 군수물자를 위주로 비리를 저지른다.

     가령, 식량창고에 쌓아둬야 하는 밀 포대에 모래를 채워놓고 밀을 빼돌려 착복한다거나.

     가령, 병사용 소모품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타내고 병사들에게는 ‘군인정신’으로 기존 물품을 쓰게 한다거나.

     가령, 내가 지금 하려는 것처럼 주어진 자재 중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따로 빼돌린다거나.

     물론,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왕도에서는 필요 최소량이라고 철근을 보내겠지만, 실제 필요량이 그보다 훨씬 더 적다면?

     남는 잉여분을 다시 반납한다?

     그걸 굳이 또 마차에 싣고 왕도로 보내는 건 어리석은 일.

     어차피 지브롤터가 제국과 싸우는 최전선인 만큼, 최전선에서 잉여자원을 용도변경을 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이다.

     “역시, 아버지는 이런 쪽으로는 잘 모르는 건가.”

     아버지는 이런 쪽으로는 너무나도 정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대로 그런 대쪽 같은 사람들이 백작위를 이어왔기에, 가문 내에서 일하는 이들도 청렴결백한 성향의 이들이 많다.

     비리를 저지르려는 자들은 애초에 지브롤터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

     뇌물을 찔러봐도 통하지 않고, 접대 자체를 거부하는 게 지브롤터니까.

     지금까지는.

     “아버지보고 괜히 타락하라고 연기할 필요 없이, 내가 하면 그만이지.”

     비리, 횡령, 착복, 밀수, 탈세, 그 외 기타 등등.

     그동안 지브롤터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모든 행위가 이제는 나, 그레이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레이 지브롤터가 청렴한 아버지랑 달리, 보통 망나니가 아니더라.

     소문을 듣고 온 이들이 나의 주변에 가득한 그림자에 하나둘 스며들게 되겠지.

     오직 나의 주변에는 사기꾼, 비리 전문가, 횡령범, 매국노들이 득실득실할 것이다.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노, 간신 그레이. 지브롤터의 역사를 새로 쓰다. 좋네.”

     그러니 이건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다.

     “나중에 모든 게 다 끝나면, 일렬로 늘어놓고 한 방에 쏴버리면 되니까.”

     나는 연습용 목검을 머스킷처럼 들고 허공에 겨눴다.

     “타ㅡ앙.”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목검일 뿐이지만, 자세는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

     아버지가 서재에 보관 중인 ‘제국의 무기’를 혹시 받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건 아쉽게도 실패했다.

     “쓰읍….”

     총기는 다루기는 익숙하지만, 자주 다뤄보지 않으면 실력이 녹슨다.

     ‘직접 쏴봐야 감이 잡히는데.’

     머리는 조작법을 익히 알고 있지만, 손 근육은 아직 어색하다.

     “…….”

     머스킷처럼 움켜쥔 목검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쥔다.

     “하.”

     금방, 자세가 나온다. 

     총기보다도 더 익숙한 자세로서, 지브롤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검세(劍勢)가 곧장 튀어나온다.

     부ㅡ웅.

     가볍게 아래로 일 검.

     회귀 전, 하루에 일만 번 가까이 휘둘렀던 그 궤적이 앞에 펼쳐진다.

     “…….”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 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검을 쥔 적이 없고, 앞으로 숱한 노력을 바탕으로 몸을 단련해야 한다.

     아버지처럼 강해지려면.

     아버지만큼의 전력은 검으로는 어렵겠지만, 나도 그만큼 강해져야 한다.

     ‘황제가 있으니까.’

     그 누구도 모른다.

     지금의 황태자, 아직 제위에도 오르지 않은 그 괴물의 강함을.

     ‘대륙 최강.’

     아버지를 제외한 왕국의 모든 마스터가 황제에게 살해당했다.

     다행히 아직은 전쟁 10년 전.

     ‘지금의 제국군은 약하지만, 10년 뒤의 제국군은 강해.’

     제국은 왕국을 지배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국력을 비축했다.

     ‘단 한 번도 넘지 못한 지브롤터 협곡을 넘기 위해서.’

     기사의 나라인 노스트럼을 기사도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 곧장 마도공학을 연구하여 국력 차이를 메꾸려고 했다.

     갓 징집한 병사들에게는 매직 미사일을 쏘는 머스킷을 들고 쏘게 만들며.

     조금 숙련된 병사들에게는 머스킷 끝에 칼날을 끼워 ‘제국총검술’을 익히게 하였고.

     제국 내에서도 재능있는 이들은 본격적으로 사관학교에서 육성하여, 왕국 기사들과 일기토를 벌였다.

     “…….”

     방에는 오직 나 뿐.

     여기에서 목검으로 검술을 펼친다고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유일한 가능성이 있는 아버지는….

     “…….”

     눈을 감고, 청각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내가 지금 무술을 확인해도 되는 시간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삐거덕.

     “…후, 다행이군.”

     지금 어머니와의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밤에만 이걸 연습한다는 게 참 웃기긴 하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들키면 안 되니까.

     부ㅡㅡㅡ웅!

     검을 가볍게 움켜쥐고, 허리에 찬 검집에서 검을 뽑아 크게 휘두른다.

     이전에 휘둘렀던 흔적보다 더 깔끔한 궤적.

     실제로는 보이지 않지만, 눈에는 초승달처럼 휘어진 호선의 섬영(閃影)이 선명하게 아른거린다.

     “하.”

     손가락이 아리다.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벌써 손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횡령만 할 게 아니라, 단련도 열심히 해야겠네.”

     시간은 많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압축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지겠지.

     “그러면 본격적으로, 연기해볼까.”

     매국노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모르가니아에서 철근이 오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 * *

     아침, 가족이 다 함께 모인 식사 시간.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더운 날씨에도 긴 옷을 입은 채 식사하고, 나의 두 동생은 서로 눈치를 보며 빵을 깨작거리고 있다.

     달그락.

     식기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가득하고, 음식 씹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고요한 식탁.

     “아버지.”

     내가 입을 열자, 온 가족이 움찔거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버지까지 저러는 건, 아마도 ‘저놈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라는 긴장일 터.

     “저, 가정교사가 필요합니다.”

     “…그래. 다행이로구나.”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시선을 교환하며 헛기침을 한다.

     ‘딱 봐도 거사 치르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고생하셨구만.’

     밤사이에 갑자기 변해버린 나라는 인간에 대해 어떻게 대할 것인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겠지.

     -부인. 그레이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소.

     -네. 정말, 하루아침에 애늙은이가 되어서.

     갑자기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10살 아이.

     공통분모는 그러하고, 각자 ‘반역의 파트너’와 ‘비밀 서약’이라는 요소는 숨긴 채 귀족 부모로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가정교사라. 좋지. 네 동생들도 마침 배우고 있으니.”

     그러니 가정교사라는, 귀족 부모로서는 보편적으로 준비해줄 수 있는 요소를 내가 언급한 게 안심이리라.

     “같이 수업을 듣기를 원하니?”

     어머니가 은근히 기대하는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래도 가정교육은 어머니의 영역이니까.

     “미르딘 부인에게는 내가 이야기해놓으마. 네게 맞는 수준의 문제를 준비할 수 있게.”

     아마도 내가 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며 다시 친해지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무술을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 쪽이라면 처음에 부를 때부터 어머니를 불렀겠지.

     “무술?”

     “예. 이왕이면 ‘마스터’급의 실력자에게 배우고 싶습니다. 아버지 말고요.”

     “……흐음.”

     당돌하고 건방진 말이다.

     동시에 실현 가능성이 조금 낮은 이야기다.

     “모르가니아 대공이라도 초청하자는 것이냐?”

     “아니요. 그분이 올 가능성은 낮죠.”

     “그럼?”

     “꼭 왕국의 마스터여야 하는 겁니까?”

     움찔.

     어머니가 사색이 되고, 아버지는 눈을 감는다.

     ‘심경이 복잡하겠지.’

     이것이 반역을 위한 포석 ‘제국무새 그레이’라는 걸 눈치챘겠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내가 직접 가르쳐주마.”

     “싫습니다.”

     “…….”

     “아버지께서 기사들을 가르치는 걸 봤습니다. 그건 폭력이죠.”

     “실전 대련이야말로 진정한 수련이며-”

     “예.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죠. 그래서 싫습니다.”

     이미 아버지에게 가르침은 죽도록 받아봤으니.

     “안심하십시오. 이 모든 건 10년 뒤의 미래를 위한 것이니까요.”

     “…….”

     알고는 있겠지.

     하지만 좀처럼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브롤터 가문은 대대로 부자 관계가 곧 사제관계였으니까.

     미래.

     아버지는 나의 스승이었다.

     -검을 들어라. 나로부터 물려받은 지브롤터의 피를 마음껏 발휘해보거라. 아들아.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가르치면서 비로소 ‘셜롯의 아들’이 아니라 ‘크림슨 지브롤터의 아들’로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검의 대화가 사실상 부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대화의 전부.

     이번 생은 반역과 매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더 이상 검의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검술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처맞고 싶지 않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아쉽군. 모처럼 목검도 준비해뒀는데.”

     혀를 차며 입맛을 다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아쉬움이 너무나도 짙게 묻어나서, 지금 당장은 물러나도 나중에 또 한 번 설득해보려는 눈치다.

     자식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아버지를 해보고 싶다면.

     “검술을 직접 가르쳐주고 싶다면, 누아르는 어떠십니까?”

     “형?!”

     가만히 숨만 죽이고 있던 누아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누아르도 이제 7살입니다. 검을 들기에는 이르더라도, 준비하기에는 딱 좋죠.”

     “흐음….”

     

     아버지가 눈을 감는다.

     “그렇군. 누아르.”

     “네, 네!”

     “식사가 끝나면, 연무장으로 따라 나오너라.”

     “……네?”

     “그리고 그레이.”

     아버지가 형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이프를 움켜쥐었다.

     “네가 원하는 무술 스승은 네가 직접 찾아보거라. 편지 정도는 써줄 테니.”

     아마도 저게 나를 향한 소소한 복수겠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다.

     “예, 아버지.”

     이미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국적은 상관없는 겁니까?”

     “상관없다. 가정교사로 들이는데, 국적이나 신분이 대수랴.”

     반역을 결심한 뒤라서 그런가. 

     아니면 ‘어디 한 번 얼마나 굉장한 마스터를 부르나’라고 벼르고 있는 걸까.

     ‘긁혔네.’

     어느쪽이든 나는 승리했다.

     “누아르.”

     “어, 어….”

     “너는 나보다 더 검에 재능이 있을 거야. 너라면 분명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겠지.”

     “어…?”

     나는 누아르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검을 배워둬. 알겠지?”

     “아….”

     누아르 지브롤터.

     3살 차이 나는 내 동생이자, 지브롤터의 차남.

     “아, 으, 응…! 열심히 할게…!”

     지브롤터의 핏줄답게 소드 마스터에 이른 자.

     비록 그 최후는 엉망이었지만, 분명 마스터의 재능이 있는 인간이다.

     “아버지와의 시간, 즐기기를 바라.”

     진정한 매국노가 되기 위해서는.

     “좀, 힘들겠지만.”

     가족도 팔아먹어야 하는 법이다.

     그날.

     오후.

     연무장에서 일곱 살 아이가 눈이 풀릴 때까지 달리는 모습이 목격되었지만, 내가 아니니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 * *

     소드 마스터는 인간의 모습을 한 전쟁 병기다.

     “로버트 경. 소드 마스터 한 명은 병사로 치환하면 얼마로 비유를 할 수 있을까?”

     “혹시 역사 퀴즈를 내시는 겁니까?”

     내 호출을 받은 로버트 경이 뭘 당연할 걸 묻냐는 듯 가슴을 두드린다.

     “그야 당연히, 정예병 1만과 같지요!”

     “사람 한 명이 1만?”

     “예. 당연하죠. 역사가 증명하지 않습니까.”

     로버트 경은 자기 제복에 박힌 지브롤터의 인장을 두드렸다.

     “200년 전의 변경백, 카디안 지브롤터 공께서는 혼자서 1만의 제국군과 동귀어진하셨잖습니까.”

     “그랬지.”

     1소드 마스터=제국군 1만.

     이는 역사서에 기록되어있는 공식 수치다.

     제국은 언제나처럼 협곡을 넘기 위해 수만의 병사를 보냈고, 당대의 지브롤터 백작 한 명에 의해 1만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사상자가 아니다.

     사’망’자다.

     “그렇다면 그대는 국력 상승을 위해 한 명의 기사를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제국처럼 병사 개개인의 전력을 높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음…. 마스터 한 명만 키울 수 있다면, 결국 마스터 쪽이 훨씬 더 이득 아닙니까?”

     로버트의 말대로.

     “제국에서 개발 중인 마도공학이라는 게 그들의 말대로, 언젠가는 검과 창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최소한…300년은 흘러야겠지.”

     마도소총이 아무리 농민을 병사로 만들기 수월하다고 한들.

     “당장 저만 하더라도 마탄 싸개들, 100명은 거뜬히 베어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죽기를 각오하면 200명, 아니 오백은 저승에 같이 데려갈 수 있고요.”

     “단위가 팍 뛰어버리는데. 과장이 좀 심하군.”

     “그만큼 저도 한 실력 한다는 거죠. 하하하.”

     결국 매직 미사일만 쏘아댄다면, 소드 마스터는커녕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기사에 의해 전부 몰살당할 것이다.

     “그래. 20년 정도 투자해서 마스터 한 명 키운다면 그게 곧 병기고 전력이지.”

     “예. 그래서 지금 백작께서도 누아르 도련님을….”

     “저렇게 개 처맞듯 배워서 마스터 될 바에는, 안 되고 말지.”

     “어, 음….”

     로버트 경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경.”

     “예, 도련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소드 마스터는 안 될 거야.”

     “…….”

     ‘소드’ 마스터는.

     “도련님…. 흑, 괜찮습니다! 제가 도련님을 잘 보필하겠습니다!”

     “응?”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재능이 어떻든 장남은 도련님이니까요!”

     “아니, 그-”

     ….

     …오.

     “로버트 경.”

     “예, 도련님!”

     “자네 덕분에, 재미있는 게 생각이 났어.”

     “…예?”

     “그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지.”

     연무장 뙤약볕 아래, 누아르가 대 자로 뻗어있다.

     그런 누아르에게 다가간 아버지는 누아르를 강제로 일으켜세워, 검을 강제로 쥐게 했다.

     “이야. 정말로, 재능있는 동생이 있어서 다행이야. 후후후.”

     나 대신 아버지의 제자가 될 사람이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동생 이름 누아르 제대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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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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