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했다.

         

        고작 꼬리 자르기만 사용할 수 있는 내가 보법은 물론이고 운기조식에 십독불침까지 얻다니.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공격기라고 부를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상태창이여!

         

        나는 아직도 공격기가 없다!

         

        산성 저항, 마비 저항 이런 스킬은 잘 주면서 왜 공격기를 주지 않는 걸까.

         

        쩝.

         

        입맛을 다셨다.

         

        꼬리 휘두르기라던가, 세게 물기.

         

        이 정도만 나와줘도 굉장히 고마울 거 같다.

         

        지금의 나는 꽤 기형적인 생명체였다.

         

        MP라는 게 있는데 그걸 사용할 방법이 없었다.

         

        그 자원을 사용하는 기술은 꼬리 자르기와 질주밖에 없는데 이젠 거의 써먹지 않았으니까.

         

        하루빨리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저 멀리서 시끄럽게 우는 두꺼비를 잡아먹으면서 말이야.

         

        베엘제부포는 내 천적과 다름없었다.

         

        실질적인 덩치는 저 녀석이 훨씬 컸고 독까지 가지고 있기에 내가 감히 손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십독불침의 몸.

         

        소룡등천보라는 이름의 보법.

         

        소주천과 백란심법을 통해 얻은 내공.

         

        그리고 투스와 푸스.

         

        “키에에엑?”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

         

        내 생각이라도 읽은 걸까, 거미들이 깜짝 놀라 했다.

         

        영특한 녀석들.

         

        “겍겍.”

         

        옆자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리 와.

         

        “키에엥….”

         

        오긴 오는데,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홀쭉해진 자신의 배를 어필하는 푸스.

         

        거미줄이 더는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엄살 부리기는.

         

        엉덩이를 툭툭 때렸다.

         

        촤악!

         

        잘 나오네.

         

        “키이잉….”

         

        침울해하며 푸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투스는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는지, 멀리서 거미줄을 착취당하는 걸 보고 있었다.

         

        도마뱀의 앞발을 살짝 흔들었다.

         

        까딱까딱.

         

        “케엥?”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지만, 내겐 안 통한다.

         

        너도 일로 와.

         

         

        *

         

         

        비가 내린다.

         

        으슬으슬하게 몸을 적셔주는 게 꽤 괜찮았다.

         

        도마뱀이란 건 원래 변온동물인데, 비를 맞아도 별 이상은 없었다.

         

        물에 사는 도마뱀이라서 그런 건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내 몸은 조금 특별했다.

       

       인간이라기엔 너무 도마뱀 같았지만, 도마뱀이라기엔 인간의 특성이 조금 남아 있었으니까.

         

        일단 시각은 보통의 도마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인간일 때와 비교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도마뱀의 장점을 놓치지도 않았는데, 그건 바로 후각이었다.

         

        혀를 한 번 날름거렸다.

         

        공기 중에 있던 미세한 냄새가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비 냄새, 그리고 흙냄새.

         

        멀리 떨어진 먹이의 냄새, 그리고 두꺼비의 냄새.

         

        후각과 시각, 그리고 청각이 합쳐져 적의 위치를 알아냈다.

         

        두꺼비 한 마리가 무리와 떨어져 있었다.

         

        피라냐들이 득실거리는 구역에 가지만 않는다면, 저 두꺼비가 위험해 질 일이 없을 거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적이 혼자 있는 상황.

         

        아니, 먹이가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앞발을 들어 올렸다.

         

        두 개의 발이 수면을 밟았다.

         

        빗방울 하나가 수면에 닿는 그 순간, 폭발적인 힘으로 수면을 박찼다.

         

        첨벙첨벙첨벙.

         

        빗소리도 이 요란한 발걸음 소리를 줄일 순 없었다.

         

        소리를 죽인다면 어느 정도 죽일 수 있을 거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의 특성이 아닌, 소룡등천보라는 보법을 쓸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큰 소리를 내게 하는 게 내 작전이었으니까.

         

        베엘제부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투다다다닷!

         

        귀가 안 좋다고 해도, 이 소리는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다.

         

        놈이 나를 발견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듯하였으나, 그 소리의 주체가 작은 도마뱀 하나라는 걸 깨닫고 전투태세에 들어간 듯했다.

         

        두꺼비란 놈들은, 개구리와 달리 멀리서 혀를 내밀어 적을 사냥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예외는 있겠지만, 이 정도 덩치면 혀를 쓰기보단 몸으로 들이박는 쪽을 선호할 거다.

         

        【베엘제부포 LV7】

        【상태】

        「배고픔」「경계」

         

        레벨이 7. 지난번에 봤던 녀석 중 가장 약한 녀석이었다.

         

        아직 성체가 아닌지, 피부에 금빛이 돌던 녀석과 달리 녹색만이 보였다.

         

        꼬리를 물속에 넣어 속도를 줄였다.

         

        촤악!

         

        물살이 갈라지며 수많은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물방울이 놈의 몸에 닿는 순간, 베엘제부포가 공격을 시도했다.

         

        커다란 덩치로 들이박듯 덤벼들었다.

         

        대지가 울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충격량.

         

        내가 상대했던 그 어떤 녀석보다 힘이 셌다.

         

        오비랍토르도 이 녀석의 박치기에 당한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리라.

         

        하지만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작은 용이 하늘을 날 듯, 가뿐히 놈을 뛰어넘었다.

         

        쿠웅!

         

        “꾸액!”

         

        엄한 곳에 머리를 처박은 두꺼비가 관성에 의해 몇 걸음 더 미끄러졌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으니 놈도 충격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놈은 생긴 것처럼 터프했다. 머리를 두어 번 털어내는 것으로 충격을 떨쳐냈는지, 곧바로 방향을 바꾸고 나를 응시했다.

         

        그 눈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도마뱀이라면 방금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고작 이 정도에 놀라선 안 되는데 말이야.

         

        내가 준비한 건 아직 남아 있거든.

         

        손을 뻗었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였다. 오른손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팔꿈치를 타고, 다시 어깨. 그리고 반대쪽 손까지 전해졌다.

         

        “게게겍.”

         

        티배깅이다.

         

        “게게겍. 게게겍.”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의도는 알 것이다. 이런 기묘한 자세를 취하는 도마뱀이 전할 말은 하나였다.

         

        너 개 느리잖아.

         

        효과는 굉장했다.

         

        두꺼비는 눈을 뒤집어진 채, 마구 달려들었다.

         

        온 정신을 녀석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투우사가 황소의 돌진을 피하듯, 아주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녀석의 공격을 피해냈다.

         

        맞을 듯, 맞지 않을 듯.

         

        조금만 더하면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도록.

         

        공격이 끝난 순간에 울음소리를 내어 녀석이 더욱 흥분하게.

         

        그렇게 회피를 계속하다, 내 다리에 발이 걸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털썩.

         

        놈이 공격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었고 녀석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분노가 쌓이고 쌓여 녀석도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할 힘과 속도가 나왔다.

         

        저걸 맞는다면 곧바로 죽고 말겠지.

         

        쿠웅!

         

        두꺼비의 거구가 스르르 넘어졌다.

         

        한 번 넘어진 것에 멈추지 않고 우당탕 계속해서 몸이 굴러갔다.

         

        “게겍겍.”

         

        거미줄 수십 겹을 엮어서 만든 함정이었다.

         

        무식하게 튼튼한 녀석이라도 이 정도라면 꽤 충격이 클 거다.

         

        뇌진탕 정도는 왔겠지.

         

        곧바로 보법을 사용해 빠른 걸음으로 놈에게 다가갔다.

         

        “꽤애애액!”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나는 아직도 정면 승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내 손에 들린 건 미리 준비해 둔 거미줄.

         

        아터코푸스는 거미줄을 이용해 둥지를 짓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거미줄에 방수 능력이 있는 대신 다른 거미들과 달리 끈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강도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마치 은사를 사용하듯,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거미줄로 놈의 몸을 감았다.

         

        “꽤액!”

         

        거미줄이 점점 조여들며 놈의 호흡을 방해했다.

         

        뚜득.

         

        거세게 저항하는지라, 거미줄 몇 가닥이 끊어지고 말았다.

         

        내 예상보다 힘이 더욱 강했다.

         

        거미줄을 잡고 있는 내 몸이 들썩였다.

         

        투다닷!

         

        거미줄을 한층 더 조였다.

         

        뚜드득.

         

        역시나 몇 개의 거미줄이 더 끊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녀석의 거대한 몸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아주 작은 상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살갗이 드러난 부분에 거미줄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꾸애애액!”

         

        두꺼비가 비명을 질렀다.

         

        놈의 몸부림이 점차 거세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꾸우우욱….”

         

        털썩.

         

        베엘제부포의 거대한 몸이 쓰러졌다.

         

        고작 이 정도 상처로 쓰러질 리가 없는 거대한 덩치였다.

         

        그러나 난 저게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거미줄엔 독이 발라져 있었으니까.

         

        제아무리 독두꺼비라고 해도, 피부 안에서 주입되는 독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게게겍!”

         

        놈의 사체를 밟고 우렁찬 목소리로 포효했다.

         

        “…게게겍.”

         

        놈의 동료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소리를 살짝 줄이긴 했지만.

         

         

        *

         

        비가 점점 거세졌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이 무거운 두꺼비를 보금자리까지 옮기는 건 고역이었다.

         

        그래도 옮긴 보람이 있을 거다.

         

        나와 거미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두꺼비의 사체를 바라봤다.

         

        개구리 고기는 닭고기의 맛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두꺼비는 대충 오리고기 맛이 나지 않을까.

         

        우아한 손짓으로 두꺼비의 껍질을 분리했다.

         

        눈에 보인 건 붉은색 살코기.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덩치가 크니 먹을 부분이 많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고.

         

        터업.

         

        큰 입으로 두꺼비 고기를 맛 보았다.

         

        조금 쌉싸름한 맛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육고기에 가까운 맛이 났다.

         

        “키에엥….”

         

        거미들이 침을 흘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꼬리로 바닥을 찰싹 때렸다.

         

        너흰 안돼.

         

        이 고기에는 독이 들어 있거든.

         

        물방개 고기나 먹으렴.

         

        “키오옹….”

         

        녀석들은 잔뜩 실망한 눈치였다.

         

        나도 주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거야.

         

        몸에 좋지 않은 건 내가 먹어야지.

         

        절대 나 혼자만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란다.

         

        몸이 살짝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씁, 역시 독이 들어 있었나.

         

        배가 살살 아픈데.

         

        그래도 십독불침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터업.

         

        퍽퍽하지만 양이 많은 가슴살을 맛본 내 주둥이는 이제 두꺼비의 다리를 향했다.

         

        가슴살보단 다리 살이 맛있는 건 상식 중의 상식.

         

        경건한 마음으로 다리 살을 한입 베어 물었다.

         

        터업.

         

        적절한 지방과 근육이 합쳐져 극상의 식감을 냈다.

         

        너무 푸석하지 않고 부드럽지도 않은 적당한 육질.

         

        쌉싸름하지만, 비린 맛은 전혀 없는 맛.

         

        품질 좋은 육회를 먹는 기분이었다.

         

        응, 이거지.

         

        이게 미식이지.

         

        잘 보이진 않지만 미식이라는 스킬도 매우 좋아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두꺼비를 먹어 치우던 중, 내부에 있는 이상한 구슬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색 구슬이었다. 두꺼비의 알이라고 하기엔 하나밖에 없었고 내단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너무 작았다.

         

        아무리 노려봐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먹어도 안 죽겠지, 뭐.

         

        십독불침인데.

         

        터업.

         

        꿀꺽.

         

        그대로 정체불명의 구슬을 삼켰다.

         

        살짝 쓰긴 한데, 별 이상은 없었다.

         

        [「위기 감지 LV1」를 획득했습니다.]

         

        응? 뜬금없는 타이밍에 스킬을 주네.

         

        방금 그걸 먹어서 그런 건가?

         

        그게 아니면….

         

        온몸이 오싹거리는 이 기분.

         

        나는 곧바로 먹던 걸 내려두고 태세를 갖췄다.

         

        “게엑!”

         

        거미들을 산개시킨 후, 다가올 위협에 대비했다.

         

        【베엘제부포 LV12】

        【상태】

        「분노」「적개심」

         

        【아스트로텔리스 라디아타 LV11】

        【상태】

        「동조」「적개심」

         

        모습을 드러낸 건 내 전 이웃 두 마리.

         

        포효 소리를 좀 줄일 걸 그랬나.

         

        아니, 그래도 이 녀석들이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일 대 일이면 내가 확실히 잡을 수 있었고 이렇게 수가 많더라도 도망치는 건 쉬웠으니까.

         

        …그런데, 왜 내 몸이 이렇게 떨리는 거지?

         

        [「위기 감지 LV1」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위기 감지 LV2」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위기 감지 LV3」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킬 레벨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위기 감지 LV4」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위기 감지 LV5」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온몸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당장 도망치라고.

         

        내 앞에 있는 녀석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날 잡아 먹기 위해 이곳까지 올라온 녀석들도 더 이상 날 보지 않았다.

         

        저 멀리 있는 수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늪지대.

         

        그러나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검은 그림자였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린 것과 그것이 물 밖으로 나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피라냐카이만 LV30(+)】

         

        늪지대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