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

       그렇게 의도치 않게 서로의 과거를 알고 나니, 긴장감이 느껴지던 분위기에 느슨함을 준 것 같았다.

       

       

       “아니, 왜 소외신을 주머니에 넣고 온 거에요? 미쳤어요? 아니 이미 미쳤지. 기사단이 알면 어떡할 거에요? 무기만 뺏고 몸은 검사 안해서 다행이지!”

       

       

       도적 생 이토록 등골이 오싹했던 적은 16번째였다며 아가르타가 갈갈이 날뛰었다.

       

       아니, 그 정도면 꽤 많은 편 아니야?

       

       솔직히 할 말 없지만 좀 억울한 감도 있고 아가르타에게 지기 싫은 마음에 반박했다.

       

       

       “아니, 제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와, 저 분위기 풀어줄려고 제 가정사도 풀었는데 완전 배신당한 기분이에요. 진짜 외신하고 한 거 아니야 이 사람?”

       

       “한 적 없다니까요?”

       

       

       자강두천.

       

       둘의 싸움을 주머니에서 빼곰 보고 있던 소외신이 의기소침해져 꼬물거렸다.

       

       

       사냥꾼은 둘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은 건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안 한거다. 화로에 가까워질수록 외신은 접근하기 힘들어지니까.”

       

       

       사냥꾼은 더블 베럴 샷건은 빼앗겼지만 몰래 숨겨두었던 비비탄 총알을 꺼내 나와 아가르타에게 보여주었다.

       

       ‘그것도 치워요!’ 라고 손짓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저 화로에서 불타오르는 불꽃은 특정 힘에 의해서 외신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아예 무력화시키는 힘까지 있다.

       

       그래서 기사단의 머릿속에는 외신이 이 안까지 쳐들어올 것이라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는 거고.

       

       외신이 굳이 외곽 지역에 나타나거나, 멀리서 정신공격을 하는 이유다.”

       

       

       확실히 감시자처럼 외신들이 이 영지 내에서 계속 발생했다면 사람들이 저렇게 바깥에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있었겠지.

       

       감시자야 뭐, 그것조차 무시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려나.

       

       

       그런데 소외신은 왜 저 불꽃과 이렇게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멀쩡한 걸까.

       

       얘는 뭐 좀 다른 건가?

       

       

       호주머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소외신을 내려다 보니, 그때의 푸근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 건가.”

       

       

       내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것인지 소외신은 그저 빵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이것도 슈퍼 겁쟁이 모드 영향인가, 아니면 소외신은 예외가 되는 뭔가가 있는 건가.

       

       아는 게 없으니 답답했지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싶었다.

       

       

       아가르타가 몰랐던 지식을 얻은 것마냥 감탄했다.

       

       

       “확실히, 외신과 관련된 건으로 기사단에 잡혀온 적은 저도 처음이라 몰랐네요.”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절대 아니다.”

       

       

        어째서인지 아가르타는 그 말에 기쁜 일이라는 듯이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와, 그러면 우리 완전 운이 좋은 거네요? 흔치 않은 일이 우리한테 벌어진 거잖아요!”

       

       “그건 그냥 운이 안 좋다고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탄튼 씨,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외신 같은 거나 좋아하는 거예요.”

       

       

       대체 그거랑 무슨 관련인데.

       

       

       “열쇠도 없고, 손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풀 수도 없어. 자신감이 있을 만 하네요.”

       

       

       내 시선은 가볍게 무시한 채, 아가르타는 손에 묶여있는 청테이프를 쭈욱 당겼다.

       

       

       외신의 수갑, 인간으로서 풀 수 없는 퍼즐에 도적으로서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가, 괜스레 나나 사냥꾼을 찔러대며 반응을 구했다.

       

       

       “하아,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요? 바로 얼마 전에 겨우 팔다리가 자유로워 졌었는데. 내 손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어요.”

       

       “일단 그 입 좀 가만히 있으면 답답함의 반은 해결될 것 같군.”

       

       “아, 진짜! 심심하다니까요? 제가 말을 안 하면 너무 조용하잖아요!”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심! 심! 심! 심!”

       

       “…죽여버린다.”

       

       “죽여 봐요! 못 죽이겠죠? 팔다리 다 묶인 주제에!”

       

       

       에베베베 하며 혀를 내미는 아가르타는 뻗어오는 사냥꾼의 손길을 신들린 기세로 피하다가 결국 좁은 유치장이라는 이유로 잡혀버렸다.

       

       

       “아니, 제가 하려던 게 그게 아니고….”

       

       “다시 한번 더 말해봐라.”

       

       “데헷?”

       

       

       마치 짐 취급 당하듯이 바닥에 널부러진 채 사냥꾼이 당기는 청테이프에 의해서 아가르타가 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끌려 다녔다.

       

        사냥꾼에 의해 조용해진 지 고작 1분도 체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광경을 보면서 나지막히 웃고 있으니,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가르타와 사냥꾼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고, 마침내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곰 인형, 부단장이었다.

       

       

       여전히 눈썹을 꾸긴 채 우리를 내려다보는 부단장은 조용히 철문의 잠금을 해제하고는 문을 열어젖혔다.

       

       아가르타와 사냥꾼이 여전히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움직이지 않자, 부단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와라. 같이 갈 곳이 있다.”

       

       

       

       

       #

       

       

       

       

       “불을 바라보지 마라. 황녀님에 대한 불경이다.”

       

       

       부단장이 데리고 온 곳은 다름 아닌 지하, 통신소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도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화로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신기하면서도 어두워서 텁텁해보이는 광경을 가만히 살피고 있으니 부단장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불꽃에게 예의를 갖췄다.

       

       

       “죄인 호송을 마쳤습니다.”

       

       

       어디다 대고 얘기하고 있는 거야.

       

       이제는 하다하다 불꽃에 대고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보게 되는 건가?

       

       

       다행히 나만 보고 있는 광경은 아닌 것인지 아가르타의 얼굴에도 물음표가 올라와 있었다.

       

       그러고는 양손이 묶인 채, 검지를 펴 관자놀이 주변을 빙빙 돌리곤 나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직설적인 제스처 때문에 강제로 이해 당해버렸다.

       

       

       ‘이 사람도 탄튼 씨처럼 정신 나간 것 같은데요?’

       

       

       이년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시비 터네.

       

       

       혹시 몰라 사냥꾼에게도 눈길을 줬지만,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뭔데.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있노라니 부단장이 이내 화들짝 놀란 듯 언성을 높였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아, 아닙니다. 황녀님. 저희 기사단은 당신을 위해 있는 것. 저희는 그 뜻을 따를 뿐입니다.”

       

       

       황녀님?

       

       통신소라는 이름도 그렇고, 설마 저 불꽃이 황녀랑 대화하는 수단이었나?

       

       

       괜히 오해해서 미친놈으로 만들 뻔한 게 미안해서 머쓱해졌다.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부단장은 절도 있는 경례를 한 뒤,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뒤돌았다.

       

       

       “네놈들이 지하 감옥에 있던 감시자를 처리한 것에 대해 황녀님께서 크게 감격하셨다.”

       

       

       아, 그거.

       

       확실히 대단한 업적이라면 업적이긴 하지.

       

       

       물론 우리가 처리했다기 보다는 본인이 만족해서 사라진 것에 가깝긴 했는데.

       

       뭐, 그게 그거려나.

       

       

       그런데 아무리 그런 일을 했다 해도 악질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한테도 감격할 수 있는 건가?

       

       마치 그 의문에 대답이라도 해주는 듯 부단장이 검지와 중지를 펴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네놈들한테 선택지를 친히 주신다고 하신다.”

       

       

       사냥꾼과 아가르타, 그리고 나까지 모두의 시선이 그 손가락에게 집중되었다.

       

       부단장이 우리를 살피고는 덤덤한 척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결정해라. 이대로 죄인으로서 참수당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기사단에 들어올 것인가?”

       

       

       한껏 폼을 잡는 모습이었지만 곰인형의 모습으로 보이는 내 눈에는 너무 짜쳤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사냥꾼이 낮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전개에 아가르타도 나와 같이 사냥꾼을 돌아보았지만, 사냥꾼은 오히려 크게 웃기 시작했다.

       

       마치 부단장의 말이 같잖다는 듯이.

       

       

       가, 갑자기 왜 이래?

       

       웃음이 나올 상황이었나?

       

       죽이지 않는다면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들여야 할 텐데.

       

       

       “기사라. 허울만 기사지 제대로 된 기사 취급도 해주지 않을 주제에, 쓰다 버리기 좋은 말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 죄인 주제에 바라는 게 많군. 그 정도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는데.”

       

       

       무례하다고 생각했는지, 곰 인형의 눈썹이 한껏 꾸겨졌다.

       

       하지만 사냥꾼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저 웃어버리고는, 마치 으르렁거리듯 목소리를 깔았다.

       

       

       “내가 지금까지 너희 족속들과 연관되지 않으려고 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나?”

       

       “…지금 그딴 식으로 입을 놀릴 처지가 아닐 텐….”

       

       “바로 무능해서다.”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갑게 긁히던 부단장의 목소리도 무시한 채 사냥꾼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 이 녀석 갑자기 왜 급발진을 하고 난리야!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긴 한데, 잘못하다가 목이 댕겅 하고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냥꾼을 말리기 위해서 손이 올라갔지만, 곧 나온 사냥꾼의 말을 듣고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외신을 토벌한다고 만들어진 집단이, 하물며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고작 이 인원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외신의 왜곡 현상도 뚫지 못해서 뒤늦게 등장한 거 아닌가?

       

       과연 그 이름에 걸맞는 능력인지는 의심이 드는군.”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우리를 둘러보는 사냥꾼과 눈이 마주쳤다.

       

       

       아.

       

       이거 혹시 은근슬쩍 우리도 띄워주는 건가?

       

       괜히 한 번 우리랑 눈 마주치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그 입 다물어라.”

       

       “그리고, 우리가 입을 놀릴 처지가 아니다?”

       

       

       사냥꾼의 팩트 폭행은 끝나지 않았다.

       

       

       “네놈들만의 암묵적인 룰을 내가 모를 것 같나?”

       

       “….”

       

       “외신을 쓰러뜨리는 놈은 그 어떤 범죄행위가 있었더라도 덮어준 뒤 승급하는 것.”

       

       

       그 말이 나오자, 부단장의 입은 꾹 닫혔다.

       

       갑자기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네놈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 행위야말로 부당행위라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네놈들은 고귀한 기사라서 가능하고, 우리는 미천한 범죄자라 급이 다른가?

       

       그거야말로 지고한 황녀라고 하는 작자가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신념 아닌가?”

       

       “뚫린 입이라고. 급이 다른 게 당연하지. 범죄자와 기사가 정말 동일한 선상이라고 생각하나? 황녀님의 온정이 없었다면 너희들은 이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다.”

       

       

       그 말에 사냥꾼이 이죽거리며 부단장을 긁었다.

       

       

       “네가 신봉하는 그 황녀도 아는 사실인지, 그게 참 궁금하군.”

       

       “….”

       

       “정곡인가?”

       

       

       지금까지 묵묵하게 있던 사냥꾼의 현란한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고 말았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그러자 아가르타도 조심히 입을 열었다.

       

       

       “마, 맞아요! 그리고 분명 들었어요. 지하 감옥에 갇힐 정도로 범죄를 저지른 기사도 외신을 쓰러뜨렸다는 이력 하나만으로 곧장 석방시켰다고요!”

       

       

       와.

       

       이거는 반박 불가인데?

       

       

       내가 봐도 지금 상황에서는 부단장이 제대로 말빨이 털려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단장에게서 어떤 분노의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해야 할 말을 고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마저 들고 있었다.

       

       

       아니, 여기서 더 얼마나 대단한 반박을 하려고 저러고 있는 거야.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옆에 팝콘이라도 있으면 들고 와서 씹고 싶었다.

       

       그렇게 마침내 부단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네놈들이 외신을 죽였다고? 아니지, 아니지…. 말은 제대로 해야지.”

       

       

       아, 잠깐.

       

       설마.

       

       

       “네놈들이 한 일은 물러낸 거 뿐이다.”

       

       

       아.

       

       갑자기 존나 짜치네.

       

       갑자기 ‘아무튼 아님!’ 시전하는 건 아니지.

       

       

       뭔가 팍 식어버리는 기분에 짜게 식은 눈으로 부단장을 보고 있으니, 부단장이 덤덤하게 말했다.

       

       

       “확실히 외신을 쓰러뜨린 자에게는 우리도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이 없지 않아 있지. 숨겨 봤자 뭐하겠나.”

       

       “역시 같잖은 집단답게 우기기 밖에 못하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는.”

       

       

       부단장은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외신을 한 번 더 쓰러뜨림으로써.”

       

       

       부단장의 말에 사냥꾼의 얼굴에는 희열이, 아가르타의 얼굴에는 절망이 피어올랐다.

       

       

       “무슨 그런 억지가…!”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뭐, 뭐요?! 미쳤어요?!”

       

       

       아가르타가 사냥꾼의 어깨죽지를 멱살 잡듯이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사냥꾼은 아가르타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부단장과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이었다.

       

       

       “고작 그딴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바라던 바다.”

       

       “허, 자존심 하나는. 역시 사냥꾼이라는 건가. 아니꼽지만 황녀님께 필요한 인재. 그래, 여기서 약속하지.”

       

       

       부단장은 플라스틱 검을 꺼내어 하늘을 가리키고는 바닥에 턱, 꽂으며 외쳤다.

       

       

       “네놈들이 외신을 쓰러뜨리는 데에 성공할 시 모든 죄를 사멸해주고, 기사단에 정식으로 입단하게 해주마. 그리고 사냥꾼, 네놈이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활동까지 보장해주겠다.

       

       나, 마렌느 버스티안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말도 안 되는 파격적인 제안에 아가르타와 내가 입을 떡 벌리며 보고 있으니, 오히려 사냥꾼은 의문을 띄웠다.

       

       

       “가명이 아닌 진명이군.”

       

       “외신에게 저주받는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외신잡는 기사단이다.”

       

       “꼴에 자존심은.”

       

       

       부단장의 눈이 나와 아가르타에게 향했다.

       

       

       “이견은 없나? 너희들은 저 무모한 녀석의 뒤를 따라가지 않아도 좋다.

       

       

       외신과의 전투에서 패배는 곧.”

       

       죽음을 뜻하니.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우리 주변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지금 행하는 건 자신의 위치를 올리기 위해 목숨을 저울질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사냥꾼의 눈빛이 다시 내게 왔다.

       

       이번에는 전과 같은 의미심장한 눈빛이 아니었다.

       

       

       거의 확신에 찬, 한 번 더 내 능력을 증명하라는 강요에 가까운 눈빛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냥꾼이라면 고독한 늑대 루트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불가능하다.

       

       감시자는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래도.

       

       외신을 잡을 수 있는 확신은 없지만 저들에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슈퍼 겁쟁이 모드를 믿자.

       

       어차피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외신에게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기사단 루트 개방이다!

       

       

       “예로부터 의리는 끝까지 지키라는 말이 있어서요.”

       

       

       결의에 찬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자, 아가르타가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말했다.

       

       

       “저도 할게요. 둘 다 했으니 저 혼자 떨어지기도 뭐하니까요. 그러니까 저희 같이 하는 거 맞죠? 네?”

       

       “아니, 시험은 따로 본다. 마침 처리해야 할 외신이 3마리가 있으니까.”

       

       “네?”

       

       “너희들이 처리해야 할 외신을 각각 알려주지 론단 외곽 떨어진 운석에서 나타나 기이한 빛으로 사람을 잡아가는 외신부터…”

       

       “취소, 취소, 취소!”

       

       “기사는 자고로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

       

       

       아가르타가 ‘히이익.’ 이라는 소리를 내며 낯빛이 어두워지는 모습은 제법 볼 만 했다.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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