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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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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성한 새 하얀 속눈썹 사이로 매혹적으로 빛나는 진한 금안, 부드럽고 매끈한 뺨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시원한 입매, 곧게 뻗은 콧대와 날렵한 턱선까지 시선에 담은 도반은 소름이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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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 마신께서 나를 축복하시는구나! 쓸모 없어진 실험체를 쏙 빼닮은 물건을 찾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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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아직 거울을 본 적이 없어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원작에서 아이리스의 오빠라고 거짓말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와 똑닮은 색을 품고있었다.
    ​
   
    ‘돌아가기 전에 챙겨야 할게 하나 더 생겼군!’
    ​
    ​
    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잊고 크흐흐하고 작게 웃으며 리안을 붙잡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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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욱.
    ​
    ​
    그가 나아간 곳엔 바닥을 기며 도반에게 다가가고 있던 기생충이 있었다. 도반은 물컹한 기생충을 밟고 발이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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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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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시야가 강제적으로 흔들리더니 천장을 비추었다. 뒤이어 강렬한 통증이 뒤통수에서부터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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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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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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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뒷머리를 박으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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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 바,방금 그 소리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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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이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소리가 들려온 쪽을 아무리 살펴봐도 소리가 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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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카만 기생충조차 도반의 구두에 달라붙는 바람에 투명해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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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데서 난 소리인가? 뭔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얘들아 형 먼저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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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 큰일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되어 리안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달려 나갔다. 두 아이도 큰 소리가 난 게 무서워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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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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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반은 제 뒷머리를 꾹 누르며 끙끙거리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뒷머리에 주먹만 한 혹이 자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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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애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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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제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 욕설을 내뱉으며 씩씩거렸다. 그가 넘어진 건 전부 그가 던져버린 기생충 때문이었지만, 도반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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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재료만 챙기고 나머지는 싹 다 죽여버려야겠어.’
    ​
    ​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며 혀를 길게 내밀어 입술을 핥던 그때, 시선 끝에 검은색 빛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독초가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흑마법이 아직 발동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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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우선 독초부터 찾고, 저 재료까지 얻는다. 그리고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도망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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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속으로 킬킬거리며 검은 빛을 쫓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긴 끝에 도착한 곳은 널찍한 주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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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빛은 주방 한쪽에 놓인 유리병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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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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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잘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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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을 구석구석 전부 확인해봤지만 커다란 소리가 날 만한 곳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가볍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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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가 실험을 하다 큰 소리를 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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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는 새로운 실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오늘은 따로 실험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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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실험을 하다 큰 소리가 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것 말고는 딱히 유추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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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가 한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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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주방 쪽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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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뭘 준비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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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을 다녀온 미아가 질 좋은 고기와 야채를 사 왔기에 풍족한 식사를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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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가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데 함부로 사용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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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는 미아가 부족하지 않게 사 오는 데다가 개그 필터를 사용해 몇 가지의 재료를 수급하고 있지만, 먹는 입이 한,두개가 아니었기에 언제 다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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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는 빨리 상하니까 넉넉히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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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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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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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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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한쪽에 놓아두었던 찻잎이 든 유리병이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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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왜 쓰러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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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장난이라도 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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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을 세워놓기 위해 쓰러진 병 쪽으로 다가갔다. 병을 쥐려는 순간, 실수로 병을 툭 밀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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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이 데구루루 굴러 바닥에 떨어지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몸을 낮추며 병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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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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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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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찻잎 병을 원래 있던 곳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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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또 아이들이 만질 수 있으니까 치워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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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았던 병을 들고 뒤로 두걸음 물러났다.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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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에 올려두는 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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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 선반에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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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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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찻잎 병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던 그때, 도반은 엉망인 꼴로 숨을 헐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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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헉…망할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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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애니에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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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덮치려고 하면 운명의 장난처럼 날아온 전단지에 시야가 가려져 허우적거리다가 넘어진다거나, 상대의 뒤통수를 때리려는 순간 발이 미끄러져 휘두른 주먹에 본인이 맞게 되는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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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의도로 접근한 이가 아무리 엉망인 꼴로 바닥을 뒹굴어도, 상대는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태연하게 자신이 할 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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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의도로 접근한 이가 엉망진창이 된 꼴로 바닥에 쓰러지면 그 옆으로 당할 뻔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쁜 의도로 접근한 사람을 쳐다본다.
   
   
   흔하게 쓰이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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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은 그런 레퍼토리가 적용되어 아무리 온몸으로 바닥을 쓸며 구르고, 씩씩거려도 리안에게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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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야말로 붙잡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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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은 이를 으득 갈며 거칠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잘 정리된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고, 여기저기 부딪친 듯 불긋하고 퍼런 멍 자국이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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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그런 꼴로 화가 잔뜩 난건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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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막 주방에 들어온 그 시점, 도반은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놀라 찻잎 병을 놓치고 말았다. 뒤늦게 주방에 들어온 이가 리안인 걸 알고 일이 제 뜻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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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왜 쓰러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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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잎 병을 세우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리안을 봤을 때,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벌써 황홀한 걸작을 만든 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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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제압 마법을 손에 맺히게 한 후 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반의 손이 리안을 덮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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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구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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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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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병을 잡기 위해 리안이 몸을 훅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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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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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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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탓에 도반의 팔을 거칠게 허공을 휘었다. 리안을 가지고 싶었던 거친 욕망만큼 힘이 가득 들어갔던 팔은 휘둘러진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도반의 몸을 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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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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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사슬이 나타나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온몸을 칭칭 휘감은 사슬은 입까지 턱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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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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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볼링핀처럼 쓰러져 몸을 꿈틀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도반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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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떠져 실핏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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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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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최대한 빠르게 마법을 해체하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안은 찻잎 병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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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헉…이번에야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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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잔뜩 흥분한 채 눈을 번뜩이며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리안이 뒤로 두걸음 물러나 그의 팔이 허공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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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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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상태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 하체는 부실하고 상체의 팔은 빵빵하니 무게가 앞으로 쏠려 몸이 앞으로 쓰러지다 못해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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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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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몸은 데굴데굴 굴러 벽에 얼굴을 박으며 멈췄다. 꿈틀꿈틀 몸을 떨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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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절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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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흥분하는 바람에 멍청하게 리안을 붙잡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그는 흑마법사였다. 먼 거리에서 마법을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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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지팡이 끝으로 리안을 가리킨 채 고문 마법을 허공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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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이런 모욕을 주었으니…대가를 치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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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으로 거품을 물고 기절하면 그때 번쩍 들어서 옮기면 될 터였다. 도반은 사악하게 웃으며 흑마법을 완성했다.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날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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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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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 안으로 미아가 말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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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라니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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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기척 없이 다가온 라니아가 리안의 곁에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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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안돼에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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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은 1분 1초가 수십 년 처럼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멈추고 싶었지만 휘둘러진 팔은 멈출 수 없었고, 완성되어 날아가기 시작한 마법은 해체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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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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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어엄춰어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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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울려 퍼지고 쏘아진 마법이 리안을 향했다. 정확히는 리안 옆에 서 있는 라니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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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은 어느새 콧물까지 흘리며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마법이 라니아에게 닿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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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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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려진 시간 속에서 라니아가 도반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의 흐름 따위 느끼지 않는다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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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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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는 마치 윙윙 날아다니는 벌레는 쫓아내는 것처럼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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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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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와 리안을 향해 날아오던 마법이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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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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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튕겨나간 마법은 그대로 돌아와 도반의 명치에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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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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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반은 비명을 내지르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심심하지않아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

개그 펀치! 개그 펀치!

도반 말고도 앞으로 나올 수 많은 최강자들이 개그 필터 앞에 츳코미 담당이(도대체 저게 어떻게 되는건데?!) 될거 생각하니 기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

행복한 하루 되세요!다음화 보기

풍성한 새 하얀 속눈썹 사이로 매혹적으로 빛나는 진한 금안, 부드럽고 매끈한 뺨 그 아래에 자리 잡은 시원한 입매, 곧게 뻗은 콧대와 날렵한 턱선까지 시선에 담은 도반은 소름이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아아 -..! 마신께서 나를 축복하시는구나! 쓸모 없어진 실험체를 쏙 빼닮은 물건을 찾게 되다니!’

리안은 아직 거울을 본 적이 없어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원작에서 아이리스의 오빠라고 거짓말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와 똑닮은 색을 품고있었다.

‘돌아가기 전에 챙겨야 할게 하나 더 생겼군!’

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잊고 크흐흐하고 작게 웃으며 리안을 붙잡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꾸욱.

그가 나아간 곳엔 바닥을 기며 도반에게 다가가고 있던 기생충이 있었다. 도반은 물컹한 기생충을 밟고 발이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

‘아,어..?’

그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시야가 강제적으로 흔들리더니 천장을 비추었다. 뒤이어 강렬한 통증이 뒤통수에서부터 퍼져나갔다.

쿵!

“컥 -…!”

그는 뒷머리를 박으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엇?! 바,방금 그 소리 뭐지?”

리안이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소리가 들려온 쪽을 아무리 살펴봐도 소리가 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새카만 기생충조차 도반의 구두에 달라붙는 바람에 투명해져 보이지 않았다.

“다른 데서 난 소리인가? 뭔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얘들아 형 먼저 가볼게!”

혹여 큰일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되어 리안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달려 나갔다. 두 아이도 큰 소리가 난 게 무서워 자리를 피했다.

“끄으윽…”

도반은 제 뒷머리를 꾹 누르며 끙끙거리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뒷머리에 주먹만 한 혹이 자라있었다.

“망할 애새끼들!”

그는 제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 욕설을 내뱉으며 씩씩거렸다. 그가 넘어진 건 전부 그가 던져버린 기생충 때문이었지만, 도반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저 재료만 챙기고 나머지는 싹 다 죽여버려야겠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며 혀를 길게 내밀어 입술을 핥던 그때, 시선 끝에 검은색 빛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독초가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흑마법이 아직 발동되고 있었다.

‘후우..우선 독초부터 찾고, 저 재료까지 얻는다. 그리고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도망치는 거야.’

그는 속으로 킬킬거리며 검은 빛을 쫓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긴 끝에 도착한 곳은 널찍한 주방이었다.

검은 빛은 주방 한쪽에 놓인 유리병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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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잘못 들었나?”

집안을 구석구석 전부 확인해봤지만 커다란 소리가 날 만한 곳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가볍게 생각했다.

‘미아가 실험을 하다 큰 소리를 낸 건가?’

미아는 새로운 실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오늘은 따로 실험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아마 실험을 하다 큰 소리가 난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것 말고는 딱히 유추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따가 한번 물어봐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주방 쪽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뭘 준비해볼까나?”

외출을 다녀온 미아가 질 좋은 고기와 야채를 사 왔기에 풍족한 식사를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재료가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데 함부로 사용할 순 없지!’

재료는 미아가 부족하지 않게 사 오는 데다가 개그 필터를 사용해 몇 가지의 재료를 수급하고 있지만, 먹는 입이 한,두개가 아니었기에 언제 다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고기는 빨리 상하니까 넉넉히 사용해야겠다.’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방에 들어갔다.

데구르르.

“응?”

그때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한쪽에 놓아두었던 찻잎이 든 유리병이 쓰러져있었다.

“저게 왜 쓰러져있지?”

아이들이 장난이라도 친 건가?

병을 세워놓기 위해 쓰러진 병 쪽으로 다가갔다. 병을 쥐려는 순간, 실수로 병을 툭 밀치고 말았다.

병이 데구루루 굴러 바닥에 떨어지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몸을 낮추며 병을 잡았다.

텁!

“휴, 다행이다.”

속으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찻잎 병을 원래 있던 곳에 올려두었다.

‘아, 또 아이들이 만질 수 있으니까 치워놓아야겠다.’

내려놓았던 병을 들고 뒤로 두걸음 물러났다.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높은 곳에 올려두는 게 좋겠지?’

위쪽 선반에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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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이 찻잎 병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던 그때, 도반은 엉망인 꼴로 숨을 헐떡거렸다.

“허억,헉…망할 놈이..”

개그 애니에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덮치려고 하면 운명의 장난처럼 날아온 전단지에 시야가 가려져 허우적거리다가 넘어진다거나, 상대의 뒤통수를 때리려는 순간 발이 미끄러져 휘두른 주먹에 본인이 맞게 되는 일이 생긴다.

나쁜 의도로 접근한 이가 아무리 엉망인 꼴로 바닥을 뒹굴어도, 상대는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태연하게 자신이 할 일을 이어간다.

나쁜 의도로 접근한 이가 엉망진창이 된 꼴로 바닥에 쓰러지면 그 옆으로 당할 뻔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쁜 의도로 접근한 사람을 쳐다본다.

흔하게 쓰이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도반은 그런 레퍼토리가 적용되어 아무리 온몸으로 바닥을 쓸며 구르고, 씩씩거려도 리안에게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붙잡고 말겠어!’

도반은 이를 으득 갈며 거칠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잘 정리된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고, 여기저기 부딪친 듯 불긋하고 퍼런 멍 자국이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그런 꼴로 화가 잔뜩 난건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리안이 막 주방에 들어온 그 시점, 도반은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놀라 찻잎 병을 놓치고 말았다. 뒤늦게 주방에 들어온 이가 리안인 걸 알고 일이 제 뜻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저게 왜 쓰러져있지?”

찻잎 병을 세우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리안을 봤을 때,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벌써 황홀한 걸작을 만든 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리안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제압 마법을 손에 맺히게 한 후 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반의 손이 리안을 덮치려는 순간!

데구루루.

“으앗!”

떨어지는 병을 잡기 위해 리안이 몸을 훅 낮췄다.

휘익!

“엇…?”

그 탓에 도반의 팔을 거칠게 허공을 휘었다. 리안을 가지고 싶었던 거친 욕망만큼 힘이 가득 들어갔던 팔은 휘둘러진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도반의 몸을 툭 두드렸다.

촤르륵!

검은색 사슬이 나타나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온몸을 칭칭 휘감은 사슬은 입까지 턱 막아버렸다.

“웁…!”

그는 볼링핀처럼 쓰러져 몸을 꿈틀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도반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떠져 실핏줄이 터졌다.

‘해체!’

그는 최대한 빠르게 마법을 해체하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안은 찻잎 병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있었다.

‘허억,헉…이번에야 말로!’

그는 잔뜩 흥분한 채 눈을 번뜩이며 리안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리안이 뒤로 두걸음 물러나 그의 팔이 허공을 휘저었다.

“…!”

그 상태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 하체는 부실하고 상체의 팔은 빵빵하니 무게가 앞으로 쏠려 몸이 앞으로 쓰러지다 못해 구르기 시작했다.

“컥!”

그의 몸은 데굴데굴 굴러 벽에 얼굴을 박으며 멈췄다. 꿈틀꿈틀 몸을 떨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게 지금이다.

‘이번에는 절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잔뜩 흥분하는 바람에 멍청하게 리안을 붙잡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그는 흑마법사였다. 먼 거리에서 마법을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리안을 가리킨 채 고문 마법을 허공에 띄웠다.

‘나에게 이런 모욕을 주었으니…대가를 치러야지.’

고통으로 거품을 물고 기절하면 그때 번쩍 들어서 옮기면 될 터였다. 도반은 사악하게 웃으며 흑마법을 완성했다.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날리는 순간.

“요!”

주방 안으로 미아가 말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어? 라니아님?”

리안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기척 없이 다가온 라니아가 리안의 곁에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아 -..안돼에에에 -..’

도반은 1분 1초가 수십 년 처럼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멈추고 싶었지만 휘둘러진 팔은 멈출 수 없었고, 완성되어 날아가기 시작한 마법은 해체할 방법이 없었다.

슈우우우욱…

“머어엄춰어어어 -..!”

도반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울려 퍼지고 쏘아진 마법이 리안을 향했다. 정확히는 리안 옆에 서 있는 라니아를 향했다.

도반은 어느새 콧물까지 흘리며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마법이 라니아에게 닿기 직전.

“…”

“컥..!”

느려진 시간 속에서 라니아가 도반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의 흐름 따위 느끼지 않는다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슈욱!

라니아는 마치 윙윙 날아다니는 벌레는 쫓아내는 것처럼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푯!

라니아와 리안을 향해 날아오던 마법이 튕겨 나갔다.

“끄억..!”

튕겨나간 마법은 그대로 돌아와 도반의 명치에 쏙 들어갔다.

“끄아아악!”

도반은 비명을 내지르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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