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

   EP.14

     

   띠링.

     

   [좌표(■■■,■■■) 튜토리얼#1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간이 임무. ‘탈출 – 脫出’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했습니다.]

     

   삐이이-

     

   광화문역 지하도를 울려 퍼지는 강렬한 사이렌 소리.

   오직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어두운 지하도를 내달렸던 사람들이 천천히 속도를 줄여가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사람들의 숨소리가 거칠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도우미를 만났던 위치가 2번 출구와 그리 멀지 않았던 덕에 제한 시간까지 20초가량을 남기고 역의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시스템에 적혀 있던 데로 임무 클리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닌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였다.

     

   박조철이 최전방에서 자세를 낮춘 채,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지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삐이이-

   저벅. 저벅.

     

   사이렌이 만들어 내는 날카로운 소음 속에서 오직 박조철의 걸음 소리만 출구를 작게 울렸다.

   하지만 그때 박조철의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의문이 있었다.

     

   ‘……너무 조용한데?’

     

   아직 계단을 다 오른 것이 아니기에 밖의 상황은 모른다.

   하지만 처음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 들려오던 좀비들의 괴성이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찝찝함이 앞섰다.

     

   스윽.

     

   그렇게 박조철은 계단의 끝에 거의 다다랐을 때, 고개를 들어 출구 밖을 조심스레 살폈다.

     

   ‘……없다.’

     

   김시인이 미끼 역할을 제대로 해준 듯 그곳에는 공허함만이 남아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좀비들끼리 부닥치다가 깔려 죽은 것인지 몇몇 좀비들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져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뿐. 두 발로 땅을 디딘 채, 사람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괴물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나오셔도 됩니다.”

     

   박조철의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지상으로 몸을 움직였다.

   탑의 영역인 광화문의 입구와 2번 출구 사이에 좀비가 없다시피 한 지금이 생존자들이 달려야 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쿠구궁!

     

   사람들이 광화문역을 거의 빠져나온 순간, 땅이 좀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들이 빠져나온 출구가 완전히 매몰되기 시작했다.

     

   “사, 살았다…”

   “이번에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서세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지며 선두에 있던 박조철을 향했다.

     

   “……시인 씨는 어떡하죠?”

     

   걱정이 가득 담긴 눈과 함께 한껏 떨리기 시작한 서세영의 음성.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착잡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모두와는 달리 남궁천호는 걱정도 있었지만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 많은 좀비를 다 쓸어 갔다고?’

     

   분명 광장에는 지하도를 가득 메우고도 남을 압도적인 물량의 좀비들이 있었다.

   그렇게 남궁천호가 고개를 돌려 좀비가 있어야 할 5번 출구 쪽을 바라봤다.

     

   “……이런.”

     

   그리고 그는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 키에에에엑!!

   – 크아아악!

   – 캬하아아아!!!

     

   5번 출구 방면으로 모인 수천 마리의 좀비 떼들.

   놈들의 끝에 김시인이 있을 것이다. 생존자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달린 그 남자가.

     

   띠링.

     

   [임무 ‘튜토리얼 #2-1 – 탑으로’ 까지의 제한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00:04:59]

     

   “우리도 이제 들어가야 돼요.”

     

   모두가 침울해하던 그때, 침묵을 깨뜨린 한가민의 한마디가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 말과 함께 가슴에 깊숙이 박히는 양심의 가책.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는 관계없이 지금 저 좀비 대군을 뚫고 김시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박조철은 그렇게 말을 남긴 뒤, 사람들을 이끌고 광화문으로 달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에게는 힘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가……

     

   ***

     

   “후욱! 후욱!”

     

   숨이 차다.

   지속적인 질주로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다 못해 입 밖으로 흘러넘친다.

     

   하지만 나는 포기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했고 이 고통을 조금만 더 견뎌내면 숨을 돌릴 구간이 나타날 테니까.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입에서 작은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아직 거리가 있다…… 분명 아직 거리가 남았는데, 지금 나의 감각이 5번 출구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아…!”

     

   광화문역 5번 출구.

   사람들이 조금 전 진입했던 유일한 탈출구가 속절없이 무너진 채, 작은 출구의 간판만이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씹!”

     

   [빠른 납득(D+)이 발동합니다.]

     

   타앙!

     

   나는 달리던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그대로 땅을 박차 오른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나를 포위하는 좀비 떼. 저곳을 뚫을 수는 없었으니 남은 힘을 쥐어짜 다른 지하도를 찾아야 했다.

     

   ‘6번 출구…!’

     

   그래. 거기다.

     

   이 도로만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광화문역으로 이어진 또 다른 출입구가 하나 있었다.

     

   나의 뒤를 바짝 쫓아온 수천 마리의 좀비들.

   전방의 좀비들을 끌어오느라 후방관리를 못한 탓인지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에는 아직 꽤 많은 좀비들이 남아 있던 상태였다.

     

   – 크하아악!

     

   덥썩.

     

   나는 당연하게도 검을 다뤄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와 주먹다짐조차 해 본 적 없는 그런 삶이었고 더욱이 사람을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른다는 것은 꿈에서 조차 떠올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달리는 자세 그대로 검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양손으로 나를 붙잡으려 정면에서 달려드는 좀비 한 마리.

   나는 검을 뽑는 그 자세 그대로 나아가 거침없이 나의 흉기를 휘둘렀다.

     

   서걱!

     

   – 캬하아아아악!!!

     

   나의 눈앞에 있던 좀비의 두 팔이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나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허공을 수놓는 검붉은 액체가 나의 시야를 장악한다.

     

   하지만 나는 괘념치 않으며 그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약했다.

     

   “흐읍!”

     

   서걱! 서걱!

     

   힘이 강화된 덕분인지 사람을 닮은 이 괴물들은 나의 일검에 신체를 잃어가며 바닥에 툭툭 쓰러져 갔다.

     

   어지러웠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내가 하는 것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 뿐.

   좀비들을 베어 넘길 때마다 낭자하는 피의 향연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광화문역 6번 출구]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 때, 어느 순간 나의 눈앞에 6번 출구의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젠장!”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칠 것 없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고오오…

     

   6번 출구는 없었다.

   아니, 그곳은 존재는 하지만 이미 무너져 내려 입구나 출구 따위라고 부를 수도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허탈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까지 달려왔던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끔찍한 괴물들을 바라보며 피에 젖은 검을 손에 쥐고 있던가.

     

   나는 피칠갑이 된 온몸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나에게 달려드는 또 다른 좀비를 응시했다.

     

   “흐아아아아압!”

     

   나는 혼신의 힘을 쥐어짜, 나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목이 달아난 좀비가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처박힌다.

     

   살과 뼈를 베어내는 감촉.

   그 끔찍한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졌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짧은 기합과 함께 두 번째 좀비를 걷어찼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좀비.

   허나 두 번째 좀비를 제압하자 곧바로 세 번째, 네 번째 좀비가 동시에 나에게 달려든다.

     

   “허억! 허억!”

     

   숨이 거칠어졌다.

   얼굴에 맺힌 방울방울의 액체가 달궈진 호흡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근육이 과열되고 검을 부여잡은 손이 찢어지며 뚝뚝 피가 흐른다.

     

   이것은 나의 피인가. 좀비에게서 튄 핏방울인가. 점차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고 그 순간.

     

   – 키하악!

     

   미처 살피지 못한 사각에서 좀비가 날아들었다.

     

   “으읍!”

     

   갑작스러운 공격에 억지로 부여잡고 있었던 몸과 마음의 균형이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몸. 순간 발이 꼬였다.

   몸이 기울어지며 땅과 나의 시야가 가까워진다.

     

   아…… 이대로 쓰러진다면 죽겠지.

     

   순간 주위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바람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번쩍!

     

   “으아아아아!!!”

     

   나는 눈을 부릅뜨며 가슴속에 응어리진 마지막 한숨을 거칠게 내질렀다.

     

   죽음? 사실 그딴 건 두렵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는 분명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던 순간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극복해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쿵!

     

   나는 거칠게 발을 굴려 쓰러지는 몸의 균형을 겨우겨우 지탱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의 얼굴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좀비의 얼굴에 검을 내질렀다.

     

   슈악-!

     

   그리고 그 순간.

     

   띠링!

     

   —

   이름 : 김시인

   성좌 : 없음

   능력치 : [근력 Lv.12], [민첩 Lv.10], [체력 Lv.13], [마력 Lv.3]

   스킬 : [빠른 납득(D+)]

   특성 : [잠재력(?……

     

   잔여 코인 : 5,000 C

   —

     

   [당신의 꺾이지 않는 의지에 잠재력이 반응합니다.]

     

   나의 상태창에 있던 잠재력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잠ㅈ……]

   [ㅈ………]

     

   [띠링]

   [잠재력이 변화합니다.]

   [전심전력(C+)을 획득합니다.]

     

   —

   [전심전력 – 全心全力]

     

   랭크 : C+

   분류 : 액티브

     

   설명 :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스킬 사용 시, 약 1분 30초간 한 가지 능력치가 다른 능력치의 합에 비례하는 만큼 상승합니다.

   – 스킬 지속이 끝난 이후 체력과 마력이 고갈됩니다.

     

   쿨타임 : [24:00:00]

     

   ※ 해당 스킬은 잠재력이 각성한 스킬입니다. 성장의 여지가 있습니다.

   —

     

   [띠링]

   [빠른 납득(D+)이 성장합니다.]

   …

   …

   [빠른 납득(D+)]이 빠른 납득(C-)으로 변화했습니다.]

     

   나의 눈앞에 띄워진 시스템 창.

   나는 그 홀로그램을 지나 좀비의 머리를 직전으로 꿰뚫으며 스킬의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1분 30초 동안 한 가지의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올려주는 스킬.

   물론 스킬을 사용한 이후의 페널티가 존재하는 모양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이 스킬이 유일해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온 좀비 한 마리를 다시 베어 넘기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00:02:04]

     

   튜토리얼 끝까지 남은 시간은 약 2분.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체력과 속도.

     

   흐릿했지만 한 줄기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