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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14 – 행복과 성장의 상관관계>

     

    뷔페요리 100종은 10일간 공중에서 천천히 다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풍족했다.

    하루 10종씩만 클리어하면 된다.

    마침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딱 열흘이니 이쪽도 개꿀이다.

     

    “아앗.”

    “왜 그러십니까, 아가씨?”

    “함정을 깨달았어요.”

     

    조나가 즉시 기색을 달리하더니 무릎을 꿇고 내 신발끈을 만져주며 소리를 낮춰 물었다.

     

    “…실례지만 어떤 함정을 눈치 채셨는지 제게도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양이요. 아무 요리나 다 골라 담아서 접시에 올린다고 여러 종류의 음식이 전부 도감에 올라갈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요.”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요리도감의 1인분 판정기준은 중대사항이다.

    만일 여러 요리가 잡탕으로 섞인 뷔페접시가 도감수집판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가장 양이 많은 요리 하나만 포함된다면?

     

    “저, 접시에 여러 요리를 골라 담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니… 한 번에 하나의 음식만 가득 담는 짓을 열 번이나, 그것도 열흘을 반복해야 하다니…….”

     

    아무리 수집이 좋아도 이 정도 양이면 식고문이다.

    아니 가만.

    근데 꼭 가득 담아야 1인분일 이유가 있나?

    뷔페는 원래 양껏 골라 담는 곳.

    쥐꼬리만큼만 담아도 한 접시에 든 음식이 하나면 수집판정에 성공할 수도 있잖아.

     

    찰칵찰칵

     

    신이 나서 집게를 들고 접시에 담을 생각에 찰칵거리고 있자니, “기분전환도 참 빠르시군요.”하는 조금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큭큭. 저기 봐. 반찬통까지 팔도 안 닿는 꼬마아가씨. 귀엽지 않아?”

    “어머. 집에 두고 온 막내딸이 생각이 생각나네요. 호호호.”

     

    저렴한 식사를 만끽하러 온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한 번씩 날 보고 웃어댄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 찬 얼굴로 집사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다.

     

    “조나아…… 음식보관함까지 팔이 닿지 않아…….”

    “안 좋은 의미로도 기분전환이 빠르시군요.”

     

    조나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초코칩 단 하나로 괜찮겠습니까?”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려구요.”

    “쥐방울답게 먹는 법을 모르는군.”

    “아앗, 털보떡대!”

    “음식은 이렇게 먹는 거다.”

     

    옆테이블에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수인 녀석이 와구와구 음식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푸드파이터나 대식가 먹방 스트리머를 보는 것처럼 호쾌한 식사에 내 안의 승부욕이 불타올랐지만 지금은 테스트가 우선이다.

     

    아작 아작

     

    “…….”

    “더 드시겠습니까?”

    “네…….”

     

    순식간에 먹어치운 쿠키.

    그 뒤를 이은 메뉴는…….

     

    “또 초코칩입니까?”

    “이, 이번엔 네 개를 더 먹을 거예요!”

     

    1인분 판정을 받았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초코칩만 조진다!

    인간적으로 이 정도면 됐겠지 싶을 즈음, 머리가 가볍게 지끈거리며 알림이 떴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초코칩>이 수집되었습니다.]

    [일반요리의 단일수집효과는 없습니다.]

     

    초코칩의 성공 이후, 한 종류만 그릇을 가득 채울 정도로 담는 개별공략이 이어졌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양송이 수프>가 수집되었습니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크래비 아보카도>가 수집되었습니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연어초밥>이 수집되었습니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뉴욕스트립>이 수집되었습니다.]

    [요리도감에 일반요리 <멜론>이 수집되었습니다.]

     

     

    개미가 음식을 나르듯이 부지런히 음식을 입 안에 옮겨 넣는 나.

    당연히 음식을 그릇에 담아주는 조나는 수고로움이 말도 못하게 크다.

    그런데도 꿋꿋이 그릇 가득 음식을 담아주는 배려가 참 고맙다.

     

    “오늘은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릇을 깨지 않고도 잘 드시는군요.”

    “체력이 빠지지도 않았는데 지칠 정도면 검은 휘두르지도 못하죠!”

     

    아무리 병약한 나라도 꾸준한 훈련으로 조금쯤은 체력이 늘어났다고. “2kg 중량을..” 어쩌고 중얼거리며 옆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집사의 모습이 오늘따라 고맙고도 미안하다.

     

    “미안해요.”

    “갑자기 무슨 사과입니까?”

    “그냥요.”

     

    조나는 특유의 험악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아가씨가 자랑스럽습니다.”

    “제가요?”

     

    근육남캐만 돌릴 적에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칭찬이었다.

     

    “아가씨는 반찬투정도 하지 않고, 훈련이 힘들다고 우는 소리도 하지 않습니다.”

    “……칭찬 맞나?”

    “칭찬입니다. 아가씨 또래의 아이들이 누리는 일상을 떠올리면 아카데미 입학을 위한 아가씨의 노력과 성실함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옆 테이블에서 원숭이수인이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지젤이 세상 복잡한 얼굴로 구경한다.

    남들 앞에서 칭찬받기, 이거 조금 부끄럽네.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아가씨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젠가는 주인님도 아가씨를 인정하고 불러주실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 그건 좀.”

    “주인님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까?”

    “싫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뭐랄까, 조금…….”

     

    귀찮은 이벤트가 있지.

    랜덤파파이벤트로 정해진 파파들은 시간이 지나면 <파파의부탁>이나 <본가호출>이라는 연계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한다.

    초반에 많은 지원을 받으면 귀중한 주말에 파파의부탁 이벤트를 들어주고, 방학시간에 본가호출을 따르느라 긴 시간이 날아가기도 한다.

    혜택이 높을수록 자유도가 낮아지는 전개.

    세상만사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장점이 많은 귀족파파에게도 이런 사소한 흠이 있다.

    평민파파의 부탁이나 본가호출이야 진짜 뭣도 없이 그냥 얼굴 보고 밥 먹고 올라가면 그만이지만 귀족들의 허영심 많은 문화는 사정이 다르다.

     

    가문주최사냥대회.

    급 맞는 귀족들의 모임.

    영지에서 랜덤 생성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시간 잡아먹는 하마처럼 줄줄이 이어질 이벤트가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두려우십니까?”

     

    그렇다고 100금화까지 준 파파를 귀찮다고 퐁퐁해버리는 배은망덕한 딸이 될 수는 없지.

    겁먹은 척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 손 위에 쥐어주었다.

     

    “이게 머에요?”

    “아가씨께서 꾸준히 수련을 하시거든, 언젠가 이 큐빅을 여는 방법을 찾을 날이 올 겁니다.”

    “수수께끼인가요?”

    “이 큐빅을 열거든 주인님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라앉으실 겁니다.”

     

    흐음. 큐빅인가.

    깨물어볼까─.

     

    “드시면 안 됩니다.”

    “…깨물어보기만 하려고 했어요. 살짝. 아주 살짝이요.”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건 나쁜 버릇입니다. 이 큐빅은 물더라도 이빨이 부러질 정도로 단단합니다. 자제하십시오, 아가씨.”

     

    꾸중을 들었다.

     

    “거 훈훈하기만 하구만. 뭐가 문제라는 거요? 고용주 양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원숭이수인과 지젤의 대화에도 그저 혼나는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올라왔다.

     

    “식사는 이만 마치시겠습니까?”

    “수련하러 갈 거예요.”

     

    오늘 치 할당량 다섯 그릇 더 비우려면 운동으로 공복을 만들어야한다.

    …그것보다는 부끄러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클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부끄러우니까 그런 이유는 말하지 않을래.

     

     

    * *

     

     

    저녁시간.

    빡수련을 마치고 뷔페를 찾아온 나는 과도한 충격에 그만 혼절해버릴 뻔했다.

     

    “세상에!”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어, 어떻게 이런 비인간적인 일이!!”

     

    조나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오늘 수련은 일찍 끝내는 편이 좋겠다고.”

     

    [금일도 저희 공중뷔페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공중뷔페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오니 일찍 오거나 늦게 오신 손님분들에게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CLOSED]

     

    “뷔페시간이 5시에 끝날 줄은 몰랐는걸요!”

    “인기가 많은 뷔페라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럼 제 저녁은요?”

    “저녁시간대에 오픈하는 이브닝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들러보시겠습니까?”

    “…갈래요!”

     

    뷔페 음식을 다 못먹은 건 아쉽지만 레스토랑에서 그만큼 채우면 쌤쌤이지.

     

    “리프씨는 같이 안가요?”

    “저는 이미 식사를 마쳤기에 아가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시설을 더 알아보고 있겠습니다.”

     

    뭔가 미안하네.

    뷔페와 수련장 외에는 관심도 없는데 저렇게 열심히 찾아다니다니.

    자기가 즐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서라는데 미안해서라도 하루쯤은 시간을 비워 리프가 소개하는 코스로 돌아다녀봐야겠다.

     

    “히에엑!”

     

    그런 생각을 했었다.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기 전까지는.

     

    “…조나. 여기 가격이 왜 이래요?”

    “야간할증입니다.”

    “한 끼 식사에 금화 1매는 선 넘죠!”

    “진정하십시오, 아가씨. 그건 세트메뉴입니다.”

    “앗.”

     

    진짜네.

     

    <A세트 – 이브닝풀코스 금화 1매>

    <B세트 – 이브닝코스 은화 40매>

    <C세트 – 이브닝 단품 은화 15매>

     

    “밤에 이용하는 서비스는 원래 낮보다 비싼 것이 상식입니다.”

    “미안해요. 너무 비싼 가격이라 잠깐 놀랐어요.”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식비 정도는 주인님께 받은 경비로 제가 대신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요?”

    “아가씨가 플래티넘 티켓을 얻었다는 소식에 주인님께서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게임에서라면 이 비싼 초기자금을 털어서 음식이나 먹고 자빠져도 되겠냐며 부들부들 손을 떨며 가성비 수집메뉴를 찾아 헤맸겠지.

    플레이어로서는 감히 누려본 적 없는 호사에 기쁨이 벅차올랐다.

     

    “조나.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저도 아가씨께서 꾸준히 성장하셔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득 장난기가 들었다.

     

    “성장하지 않으면 어떻게 돼요? 그래도 제 곁에 남아주실 건가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런 미래가 찾아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요?”

    “주인님은 장학생… 아니, 자녀분을 많이 지니고 계십니다. 재능이 부족하거나 성장이 더딘 자녀분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조나는요?”

     

    조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 아가씨가 먹는 음식은 모두 희귀한테디베어가 먹고 싶은 음식 모음이에요!
    넷플릭스 헬스키친으로만 보아온 뉴욕스트립.
    실제로는 어떤 맛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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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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