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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왕도 루테티아는 아름다운 도시다.

        

       사실 어떤 분위기인지는 이미 게임으로 봐서 대충 감을 잡고 있었다. ‘현대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제도 론다리움과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예스러웠다.

        

       아, 물론 아무리 ‘현대화’라고는 하지만 제도 또한 지구의 ‘현대’와 비교하자면 많이 예스러운 벽돌집이 대부분이었고, 전기선이나 인터넷 선도 제대로 깔려있지도 않았지만. 뭐, 이쪽 세상에 아직 전기나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화선은 깔려있었고, 상하수도도 모조리 땅에 매설하는 식으로 지어졌고, 무엇보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가스관 시스템이 있어서 밤이 되면 가로등의 불이 모두 일정하게 켜진다. 물론 전기로 이루어진 시스템은 없으니 그 시간이 되면 근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며 가로등을 켜는 작업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라이터 켜듯 켤 수 있고, 한 번 켜지면 가스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 불이 들어와 있는 가로등은 이쪽 세계 기준으로는 최신 기술이다.

        

       ……솔직히 전기를 주로 쓰던 세상에 살던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엄청나게 위험해 보였지만…… 뭐, 실제로도 비슷한 시대에는 가로등을 그렇게 켰다고 하니까.

        

       반면에 아직 현대화가 덜 이루어진 루테티아는 기차역 주변을 제외하면 아직 불을 들고 다니며 가로등 불을 켜주는 직업이 존재했고, 상하수도 공사도 이제 막 시작되어 진행 중이다. 기차 철로도 이제 전국적으로 뻗어나가는 중이고.

        

       자동차가 서서히 보급되고 있는 제도와는 다르게, 아직 공식적으로 도입된 자동차는 딱 세 대뿐이라고 했던가. 그나마도 모조리 제국 산이다. 부품도 죄다 직수입으로 때워야 하니, 왕족이 아니라면 거의 이용도 못 할 지경이라고 들었다. 그나마 본편 시작 시점인 내년쯤에는 몇몇 회사가 진출해서 상황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루테티아의 하늘은 푸르다.

        

       왕도 중심에는 제도 중심부만큼이나 많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었지만, 마천루라고 부를법한 건물이 없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의 수도 적은데다 저 멀리 보이는 공장 매연이 보이지 않아서 묘하게 시골 동네 같은 인상을 주었다.

        

       “제도보다는 꽤 한산하네.”

        

       나와 같은 마차에 탄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하늘이 예쁘다. 제도에서는 본 적 없는 하늘이야.”

        

       분명 제도의 하늘도 푸른 색일 텐데, 온갖 곳에서 돌아가는 보일러 매연으로 쭉쭉 멀리까지 뻗은 푸른 하늘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일부분을 검은 연기가 가리고 있었으니까.

        

       참고로 제국에서는 그 매연을 자부심으로 여긴다. 현대화의 상징 그 자체니까.

        

       그 매연이 흘러나오는 공장의 생산력이 제국을 먹여 살리는 일등 공신이었다.

        

       “옷 색깔도 엄청 다양하네. 이 나라 사람들은 전부 꾸미기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 대체품이 없을 뿐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

        

       산업혁명으로 방직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하고, 덕분에 제국에서는 다들 비슷한 공장제 옷을 입고 다닌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들어낸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보통 귀족이나 돈 많은 상류층뿐이다.

        

       하지만 왕국은 아직 그런 공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제 막 짓고 있다곤 하지만, 아마 본격적으로 물건을 생산해 국민에게 보급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그렇기에 아직 왕국의 옷은 수제가 대세다. 물론 재봉틀 정도는 보급되어 있으니 손바느질로 만드는 것 보다는 훨씬 빠르게, 그리고 많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래도 아직 집집이 쓰는 천도, 디자인도 모두 다르다. 산업화로 통일되지 않은 복장 특유의 개성이었다.

        

       그것도 앞으로 몇 년이면 사라지겠지.

        

       “나, 제도 밖으로 나와 본 건 처음이야.”

        

       앨리스는 마차 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응.”

        

       나는 잠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제도 밖으로 처음 나온 공주님이, 다른 나라를 보고 들려주는 감상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최대한 좋게 좋게 말해주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렇다면 루테티아에 오신 것은 행운이군요. 아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라서 볼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요.”

        

       뭐, 사실 제국의 초원으로 나가면 이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를 볼 수 있긴 하겠지만.

        

       “……너는 루테티아에 와 봤어?”

        

       “……아뇨.”

        

       음.

        

       기분으로는 와본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본 것은 게임 속의 세상이다. 그것도 AAA급 게임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중소기업이 만들어낸, 두 세대 정도 떨어져 보이는 그래픽의 배경.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디자인적인 특징은 잘 잡았기에, 그리고 적어도 기차역부터 왕성까지의 레벨 디자인은 최대한 세세하게 해두었기에 나는 묘하게 주변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들은 진짜 최선을 다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도 루테티아는 처음입니다.”

        

       백작암살 때문에 제도 밖으로 나가본 적은 있어도 외국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내가 백작령에서 관광하다가 온 것도 아니니까.

        

       “그럼 네가 할 말이 아니잖아?”

        

       “…….”

        

       그것도 그렇네.

        

       *

        

       앨리스와 나에 대한 의전은 동일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루카스와 제이든도 진짜 황제의 아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호위’로 두 사람이 따라붙는 것도 웃긴 일이다.

        

       황제의 아이들이 진짜 딸인 앨리스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제국 안에서나 해당하는 일이다. 다른 귀족들이 아닌 황제는 어디까지나 우리를 동등한 존재로 대했고, 따라서 해외에서도 우리를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니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겠지. 안 그랬다가는 어떤 식으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니까.

        

       덕분에, 왕국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황녀님께서 한 분 더 오실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서…….”

        

       왕국의 외교관이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속마음으로는 ‘왜 너희들은 말한 대로 안 하냐’하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리라.

        

       죄다 워낙 중요한 사람이라 의전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체류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한 사람이 더 갑작스럽게 추가된 것이다.

        

       “죄ㅅ……”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을 자각하고 얼굴을 붉힌 앨리스가 외교관에게 사과하려고 해서, 나는 얼른 손을 들어서 그 사과를 막았다.

        

       내가 외교관이었던 적은 없다. 애초에 그런 쪽으로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쪽으로 최소한의 상식은 있었다.

        

       앨리스는 아직 황태녀 직위를 받지는 못했지만, 장차 황제의 자리에 오를 사람이었다. 아무리 지금은 나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엄밀히 따지면 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고귀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자기보다 한참 아래인 일개 외교관에게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잘못을 그냥 밀고 나가는 것도 곤란하지만, 만약 사과하려면 이런 공식적인 채널에서 공무원에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동등한 위치의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건네고,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 같은 위치는 ‘개인적인 일’마저도 ‘공적인 일’로 작용하니까.

        

       게다가 제국은 패권국이다. 각국의 정상이 모이는 3자회담에 무려 황제 본인도, 재상도 아닌 일개 딸내미 하나를 대리로 보내는 것을 보면 ‘나는 너희들과 동등한 자리에 있지 않다’라는 태도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황제의 바람대로 ‘패권국가’의 대표답게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정답이다. 장차 황제가 될 인물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당연히 보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니면 어쩔 건데? 꼬우면 나 보내지 말고 직접 오시던가.

        

       왜 그러냐는 듯 황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녀에게 눈짓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전한 뒤, 나는 외교관에게 말했다.

        

       “준비된 방과 같은 수준의 방이 있습니까?”

        

       “아, 예. 호텔 자체를 빌렸기 때문에 방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즉시 빈방을 만들어 주십시오. 호위 병력도 저와 동등하게 충당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질도, 양도. 모두.”

        

       “아, 알겠습니다. 즉시 준비할 수 있도록 알리겠습니다……!”

        

       원래라면 결례가 맞다. 그것도 거의 횡포에 가까운 결례.

        

       하지만,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황제가 나를 보내지도 않았을 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꼬우면 본인이 왔어야지.

        

       *

        

       앨리스의 방이 준비될 동안, 앨리스는 임시로 나와 같은 방에 들어와 있었다.

        

       평소에 종종 그러는 것처럼 앨리스는 넓은 방 가운데 있는 소파의 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

        

       아무 말도 없이.

        

       솔직히 그 시선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역시 아까 내가 보인 모습이 조금 과해 보였던 걸까?

        

       확실히, 앨리스는 전형적인 외강내유형 캐릭터였다. 초반에는 자존심 세고 원작의 클레어처럼 남들을 내려다보는 캐릭터지만 주인공과 그 일행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캐릭터. 그리고 실제로는 제국과 백성들의 미래에 대해서 언제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앨리스 개인의 서사는 황제이자 전 세계를 손에 넣으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아버지에게 대적하고…… 아마도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다.

        

       ‘아마도’를 붙인 이유는, 내가 그 게임을 끝까지 다 해보지 못하고 이쪽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 자체는 왕도적인 것을 선호하는 회사였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내가 이쪽에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없어도 어차피 세상은 지켜질 텐데.

        

       내가 시도해볼 만한 일은 죽을지도 모르는 캐릭터들을 살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게 궁극적으로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안녕, 나는 신이야’하고 인사를 건네는 신도 없고, 내 능력을 보기 좋게 정리한 상태 창도 없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한 거야?”

        

       앨리스가 나에게 물어서 나는 읽지는 않고 그냥 시선만 주고 있던 책에서 눈을 올려 앨리스를 보았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항상 당당하잖아. 마치 자기가 절대로 틀리지 않을 거라는 것처럼. 조금 전에도 그래. 그런 말을 듣고 왕국 사람들이 반발했으면 어쩌려고?”

        

       음.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틀리면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 전에는 틀렸다고 해도 별 상관없었고.

        

       나는 잠깐 고민했다. 지금 당장 내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합당하지 못한 이유를 댄다면 앨리스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대답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황녀님. 황녀님의 아버지가 누구십니까?”

        

       “어?”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앨리스는 잠시 당황하더니,

        

       “그, 그야, 제국의 황제 폐하지!”

        

       조금 화를 내듯 대답했다. 그럴만도 했다. 마치 내가 모르는 것 같은 태도로 물었으니까.

        

       “그렇다면 저의 아버지는 누구십니까?”

        

       “어, 그, 그건…….”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제대로 피가 이어진 자식은 앨리스 하나뿐이었으니까. 앨리스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명목상으로 나는 황제의 딸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피도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제도상으로 나는 딸이고, 황제도 일단은 나를 딸로서 대우한다. 심지어 지금처럼 자기 대신 보내기도 하고.

        

       그런데, 누가 감히 나한테 ‘너는 황제의 딸이 아니다’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을까.

        

       심지어 피가 이어진 황녀조차 지금 내 앞에서 대놓고 부정하지 못하는데.

        

       “황녀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저는 황제 폐하의 딸로 되어있습니다. 누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건 상관없습니다. 어쨌거나 저에게는 황녀님만큼의 권력이 있으니까요. 부정하더라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권력이.”

        

       “…….”

        

       입술을 깨무는 앨리스에게, 나는 말했다.

        

       “당당히 황제 폐하의 권력을 빌리십시오. 누군가 뭐라고 한다면 스스로 황녀임을 밝히고 증명하십시오. 남들은 절대로 황녀님을 내려다보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사는 누구라도.”

        

       “그, 그래도…….”

        

       앨리스는 조금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만약에 내가 실수하면…….”

        

       “실수? 그냥 당당하게 하십시오. 어차피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합니다. 황제는 혼자 나라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실수하면 바로잡아줄 이가 주변에 있을 것이고, 황녀님께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실행해줄 사람이 곁에 있을 겁니다. 오히려 황녀님께서 고개를 숙일수록 사람들은 황녀님을, 나아가 제국을 만만하게 보겠죠.”

        

       앨리스가 고개를 들어 조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황녀님이 실수하시더라도 여전히 황녀님이시고, 장차 황제가 되실 분입니다. 누가 감히 꾸짖을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조언하는 거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하, 하지만, 언젠가 내가 황제가 된다면…….”

        

       “황녀님께서 황제가 된다면 어차피 제국의 정점에 서신 뒤일 텐데, 그 시점에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나는 앨리스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제국 최고의 실력자가 되셔야 합니다. 아니, 최고가 아니더라도 모든 방면에서 우수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황제의 권력은 제국 곳곳으로 스며들고,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누군가가 배신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리게 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십시오. 그게 황녀님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당적당히, 힘이 될 법한 말을 모아서 해주었다.

        

       조금 감탄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앨리스의 표정에 조금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뭐, 어차피 아카데미에 가면 나보다 훨씬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고, 내 옆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되겠지.

        

       “……알았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그렇게 굴면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르고 있던 것이 있으면 그때 가서 배우면 그만입니다. 진짜 부끄러운 행동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당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데도 배우지 않으려 하는 태도니까요. 그 누구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너도?”

        

       “네?”

        

       누구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말에 앨리스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순간 나는 그렇게 되물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앨리스는 나의 그런 태도를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거야?”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표정에 어이없다는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렇게 대답하자, 앨리스는 뭔가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순식간에 처리해버리잖아.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런 건 이미 다 알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야?”

        

       “그건 제 지식과 실력, 행운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저라고 예언자는 아니니까요.”

        

       “그런가?”

        

       조금 애매한 표정을 짓는 앨리스였지만, 여기서 더 파고들면 이것저것 말하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얼른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그러니 만약 황녀님께서 뭔가 모른다는 이유로 비웃는 이가 있다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이들은 그들입니다. 자신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니까요. 그런 이들은 자기가 모르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화를 냅니다. 황녀님처럼 부끄러워하지도 않죠. 그러니까 그런 이들을 보고 부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녀님이 더 당당하셔도 됩니다.”

        

       사실 이건 나도 겪어봐서 안다.

        

       게임을 몇 번씩이나 돌려가며 플레이해보고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것을 달달 외우고 있는 나에게 자꾸 설정으로 시비 거는 놈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번역 정발 된 적 없는 설정집의 일부를 가져다 반박하고, 그래도 계속 물고 늘어지면 그대로 저격해서 고로시하는게 내 취미였다.

        

       ……물론 나중에는 내가 틀린 부분이 있어서 그대로 고로시당한 적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런 마이너한 부분까지 죄다 번역해서 요약정리까지 해 글로 올려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꼬우면 본인이 직접 번역하던가.

        

       그 요약 정리하던 세상으로 아예 들어와버린 지금은 그런 짓도 못 하지만.

        

       “그렇구나…….”

        

       나의 말을 들은 앨리스는 조금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앨리스의 표정을 보니, 가슴이 뿌듯해졌다.

        

       물론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실패!

    왠지 글이 계속 써져서 조금 더 써서 분절할까 했는데… 아무리 써도 200자가 써지지 않아서 분절은 실패했네요ㅠㅠ 대신 꾹꾹 눌러담은 두 화 같은 한 화를 올립니다.

    *10월 13일 오후 2시 17분 추가- 중간에 ‘뭐,’라는 말이 연속으로 나오는 부분이 어색하게 보여 수정했습니다!

    =

    KYYY 님, 후원 감사합니다!

    글을 쓰다보면 계속 구상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물론 그 구상이 언제나 확실한 것은 아니고, 하나의 소설이 되기에는 부족하기도 해서 둘을 합치기도 하고, 테마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떠오르는 이유가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전개는 저런 식으로 바꿔보고 싶은데, 아, 이런 부분은 이렇게 써 보고 싶은데. 그런 생각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구상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 구상이 이렇게 소설이 되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실 분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노벨피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뒤니까요.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연재하던 소설, 그것도 제가 어디서 따로 홍보도 하지 않았던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어주시는 것을 보고, 저도 글을 써도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네요. 여러분 덕분에 저는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싶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고구마구마구먹기 님, 후원 감사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후원은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글 쓰는 것이 좋다고,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던 제가 노벨피아에 글을 올렸던 것은 그야말로 충동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어주시고 다음 화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지금까지 쭉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댓글이나 추천, 그리고 올라가는 조회수를 볼 때마다 응원받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 응원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저 반복되기만 하던 지루한 일상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이런 즐거운 삶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에 보답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열심히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에리흐 님, 후원 감사합니다!

    신작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알고 있기에, 적어도 매일같이 꾸준히 찾아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의 글을 읽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글 쓰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세상만사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저의 글을 읽으러 찾아와주시는 분들도 분명 편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찾아오시는 것일텐데요.

    저의 글을 읽으시며 쓰신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언젠가 이 글을 읽었던 때를 다시 떠올렸을 때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소설이 완결 난 뒤에도 종종 찾아와 이런 소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왕이면 그때도 계속해서 글을 쓰며 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싶네요. 제 글을 읽으시는 시간이 부디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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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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