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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새 학기가 시작된 지 3주째가 되었다.

       시끌벅적하던 요람도 이제 조금씩 평소의 분위기를 찾아갈 때다.

       

         

       “미쳤다! 미쳤어!! 대박 사건이야!!”

       

         

       그래. 원래라면 말이다.

       

         

       “야! 검술 동아리랑 무투 동아리랑 멸망전 각 떴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과장된 몸짓에 목소리.

       한 남학생의 외침에 처음에는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뭔데, 뭔데? 갑자기 멸망전이라니?”

        “동아리실 두고 싸우는 거? 그런데 그걸 멸망전이라고 봐야 해?”

       “또 대충 투닥거리다가 말겠지. 아무튼 그 둘은 매 학기마다 그러냐.”

       

         

       동아리 간의 친선전이야 매번 있는 일이다.

       이제는 일종의 이벤트 취급까지 당하고 있는 중이다.

       하여 학생들의 그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투 동아리에서는 신입생 최고 유망주, 데우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 이벤트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 잠깐만. 데우스라면, 그 신고식 때….”

       “맞네. 학생회장 이능 맞고도 멀쩡했다는 그 남학생!”

       “측정 기구 부수고 결계도 같이 부순 괴물… 아니. 아무튼 걔?!”

       

         

       무투 동아리에서 나선다는 인물이 보통이 아니다.

       고학년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주목하고 있다는 신입생이다.

       

         

       “그리고! 검술 동아리에서는! 루시엘 황… 아니! 루시엘 선배님이 나오신다!!”

       “커헉?!”

        “이런 미친!!”

       

         

       화룡점정은 그런 데우스를 상대한다는 검술 동아리의 회원.

       4학년 수석. 파견대 대장. 이견이 없는 요람 학생 최강자. 루시엘.

       

       신분 때문에 되도록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던 인물이다.

       동아리에 가입하긴 했지만 활동 또한 자제하던 학생이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친선전에 나선다 밝힌 것이다!

       

         

       “와. 이건 봐야 한다. 이건 무조건 봐야 한다!”

        “언제야?! 어디서?! 어떻게 해야 우리 루시엘 선배님을 뵐 수 있는 거냐!”

       

         

       요람 학생들의 관심이 대폭발하는 건 정해진 수순.

       데우스도 데우스지만, 특히나 루시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녀가 아니라 능력자로서의 삶과 의무를 택한 여인.

       발군의 실력과 함께, 빛으로 조각을 했다는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그런 인물이 이리 나선다 하니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 법하다.

       

       

        “미쳤네. 이거 완전 야수와 미녀 아니냐?”

        “등신아. 그건 로맨스 소설이잖아. 이건 야수 대 미녀라고.”

       “다들 조용! 대체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는 거야!”

       

         

       오늘 따라 이 녀석들이 수업에 관심이 없네?

       너희들 왜들 이러니! 집중 좀 하렴! 확 쪽지 시험 본다?!

       교사들만 우중충한 얼굴이 되어서 칠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요람 전체가 뒤숭숭할 동안. 친선전의 주인공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냐아아아아앙!!

         

       

       “오. 빨라.”

       

         

       하긴 뭘 하겠는가. 당연히 고양이랑 놀아주고 있지.

          

       오늘도 고양이 죠죠와 함께 화려한 공방을 주고받는다.

       관둬야 하는데. 싶으면서도 결국 오라오라무다무다 효과음은 덤이다.

       

         

       “….”

         

       

       그리고 오늘도. 옆에서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리시아는.

       

         

       “저, 저기. 데우스.”

       

         

       부끄러움과 소심함을 이겨낸 채 겨우 입을 열었다.

         

       

       “거, 걱정은 안 돼? 아니면… 긴장이라든가….”

       

         

       걱정? 긴장? 데우스가 눈을 껌뻑거리며 손을 거둔다.

       그러자 죠죠가 ‘냐앙!’ 하고선 재빨리 유리시아 곁으로 도망친다.

       

         

       “어엇.”

       “앗.”

       

         

       엄청난 속도로 냥냥 펀치를 날리던 데우스와는 달리.

       유리시아에게는 8기통 소리까지 내며 몸을 비비는 죠죠.

       그 장면에 데우스는 팔짱을 끼고선 쯔쯧 혀를 찼다.

       

         

       “누가 수컷 아니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죠죠는 유리시아 곁에 계속 붙었다.

       마치 ‘저 괴물보다는 네가 나아!’ 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야! 유리시아가 좋으면 걔랑 살아! 밥 먹여주는 건 나인데!”

       “너, 너무 야. 그러지 마. 그… 이 아이. 그래도 데우스처럼 해주지는 않아.”

       

         

       실제로, 죠죠와 냥냥 펀치를 주고받는 이는 데우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몸을 비비곤 있지만 정작 유리시아가 관심을 주면 흥! 하고 가버린다.

       데우스 입장에서는 ‘뭐 저런 양아치 고양이가 다 있어.’ 싶지만 말이다.

       

         

       “저, 그리고… 죠죠 있잖아.”

        “응.”

       “남자아이 아닌데….”

       

       

       …어, 어?

       

         

       “얘, 여자아이야.”

       “….”

        “모, 몰랐구나.”

       

         

       유리시아의 말에 데우스는 가만히 죠죠를 쳐다보았다.

         

       어, 음. 그러니까 나는 암컷 고양이에게 죠죠라는 이름을 붙였구나.

       혹시. 어쩌면 나만 보면 불만을 토로하는 듯한 냥냥 펀치가 사실은…?

         

       

       ‘아니지. 생각해보니 여자 죠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나는 무죄다. 여전히 너는 죠죠다!

       

         

       ―냐아아아앙!!

         

       데우스의 속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그의 곁으로 다가온 죠죠가 더욱 빨라진 냥냥 펀치를 시전한다.

       

       물론 이번에도. 그 공격은 검지 하나에 전부 막혔지만 말이다.

       

         

       “유리시아.”

        “으, 으응!”

       “방금 그랬지? 걱정은 안 되냐고. 긴장은 안 되냐고.”

       “어… 응. 친선전 상대가….”

        “하나도 안 돼. 걱정이든. 긴장이든.”

       

         

       무덤덤한 목소리. 여유가 있다 못해 그냥 평소와 같은 얼굴.

       그 모습에 유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그런 건 본인 실력에 자신이 없는 놈들이나 하는 거지.”

       

         

       오히려 흥분이라든가. 짜릿함이라면 또 모를까.

       걱정이니, 긴장이니. 지금의 자신과는 멀어도 너무 먼 단어였다.

       당장 내일 세계가 멸망하는 아포칼립스물도 아닌데, 무슨.

       

         

       “그, 그래도. 상대가 상대잖아…?”

        “누가 오든. 이겨.”

       

         

       자신감을 넘어서 확신. 아니, 확신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지경이다.

       저걸 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순리? 진리?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유리시아?”

        “데우스처럼 걱정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긴장되지만. 그래도! 결국엔 데우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 그, 그렇게 믿을게!!”

       “어, 음….”

       

         

       이런 응원을 바라고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뒤통수를 긁적거리던 데우스는 쭈뼛거리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

         

       

       오후 수업이 전부 끝났다. 그러자 학생들이 어딘가로 우르르 몰려간다.

         

       매점이 아니다. 식당도 아니다. 도서관이나, 중앙 광장 또한 아니다.

       오늘 그들의 목적지는 요람의 7번 연무장. 바로 그곳이었다.

         

       

       “야! 빨리! 무조건 앞자리 앉아야 해!”

        “아냐! 중간 자리가 제일 좋아! 앞은 오히려 잘 안 보인다고!!”

       

         

       다시 말하지만, 동아리 친선전은 그리 희귀한 이벤트가 아니다.

       오늘 이 난리는 친선전 자체가 아니라 대진표 인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거 좀 무리수 아냐? 무투 동아리 쪽은 신입생인데 검술 동아리는 4학년 수석을 부른 거잖아.”

        “후배랑 선배가 붙는 경우가 아주 없진 않으니 괜찮은 거 아냐?”

        “그렇기야 한데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었지!”

       “야. 그렇게 따지면 일일 동아리 회원 어쩌고 한 무투 동아리도 문제야.”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어느 동아리가 먼저 잘못을 했느냐.

       결국 나온 답은 하나. 뭐가 되었든 우리들은 팝콘만 먹으면 된다!

         

       

       “자자! 튀김 동아리에서 직접 만든 팝콘! 얼른 사가세요! 매진 임박!!”

        “야! 튀김 동아리 뭐야! 왜 너희가 팝콘을 만들어! 그건 우리 간식 동아리 거라고!”

        “얼씨구? 우리 요리 동아리 거다, 이 망할 사파 놈들아!!”

       

       

       

       와중에 오늘 달달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팝콘 판매를 두고 다툼도 발생했다.

       아마 조간만 세 동아리의 또 다른 친선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왜요. 저는 재미있는데. 이게 바로 요람의 매력이잖아요?”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사들 또한 나름 기대가 된다는 얼굴들이다.

       유망주와 천재. 천재와 유망주의 싸움.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자! 여러분! 착석해주세요! 얼른요! 그렇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겠습니다!”

         

       

       기회는 이때라고, 행사 동아리에서 냉큼 사회자 자리를 채갔다.

       원래 이런 식이 아닌데. 갑자기 요람 전체의 행사가 되어버렸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학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경기는 무투 동아리 대 검술 동아리. 검술 동아리 대 무투 동아리! 이 둘의 마지막 승점을 두고 치르는 친선전입니다! 그리고 그 친선전을 맡을 학생은! 유망주와 천재. 천재와 유망주가 되겠습니다!”

         

       

       아! 빨리 좀 시작해! 언제 하냐고! 이러다가 팝콘 다 먹겠어!

       아, 천천히 해! 아직 우리는 팝콘 못 받았다고!

       온 사방에서 정신 사나움이 극에 달했을 때. 마침내 그 대사가 찾아온다.

         

       

       “그러면 지금부터! 친선전을!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악!!”

         

       

       연무장을 가득 채우는 환호 소리에 데우스는 이마를 짚었다.

       

         

       ‘진짜 지랄 났네.’

         

       

       이건 동물원 맹수를 뛰어넘어서 콜로세움의 야만족 검투사 아닌가.

       이러다가 막 학생들이 ‘죽여라! 죽여라!’ 하고 엄지를 밑으로 내리진 않을까 겁난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으로 커진 것인지. 가슴이 막 답답해지는 건 덤이었다.

         

       

       ‘…됐다. 뭐. 덕분에 처음으로 싸움다운 싸움 좀 할 테니.’

       

         

       그 개고생을 해서 만든 몸하며, 명줄을 옭아매고 있는 맹약까지.

       모든 것들을 언제 한번 써보나 싶었는데 비로소 그 기회가 왔다.

         

       상대는 요람 재학생들 중 최고라 평가 받는 황녀. 아니, 4학년 선배.

       덕분에 이렇다 할 걱정 없이 제대로 한번 놀아볼 수 있을 듯싶다.

       

         

       “검술 동아리 쪽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요람의 자랑스러운 선배! 이제껏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친 적이 없는! 요람 최고의 검사! 루시엘 마르그레텔 선배를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그보다 배는 더 엄청난 박수 소리.

       평범한 이라면 거기서부터 아예 주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무투 동아리! 이번 신고식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 새로운 유망주! 주먹 한 방으로 모든 것을 평정하리라! 데우스 학생을 역시나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뭔 평정을 해. 그딴 부끄러운 수사 좀 붙이지 말라고!

         

       

       ―짝짝짝!

         

       연무장 위에 올라온 데우스의 모습은 평온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의 환호, 박수, 그 외 모든 것은 진작 모조리 치워버렸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반대편에 선. 오늘 자신의 상대일 뿐이다.

       

         

       ‘…확실히. 폼새부터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군.’

       

         

       요람의 교사에 근접한 수준이라더니. 확실히 그런 평을 받을 만하다.

       

       검을 뽑지 않았음에도 느껴지는 예기와 신체에서 보이는 완벽한 균형.

       강자다. 그것도 거의 완숙에 다다른, 그런 수준의 인물이다.

       마치 잘 갈무리된 보검 한 자루를 대하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다행이다.’

       

         

       데우스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과하게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다행이다. 힘 조절 한다고 이 악물 필요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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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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