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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사실 이곳은 너무나 위험한 세계였다.

       

       당장 백작령 근처에서 몬스터를 만난 경험이 두 번이나 되었으니까.

       

       오크야 그렇다 쳐도 고블린때는 정말로 위험했다.

       

       근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혼이 없었다면 난 크게 다쳤을 것이다.

       

       사냥꾼으로 살아온 경험이 있다고 해도 짐승들을 잡은 것이지 몬스터와 싸우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내 몸을 보호할 수단이 하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왜 자꾸 아니라고만 해요?”

       

       내 앞에 있는 지스몬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스몬드는 다른 의사는 일절 표현하지 않은 채 계속 고개만 휘젓고 있었다.

       

       “에라이…”

       

       제국의 전투술이라고 했던가?

       

       고블린과 싸울 때 보니 굉장히 효율적이었다.

       

       그때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기도 했고 말이다.

       

       몸을 지키기에는 딱이다 싶어 새벽이 오자마자 묘지로 올라왔다.

       

       여기 있는 어르신들 중에는 병사도 있었고, 기사도 있었으니 잘 부탁하면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기…거기 있는 어르신?”

       

       지스몬드가 미끄러져와 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아….답답하네 진짜.”

       

       계속 이런 식이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면 지스몬드가 막아섰다.

       

       “막지만 말고 이유라도 알려 줘봐요.”

       

       답답함에 쏟아 내는 내 말에 지스몬드의 고개가 처음으로 멈춰있었다.

       

       이번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미소를 짓는 지스몬드.

       

       거기에 더해 얼른 내려가라는 듯 손을 뻗기까지 했다.

       

       무언가 꼭 지금 보내야 하는 이유가 있는 듯 답답해 보였다.

       

       “하아….”

       

       더 이상 여기 있는 건 시간 낭비다.

       

       주변이 밝아지는 걸 보니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에휴….”

       

       보통이라면 영혼의 감정에 공감하며 무슨 이유인지 대강이라도 알 수 있을 텐데, 이곳의 영혼들은 너무 이상했다.

       

       절대로 보여 주지 않겠다는 듯 많은 걸 숨기고 있었다.

       

       방울이라도 흔들어 알아내려고 해봤지만 저 어르신들은 그때마다 하지말라는 듯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숨기고 있냔 말이야. 갈길들 좀 가시지.”

       

       원한이라고는 단 한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루고 싶은 염이 있다는 것인데···.

       

       “에휴…내가 그거 대신 해주는 사람인데! 왜 말을 안 하냐고…!”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다시 길을 나섰다.

       

       “보자…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쌀알 점 이라는 게 있다.

       

       쌀을 흩뿌려서 나타난 기운을 토대로 길흉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무당의 방식에 따라 각자 점을 보는 방법이 다르다.

       

       그중에 곡식과 잘 맞는 무당들이 이렇게 점을 보기도 했다.

       

       나의 경우야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잘 들어맞지만 말이다.

       

       “오늘은 이걸로 해 보자.”

       

       씨앗이 잔뜩 달린 풀을 쥐어뜯었다.

       

       휘익 –

       

       촤르륵.

       

       손을 튕기자 날아간 씨앗들이 바닥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흐음…”

       

       ‘도대체 이걸로 뭘 어떻게 하느냐’ 혹은 ‘쌀 뿌린다고 뭐가 보이기는 하냐’ 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뿌려진 씨앗들의 모양을 보는 게 아니다.

       

       그 속에 담긴 기운과 머리에서 번뜩이는 장면들을 보는 것이지.

       

       “으음…오늘은 쇠의 기운을 조심하고, 손재수가 있네…음?”

       

       머릿속으로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귀인?” 

       

       무당한테 귀인이라니.

       

       도와주고 다니는 사람한테 도와주는 사람이 붙는 형국이었다.

       

       “이게 뭐래?”

       

       나는 어제 돗자리를 폈던 장소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살짝 돌리는 순간 머리에 떠올랐던 귀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얼씨구? 이 방향으로 가면 못 만나는 거야?”

       

       방금까지 걷던 방향으로 몸을 돌리니 그 사람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별일이 다 있네. 이거 점지 된 인연인가?”

       

       확실한 건 직접 마주 봐야 알 것 같았다.

       

       만약 점지된 인연이라면.

       

       또 일 거리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하루도 안 쉬고 이렇게 일들이 생기는지···.

       

       “더러운 팔자.”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어졌다면 가야 하는 게 맞았다.

       

       무당 인생 고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머릿속의 모습을 따라 걷다 보니 금방 큰길이 나왔다.

       

       “이보게! 오늘은 이곳에서 점이란 걸 보는가?”

       

       사람들이 금방 아는체를 하며 인사를 건네왔다.

       

       “아직 안 정했어요.”

       

       “아침부터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단 말일세.”

       

       안타깝게도 아직 돗자리를 필 수 없었다.

       

       “내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계속해서 나를 따라왔다.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나에게 말을 걸면서 말이다.

       

       “아저씨.”

       

       “그..그래! 이번에도 맞춰보는 건가?”

       

       맞추긴 뭘 맞춰.

       

       신점이란 게 맞추기만 하는 게 아닌데···.

       

       이 양반 점을 보러 온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신기해서 온 듯하다.

       

       “아저씨, 오늘 먹는 거 조심해.”

       

       “응?”

       

       “이빨부러지겠어. 뭐가 이렇게 딱딱해?”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돌을 씹은것처럼 이빨이 아려왔다.

       

       “알겠지?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오든가.”

       

       “아…알겠네.”

       

       아저씨는 굉장히 찝찝한 표정으로 볼에 손을 대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아씨… 또 희미해졌잖아.”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무언가 변한 모양이다.

       

       선명해지던 귀인의 모습이 안개가 낀 듯 흐려지고 있었다.

       

       귀인 한번 만나기 더럽게 어렵네 정말.

       

       “여기네. 여기야…”

       

       걸어 갈수록 모습이 선명하게 잡혀갔다.

       

       아마 이 모퉁이를 돌면 먼발치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또 나를 불러세우는 사람이 있었다.

       

       “크리스님!!”

       

       “응? 한스 아저씨?”

       

       “언제 나오시나 한참 찾아다녔습니다!”

       

       지금 한스 아저씨를 만날 때가 아니다.

       

       이러다가 또···.

       

       또 희미해졌다.

       

       “어제 드리기로 한 사례금을 가지고 왔습니다!”

       

       모습이 점점 희미해 지고 있었다.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놓칠게 분명하다.

       

       “아저씨! 제가 지금 좀 바빠서…!”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한스 아저씨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자꾸 그렇게 안 받으시려고 하면 저도 곤란합니다…!”

       

       “아니, 안 받는 게 아니라 조금 이따가!”

       

       “그래놓고 또 이렇게 거절하실거 다 압니다.”

       

       한스는 끈질기게도 나를 잡고 있었다.

       

       아 진짜 빨리 가야 하는데!

       

       “크리스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미 알고 있으니, 저를 생각해서라도 받아 주세요!”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이걸 놓든지! 빨리 주든지!”

       

       감격한 얼굴로 주머니를 내미는 한스에게서 빼앗듯이 주머니를 챙긴 나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님!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어떤 마음으로 이 돈을 준 것인지 알기에 탓을 할 수도 없었다.

       

       그도 그럴게 얼핏 만져 봐도 실버 5개의 느낌이 아니었다.

       

       아마 집에 있는 모든 돈들을 끌어모아 5실버를 맞춰 온 것이겠지.

       

       타닥.

       

       타닥.

       

       귀인과의 거리가 제법 가까워진게 느껴졌다.

       

       좁은 골목 안에서 온갖 냄새들이 풍겨 왔다.

       

       흙의 냄새.

       

       물의 냄새.

       

       무당을 돕는 귀인이 나타났길래 범상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한테서 어떻게 이런 냄새가 난단 말인가?

       

       “거기, 잠시만!!”

       

       골목 깊숙이 달려들어가며 귀인을 불러 세웠지만 소용없었다.

       

       “이것도 마법이야?”

       

       이미 그 자리에 내가 찾던 사람은 없었다.

       

       그 대신 남은 것은 더 진해진 향기와 어지럽게 얽힌 기운들 뿐이었다.

       

       “이건 결계가 아닌데?”

       

       방울을 꺼내 잡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던 모습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뒤였다.

       

       “에라이… 하여튼 남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미 글렀으니 가서 영업이나 시작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린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까 본 점에서 나왔던 손재수의 정체를.

       

       이놈들 때문에 손해가 생기는 거였어.

       

       “어이.”

       

       어디선가 많이 보던 장면이다.

       

       세계가 달라도 삥을 뜯는 양아치들은 수법이 비슷한가 보다.

       

       “우리가 배가 좀 고프네? 무슨 말인지 알지?”

       

       제법 건장한 남자 세 명이었다.

       

       저 몸으로 성실하게 일이나 할 것이지, 저 얼굴에 걸린 웃음 좀 봐라.

       

       야비한 양아치의 완벽한 모범이었다.

       

       “하아…하다 하다 별것들이 나를 다 잡네.”

       

       “허? 야 들었냐?”

       

       양아치 한 명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 주머니만 받고 보내주려고 했더니 이제 사정이 좀 달라졌네?”

       

       건장한 남자 세 명이 나를 향해 다가오자 제법 위압감이 풍겼다.

       

       물론, 온갖 귀신으로 단련된 나는 우스워 보였지만 말이다.

       

       근데 이거 어째 조금 위험한 상황이기는 했다.

       

       내가 저 세 명하고 싸우면 이겨지나?

       

       양아치를 잡자고 방울을 흔들며 신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그런 생각하고 있을 때 주먹하나가 기습적으로 날아왔다.

       

       휘익 –

       

       “어라?”

       

       “허, 곱게 맞고 갈 것이지.”

       

       몸이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휘익 –

       

       다시 휘둘러진 주먹 역시 내 얼굴 옆을 지나갔다.

        

       “이게 무슨 조화래?”

       

       나는 이 움직임을 안다.

       

       내가 직접 이 동작으로 고블린들과 싸웠으니까.

       

       신기한 건 그때는 빙의를 한 상태였고, 지금은 그냥 나 혼자라는 것이다.

       

       휘익 –

       

       “이 새끼가!”

       

       나를 노리던 한 놈이 결국 다른 두 놈을 불렀다.

       

       “야! 이 새끼 잡아!”

       

       그렇지.

       

       양아치들은 다구리가 맞지.

       

       함께 달려드는 셋을 향해 방울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빠악!

       

       퍼억!

       

       빠아악!

       

       세놈의 머리에서 시원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왔고, 나는 피했다.

       

       머리를 때리면서.

       

       “머…머리만 노린다!”

       

       “치사한 새끼!”

       

       머리만 노리는 게 아니다.

       

       단지 내가 배운 동작이 머리를 때리는 동작 밖에 없었다.

       

       “쓰읍…얘들아 오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런 내용으로 한편을 쓴다고? 라고 하실 까봐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겸사겸사 플러스도 신청할게요!

    선작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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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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