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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남자는 점점 행복해졌다.

         

       직장에선 누구든 그를 친밀하게 대했다.

       여자들은 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았다.

       매일 먹던 밥이 맛있어졌다.

       운이 트였는지 돈이 점점 굴러들어왔다.

         

       이 놀라운 행복은 괴인을 찾아가 주술을 거듭해서 받을수록 강해졌다.

         

       모든 것이 잘 풀려가고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남자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이상한 감각.

       자신의 본능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속삭이는 듯한…. 그런 기묘한 느낌.

         

       하지만 뭐가 문제란 말인가?

       모든 게 잘 풀려가고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는 그 위화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위기를 속삭이는 공포감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주술사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변에 하고 다녔다.

         

       담배를 피우러 갔다가 주술사를 만난 이야기.

       갑자기 나타난 주술사는 자신에게 운이 트이는 주술을 걸어주었고, 그 덕분에 자신은 요새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있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운이 좋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냐 같은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남자의 친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야. 그거 사기 아니냐?”

         

       귀가 얇아 잘 속고 다녔던 남자의 학창시절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온 걱정이었다.

       남자는 자신에게 주술을 걸어준 주술사를 사기꾼 취급하는 친구에게 잠깐 욱했다가 그게 걱정에서 오는 질문임을 알고 이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아냐. 그 주술사님이 건 주술은 진짜였다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어디 어설픈 주술 써서 너 속이는 거 아니냐고.”

         

       대한민국은 사기꾼이 넘쳐나는 나라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사기 범죄가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

         

       그리고 수많은 사기꾼 중에서는 영험한 척하면서 접근하는 사기꾼도 많았다.

       어디 들어보지도 못한 잡신을 모시는 사제라면서 돈을 바치면 신의 은총을 준다고 지껄이거나, 자기가 신령과 계약을 한 무당인데 복채만 두둑이 준다면 부적을 써줄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일 말이다.

         

       주술사를 사칭하는 사람들 역시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주술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기인(奇人)’이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대충 둘러대도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기인 말이다.

         

       ‘옛날이야기에서도 자주 나오지. 지나가던 주술사가 주술 써서 지켜주고, 도와주고 뭐 그런 거.’

         

       옛날이야기에서도 ‘지나가던 주술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많았다.

       악귀한테 시달리는 선비를 불쌍하게 여겨서 주술로 퇴치를 하는 이야기라거나, 요괴한테 잡힌 사람에게 부적을 쥐여줘서 탈출하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친숙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사기꾼들은 가끔 주술사로 위장해서 접근하곤 했다. 사람들의 돈을 떼먹기 위한 사기꾼 놈들의 노력은 정말 기가 막혀서, TV나 책 같은 매체로만 주술사를 접한 사람들은 정말 속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거기다가 주술의 특성상 수준이 낮은 것은 손쉽게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기도 했고, 강력한 능력자라면 모를까 일반인이나 약한 능력자들 수준에서는 충돌도 거의 일어나지 않으니 대충 그럴싸한 주술을 사용해서 속이기도 쉬웠다.

       거기다가 의식 역시 ‘내가 거창한 주술 의식을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냥 대충 그럴싸하게 하면 사람들이 껌뻑 속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감쪽같은 마술 기술이나 마공학 물품이 있기에 속이기는 더 쉬웠고 말이다.

         

       “요새 사기꾼 새끼들이 보통 놈들이냐? 정부 기관도 속이는 놈도 있는 세상이야. 잘 생각해보라니까?”

         

       팔랑귀였던 남자는 친구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본 것이 그냥 환상 마법이나 사기로 만들어낸 거였다면?

         

       하지만 이내 남자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설마 요새도 그런 놈들이 있겠냐.’

         

       주술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주술사를 계속해서 사칭하는 사기꾼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술사들은 자신을 사칭하고 다니며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들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인이라는 이미지와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이미지, 서민 친화적인 이미지나 고행이나 수행을 거듭하는 현인(賢人)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주술사들은 얼핏 보면 해가 없어 보이는 호구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런 호구 같은 주술사도 많았다.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주술사나 오지나 깊은 산속에 틀어박혀 수행하는 무해한 주술사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에 출연할 것 같은 주술사도 분명히 존재했다. 남미 쪽에서는 인신공양을 하고 다니는 미친 주술사가 사살된 적도 있었고, 유럽 쪽에서는 늑대를 끌고 다니며 왕처럼 군림했던 주술사도 있었다.

         

       물론 이 두 예는 극단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주술사가 대부분이었다. 자기 일이 아니면 세상의 일에 관심을 끊고 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고, 수행에 정신이 팔린 사람도 많았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 이거 주술사라고 사기 치고 다니면 쏠쏠하겠는데? 』

         

       가끔 난폭한 주술사가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범죄자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람 1,000명이 있으면 거기에 폭행범이 있고 살인범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멀쩡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안 걸리면 그만이다.

       걸리면 재수 없다고 치면 그만이다.

         

       그렇게 사기꾼들은 겁도 없이 주술사를 사칭하고.

         

       그리고 반드시 망한다.

         

       그것도 그냥 망하는 것이 아니라, 끔찍할 정도로 망해버린다.

         

       “요새 누가 주술사 사칭하고 다니냐? 사회적으로 뒈진다니까?”

         

       과학의 발전과 함께 능력자의 대우는 과거와 달라졌다.

         

       왕과 귀족이 귀하게 쓰고 대접했던 마법사는 공학자, 군인, 특수직 등으로 진출하며 엘리트 계층이 되었다.

       나라를 지키는 핵심 전력이었던 무인은 군인, 경호원, 용병 등의 직종으로 진출했다.

       등장할 때마다 역사에 파란을 일으켰던 계약자는 이제는 조금 강하고 유망한 능력자로 취급받았고, 한때 박해를 받았던 마녀는 연예계와 미용 쪽으로 발을 뻗어가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는 악마나 마물을 소환한다며 걸리는 족족 죽어 나갔던 소환사는 이제는 허구한 날 TV에 나와서 자기 소환수를 자랑하고 다닌다. 귀여운 동물은 시청률을 올리는 치트키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주술사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주술사는 미래를 점치고 마법 같은 힘을 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권력과 명예를 가졌다.

       왕과 귀족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주술사에게 점괘를 치게 했고, 나라에 흉년이 들거나 전쟁에 출정해야 할 때는 기복(祈福)을 위한 의식을 치르게 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은 복을 얻기 위해 재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주술사의 집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하지만 주술사가 권력자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주술사의 능력은 점괘뿐만이 아니라 다재다능했기 때문이다.

       의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던 시절 주술사는 의사이기도 했고, 고된 신세를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카운셀러이기도 했다.

       태어난 아이의 복을 비는 대부이기도 했으며, 지형과 산세를 통해 좋은 자리를 점지해주는 풍수지리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지나가다 어려움이 보이면 참견을 해서 여러 옛날이야기에 단골 소재처럼 쓰이기도 했고 말이다.

         

       주술사라는 사람들은 고대부터 인간과 함께해온 능력자이며,  친숙하면서도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면모는 현대에서도 이어졌다.

         

       왕과 귀족은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세상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회가 존재하는 이상 부와 권력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름이 바뀌었을 뿐 지배계층은 다시 나타났다.

         

       왕은 대통령으로.

       귀족은 국회의원과 부자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 권력자는 과거 옛 권력자가 그러하듯 자신의 미래를 점치고 자신에게 복을 끌어오기를 갈망했다.

         

       그렇기에 실력 있는 주술사는 권력자와 연결고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이용해 겁대가리 없이 자신들을 사칭하고 다니는 사기꾼을 처리했다.

       주술사와 친밀해지고 싶은 권력자들은 주술사의 의향에 따라 티끌만큼의 자비도 없이 그들을 처리했으며, 온갖 미디어를 통해 ‘주술사를 사칭하면 이렇게 된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듯 사기꾼의 최후를 널리 알렸다. 그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주술사를 사칭한다 = 사회적으로 뒈진다’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이는 본보기를 보여서 다시는 자기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자 하는 주술사들의 의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종종 겁대가리 없이 사칭하는 놈들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자 등쳐먹어서 크게 한탕 하고 어디 숨어 살겠다는 놈들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거기다가 겁대가리 없는 또라이 새끼들이 나같은 엠생을 노리겠냐? 저어기 강남에 있는 부자들이나 노리지.”

         

       남자는 그렇게 친구의 말을 일축했다.

         

       하지만 근래 들던 위화감과 친구의 말 때문인지 마음이 동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랬기에 남자는 다시 괴인을 만났을 때 이런 말을 꺼냈다.

         

       충동적으로.

       본능적으로 말이다.

         

       “저기, 주술사님. 그 운기 말고…. 다른 주술도 걸어줄 수 있으십니까?”

         

       괴인은 웃었다.

         

       “물론이지.”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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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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