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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호위의 첫날은 매우 평화로웠다.

         

       산길에 들어서기 전이라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도적떼들을 만날 위험도 적었고, 마인 출몰이 의심된다는 곳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백우진은 마음 놓고 술을 들이켰다.

         

       “여, 여기 안주….”

         

       안세하가 바라보는 두 사람은 그야말로 의문 투성이였다.

         

       ‘저 자들이 정녕 명가의 자식들이 맞나?’

         

       섬서백가의 자제란 놈은 하루 온종일 술이나 퍼마시고 있고, 옆에 앉아 있는 귀신… 아니, 제갈가의 여식은 손가락만 꼼지락대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보따리를 풀더니 육포를 꺼내어 잘게 찢어 사내놈이 한 모금 들이킬 때마다 하나씩 건네고 있다.

         

       “크으, 이게 인생이지.”

         

       아무리 봐도 저 놈은 한량이 분명하다.

         

       안세하는 눈을 감았다.

         

         

       * * *

         

         

       본격적인 상단 호위 임무는 산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산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 등장하는 산적 놈들에 의해 전투가 시작됐다.

         

       “크하하핫! 죽고 싶지 않으면 가진 걸 모두 내려두고 가거라!”

         

       통행료 협상조차 않고 다짜고짜 다 빼앗으려는 걸 보면 욕심이 과한 놈이거나, 산채를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바닥의 생리를 잘 모르는 놈임에 틀림없었다.

         

       “어리석구나!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다니!”

         

       산적들의 명대사 중 손가락에 꼽히는 주옥같은 대사로 전투는 시작됐다.

         

       백우진과 제갈연지는 상단주의 요청에 따라 그가 머물고 있는 마차 앞에서 이쪽을 향해 달라붙는 산적들을 상대했다.

         

       수는 제법 많았지만 실력들이 죄다 고만고만한 이류에 불과한 탓에 여럿을 상대하는 데에도 큰 무리는….

         

       “우웁.”

         

       왔다.

         

       눈을 번들거리며 달려드는 산적 두 놈을 일수에 해치운 뒤, 백우진은 곧장 몸을 날렸다.

         

       전투로부터 멀어진 백우진은 곧장 나무에 기대어 먹었던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우웨엑!”

         

       치열하던 전투가 순간 멈췄다.

         

       산적, 표사, 낭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어이없는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배, 백 공자…!”

         

       섭선으로 자신을 노리는 산적들을 모두 제압한 제갈연지가 신법까지 사용해가며 달려갔다.

         

       “괘, 괜찮아요…?”

         

       백우진에게 다가간 제갈연지가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등을 토닥여주는 모양새를 보며 낭인 중 하나가 넋이 나간 얼굴로 읊조렸다.

         

       “저딴 게…, 정파를 이끌어갈 후기지수…?”

         

       정사지간에 서 있는 낭인들은 결심했다.

         

       ‘개같이 멸망하겠구나, 정파!’

         

       혹여 정파와 사파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사파로 붙어야겠다고.

         

       “어우…, 너무 마셨나.”

         

       이게 다 육포 때문이야.

         

       제갈연지가 하나씩 건네주는 육포는 지금까지 숱하게 먹어본 것들 중 단연 1등이었다.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짭쪼름한 맛이며, 식감이 건량이라기엔 너무나도 훌륭했다.

         

       “여, 여기 물….”

       “고마워.”

         

       제갈연지가 건네주는 수통의 물로 입을 헹군 뒤 마차로 돌아가자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산적들이 워낙 초짜였던 탓에 부상자도 없어 모두가 사후처리에 힘쓰는 중이었다.

         

       “고, 고생하셨소.”

         

       마차에 붙어있던 안세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과연 그것이 싸우느라 고생했다는 건지, 토하느라 고생했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시금 출발한 상행은 해가 저물어갈 즈음에 멈춰 섰다.

         

       “야영 준비를 시작하게.”

       “예.”

         

       산의 중턱에서 야영이 시작됐다.

         

       상단의 인원들이 야영 준비에 한창일 때, 백우진은.

         

       “아우, 더는 못 마셔….”

         

       음냐음냐.

         

       게워낸 속을 다시 채운답시고 마신 술에 취해 마차 안에서 제갈연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꼬대나 하고 있었다.

         

       “히, 힛….”

         

       제 무릎에 누운 백우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들썩이는 제갈연지의 정수리에서 영문 모를 귀기(鬼氣)를 느낀 안세하는 오싹해진 등골을 어루만지며 마차를 벗어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으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백우진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 아아….”

         

       하늘 위로 치솟던 감각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메다꽂혔다.

         

       앞머리 사이로 가려진 제갈연지의 눈동자에 원망이 감돌았다.

         

       “아니, 이게 왜 문에서 소리가….”

         

       부담을 느낀 안세하는 도망치듯 마차를 빠져나가 총관을 붙잡고 호통을 쳐댔다.

         

       “자네는 대체 마차 관리를 어떻게…!”

         

       몸을 일으킨 백우진은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며 제갈연지를 바라보았다.

         

       “많이 불편했지? 미안.”

       “아, 아, 아니에요! 절대로! 다, 다음에도 또 베고 자도 돼요…!”

       “그, 그래….”

         

       어마어마한 박력이었다.

         

       열린 마차 문 너머에선 야영 준비가 얼추 끝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백우진은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 웃고 있는 제갈연지를 향해 말했다.

         

       “우리도 슬슬 야영 준비를….”

         

       그때였다.

         

       “소협, 소저! 두 분의 잠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니 그쪽으로 가시지요.”

       “…끝내 두었다네?”

         

       염소수염 총관의 준비성에 감동했다.

         

       야영지는 자연스럽게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상단의 표사 및 쟁자수들이 머무는 지역과 고용된 낭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백우진과 제갈연지가 마차에서 나오자 제법 많은 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흐음.”

         

       대부분 낭인들의 것이었다.

         

       술 먹다가 토한 탓일까,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불량하다는 걸 느꼈다.

         

       ‘이놈들 봐라.’

         

       이세계에서 생환 이후 판타지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몇 달간 주구장창 무협을 파온 백우진이다.

         

       대부분이 사문이나 스승 없이 무공을 독학하여 무림에 나선 이들이 낭인이다.

         

       든든한 뒷배경이 없는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눈치를 잘 봐야만 한다.

         

       싸워도 되는 상대와 그렇지 못한 상대만 구분해도 최소 3년은 더 살아남을 수 있기에.

         

       그들에게 있어 대문파의 제자 또는 명가의 자식들은 걸어다니는 벽력탄이나 다름없다.

         

       잘못 건드려서 터지기라도 했다간 본인에게 박살이 나든, 사문 또는 가문에 박살이 나든 어느 쪽이든 좋은 꼴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이토록 불민한 시선을 보내온다는 건 딱 하나다.

         

       ‘제대로 얕보였네?’

         

       그걸 다 감안하고서라도 상대가 만만해 보일 경우다.

         

       실력이 한참 떨어지는 명가의 자식이란 때때로 벽력탄이 아니라 훈장이 되기도 한다.

         

       정식 비무나 대련에서 승리하는 순간 평생의 술안주감은 물론이요, 명성이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허허.”

         

       백우진은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했다.

         

       그래서 짜증이 났다.

         

       “속도 안 좋아서 좀 쉬려고 했더니….”

         

       첫 번째 이세계 생활에서 백우진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했다.

         

       전투를 겪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리가 비게 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물로 채우기 마련인데, 그들 중에는 그가 새파랗게 젊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멸시하려는 자들 또한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들과 척을 지기 싫어 앞으로의 생활로써 보여주면 된다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소한의 손실로 끝낸 전투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이겨야만 했다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로 우겨대는 꼴을 보며 백우진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 얘네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그때부터였다.

         

       백우진의 특기가 서열 정리가 된 것은.

         

       ‘다 녀석들을 살리기 위한 거야.’

         

       백우진과 낭인들은 동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서 손발을 맞춰야 할 사이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백우진에게 반감을 가진 이들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잘못된 선택을 한 그들의 목숨이 어떻게 되겠나.

         

       그러니 빠른 서열 정리를 통해 정신을 개조시키는 건 그들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음음.”

         

       나중에 다 내게 고마워할 거야.

         

       모두가 고맙다며 포권을 취할 그날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백우진이 낭인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서히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낭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낭인들의 특징이다.

         

       든든한 뒷배경이나 인맥 없이 거시기에 찬 부랄 두 쪽만 지닌 채 거친 무림의 세계에 나선 이들이다.

         

       살아남기 위해 팍팍한 삶을 살아온 탓에 지들끼리 죽기 직전까지 싸우다가도 외세에 맞서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모여서 힘을 합친다.

         

       약간 친형제와 비슷하다.

         

       형이 동생을 패는 건 되지만 밖에서 맞고 돌아오면 꼭지가 돌아가서 어떤 놈들이 그랬냐며 다그치지 않던가.

         

       “무슨 일이시오.”

         

       야영지 지척까지 당도하자 낭인들의 대주인 석대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확실히 대주로 뽑힐 만한 자였다.

         

       실력이야 둘째 치고, 남들보다 한 수 뛰어난 눈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예로 모두가 아니꼬운 시선을 보낼 때, 석대만이 평온한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아, 별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하대를 했다. 그러자 몇몇 낭인들의 시선이 더 흉흉하게 변했다.

         

       백우진은 그런 녀석들을 손가락으로 콕콕 집어냈다.

         

       “너, 너, 너.”

         

       총 세 명이었다.

         

       “저녁 다 되려면 시간도 좀 남았는데, 몸이나 좀 풀까?”

         

       한 판 붙자 새뀌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깜짝 대낮 연재입니다,,,!

    어느 시간이 가장 연재 시간에 알맞을까 고민하는 중이라 낮에도 한번씩 올려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댓글,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녁에 한 편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다들 활기찬 오후 되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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