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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킬각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불쑥 찾아오는 법이지만, 충분히 현명한 사람은 그 전조를 읽어낼 수 있다. 

       

       벽에 난 크랙으로 건물의 무너짐을 예측한다거나, 주식의 상승과 하락을 보고 꼬라박음을 예견하여 몸을 피한다거나. 나 또한 그런 육감이 있는 편이었다.

       

       베네트 파티가 퀵드로우를 가지고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는 선명한 킬각을 감지했다.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내가 킬각을 감지했다는 사실을, 나를 노리는 사냥꾼도 알고 있었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내가 다급히 침묵 마법을 준비할 때, 사냥꾼이 노리쇠를 당기고 총구를 겨눴다.

       

       “미친 마법사님도 한 발 뽑아보시겠습니까?”

       

       “그만. 네가 뭘 노리는지도, 어떤 효과를 원하는지도 알고 있다. 네 수작은 전부 파악한 상태이니 그만두도록⋯⋯!”

       

       쫑긋. 유나의 귀가 움찔거렸다.

       

       좋지 못한 신호다. 핑발레즈의 다음 대사. 다음 대사만큼은 막아내야 한다. 

       

       피슝.

       

       나는 은밀히 침묵 마법을 날렸으나, 핑발레즈는 주머니에서 아티팩트를 꺼내 들어 마법을 막았다. 그리고, 핑발레즈는 방아쇠를 당겼다.

       

       “간만에.”

       

       “그만하라고 했어-!!”

       

       철컥.

       

       나는 버추얼 샷건을 장전하고 핑발레즈에게 겨눴다. 핑발레즈는 조용히 두 손을 깍지 껴 뒤통수에 대고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핑발레즈의 말의 탄환은 정확하게 급소를 꿰뚫었다.

       

       “⋯⋯간만에라는 게 무슨 뜻이야?”

       

       서늘하다.

       

       뒷덜미의 털이 오소소 솟아오를 정도의 서늘한 시선이다. 나도 조용히 두 손을 깍지 껴 뒤통수에 대고 바닥에 엎드렸다. 나는 유나의 시선이 총보다 더 무섭다.

       

       유나는 엎드린 내 정강이를 까면서 조곤조곤 물었다.

       

       “무슨 뜻이냐니까, 응?”

       

       “그게 다 사정이 있었습죠.”

       

       핑발레즈가 귀신같이 추가타를 넣었다.

       

       “사정이 있긴 했습니다.”

       

       “넌 좀 가만히 있어다오.”

       

       “둘이 뭐⋯⋯ 사귀어?”

       

       “그런 게 아니라요, 쟤랑은 친구고⋯⋯ 아니, 비밀친구라는 뜻이 아니라.”

       

       유나와 며칠간 딱 달라붙어 있는 걸 조건으로 어떻게 간신히 넘겼다. 저게 다 ‘약속한 TS데이트는 언제 해 줄 건데’라는 협박이라는 점이 제일 무서운 포인트였다.

       

       해줄 때까지 딜을 넣겠다는 소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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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출장 나갔던 유나와 핑발레즈가 돌아왔다. 그 뒤에는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나는 수업하고, 쟤는 놀리고, 유나는 놀고.

       

       정규 일정이 끝나면 연구실에 다 같이 모인다. 그리고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엔버스의 두근두근 시련의 탑 공략을 함께 시청한다.

       

       앉는 포지션은 매일같이 바뀌는 편이다. 내 위에 유나 옆에 핑발레즈가 기본형이고. 내 위에 핑발레즈 위에 유나, 핑발레즈 위에 유나 옆에 나, 가끔씩은 유나와 핑발레즈 위에 나.

       

       그리고 오늘은 내 위에 핑발레즈와 유나였다.

       

       아마 상상하는 방식이랑은 조금 다를 것이다. 소파에 엎드린 내 등짝 위로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형태였으니까.

       

       핑발레즈와 유나는 도란도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눴다.

       

       “꼬꼬마들은 어디까지 깼습니까?”

       

       “6층! 루나랑 엔버스 커플링이 재밌어.”

       

       “마탑주님은 억결이 좀 심하십니다. 아무리 봐도 이어질 것 같지는 않던데요.”

       

       “어, 왜⋯⋯?! 이, 이 정도면 정배 아닌가?!”

       

       유나는 언제나 커플링에 중점을 두는 편이었고, 핑발레즈는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었다. 커플링도 팠다가, 공략법의 디테일도 팠다가, 설정도 팠다가.

       

       요새는 무공 자체에 흥미가 생겼던 모양이다.

       

       “에이아이에 정보를 입력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무술이 나온다니, 놀라운 마법입니다.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군요.”

       

       “칭찬은 고마운데 내 엉덩이에서 손 떼. 성희롱이야.”

       

       “이것도 칭찬의 의미였습니다만. 언젠가 제 전용 무공도 만들어 주시겠죠?”

       

       “안 그래도 돌리고 있었어.”

       

       돌리고는 있었는데,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무공 쓰는 미친 핑발레즈는 좀 더 쪄낸 뒤에야 세상에 나올 것 같았다.

       

       시련의 탑 이야기를 할까.

       

       공략조는 제임스의 즉사치트탄을 패링해서 6층을 재꼈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난이도를 높일 생각은 없었지만, 그거 아는가. 원래 난이도는 유동적이어야 한다.

       

       히든피스의 주인공이 엔버스였던 만큼, 시련의 탑 후반부 도전과제는 스펙을 뛰어넘어서 클리어할 수 있는 기믹전 위주로 준비해 두었다. 엔버스가 듀얼에 참가했으면, 평범한 총알만 맞춰도 제임스는 죽었을 거다.

       

       하지만 적탑의 마법사 셀비어가 베네트 파티를 끌어들이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역전의 용사들에게 기존의 도전과제는 너무 쉽다. 나는 실시간으로 난이도를 올렸다.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베네트 파티는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해야 할까. 힘든 일을 겪은 녀석들답게 실력이 대단히 빼어났다. 아직도 세션 곱창 났던 걸 생각하면 양심이 시큰거리기는 하지만, 저 모습을 보면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순간 이제, 너는 지금 초천재 마법사가 됐으니까 사고 나서 죽길 잘한 거 아니냐, 그렇게 되어버리지 않던가. 

       

       7층과 8층도 쾌속하게 지나갔다.

       

       엔버스가 자기 스승을 뚜드려 패는 베네트를 보고 심란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루나와 니오레가 ‘눈 좋은 사람들’끼리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루나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어?!”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조교로써 말이다.

       

       홀랑 납치해서 돈도 주고 연구실도 주고 우화도 주고 하면 해주지 않으려나.

       

       엔버스는⋯⋯ 로데루스랑 형제 아니랄까 봐 닮은 구석이 있었다. 속이 좀 좁고, 질투가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들에게는 무능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 로데루스는 그 면모가 남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너는 천민’ 루트로 발현된 반면.

       

       엔버스는 주로 자신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루트로 발현된 것 같았다. 마검이 있으면 뽑을 녀석이다 저건.

       

       베네트는 엔버스가 꽤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닌 듯 보여도 이리저리 챙겨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앞에서 정교한 마력 컨트롤을 보여준다거나, 전투의 흐름을 해설해 준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엔버스에게는 그게 데미지로 박혔다. 마력기관에 장애가 생겨 있으니, 다리 없는 놈한테 ‘이렇게 하면 점프 더 멀리 뜀’ 하고 놀리는 것 같지 않은가.

       

       베네트의 의도치 않은 비틱질에 부들부들 떠는 엔버스였으나.

       

       맨 처음 무공에 접했을 때, 그는 무공을 자신의 처지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무공 그 자체에 대한 로망이 분명히 있었다.

       

       사람의 몸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흥미와 관심.

       

       루나의 춤사위에 홀렸던 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공 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마음의 중심에는 언제나 로망이 있었기에, 나는 엔버스에게 주의를 기울인 거다.

       

       열등감이 눈을 가려서 잠깐 흐려진 거지.

       

       그래서⋯⋯ 전투 AI 『천마』를 준비했다. 내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근접전투의 괴물이다. 나는 그에게 내가 구현할 수 있는 무술의 극한을 보여주려고 한다.

       

       개멋있는 걸 보여주겠다.

       

       그러면, 깨닫지 않을까. 

       

       내 마음 한켠에는 무공을 즐기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구나, 인생살이가 팍팍하긴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서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겠구나.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으려나 해서.

       

       베네트 또한 비슷한 감상을 느꼈던 걸까.

       

       “삶은 힘들고, 폭풍우는 몰아치며, 거센 파도가 언제나 잡아먹을 듯이 부딪혀 오겠지. 그래도 너를 잃지는 마라.”

       

       베네트는 그가 기억하고 있는 말 중에서 세 번째로 가치 있는 말을 엔버스에게 전해 주었다. 참고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히로인들에게서 받은 ‘사랑해요’ 였다.

       

       그러나 엔버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웬 선문답이오?”

       

       “어른의 말은, 그냥 새겨들어라.”

       

       “⋯⋯!! 나도 어른이오! 서로 지금 몇 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방방 뛰는 엔버스를 모니터 너머에서 바라보며 나와 유나와 유리는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하고 흘려넘기는 표정이라고 하면 좋을까.

       

       9층 공략의 아이디어는 루나가 냈다. 그녀는 궤도 엘리베이터 밑동을 박살 내서, 엘리베이터 건물을 망치처럼 써서 지면을 아주 박살을 내 버리자고 제안했다.

       

       역시 쟤는 내 랩실에 들어와야만 한다.

       

       10층은 사정상 스킵했다. 10층을 담당하는 보스몹은 『악신』겸 『에스포와르 드 이터널 다크』 겸 『귀염둥이 외신이』였는데, 베네트랑 2차전 함 떠보겠냐고 물으니 싫다고 하더라.

       

       싫으면 군 생활 끝나냐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었다. 핑발레즈와 마탑주가 출장 갔다가 귀환해서 무척 기분이 좋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지를 조작해서 예정된 대사를 읊고 시련의 탑의 숨겨진 문을 연다. 그리고 일행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손짓으로 세계를 나눈다. 6대 1도 좋지만, 이런 이벤트는 1대1로 대면하는 것이 맛이 사는 법이다. 각각의 인물이 각자의 천마를 만난다.

       

       천마조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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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까만 공허.

       

       허공에 부유한 듯한 돌덩이 위에 한 사내가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덥수룩하게 늘어져 있었고, 수염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자라 하관을 가렸다.

       

       근육은 두텁다. 무복 아래로 드러난 근육은 그 형태만으로도 응축된 힘을 드러내고 있었다. 흡사 곰을 떠올리게끔 하는 사내다. 

       

       그러나, 다소의 위압감은 있을지언정── 압도되는 느낌이 있느냐고 하면, 아니었다.

       

       근육의 두께로 따지면 오우거 쪽이 두 배는 커다랗고, 분위기로 말하자면 발도술의 제이 쪽이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거지가 그토록 경고하고, 시험까지 치러 가며 입장을 통제했다기에는, 그저 무인으로 보였다. 흔하지는 않지만,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는.

       

       그래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엔버스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그대가 천마요?”

       

       “⋯⋯⋯⋯.”

       

       스륵, 하고.

       

       눈이 뜨였다.

       

       그제서야 엔버스는, 알았다.

       

       그 잠깐의 눈 마주침만으로도 알았다. 이 천마라는 사내가, 어째서 그토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시선통찰(視線洞察)이 기민하게 작동했다.

       

       그의 시선은 소름 끼치도록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인중, 관자놀이, 경동맥, 인체의 온갖 급소를 체크하면서 단숨에 훑어 내려가는 시선. 그뿐이 아니었다.

       

       온갖 습관과 몸에 익은 기술, 근육의 형태, 그리고 감정까지. 

       

       “⋯⋯⋯⋯.”

       

       엔버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벌거벗은 자신을 들여보는 것 같다는 착각을 느꼈다. 피부 너머의 장기까지도. 그는 도마 위의 생선이었다. 낱낱이 분해당해 박제되었다.

       

       소름이 쭉 돋았다. 

       

       그러나, 그러나 마음을 다잡았다. 그저 시선일 뿐이다. 엔버스는 그와 한 합도 나누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길 생각을 하고 온 것도 아니었다.

       

       죽어도 괜찮은 곳이니, 그 높다란 무예를 견식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

       

       “⋯⋯나는, 나는 엔버스 레드번이오. 한 수⋯⋯ 배움을 청하오.”

       

       목적을 되새기듯이 말을 뱉는다. 그리고, 시큰거리는 시선 속에서 엔버스는 주먹을 쥐었다. 폭쇄결(爆灑結)을 쓰기 위한 준비 자세를 갖췄다.

       

       루나의 도움을 받아 정립한 초식이다. 탑을 오르며 시간을 들여, 노력으로 깎아 낸, 루나와 엔버스만의 무공.

       

       그것을 바라보며, 천마는 조용히 말했다.

       

       “비효율적이군.”

       

       “⋯⋯뭐라고 하셨소?”

       

       비꼬기 위함도 아니다. 그는 그저, 사실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몸으로 증명했다.

       

       천마의 자세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똑같이. 엔버스와 동일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서서히 바꿔 나갔다.

       

       오른발에 조금 더 여유를 둔다. 확실히, 그편이 나았을지도.

       

       양팔의 간격을 벌린다.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참고할 만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지.

       

       손가락의 위치를 섬세하게 재조정한다. 발끝의 각도를 바꾼다. 변화가 빠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의도가 뭐지.

       

       어깨의 텐션을 살짝 느슨하게 한다. 무릎을 연다. 종아리 힘의 배분을 다르게 한다. 발에 실린 체중을 적절하게 배분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그리고 또⋯⋯.

       

       애벌레가 번데기로부터 나비가 되듯, 무공은 순식간에 피어났다.

       

       그것은 훨씬 나았다.

       

       엔버스가 취한 자세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다고 생각할 정도로, 훨씬.

       

       “⋯⋯⋯⋯.”

       

       그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몇 초도 걸리지 않아서 기술을 훔치고, 그것을 아득하게 먼 경지까지 업그레이드 시키는 장면을 보고, 엔버스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초라해졌다.

       

       “⋯⋯가, 가겠. 가겠소. 어디, 어디 받아 보시오──!!”

       

       침묵으로 답하는 천마에게, 엔버스는 망설임 끝에 주먹을 내질렀다. 폭쇄결(爆灑結). 관절부에서 마력을 터트려 추진시켜, 상상 이상의 파괴력과 속도를 내는 기예.

       

       파아앙──!!

       

       쏘아졌다. 쏘아진 주먹 위에,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는 듯했다.

       

       툭.

       

       천마의 ‘건드림’에, 엔버스의 주먹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빗겨나갔다.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커다란 힘으로 찍어 누른 게 아니다. 엔버스도, 아니⋯⋯ 일곱 살 꼬마가 오더라도 낼 수 있는 힘으로, 폭쇄결을 빗겨 내버렸다. 

       

       그건, 일곱 살 꼬마도 잘하면 폭쇄결을 파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불합리하다. 악몽과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꿈속에서는 악몽이 무조건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그 또한 그러한 존재같이 느껴졌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

       

       한편, 루나는 같은 존재에게서 다른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그려내었던 이상적인 무신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하는 자.

       

       그것이 실제로 이룰 수 있는 일임을 눈으로 보았다.

       

       “좀 더.”

       

       “좋겠지, 와라.”

       

       주먹을 뻗어도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나 결코 허망하지는 않다. 공격을 흘려내는 멋진 기술을 눈으로 익히고, 끊임없이 되새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아니던가.

       

       폭쇄결을 산들바람으로 만들 수 있는 극한의 기교를 보았다. 그리고 그 기교는, 철저한 분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천마의 눈동자는 그녀와 비슷하다. 저쪽의 성능이 더욱 뛰어날 뿐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방향은 같다. 

       

       거듭해서 도전한다.

       

       저걸 따라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무예의 편린이나마 가져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거면 됐다. 그것만으로도 목표를 이루기에는 충분했으니까.

       

       ⋯⋯⋯⋯.

       

       생각이 교차했다.

       

       루나는 저거다, 저걸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엔버스는 무리다, 저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높다란 벽을 보았고, 누군가는 사다리를 보았다.

       

       그렇게 짧은 대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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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즐거우셨습니까?”

       

       그는 밀려드는 안개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허리에 무거운 물건이라도 얹고 있었던 것인지, 손등으로 허리를 통통 두드리는 우스운 자세를 취하면서.

       

       숨을 고르며 전투를 복기하던 베네트 파티는 진지하게 걱정했다.

       

       “⋯⋯미친 마법사. 저 천마라는 존재, 괜찮은 거 맞나?”

       

       “제대로 봉인하고 있는 거 맞지? 안 튀어나오는 거지?”

       

       -저걸 제압하려면 화력전으로 들어가야겠어요. 기술을 완전히 배제한 광범위 화력 투사.

       

       미친 마법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건 환상입니다. 제가 잘 통제하고 있고요. 심지어 유익하게도 쓸 수 있죠. 그⋯⋯ 교수, 있잖습니까. 그분이랑 논검할 때도 써먹었고요.”

       

       베네트 머릿속의 미친 마법사 언어 번역기가 돌아갔다. 환상 부분을 차원 마법으로 대체하기면 된다. 

       

       => 걱정 마라. 차원 마법으로 어떻게 잘 가둬놨고, 애들 수련용으로 써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알렉손이 나 검술 잘하는 줄 알던데 그거 천마한테 외주 준 거다.

       

       베네트와 타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을 덜어냈다. 

       

       “⋯⋯그래, 믿겠다.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뭐,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하, 진짜 얄밉더라. 무슨 공격을 해도 다 막고, 그치 베네트? 니오레는 혹시 한 방 먹였어?”

       

       -생채기는요. 보니까, 오히려 아주 이상한 공격에는 반응이 늦더라구요.

       

       “저, 니오레 학생. 그 이야기를 부디 좀 자세하게.”

       

       천마의 딥러닝 취약점을 발견한 니오레에게, 미친 마법사가 정중한 피드백을 요청할 무렵.

       

       엔버스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신나서 무공 개선점 이야길 하려던 루나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나는, 내 노력은, 부질없었던⋯⋯ 건가⋯⋯.”

       

       “어, 엔버스 괜찮아? 너, 말투가 멀쩡해졌는데⋯⋯?”

       

       셀비어도 심상찮은 엔버스의 분위기에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컨셉질도 깨졌다. 저거 저러다 약 먹는다⋯⋯!

       

       어쩌지. 일단 머리를 때려서 기절부터 시킬까. 루나는 조심조심 주먹을 쥐었다.

       

       “아, 루나와⋯⋯ 엔버스? 괜찮다면 제안이 있습니다. 둘 중 한 분에게, 천마가 살던 동네를 구경시켜드리고 싶은데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딱 한 분만 가능하지만⋯⋯.”

       

       “⋯⋯⋯⋯.”

       

       이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힘찬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TRPG를 당하는 꿈이었어요.
    학교 같은 곳에서 30명이 단체로 가상현실로 들어가서, 좀 선협같은 곳을 탐험했는데⋯⋯.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제가 할아버지가 되기 전에 실제로도 경험해 볼 수 있겠죠? 내일 만나요!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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