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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아멜리아? 오랜만이야.”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아멜리아의 모습이 보여 인사했다.

       

       최근 바쁘다기에 얼굴 보기가 많이 힘들어졌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연이네. 잘 지냈···.”

       

       “···누구세요?”

       

       “어?”

       

       

       그러나 내 인사를 받은 아멜리아의 반응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멜리아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습관처럼 작가님을 찾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작가님은 이제 없으니까.

       

       모르는 일이나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항상 옆에 있던 작가님을 추궁하던 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 열심히 고민하던 찰나.

       

       아멜리아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미안. 조금 장난 쳐봤어.”

       

       “···.”

       

       “악, 미안, 미안해! 아파···! 악!”

       

       

       사람 걱정하게 하고 말이야.

       

       장난 같은 걸로 사람을 걱정시킨 죄로, 아멜리아의 금빛 머리카락을 쭉쭉 잡아당겼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놓아주자, 아멜리아가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매만졌다.

       

       

       “으, 아파라.”

       

       “그러게 왜 그런 장난을 치고 그래?”

       

       “아니, 처음에는 진짜 못 알아봤으니까···.”

       

       “···응?”

       

       “금방 눈치채기는 했지만, 처음 보면 인상이 다르단 말이야. 화장 한 거지?”

       

       

       화장 때문이라.

       

       내가 보기에도 예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차이가 심한 걸까.

       

       

       “···뭐, 좋아. 오늘이 퇴원하는 날이었던가?”

       

       “응. 방금 수속 밟고 나오는 길이야.”

       

       “잘됐네. 흉터는? 가슴 쪽을 크게 다쳤잖아.”

       

       “솜씨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가, 흉은 안 졌어.”

       

       “다행이네. 시우 건데 좀 조심해서 다뤄.”

       

       “무, 무슨···!”

       

       “내 말이 틀려?”

       

       

       씨익 웃으며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 사태가 끝난 이후부터, 아멜리아가 내게 자꾸 거리낌 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가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기는 하지만···.

       

       작가님이 사라져서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던 피로감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더 이야기하는 순간 아멜리아의 페이스에 말려 잔뜩 놀림당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나저나, 첩보 영화라도 본 거야?”

       

       “응?”

       

       “선글라스에 코트까지 껴입고. ···안 추워?”

       

       

       슬슬 날씨가 선선해진 걸 넘어서 싸늘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코트만 입어도 낮에는 충분히 따뜻하지만···.

       

       밤이 되면 추울 텐데.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잔뜩 당황하며 말을 흐렸다.

       

       

       “으, 응···! 그런 셈이지···! 하하. 기분을 좀 내고 싶어서, 응.”

       

       “···?”

       

       

       이상할 정도로 격한 반응에 잠깐 무슨 일인가 싶어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에 아멜리아가 어색한 반응을 보이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뭐, 좋아.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멜리아가 뭔가 저지른다고 해도 작가님만큼은 아닐 테니까.

       

       

       “그래서? 뭘 하러 온 건데?”

       

       “아, 그게···! 혹시 이제 뭐 할 거야?”

       

       “그야 시우를 만나러 가야지.”

       

       

       시우랑 함께 퇴원하고 싶어서 일부러 입원 기간을 늘렸는걸.

       

       시우의 퇴원 날짜랑 내 퇴원 날짜는 똑같잖아.

       

       아멜리아도 그건 알고 있을 텐데?

       

       

       “퇴원 기념으로 놀러 가자고 하는 거면 조금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로 해 줘. 나는 시우랑···.”

       

       “먼저 갔는데?”

       

       “어? 방금 뭐라고···.”

       

       “시우라면 먼저 퇴원했어.”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어 아멜리아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아까 당황했던 게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당당했다.

       

       

       “나갔다고?”

       

       “응. 퇴원 수속 밟고 나갔는데.”

       

       “···언제?”

       

       “삼십 분 전.”

       

       

       아멜리아의 말에 들떴던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시우가, 먼저 가버렸다 이거지.

       

       나를 내버려 두고.

       

       

       “···어디로 갔는지 알아?”

       

       “어, 그게···. 피곤하니까 집에서 푹 쉬고 싶다고···.”

       

       “고마워.”

       

       

       아멜리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헤에, 그래.

       

       혼자 가버렸다고?

       

       ···용서 못해.

       

       같이 퇴원하려고 날짜까지 맞춰놨는데, 혼자서 먼저 집으로 쉬러 들어갔다 이거지?

       

       나는 시우랑 같이 시간을 보낼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는데.

       

       시우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귀찮았던 걸까?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면서 나를 버려두고 홀로 집으로 향한 걸까?

       

       같이 퇴원하자는 약속도 잊어버릴,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했으면서.

       

       괜히 시우가 줬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 잘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떼어 시우네 집으로 향했다.

       

       

       

       ***

       

       

       

       “···응, 방금 네 집으로 향했어. 대충···30분 정도면 도착하지 않을까? 도착하기 직전에 내가 문자 보내줄게. 알았어.”

       

       “출발했나요?”

       

       “그래. 드디어 시작이네. 참 길었어.”

       

       

       아멜리아와 도로시는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화를 냈다가, 잔뜩 시무룩해졌다가.

       

       감정이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함이 몰려들었다.

       

       

       “···저거 괜찮은 거 맞죠?”

       

       “아마···? 음, 나중에 한 대 맞을 각오는 해야겠는데.”

       

       “하아···. 그냥 평범하게 하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당할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도로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시우의 퇴원 날짜가 오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진짜 장난 아닐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잖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는걸.”

       

       “화를 내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실을 잔뜩 휘두를지도···.”

       

       “하하···. 시, 시우가 잘해주겠지?”

       

       

       응, 그럴 게 틀림없어.

       

       이것도 시우가 하기로 한 거잖아.

       

       둘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재미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시우보다 적극적으로 계획을 실행했다는 사실은···.

       

       뭐, 제쳐두고.

       

       

       “이렇게 된 이상 즐길 수밖에 없잖아!”

       

       “···그렇죠! 자, 빨리 가요!”

       

       “좋아. 아멜리아 특급 운송···! 이번에는 시우네 집이다!”

       

       

       

       ***

       

       

       

       “···.”

       

       

       멍하니 시우의 집을 바라보았다.

       

       내가 동거하기 시작한 이후로 잘 쳐두지 않게 된 창문의 커튼.

       

       창문의 틈 사이로 슬쩍 내부를 탐색하자, 슬슬 밤이 깊어지기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하는데도 불이 꺼져있었다.

       

       

       “자고 있나 보네···.”

       

       

       아멜리아의 말에 의하면 시우는 미리 돌아왔을 테니까.

       

       불이 켜져 있지 않으니 분명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었을 게 뻔했다.

       

       혹여나 자는 시우가 깰까 봐, 현관문을 조심히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시우가 잠에서 깨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듣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과 들어줬으면 하는 모순적인 마음을 담아 작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인기척은 없었다.

       

       시우네 집이 이렇게까지 차가운 분위기였던가?

       

       그렇게 오랫동안 묵어온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뚜벅, 뚜벅.

       

       조용한 공간에서 발걸음 소리만 들려서 그런 걸까.

       

       유독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그 기분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시우네 집에 처음 왔을 적의 그 불안했던 감정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

       

       

       ···너무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주겠다고 했으면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걸까.

       

       퇴원 날짜를 같이 맞추면 당연히 같이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그렇지.

       

       평소와는 달리 차갑고 어두운 시우의 집을 걷고 있자니 온갖 생각이 맴돌기 시작했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오늘은 나도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거실을 지나칠 무렵.

       

       시우의 집 한편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

       

       

       마치 이쪽으로 가면 된다는 듯, 길처럼 연결되어있는 빛.

       

       그 모습에 적의 습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나는 홀린 듯이 따라갔다.

       

       무슨 상황인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뭔가, 지금은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할 것 같아서.

       

       점점 밝아지는 푸른 빛을 따라가고 있자니, 어느새 도착한 곳은 집의 마당이었다.

       

       그리고 빛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시우.

       

       자고있던 게 아니었던 걸까.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시우에게 당장이라도 캐묻고 싶은 일은 산더미 같았지만,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눈 앞에 서있는 시우의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조금 긴장한 걸까? 시우의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게 보였다.

       

       

       “음, 조금 긴장되네. 도로시나 아멜리아가 이런 건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해서 준비해보기는 했는데···.”

       

       

       이런 걸 준비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조금 틀에 박혔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며 시우는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히 내 머릿속은 지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기 직전.

       

       시우가 입을 열었다.

       

       

       “···아르테.”

       

       “네, 네···?”

       

       “나와, 사귀어주지 않을래?”

       

       

       그제야 나는 상황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시우가 나에게 고백하려고 했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어.

       

       이벤트 하나를 해주고 싶어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나 몰래 먼저 와서 준비한 거구나.

       

       멍하니 시우가 건네는 반지를 바라보자, 시우의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

       

       “아르테···?!”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분명 시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내 눈물을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시우의 머리를 붙잡고, 확 잡아당겼다.

       

       

       “읍···!”

       

       

       서로가 익숙하지 않아 서툴기 그지없는 첫 키스.

       

       그저 입을 맞대는 것뿐인 키스였지만,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족감과 따뜻함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얼마나 연습했을까.

       

       거절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얼마나 긴장했을까.

       

       직감을 가지고 있는 시우가 저렇게 떠는 모습은 처음 봤다.

       

       서툴기 그지없는 첫 키스가 끝나고.

       

       나는 시우에게 웃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네, 좋아요.”

       

       

       다시 한번 시우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듯이, 느긋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음, 그렇습니다.

    아르테와 시우의 이야기는, 140화를 끝으로 완결입니다.

    여러가지 풀고싶은 이야기들은 정말, 정말, 정말 많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본편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으니까요.

    남은 건 외전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공지를 하나 올려뒀습니다.

    여러분들이 외전으로 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주신다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한번 풀어볼까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야스씬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쓸거니까.

    아르테와 시우의 외전은, 하루 휴식한 뒤.

    11월 7일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Pwikyarin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작가님은 아직 살아있긴 하죠.

    이 모습을 스포일러 당하지 않은 상태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겠지만요.

    수시5관 님, 6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아르테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보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있을 후일담에서 다시 한 번 뵙겠습니다!

    백구와재구 님, 1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소설을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많이 아쉬우시겠지만···.

    언제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 남아있는 후일담을 기대해주세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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