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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나와 유 설 사이의 기나긴 포옹을 멈추게 한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 뭐야, 여기 있었네.”

         

       “……?”

         

       갑작스런 남자 목소리에 나와 유 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예린 양.”

         

       “…….”

         

       신PD가 있었다.

         

       내가 그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자 신PD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다가 유 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설 양, 내가 지금 예린 양한테 할 말 있으니 자리 좀 비켜 주세요.”

         

       “…….”

         

       자리를 비켜달라는 그의 말에 유 설은 나와 신PD 사이에서 잠시 눈치를 보다가….

         

       스윽-.

         

       마치 나를 지키듯 내 앞을 팔로 막아서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서 할 수는 없는 말인가요?”

         

       “…….”

         

       유 설이 자리를 쉽게 비키지 않겠다는 듯 강경한 태도로 나서자 신PD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시발. 이제 프로그램 끝났다고 내가 존나 만만하게 보이나 보네.”

         

       “…….”

         

       혼잣말이긴 했지만 소리가 커서 우리의 귀에 너무나도 똑똑히 들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 설이 비키지 않자 신PD가 짜증난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네, 좋아요. 그러면 그냥 여기서 이야기할게요. 예린 양 그리고 설 양. 루키즈의 소속이 정해졌습니다.”

         

       “……!”

         

       루키즈의 소속이 정해졌다는 말에 나와 유 설이 모두 흠칫했다.

         

       ‘우리 소속이 정해졌다고…? …어디일까?’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많았다.

         

       Nnet과 관련된 여러 자잘한 소속사들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 아니면 위탁 매니지먼트로 아예 생뚱맞은 소속사에 갈 수도 있었다.

         

       우리의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우리가 받는 대우 그리고 루키즈의 미래가 결정되는 거나 다름없기에 우리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PD가 밝히는 우리의 소속은….

         

       “루키즈는…, 우리 Nnet 방송국의 모기업 NAS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속으로 맡기로 했습니다.”

         

       “……!”

         

       바로 Nnet의 모기업 NAS 엔터테인먼트였다.

         

       Nnet의 모기업 NAS 엔터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나성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였다.

         

       그런 NAS 엔터에서 루키즈를 직속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우리를 향한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

         

       그야말로 잭팟이었다.

         

       “언니…! 이거 엄청 잘된 거죠?”

         

       “…응, 우리가 갈 수 있는 곳 중에 제일 좋은 선택지야.”

         

       “이거 완전 다행….”

         

       이에 나는 유 설의 손을 잡고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려다가….

         

       ‘잠깐.’

         

       무언가 석연찮은 점을 눈치챘다.

         

       ‘이 좋은 소식을 왜 신PD가 내게 직접 알리는 거지?’

         

       신PD와 내 사이는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신PD가 뭐가 좋다고 내게 이런 소식을 직접 알린단 말인가.

         

       이것이 의심스러워 신PD를 미심쩍게 쳐다 보니 역시 그가 지금부터 본론이라는 듯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마 며칠 내 본사에서 소집이 있을 겁니다. …하예린 너 그때 입조심해야 할 거야.”

         

       “…….”

         

       “내가 그때 했던 말…, 본사에서 떠들어 대기만 해 봐.”

         

       그때 했던 말이면…, 내게 MS기획을 소개시켜 준다던 그것을 말하는 건가?

         

       “내가 그때 ‘그 회사’를 언급한 건 당연히 우리와 계약이 끝난 1년 후를 말한 거였어. 근데 만약 네가 없는 사실을 꾸며서 나와 본사 사이를 이간질한다면….”

         

       “…그런다면?”

         

       “아마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신PD가 위협하듯 소리치며 말했다. 모발이식해서 어딘가 어색한 그의 앞머리가 팔랑거렸다.

         

       “내가 본사에 인맥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 다른 지상파 방송국 PD들이랑도 엄청 친해.”

         

       “…….”

         

       “프로그램이 끝났다 해서 출연자가 연출자 위에 설 수는 없어. 만약…, 본사에서 이상한 말을 씨부린다면…, 내 인맥을 총동원해 이 업계에서 퇴출시켜 주마.”

         

       신PD의 말에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시우가 말한 대로라면 이 사람 연예계에서 발이 무척 넓다고 했지.

         

       만약 신PD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우리 루키즈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우리에게 문제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이에 내가 신PD의 협박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그때였다.

         

       “웃기고 있네.”

         

       “……!”

         

       나 대신 신PD의 말에 대답한 것은 내 옆의 유 설이었다.

         

       “너…, 너…!”

         

       유 설까지 반말로 대꾸할지 몰랐는지 신PD가 당황한 얼굴로 어버버했다.

         

       유 설은 그런 신PD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충 들어 보니 템퍼링 중매라도 한 것 같은데…, 방송국 PD가 심지어 안 그래도 논란 많은 당신이 그따위 짓을 했다는 게 알려지면 대중들이 그리고 본사에서 뭐라 할 것 같아?”

         

       “…….”

         

       우리 쪽에서 이렇게 강하게 나올지 몰랐는지 신PD가 입을 싹 닫았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는 당신이 만든 그룹이야. 당신 바보 아니잖아? 자기가 만든 그룹 자기가 욕하는 게 결국 본인 얼굴에 똥 뿌리는 거란 걸 모를 리도 없을 텐데?”

         

       나는 그 순간 유 설의 말을 듣고 지금 신PD가 한 말이 블러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는 신PD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우리의 평판이 좋을수록 신PD의 주가도 올라가는데 신PD가 그걸 모르고 우리의 욕을 떠벌리고 다닐 리 없었다.

         

       “그러니까 그만 허세 부리지? 당신 딸뻘 되는 심지어 아직 성인도 안 된 애한테 찾아와서 협박하는 거 쪽팔리지도 않아?”

         

       “크읏….”

         

       뭔가 화난 듯한 유 설의 목소리는 무척 차가웠다.

         

       ‘무서워….’

         

       옆에 있던 내가 무서워서 몸이 떨릴 정도였다.

         

       “알아 들었으면 꺼져. 역겨운 당신 얼굴 보다가 마음 바뀌어서 우리가 본사에 당신 고발해 버리기 전에.”

         

       “…….”

         

       대략 20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났음에도 기세에 밀린 신PD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그는 패배감 가득한 얼굴로 우리를 한 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건방진 년들. 망한 인생 내 덕분에 폈으면서 주제도 모르고.”

         

       그리고 찐따처러운 한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 설은 그런 신PD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무섭게 바라보다가 이내 온순한 눈으로 돌아온 후 나를 향해 물었다.

         

       “…예린아, 무서웠지.”

         

       “…네.”

         

       …언니 때문에요.

         

       유 설의 원래 성격이 조금 세다는 걸 알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신PD 저 새끼가 너한테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었구나. 신PD가 소개해준다는 회사 어디였어?”

         

       “MS기획이요.”

         

       “뭐? 그 쓰레기 회사?!”

         

       한시우도 그렇고 유 설도 그렇고 MS기획의 이름을 듣자마자 기함했다.

         

       ‘MS기획은 도대체 얼마나 쓰레기 회사인 걸까?’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니 유 설이 화난다는 듯 씩씩대며 말했다.

         

       “거기 계약도 완전 노예계약 수준이고 사장도 질 나쁜 걸로 엄청 유명해. …큰일 날 뻔했네.”

         

       “어차피 회사 옮길 생각 없어서 지금까지 신PD 말 쌩까고 있었어요.”

         

       “그래…, 잘했네.”

         

       스윽-, 슥.

         

       유 설은 장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예린아. 내가 신PD 아예 묻어 버릴 수 있도록 도와줄까?”

         

       “…네?”

         

       “우리가 정말 NAS 엔터 소속이라면…, 우리가 거기 가서 신PD를 곤란하게 만들 방법이 있을 거야.”

         

       신PD를 곤란하게 만들 방법이라….

         

       내 머릿속에서도 몇 가지가 떠올랐다.

         

       ‘신PD가 내게 했던 짓에 대충 살을 붙여서 NAS 엔터에 고발하기만 해도…, 신PD를 곧바로 물먹일 수 있겠지….’

         

       신PD에게 응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서유진과 이혜정이 떠올랐다.

         

       그 두 사람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PD 때문에 피해를 봤던가.

         

       그런 신PD를 벌하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었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우리가 저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건 맞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문다고 하잖아요. 혹시나 자극했다가 저 사람이 우리 루키즈한테 피해끼치면 어떡해요.”

         

       우리가 그의 약점을 쥐고 있다 한들 그가 연예계에서 영향력이 센 인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와 싸우기 시작하면 우리도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

         

       “저는 우리 루키즈가…, 최대한 아무 문제 없이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

         

       “똥을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잖아요? …괜히 신PD를 건드려서 분란 일으키기 싫어요.”

         

       “네 뜻이 그렇다면…, 알았어.”

         

       유 설이 내 뜻을 배려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감사의 의미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안은 후 속삭였다.

         

       “…언니 저희 논란 없이 편안하게 그룹 생활해요.”

         

       “…그래.”

         

       나는 논란만 없이 사랑만 받으면서 그룹 생활을 하길 원했다.

         

       신PD와의 악연도…, 오늘부로 이렇게 끝내 버리고 싶었다.

         

         

         

       **

         

         

         

       나아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신PD의 말대로 우리 루키즈가 NAS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며칠 후.

         

       우리 루키즈는 NAS 엔터테인먼트로 소집 명령을 받았다.

         

       이에 나는 늘 그렇듯 상구 오빠, 강형만과 함께 차를 타고 NAS엔터테인먼트 본사로 향했다.

         

       아니, 오늘은 평소와 좀 다른 점이 있긴 했다.

         

       “저…, 사장님?”

         

       “응?”

         

       “혹시 조수석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내가 처음 차에 탈 때부터 조수석에 앉아 있던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물으니…, 강형만 대신 그가 내 쪽으로 직접 고개를 돌리며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예린 양.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형제기획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이김장이라고 합니다.”

         

       “고문 변호사…, 그것보다 성함이 김장…, 님이요? 혹시 김치 담글 때 그 김장…, 인가요?”

         

       “하하. 네, 그렇습니다.”

         

       다소 예민할 수도 있는 내 질문에 이김장은 오히려 기분 좋다는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제 이름이 특이하죠? 저희 아빠가 작명원에서 직접 받아온 이름이랍니다. 이 이름으로 법조인이 되면 대성을 할 거라나?”

         

       “아….”

         

       그러면서 변호사는 내게 명함을 건넸는데….

         

       [이김장 법률사무소 대표 이김장]

         

       …아무래도 진짜 이름이 이김장이 맞는 듯했다.

         

       명함을 신기하게 보고 있으니 강형만이 이김장의 소개를 마저 해줬다.

         

       “말투가 다소 경박해 보여도 실력은 확실한 사람이란다.”

         

       “…그렇군요. 근데 변호사 아저씨는 저희랑 왜 같이 가는 거예요?”

         

       “오늘 계약의 세부 사항을 정한다더구나. 이럴 땐 실력 있는 변호사가 있어야 안심이지.”

         

       “계약….”

         

       나는 그제서야 내 소속이 NAS 엔터로 잠시 바뀐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NAS 엔터테인먼트를 들어만 봤지 직접 가보는 건 처음인데…, 어떤 곳이려나….’

         

       그리고 곧이어 NAS 엔터 본사에 도착한 후….

         

       “와…….”

         

       나는 그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형제기획 사옥이 작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는데…, NAS 엔터의 본사 사옥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들어가자.”

         

       “네…….”

         

       NAS 엔터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피스룩을 입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신경 써서 장식한 듯 보이는 다양한 조형물들, 그리고 철저해 보이는 보안대가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대기업의 냄새가 내 코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낙낙서서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이야기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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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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