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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비상 황실 공인 전서가 도착한 뒤 얼마 후. 프란체는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관자를 짓눌렀다.

         

       황제와 황후가 한날 한시에 죽었다.

         

       이는 제국 전체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로 신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황족 암살 의혹! 현재 궁정 마법사단과 황실 수사단이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중……】

         

       【황실을 이을 후계자는 정해져 있다. 황태자, 레제프 페델리안 전하의 즉위식이……】

         

       【황실 수사단,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아 황제 폐하의 사인을 알아낼 수가 없다.” 모두가 충격에 빠져……】

         

       【혼란으로 가득한 페델리안은 어찌 되는가? 황실 기사단장은 전시 상태로 비상……】

         

       “꽤 복잡하게 됐구나.”

         

       최근 일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간절한 영원의 노래도 성공했고 진의 흔적까지 찾았으니 말이다.

         

       이제 정말 마지막만 남았나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황제와 황후의 사망 소식. 다들 암살을 당한 거로 생각하지만,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아 범인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사인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공작님도 바빠지시는 거 아니에요?”

         

       카자르가 물었다. 프란체는 짧은 탄식 후에 대답했다.

         

       “그렇겠지. 나는 데카르트의 주인이니까. 일단 제국의 혼란을 잠재워야 해.”

         

       황실이 흔들리면 데카르트, 페르시아. 이 두 공작가가 제국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엄청나게 바빠질 거다.

         

       “그리고 문제가 더 있어.”

       “뭔가요?”

       “황권이 교체될 거야.”

         

       라데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 데카르트는 아예 독보적인 입지 아닌가요? 황권이 교체되어도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혼란만 잠재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다만.

         

       “그 황위를 이어받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렴.”

         

       아, 하고 프란체의 말에 납득하는 라데아와 카자르.

         

       “그 여자가 황후가 되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어. 아마 나를 어떻게든 끌어내리기 위해 수작을 부리겠지.”

         

       프란체는 그리고, 하며 말을 이었다.

         

       “이 외에도 문제가 있어. 황권이 교체되면 정치적인 변동이 발생하지. 이를 페르시아와 데카르트가 안정시켜야 해.”

         

       후계자가 명시되어 있어 큰 갈등은 생기지 않을 테지만, 여러 귀족의 권력과 영향력의 재조정이 들어갈 것이다.

         

       “타국이 이 틈을 타서 쳐들어온다는 무식한 일은 생기지 않을 테지만.”

         

       여러모로 일이 복잡해졌다. 데카르트는 귀족들의 수장. 제국에서 영향력이 좀 있다 싶은 귀족들은 이때다 싶어 치고 올라올 것이다.

         

       데카르트에게 아무런 피해도, 영향도 주지 못하겠지만…….

         

       이를 직접 정리해야 한다니. 프란체는 벌써부터 편두통이 몰려왔다.

         

       “진 씨를 찾는 일은 맡겨두고 당분간 공작님은 업무에 집중하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카자르가 말했다.

         

       “그래야겠어. 이건 카자르, 너한테 맡길게.”

       “네.”

         

       이제 남은 건…….

         

       “장례식에 참석해야겠구나.”

         

         

       * * *

         

         

       장례식이 열린 황궁의 내부.

         

       곳곳에 황제와 황후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들이 좋아했던 그림이나 조각상 같은 예술품들이 장식되어 있고, 어디 하나 그들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버님…….”

         

       황태자, 레제프 페델리안이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다른 귀족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황제와 황후는 싸늘하게 식은 채 커다란 관에 누워있다. 주변에는 마법적 처리가 된 가지각색의 꽃들이 놓여 있다.

         

       “지금부터 의식을 치르겠습니다.”

         

       황후가 된 성녀, 소미레가 새하얀 수녀복을 입은 채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황실을 상징하는 꽃, 새하얀 목련을 치켜들며 말을 이어가는 소미레.

         

       “황제, 황후 폐하께서는 저희에게 큰 영감과 지도를 주셨습니다. 그분들의 헌신과 공로는 우리에게 영원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목련 잎이 하나 떨어졌다.

         

       “우리는 오늘 황제, 황후 폐하를 추모합니다. 그분들은 자비로운 지도자이자 위대한 인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새하얀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

         

       “황제, 황후 폐하께서는 항상 저희에게 빛과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분들의 윤택한 생애와 성공적인 통치는 절대적인 존경과 경외심을 자아냅니다.”

         

       목련 잎이 두 개 떨어졌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추모하는 것은 폐하께서 제국에 남긴 높고 귀환 유산을 기억하며, 폐하께서 제공하신 인내와 지혜를 경탄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의 생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었다.

         

       “황제, 황후 폐하꼐서는 제국 내에서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헌신적인 노력에 저희 모두 큰 감동과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툭. 모든 목련 잎이 떨어지고, 소미레는 줄기를 조심스레 황제와 황후의 시체 위에 올려뒀다.

         

       “부디 이 세상을 떠나셔도 찬란한 빛의 길에서 걸으시길 기도합니다.”

         

       파앗! 마지막으로 두 손을 모으며 황금색의 광채로 빛나는 신성 마법까지.

         

       -짝짝.

         

       이어지는 박수갈채. 제국의 성녀가 행하는 신성한 의식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프란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웃음이 나왔다.

         

       ‘웃기네.’

         

       황제와 황후를 죽인 건 소미레라는 사실을 프란체는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선 황제의 힘이 필요했다고 판단했겠지.

         

       ‘근데 이상하네.’

         

       마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저렇게 상처없이 죽이는 방법은 마법이나 극독 말고는 없는데 말이다.

         

       ‘극독은 아니라고 했으니.’

         

       그럼 마법밖에 없는데…….

         

       ‘혹시 신성 마법이라 내가 못 보는 건가?’

         

       그건 아닐 거다. 프란체가 흑마법에 특화되어 있다곤 하지만 엄연히 대마법사. 속성이 달라도 마력의 흔적 정도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저 황제와 황후의 시체에게선 그 어떠한 마력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지웠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네.’

         

       본래 사람은 죽어서도 마력이나 오러의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프란체의 눈에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었다.

         

       ‘미친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 프란체는 소미레의 잔혹함에 어깨가 부르르 떨려왔다.

         

       “이것으로 의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숭고한 장례에 참가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례식이 끝났다. 남은 건 대귀족 회담에 들어서는 것뿐. 프란체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카자르, 라데아, 케일. 따라오렴.”

       “벌써 장례가 끝난 건가?”

       “그래. 이제부터 회담에 들어갈 거야.”

         

       프란체가 마차로 온 이유. 모두를 호위로 불어들이기 위함이다.

         

       “회담에는 각 정상을 차지한 귀족들이 참여할 거야. 당연히 성녀도 참여할 거고. 너희들이 호위를 맡아야 해.”

         

       다들 프란체의 말을 단박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 * *

         

         

       회담이 끝났다. 내용은 혼란에 빠진 제국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황제와 황후의 사인은 대체 무엇인가, 즉위식은 언제 행할 것인가. 이 정도.

         

       “그렇게 복잡하진 않았네요.”

       “시끄러워지는 건 이제부터지.”

         

       데카르트, 페르시아를 제외한 가문들의 박 터지는 세력 싸움이 시작될 거다. 황권이 바뀌었으니 레제프를 중심으로 귀족들이 모여들겠지.

         

       “일단 혼란을 잠재우는 건 그렇다 치는데. 데카르트의 권위가 황실보다 높아져서 귀족들 관리를 내가 해야 하니…….”

         

       안 그래도 바쁜데 일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

         

       “그런데 공작님, 이번 일 무조건 암살이죠? 상식적으로 두 명 다 동시에 죽는 일은 없잖아요.”

         

       라데아가 물었다. 프란체는 당연하지, 하면서 말을 이었다.

         

       “범인은 성녀일 거야. 데카르트를 위협하려면 황실 전체를 먹는 수밖에 없으니까.”

         

       역시나, 하면서 고개를 주억이는 카자르.

         

       “성녀가 본격적으로 공작님을 노리는 거 같으니 호위에 집중해야겠네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전까진 길드에 암살 의뢰를 맡기는 식으로 목숨을 노려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소극적인 움직임. 그러나 지금은 황위까지 이어받으며 적극적으로 프란체를 노리고 있다.

         

       “공작님은 장례식에 가셨잖아요? 아무런 증거도 못 찾으셨어요?”

         

       라데아가 질문했다.

         

       “아쉽게도. 무언가 특수한 처리를 한 거 같아. 황제, 황후의 몸에서 마력이나 오러 자체가 사라졌으니까.”

         

       턱을 어루만지며 눈썹을 좁히는 카자르.

         

       “저번에 한 말을 토대로 보면 초월 마법사가 도와주진 않았을 테니 성녀가 가진 특수한 힘이겠네요.”

         

       성녀가 워낙 다재다능해서 어떤 식으로 흔적을 지웠는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수사가 좀 진행되다가 금방 잠잠해질 거야. 성녀가 황제, 황후의 사인을 적당히 정해서 덮을 테니까.”

         

       이 제국에서 성녀에게 향하는 신뢰는 독보적이다. 죽지만 않으면 어떤 병에 걸려도 치료할 수 있고, 절단된 신체 부위마저 재생시키는 초월적인 신성 마법사니 말이다.

         

       “성녀가 황제랑 황후를 죽였다고 주장해봤자 나를 미친년으로 몰아갈 게 분명하고. 증거까지 지워버려 심증밖에 없으니. 이번에는 완벽하게 당했다고밖에 볼 수 없겠구나.”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황제와 황후를 암살하면서까지 자신을 노리는 이유가. 대체 무슨 목적이 있어서? 답답함에 프란체는 고개를 휘저었다.

         

       ‘첫 만남부터 적대적으로 나왔지.’

         

       그간 뒷조사한 것도 모자라 하찮은 암살자들도 보내고, 파티장에서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 후엔 모옥이라는 거대 길드까지 섭외해서 암살을 시도. 이제는 황위까지 이어받으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성녀가 나를 노릴 만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

         

       모두의 의견을 묻기 위해 프란체가 물었다.

         

       “제가 이 중에서 가장 늦게 합류해서 잘 모르는데,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시잖아요?”

         

       라데아가 말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군. 과거부터 이어진 철천지한 원수 관계라면 이해하겠다만, 아무런 접점이 없지 않나?”

         

       케일도 고개를 휘저었다.

         

       “저는 초월 마법사와 진 씨. 그리고 성녀 세 명이 다 엮여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상하잖아요?”

         

       유일하게 카자르가 그럴 듯한 의견을 내세웠다.

         

       “성녀는 공작님을 노리고, 초월 마법사는 성녀에게 협력하는 척을 하지만 사실 진 씨에게 목적이 있고.”

         

       분명 이 모든 의문을 단번에 해결해줄 정답이 있을 거다.

         

       “초월 마법사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저번에도 봤다시피 천벌을 받을 테니 알려줄 수 없겠죠.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알아내야 한다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카자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녀의 운명, 회귀, 차원 이동, 초월자의 계약.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생소한 것들로 가득하다.

         

       프란체는 미간을 주무르며 눈썹을 좁혔다.

         

       “그 성녀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달렸네.”

         

       조만간 황권이 교체되면 분명 성녀의 의지대로 데카르트와 황실은 대립 구도가 성립될 거다.

         

       당연하게도 현재 제국의 사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가 질 일은 없지만…….

         

       ‘이럴 때 중요한 역할을 해줄 엑시드가 진을 수색하느라 빠져있어.’

         

       일이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나는 그저 진과 함께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모든 것이 방해하는 걸까.

         

       프란체는 세상이 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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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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