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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 ***

         

       “허허허. 그럼 잘 다녀오시지요.”

         

       “예. 태수. 다녀온 뒤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황금기가 달리고 번쩍이는 호화로운 6두마차와 열 명이 넘는 기마병이 호위하는 행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위병들의 무공은 끽해야 일류에서 이류 사이지만 황기가 걸린 마차를 건드리는 미친놈들은 없을 테니 호위병의 무공 경지는 별달리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이 무림천하에서 처음으로 타 보는 고급마차라 할 수 있겠지.

         

       비천마차는…고급이라기보다는 쾌속이라고 치자.

         

       “확실히 고급 마차는 승차감이 다르군요.”

         

       두터운 문을 닫자 사방이 고요했다.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들조차 아련하게 들리는 느낌. 아마 우리들이 무인이 아니라 일반 사람이었다면 바깥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을지도?

         

       좌석 등도 그렇지만 흔들림 역시 확연하게 적었다.

         

       “의전이라는 느낌이 확 드네요.”

         

       흑묘가 넓은 좌석을 팡팡 두드리며 이야기했다.

         

       “하루 기다린 덕에 사천성의 변화도 체험하고 말이죠.”

         

       나는 낭인객잔을 떠올리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오래간만에 다들 얼굴 좀 보고 강해진 이몸 호천안의 무력도 자랑하고 순위도 좀 올리고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들이를 다니다가 낭인 객잔에도 들렸지만 낭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의뢰를 나간 상황이었다. 중개인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유사연까지 싹 다 자리를 비웠다.

         

       중개인들 말로는 인력이 하도 부족해서 유사연까지 의뢰를 뛰고 있는 마당이란다.

         

       오만 어중이 떠중이가 다 밀려들어서 손 봐줘야 할 흑도가 산더미요, 외부 인사들의 적극적인 영입만큼이나 많은 습격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나랑 흑묘에게도 제발 습격 한 건만 하고 가라고 붙잡는 중개인들을 뿌리치고 간신히 도망쳤다.

         

       “흑묘 소저는 괜찮으십니까? 사실 사천성의 기치를 바로잡는 일에는 흑묘 소저 역시 손을 보탰는데 말이지요.”

         

       “괜찮아요. 제 입장상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더 귀찮은 일이라서 말이에요.”

         

       “으음. 그래도 아쉽기는 하군요. 알현이 끝난다면 황도를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야 좋죠.”

         

       “후후. 황도에는 여러 볼거리가 많으니까요.”

         

       황도, 낙양성.

         

       이 무림천하의 시대적 배경은 완전히 가상국가이지만…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속에서 반복되는 뭐 배신이나 왕자의 난이나 권력다툼 및 기타 등등…일어날 것은 다 일어났다.

         

       호족들이 득세하거나 황권이 강화되거나 반란이 일어나거나. 보통 황권이 쇠하거나 지방의 힘이 강해지면 나라가 쪼개지고 새 황조가 들어서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태까지 가지 않고 그저 황국이라는 이름이 계속 이어졌다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황제를 갈아치웠으면 갈아치웠지 나라 이름을 갈아치우지는 않았다는 표현이 걸맞겠지.

         

       세세한 황국의 역사야 실존할 테지만 [무림천하]의 배경으로만 사용되는 가상국가 황국의 역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건 역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흑묘와 혁기린 두 사람이 낙양성 관광 계획을 세우는 현장을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일까. 결국 이동을 위해 시간을 죽일 수 밖에 없으니 느긋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이지.

         

       낙양성이라.

         

       현재 낙양성에서 뭔가 챙길만한 이벤트가 있는지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흠.’

         

       사실 무림천하의 플레이어들은 별로 낙양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영양가 있는 이벤트가 없어서 기피하는 지역이라고 봐야지.

         

       아무리 무림세계라지만 낙양성은 황도. 무림인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켰다가는 곧바로 처벌에 들어간다. 무림인들은 거의 대부분 관직과 인연이 없는지라 감형도 어렵고 손쉽게 곤란한 상황에 처해진다.

         

       그런 반면 황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별것이 없다. 황도의 권력자들과 엮여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는 황금이나 벼슬 정도.

         

       금전적 보상이 후한 것은 맞지만 돈이야 어디서든 벌 수 있는데 굳이 낙양까지 갈 필요가 없고, 결국 낙양의 특색은 벼슬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좀 쓸모가 없다. 벼슬이라는 게 민간에서는 곧바로 통용되는 힘이지만, 경지가 높은 무인이면 민간에서는 벼슬아치 못지않게 껌벅 죽으니까.

         

       뭐 관리를 무인보다 높게 쳐주기야 하겠지만…경지 높은 무인도 사회적 지위가 낮은 편이 아니라는 거다.

         

       무엇보다 이게 문제다.

         

       무인이 관직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뭐다? 무관이 되어야 한다! 이는 즉! 입대를 해야한는 말이다!

         

       무협 게임 속에서도 입대라니 미쳤냐고.

         

       군대 트라우마를 제외하더라도 정말 군문에 몸을 담는 것이 장점이 있느냐를 따져도 뾰족한 장점이 없다. 수하를 부리고 싶으면 문파를 창설하면 그만이다.

         

       물론 수천 수만의 병졸을 부리는 장군과 문파장은 급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국가 단위의 충돌이 없는 시기기에 장군이 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할 일이 없다.

       

        장군이 되어 봐야 수천의 병력을 소집할 수 있는 일은 똥장군에 빙의해 ‘본 장군은 군졸 여러분들에게 실망했다!’ 면서 기합을 줄 때밖에 없는 평화의 시기.

         

       장군이 되어봐야 수천 수만의 병력으로 지략을 발휘하는 지휘관 뽕을 느낄 기회가 없다. 기껏해야 수백의 병졸을 이끌고 산적이나 수적 등을 토벌하는 것이 황군의 장군이 할 수 있는 최대치고 그런 건 문파장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단 말이지.

         

       물론 황군의 간부가 되어서 병사들을 부리는 것이 문파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쉽다. 홍보도 필요없고 제자 모집도 필요 없고 문파의 경제력 관리도 필요 없지. 다 나라에서 알아서 해 주니까.

         

       대신 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없다. 열심히 수하들 키워 봐야 배속지 바뀌면 그대로 끝이다. 금전적 수입도 녹봉으로 끝이고.

         

       이래저래 낙양성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달까.

         

       “선배! 선배는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요?”

         

       “음? 딱히. 뭐 유명한 관광 명소라면 어딜 가도 상관없지.”

         

       “후후 성도에는 금철공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전 중원을 통틀어 가장 온도를 높이 올릴 수 있는 대형 가마를 보유한 곳이지요. 그곳에서 무기를 하나 장만하심이 어떠신지요.”

         

       “나쁘지 않군요.”

         

       “좋아요! 그럼 거기도 가 보는 걸로!”

         

       혁기린은 낙양의 명물에 대해서 늘어놓았고 흑묘는 무지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관광 일정을 잡았다.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해 보아도 이미 일정이 일주일을 넘은 상황.

         

       이 일정만 소화하려고 해도 보통이 아니겠군.

         

       기왕 낙양에 온 김에 좀 쓸만한 이벤트를 챙기려고 해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있다고 해도 소소한 것을 뿐.

         

       낙양은 그냥 깔끔하게 황제의 보상만 받고 이 두 사람과 관광이나 하다가 떠나는 것으로 하자.

         

       “듣기로는 성야루의 상층에 올라가면 낙양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더군요.”

         

       “호, 그렇습니까.”

         

       “그럼 거기도 가는 걸로!”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두 사람과 편하게 낙양 관광에 대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 ***

         

       “호오, 이곳이 낙양성입니까.”

         

       우리는 마차의 창문을 열고 낙양성의 풍경을 구경했다. 사실 근본적으로 사천성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천성 역시 중원에서 손꼽히는 세련된 도시 중에 하나니까.

         

       다만 사천성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노점상 하나 없이 깔끔한 거리. 그리고 적당한 인파.

         

       그야말로 통제되고 있는 거리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 덕인지 도시의 분위기도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하면 조용했고.

         

       “실례합니다. 협객분들. 낙양성에 들었으니 슬슬 입궐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무사 분이 머물 객잔부터 먼저 구할까요?”

         

       “그러시지요.”

         

       기병대장이 우리를 이끈 곳은 용상객잔이라는 고급 객잔이었다.

         

       “선배, 여기서 적당히 혼자 놀고 있을 테니 빨리 다녀와요. 혁기린 대협도요!”

         

       “후후, 노력해보겠습니다.”

         

       흑묘가 객잔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 역시 황궁으로 출발했다.

         

       “멈추시게! 어디에서 온 관군인가!”

         

       “사천에서 온 황군이오! 이것은 사천태수 사마염 님의 직인이 찍힌 통행증명서요!”

         

       관군들끼리 서로 소통한 뒤에 우리들 역시 마차에 있는 채로 가벼운 검문을 받았다.

         

       “황궁의 손님들을 환영합니다. 황궁에서는 허가받지 못한 자는 무기의 소지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금속 장신구들은 물론이고 안전을 위해 소지품 전체를 위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궁에서 빠져 나갈 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검, 비도 같은 무기는 물론이고 기사천이나 건강환 그리고 전낭 등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싹 다 건네고 나서야 황궁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오…”

         

       다그닥. 다그닥.

         

       황궁 안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하고 화려한 전각들. 전각에 올려진 기와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무늬가 세공되어 있고 기둥이나 서까래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장식들이 보였다.

         

       장인의 정성을 갈아서 만든 결과물들이 끝없이 늘어진 모습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다.

         

       황궁의 풍경은 단순히 고급진 것만이 아니었다.

         

       정말 한 치의 빈틈이나 어긋남도 없이 깔린 판석로. 그 길 주변을 수목이나 꽃이 장식하고 있었는데 길가에는 나뭇가지나 나뭇잎, 꽃잎 등이 떨어진 기색이 전혀 없었다.

         

       비현실이 현실에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품격이 느껴졌다.

         

       “대단하군요.”

         

       “예, 대단하지요.”

         

       그래도 자신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황궁을 칭찬하자 뿌듯한 표정을 짓는 혁기린. 정말 공주라는 것을 감추려는 생각이 있긴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했지만.

         

       혁기린이 아주 오래간만에 자신의 집이라 할 수 있는 황궁에 돌아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른척했다.

         

       황궁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알게 모르게 걱정을 담고 있는 표정이었는데 막상 황궁에 들어오니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던 마차가 한 전각 앞에서 멈추어섰다.

         

       “공청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수많은 시녀들이 우리를 맞이해 허리를 숙였다.

         

       “황궁을 방문해주신 귀빈들께서는 황족분들을 배알하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드리기 위한 절차를 밟겠사오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제를 만나기 위한 첫 번째 절차.

         

       일주일 이상 시간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황궁파트의 시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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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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