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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것은 알고 있었다.

       

       광신이라는 것은 나의 발자취를 쫓는 그림자였으니.

       

       이런 일을 진행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 중에 씨앗을 품은 이가 섞이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었다.

       

       나를 만났다는 사실이 기쁜지 허둥지둥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그녀는 아직까지 자신이 안에 품은 것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단순히 나를 좋아하고 동경할 뿐이라 생각하고 있겠지.

       

       신앙이라 하는 것은 천천히 스며들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이라 했으니.

       

       신교에서 나를 모시던 이들이 그리 말을 했기에 잘 알고 있다.

       

       아직 개화하지 않았을지언정 광신은 광신이었다. 그 기미를 품은 이와 눈을 마주하는 건 거북한 일이었다.

       

       가슴팍을 밀어 절벽 아래로 떨어트릴까.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올라왔다는 핑계를 대면 그만이지 않나.

       

       내가 기억하기로 이 자는 화산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저 난장판에 던져 놓으면 화산의 이들에게 협공당해 쓰러질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다음 시험에도 올라오지 못할 터.

       

       그래. 좋은 생각이군.

       

       내가 억지를 부려 이 자를 떨어트린다면 이 자는 나에 대한 미움을 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럼 광신과 거리를 두게 될 가능성도 생기지 않을까.

       

       “저기. 화령님?”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길 쳐다보고만 있으니 위화감을 느낀 듯 여자가 목소리를 냈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그 눈을 마주하다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진정하자.

       

       단순히 미움을 사는 걸로 광신을 몰아낼 수 없음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일이 해결될 것이었다면 내 광신에 쫓겨 은거를 택하지도 않았을 터.

       

       저들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기대해선 안 된다. 광신자는 나의 뜻을 곡해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밀어 떨어트리는 것으론 의미가 없다. 그래 봐야 꾸역꾸역 다시 절벽을 기어올라 다시 나의 앞에 서게 될 테니.

       

       연기를 내뱉으며 목소리를 냈다.

       

       “축하한다.”

       

       난 이번에 광신에 대처하기 위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겠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부분도 부족한 부분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보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엔리에게 조언을 구한 그 순간부터 좋건 나쁘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리 하겠다고 결정을 한 것이다.

       

       선택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 상황 저 상황에 따라 핑계를 붙여가며 다른 선택을 한다면 그건 선택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저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지.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선 이 여자를 쫓아내선 안 된다.

       

       오히려 곁에 둬야 한다.

       

       여자는 아직 광신을 개화하지 못했으니 곁에 두어 제대로 된 교류를 하며 광신의 씨앗이 말라 죽는 지 아니면 개화하는 지를 알아내야 한다.

       

       “가장 먼저 이 곳에 도착했구나. 이번 시험은 통과다.”

       “정말인가요?!”

       “그래. 아직 합격한 것은 아니다만.”

       “와아아아!”

       

       여자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후원 하나가 날아들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설님도 시험치러 오셨구나.]

       

       “이름이 알려진 자더냐?”

       

       – 화룡무인 랭커 중 하나임.

       – 현생 버리고 화룡무인 세상에만 사는 사람.

       – 이 사람이 화룡무인 플탐 1등일 걸?

       – 화령 진짜 좋아하나 보네. 이런 거 할 시간에 파밍 하나라도 더 할 사람인데.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이 자가 화룡무인을 하는 데 열정을 가진 자라는 건 대충 알겠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 한민준이 이 여자의 지원서를 보고 이렇게 말을 했었지.

       

       “화룡무인의 망령인가.”

       “그렇습니다! 저 진짜 이 게임 열심히 해요! 화산의 일원으로 뽑아주시면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결과를 보일 자신이 있습…”

       “진정해라.”

       

       가만 내버려 두면 숨도 쉬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 같아서 손을 내저었더니 여자가 즉시 입을 다물었다.

       

       말은 잘 듣는 구나. 아주 내가 절벽 아래로 뛰라 그러면 망설임 없이 몸을 내던지겠어.

       

       실제로 그럴 것 같아 말은 하지 않겠다만.

       

       “이름이 어찌 되지?”

       “박설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밀양 박에.”

       “게임의 이름을 물은 것이다만.”

       “그냥 설아라고 불러 주세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시잖아요!”

       

       그냥 내가 내키는 대로 부를 뿐이다마는 뭐어. 그래. 네가 그리 부르기를 바란다면 못 해 줄 것도 없겠지.

       

       “그래. 설아. 화산의 무공에 대해서는 잘 아나?”

       “물론입니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해요. 화령님이 말씀하신 화산의 이치를 수도 없이 들어보았는걸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것이 기쁜지. 아니면 내가 설아라는 이름을 불러주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박설아는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너무도 밝아서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웃음을.

       

       이 자에게 익숙해지려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군.

       

       …음. 역시 쫓아낼 것을 그랬나?

       

       

       *

       

       화산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내전은 숲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수가 늘어가며 점차 혼란을 더했다.

       

       처음에는 최소한 규칙이니 편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했으나 난전이 이어짐에 따라 그런 규율들은 하나 둘 무너져 내렸다.

       

       결국 난전이 격화됨에 따라 화산의 이들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떨어트리는 것에 치중하게 되었다.

       

       흥분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이. 원한 어린 목소리가. 방향을 잃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칼날이 난전이 어떤 것인지를 알렸다.

       

       특히나 그 난전의 중심에 서 있던 한민준을 비롯해 이전에 화령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이들은 서서히 사람에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애초부터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던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화령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더욱 강해졌으니 그들은 난전 속에서 자연스레 견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도우면서 화산의 재건을 이야기하던 이들의 협공에 한민준 무리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들의 분전에 겁을 먹은 것일까.

       

       처음엔 집중적인 공격을 받던 한민준 무리지만 난전이 격화되고 나서부터는 다른 이들이 그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민준의 무리는 큰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었다.

       

       “민준이형.”

       “왜.”

       “사람들 숫자가 50명보다 적은 것 같지 않아요?”

       

       동생의 물음에 한민준은 가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말이 맞았다.

       

       격화된 난전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싸움을 멈추고 다 같이 절벽을 오른다면 이 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합격을 할 수 있겠지.

       

       허나 사람들은 그를 몰랐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 속에서 이성을 잃어버린 이들은 눈앞의 적을 쓰러트리는 것만을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지금이라도 저희끼리 올라갈까요? 다들 돌 던지는 데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한민준은 그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정도 숫자면 다른 이들이 돌을 던지더라도 큰 위협이 되지 않을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한민준 무리가 먼저 움직이자 살아남은 이들도 하나 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지금 살아남은 모두는 합격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이들이 검을 휘두르는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공유했고 그렇게 하기정 아래의 투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절벽을 올렸다.

       

       “왔느냐?”

       

       한민준은 하기정에 있는 돌의자에 앉아 곰방대를 피우는 화령을 보고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귀신이 나오는 숲은 뭐냐고. 또 왜 화산의 사람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시켰냐는 불만이 목 아래까지 터져 나왔다.

       

       다른 화산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겪었던 지옥도는 화산의 시험이라기보다는 약육강식. 그야말로 천마신교의 시험이라 해도 무방했던 것이다.

       

       아무리 천마 컨셉을 잡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불만을 입에 담는 이는 없었다.

       

       그리 말해봐야 화령이 어떤 식으로 나올 지가 너무 뻔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느냐? 그럼 돌아가거라.’

       

       각자의 이유는 달라도 새 화산에 들어가기 위해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모두는 불만을 안고도 침묵을 지켰다.

       

       “흐음. 마흔 하나인가. 조금 더 기다려 봐도 괜찮겠지만 주변에 살아있는 이도 없으니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

       

       그리 말을 한 후 화령은 절벽의 앞에 섰다.

       

       “학영충. 이들을 데리고 화산파로 가있게.”

       “알겠습니다. 문주님.”

       

       화령은 평범한 길을 걷는 것처럼 절벽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 위에 보이지 않는 길이 있는 것처럼 여유롭고 느긋했다.

       

       “진짜 무공 쓰는 실력 하나만큼은 대단하네요.”

       

       옆에서 한민준의 동료 중 하나가 탄성을 냈다.

       

       한민준도 그리 생각했다.

       

       허공답보는 여러 경공술 중에서도 사용하기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기술.

       

       그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다니. 유저 중에서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

       

       하기정에서 빠져 나온 나는 바루에게 가서 숲에 펼친 도술을 거두어 달라 이야기 했다.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더 이상 도술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숲을 헤매던 이가 몇 명 남아있음을 알게 됐지만 그들은 불합격이었다.

       

       여태 살아남은 것은 사실이다만 지금까지도 숲을 탈출하지 못한 이들을 합격시킬 순 없었다.

       

       그래도 50명을 채우기는 해야 했던 지라 나는 하기정 아래 싸움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이 아홉을 위로 올렸다.

       

       개 중엔 왜 난 떨어지고 저들은 올라가는 거냐 따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 주었더니 알아서 납득을 하고 물러섰다.

       

       그런 후 합격시킨 아홉을 데리고 화산의 부지로 돌아왔다.

       

       지난 며칠간 바루가 고생을 해 준 덕택에 화산은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은 상태였다.

       

       여전히 복구해야 할 곳이 여러 군데 있기는 하다만 길어도 한 주 내로는 정상화가 되겠지.

       

       오백에서 오십으로 줄어 든 지원자를 보니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게 내가 본래 원한 인원이었다. 이 정도면 시험을 보기도 간편하지 않은가.

       

       “자. 그럼 다음 시험의 내용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지금부터 나는 그대들에게 복수의 시간을 주려 한다.”

       

       내가 복수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지원자들이 서로를 쳐다 보았다.

       

       일전에 하기정 아래에서 있었던 다툼이 그대들에게 인상 깊었나 보구나.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일었다.

       

       “그대들을 싸우게 만든 원흉이 바로 앞에 있지 않나. 내가 하려던 말은 본인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단 것이었다.”

       

       숲 안에 들어가서 귀신에게 쫓기게 만든 것도 나다.

       

       하기정 아래에서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든 것도 나다.

       

       그렇다면 그대들이 품은 복수의 칼날은 본인을 향해야 하지 않겠나.

       

       “시험의 내용은 단순하다. 무작위로 5명씩 조를 지어 주겠다. 그럼 그 다섯이 한 조가 되어 본인을 공격하면 된다.

       그대들이 평소에 쓰는 게임 용어로 말을 해주자면 본인을 레이드하라는 소리다.“

       

       그대들도 바라던 일 아닌가.

       

       시험을 하면서 이 시험을 짠 사람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터.

       

       내 그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한 조에서 몇 명을 뽑을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면 기회가 주어길 거라는 것만큼은 확언하지.”

       

       내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다들 의지를 불태우리라 생각을 했거늘 어찌하야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자신을 괴롭힌 이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나 같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대 먹여주겠다는 생각을 했을 터이다만.

       

       – 양심리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널 어케 이기라고요! 이 양심 없는 인간아!]

       

       분노가 담긴 후원음성에도 난 무덤덤했다.

       

       원래 불리할수록 즐겁지 않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 레이드. 적정인원이 다섯 명은 아닐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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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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