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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2

     

     

     

    ***

     

     

     

    스트리머의 얼굴 공개.

    첫 캠방.

     

    그 여파는 사실 생각보다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첫 방송이나 첫 공개 같은 경우 무척 큰 화제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다수 적응하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예쁘거나 잘생겼다고 해도, 하루 이틀 보면 그 얼굴에 익숙해져 간다고.

     

    그런데 세린은 좀 예외였다.

     

     

    …….

     

     

    2월 14일 월요일.

    저녁 7시 43분.

     

    2부 어나더 월드를 조금 더 빨리 끝낸 지금, 세린은 또 다른 광고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광고 계약에 원하는 시간대 저녁이었기에 부득이하게 편성을 바꾼 거였다.

     

    “아아. 잘 들리죠?”

     

    마이크 테스트 겸 말을 꺼내자, 채팅창엔 곧 물결이 일었다.

     

    [ㅇㅇ]

    [캠 켜줘ㅠㅠㅠ]

    [얼굴 보여줘 제발…]

    [광고니까, 얼굴 보여주는 거 맞지?]

    [착석 ㅋㅋㅋㅋㅋ]

    [광고 방송에 시청자가 몰리는 스트리머가 있다!?]

     

    가지각색의 채팅창 사이로, 시청자들이 뭘 바라는지 너무 뻔하게 보였다.

     

    “알았어요. 여러분, 너무 그렇게 재촉하지 마요. 자자 다들 진정하고 조금 있다 진행할 방송 때 더 좋게 반응해주셔야 해요?”

     

    나긋나긋하게 말하면서 부담은 없었다.

     

    살며시 송출화면을 바라보며, 캡슐에 들어간다고 흐트러졌던 은발을 정리해갔다.

     

    사르륵.

     

    그러면서도 새삼스럽게 송출화면에 비친 날 잠시 바라보게 됐다.

     

    ‘좀…… 변했나?’

     

    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크게 흐르지 않았는데, 내가 보기에도 내가 좀 변한 것처럼 보였다.

     

    본래 날카로운 인상이 조금은 유해졌다고 할까.

     

    딸깍.

     

    그리 생각하며 다시 캠을 켰다.

     

    “이제 됐죠? 다들 광고 방송 시청해주셔서 고맙고, 광고 진행하는 내내 캠방할 테니 이벤트도 많이 참가해주세요.”

     

    예의 멘트를 내뱉기 무섭게 채팅창은 뜨겁게 타올랐다.

     

    [ㅋㅋㅋㅋㅋ]

    [와]

    [아니 어떻게 봐도 봐도 안 질리지?]

    [개존예]

    [광고 방송이 더 재밌는 방송 ㅋㅋㅋㅋㅋ]

    [진짜 얼굴이 재미다]

     

    온갖 채팅을 보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얼굴이 재미는 무슨 재미에요. 아무튼, 그럼 오늘 광고 방송으로…….”

     

    그렇게 오늘 하게 된 광고는 모바일 게임 광고였다.

     

    많은 스트리머들이 흔히 하는 광고 중 하나이자, 나도 마침내 하게 된 광고.

     

    사실 난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는 편이라 거절하려 했지만…….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지.’

     

    하루 광고 방송으로 2억을 부르는데, 내가 그걸 안 할 수가 없었다.

     

    “오늘 게임이 좀 특이하게도 제 얼굴을 인식해서? 여러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캠 크기도 조금 더 키워서 진행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나는 시청자들이 이 광고 방송을 좋아할 이유를 알았다.

     

    [ㅁㅊ]

    [캬]

    [이궈궈든 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인식 게임이라고?]

    [가차 게임 퀄리티 미쳤다]

    [대 황 린]

     

    별의별 반응이 보이던 차, 나도 조금 민망하긴 했다.

     

    흔한 수집형 게임. 그러니 가챠 게임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 가챠 게임도 내가 생각한 가챠 게임이 아니었다.

     

    “……전 모바일 게임으로 이런 게 가능할 줄 몰랐어요.”

     

    살며시 폰을 들어, 날 비추면서도 진심으로 놀라웠다.

     

    ‘이 홍린이라는 은발 캐릭터.’

     

    아무리 봐도 날 모티브로 만든 것 같은데…… 내 얼굴까지 인식하니까 기분이 되게 묘하다고 할까.

     

     

    …….

     

     

    이후 성황리에 이어진 광고 방송은 시청자 수가 꽤 줄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거의 평소와 다름없는 수를 유지했다.

     

    다른 스트리머들이 광고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빠지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건 곧…….

     

    바톡!

     

    김하늘 편집자.

    [오늘 광고 방송 너무너무 좋았어요. 담당자님도 너무 반응이 좋아서 만족스럽다고 답을 주시더라고요. 오늘 정말 고생하셨어요!]

     

    엔터 쪽 매니저님께서도 너무 좋게 반응하니까, 나도 더 만족스러웠다.

     

    “잠시 광고 수를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최근 격주, 아니면 매주 하나씩 광고를 진행했는데 이제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반응이 좋긴 한데, 이게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까.

     

    그리고 건물을 사겠다는 목적을 가졌다고 해도, 단기간에 너무 많은 돈을 바라는 건 역효과라고 생각했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나는 다른 바톡을 확인하게 됐다.

     

    연인들에게선 유화를 제외하면 대다수 하루가 멀다 하고 톡이 오는 편이었고, 그중 최근 가장 많은 톡을 주고받는 건…….

     

    “유정 씨겠지.”

     

    그녀와는 바로 내일 데이트가 예약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마는 거였다. 그리고 유정 씨도 지난 며칠 내게 꽤 티를 냈기에 나도 느꼈다.

     

    꿀꺽.

     

    침을 삼켜가면서도, 불현듯 유정 씨가 떠오르는 듯했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몸매를 지닌 사람. 그리고 이따금 스킨십에서 그녀의 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꼈기에 나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향했다.

     

    “……나 뭔가 쓰레기 같은데.”

     

    무심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일 데이트에 설레는데, 그 설레는 목적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유정 씨도 알고, 나도 알지만…… 뭔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자연스레 은하 씨나 수아와 맺었던 육체관계를 떠올리고, 또 이번엔 유정 씨라는 매력적인 연인과 또 다른 관계를 기대하니까.

     

    털썩.

     

    멍하니 침대에 몸을 던져가면서도, 마음이 붕 떠버린 기분이었다.

     

    살며시 제 가슴을 만지작거려도 보았지만…….

     

    뭉클뭉클.

     

    그냥 지방 덩어리란 느낌이지, 딱히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

     

    어쩌면 나만 이런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성욕을 깨달은 이후에 나 스스로 위로하려 한 적이 없진 않지만, 그게 내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난 느끼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내 가슴을 주물럭거린다고 한들,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

     

    뭔가 감흥이 없다고 할까.

     

    “감성적인 영향이 큰 것 같기도 하고…….”

     

    연인들과 함께 있으면 느낌이 너무 달라지니까.

     

    지금도 성욕을 명백히 느끼곤 있지만, 이대로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연인과 함께 있으면 이 욕망이 별개의 무언가로 느껴졌다.

     

    “후우.”

     

    며칠 욕망을 참아왔던 지금.

    내일이면 또 행복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난 보다 자신도 있었다.

    아마 나보다도 유정 씨가 더 행복을 느낄 시간이 될 거라고…….

     

    “정말, 수아가 너무 컸어.”

     

    괜스레 몸을 뒤척거리면서 그리 생각했다.

     

    수아와 너무 뜨거운 하루를 보낸 그 날이, 마치 내게 큰 기점이 됐다고. 너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내게 그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너무 좋아도 그게 문제라고.

     

     

     

    ***

     

     

     

    2월 15일 화요일.

     

    아직 겨울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시기.

    하지만 서서히 봄이 찾아오는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 한 여성은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ㅡ한유정.

     

    최근 초대박을 터트린 레드 폭스의 곡을 담당하며, 전반적인 프로듀싱도 참가하며 다방면으로 이름을 알린 여성이었다.

     

    여러 인터뷰나 아니면 예능에서도 한두 번 출현한 그녀의 이름은 생각 이상으로 큰 유명세를 탔다.

     

    특유의 단발 사이로 차가운 인상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볼륨을 지닌 몸매는 모두가 그녀에게 시선을 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레드 폭스 말고 그녀 개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팬덤조차 더러 있을 정도. 그건 그녀가 화제가 될만한 요소를 꽤 갖추고 있기에 그랬다.

     

    “하아…….”

     

    그런 그녀가 자신의 오피스텔을 한차례 둘러보면서도, 묘한 감상에 휩싸여 있었다.

     

    간밤에 이미 정리했기에 내부는 깔끔했다.

     

    혼자 사는 것을 감안해도 누가 보더라도 깔끔하다고 말할 정도.

     

    그리고 유정은 멍하니 내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가벼운 옷차림.

    애초에 집에서 만나는 거니까, 막 엄청 화려하게 꾸밀 필요는 없었다.

     

    다만…….

     

    “너무 과감하게 보이려나?”

     

    이토록 가벼운 옷차림 안엔 걸친 옷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몸매의 윤곽이 옷 사이로 그대로 드러나곤 했다.

     

    몸의 윤곽이 좀 타이트하니까…… 괜히 민망했다.

     

    사실 내 키나 체격에 비해선 전혀 타이트한 옷이 아닌데. 평범한 옷조차 타이트하게 만들어버리는 흉부의 볼륨.

     

    너무 큰 가슴이 문제였다.

     

    “…….”

     

    꿀꺽.

     

    제 가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면서도, 불현듯 여러 순간이 떠올랐다. 알게 모르게 느낀 수많은 시선은 사실 꽤 불쾌한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짧게 심호흡하면서도, 얼굴도 한차례 점검했다.

     

    최근 일정이 바쁘긴 해도, 똑같이 피부과에서 케어를 받다보니 피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컨디션도 몸 상태도 다 좋았다.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잠시.

     

    @#$%.

     

    벨소리가 울리자 가슴은 더욱 크게 뛰기 시작했다.

     

    ‘치, 침착하자.’

     

    오늘 세린 씨와 할 거라고 생각해도…… 실전은 또 다른 거니까. 너무 조급해지고 싶진 않았다.

     

    철컥.

     

    그렇게 현관을 열자, 그대로 내 눈엔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유정 씨.”

     

    “……네, 세린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멍하니 답하면서도 새삼 느꼈다.

     

    세린 씨의 미모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최근 들어 인상이 유하게 변했다고 느껴지는 세린 씨는 예전의 신비스러운 이미지와 겹쳐 묘하게 더 밝은 느낌이 존재했다. 그리고 잘 웃는 느낌이 들어, 요샌 그 미모가 더 화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제가 너무 일찍 온 건 아니죠?”

     

    “그럼요. 일찍 오셔서 전 오히려 더 좋은걸요.”

     

    “그거 감사한 말씀이네요.”

     

    살갑게 웃는 세린 씨가 자연스레 내부로 들어서자, 내 시선은 자연스레 세린 씨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롱코트 사이 유려한 각선미나, 가녀린 팔이 눈에 띄었다.

     

    “이건 별거 아니지만 같이 먹을 디저트에요.”

     

    “사오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냥 빈손으로 오기 좀 그래서요. 그나저나 내부 청소하신 거예요? 너무 깔끔한데요.”

     

    자연스레 디저트 박스를 조심스레 받아들곤 고갤 까딱였다.

     

    “세린 씨 오시는 만큼 더 준비했죠. 잠시 앉아 계세요. 차라도 제대로 끓여올게요. 커피면 될까요?”

     

    “네, 커피로 주세요.”

     

    그렇게 거실로 향한 세린 씨를 생각하면서도, 불현듯 수아의 말이 떠올랐다.

     

    ㅡ네, 유정 언니도 그냥 과감하게 행동해요. 세린 언니, 언니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응큼하다니까요?

     

    야릇한 속삭임이 자꾸 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난 지난 수아와 여러 대화를 통해 ‘꼭’ 그렇게 행동할 생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새해복 많이 받는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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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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