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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5

    ***

    2월 16일 수요일.

    이른 아침.

    “하아으…….”

    크게 하품하면서도 눈을 깜박거렸다.

    햇살이 내부를 비추고, 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데 정신이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긁적긁적.

    뺨을 멍하니 간지럽혀가면서도, 머리가 좀 멍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는 내 몸을 한차례 훑었다. 매끄러운 살결을 스치는 사이, 육체의 감각은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뭉클.

    그러다 가슴을 한번 움켜쥐곤 저도 모르게 눈가를 찌푸렸다.

    “……연인이 아니면 진짜 아무 느낌도 없구나.”

    그리고 최근 욕심이 더 커지는 걸 느꼈다.

    이미 은하 씨와 수아, 그리고 이틀 전 유정 씨까지 육체관계를 맺었고 나는 그로 인한 쾌락을 선명히 자각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너머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연인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야릇한 욕망을.

    찰싹.

    살며시 뺨을 두드리곤, 마음에 차오른 음심을 털어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베란다 문을 열어, 단숨에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으 추워.”

    그렇게까지 해야 내 몸이 제대로 깨어나는 듯했다.

    으슬으슬 몸을 떨다, 살며시 가디건을 걸치곤 그대로 테라스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시야에 펼쳐진 강남 도심의 아침이 보였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패딩이나 롱코트와 같이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각각 도심을 거니는데, 그것만으로 여러 가지 감상이 들었다.

    “다들 바쁘구나.”

    내 삶도 바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바쁘다는 게 체감이 됐다.

    그렇게 멍하니 아침의 도시를 내려다보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아…….”

    그리고 입김이 새어 나올 만큼 크게 숨을 내쉬면서도 멍하니 제 뺨에 손을 얹었다.

    따스했다.

    그리고 마음은 그 이상으로 따스했다.

    최근 며칠.

    아니, 정확히는 지난주부터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왜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행복의 근원은 연인과의 육체관계라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몸을 겹치고, 더 깊은 애정을 확인한다.

    그로 인한 쾌락으로 나를, 그리고 상대를 기쁘게 함으로 마음 가득 행복이 차오른다.

    그게 최근 며칠 연이어 이어지다 보니 내 마음도 더 행복함을 느꼈다.

    이 이상 행복할까 싶은데, 그 이상의 행복이 실존하는 걸 알게 된 기분.

    “이래서 사랑하는 거겠지.”

    이런 내가 되게 속물로 느껴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신적, 그러니 감정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는 건 분명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가지고 육체적 쾌락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그 행복은 배가 된다.

    왜 여러 문화에 사랑 관련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그게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주 장르가 된 건지 나는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게 가장 큰 행복을 주니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어렵지도 않고, 가장 쉽게 손을 넣을 수 있는 큰 행복이었다.

    “……춥긴 춥네.”

    그러다 불어온 아침 바람이 좀 쌀쌀하다 싶자, 살며시 옷깃을 여미곤 그대로 테라스에서 빠져나왔다.

    털썩.

    침상에 몸을 앉혀 가면서도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며 오늘 일정을 떠올렸다.

    오전엔 데이트, 오후엔 방송. 크게 보면 여느 때의 내 일상과 같다.

    그리고 오늘은 좀 특별했다.

    “유화가 조금 서운해하던데.”

    데이트는 그간 줄곧 했지만, 아무래도 육체관계를 가장 늦게 맺다 보니까 유화가 내게 서운해하는 기색이 컸다.

    내가 다른 여자랑 몸을 섞는 걸 아는데, 자기가 기다려야 한다는 게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기색.

    그걸 유화는 내게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 천마가 질투라니…….”

    불현듯 중원에서의 삶을 떠올리면, 정말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유화의 차례가 다가왔다.

    ㅡ후우…… 네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얼굴 보니까, 나는 좀 화가 나려 하는데.

    불현듯 그녀의 음성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내가 다른 사람과 육체관계를 맺고 나서 아무래도 행복해하는 게, 겉으로 드러나다 보니까 유화에게도 숨길 수 없었다.

    최근 내 방송도 그랬다.

    연인과 제대로 육체관계를 맺은 이후, 내 방송은 조금 더 밝아졌다.

    아무래도 내가 행복한 삶을 살다 보니, 방송하는 나도 더 행복한 모습을 알게 모르게 보여주는 거였다.

    똑똑.

    ㅡ언니, 일어났어?

    “응. 서윤아, 일어났어. 바로 나갈게.”

    이젠 서윤이가 깨워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 삶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유화한테 잘 해줘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

    유화와의 데이트는 항상 장소가 정해져 있었다.

    이제 캠방을 한 지 한 달 차가 된 만큼, 나도 외출에 대해 서서히 커트라인을 낮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화가 내게 요구했다.

    “자기 집에서 데이트하자고…….”

    24…… 25…… 26…….

    서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보며 괜히 신기했다.

    그게 날 배려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유화도 딱히 남의 시선을 받는 게 껄끄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유화는 서로가 편한 환경을 중시했다.

    띵!

    그렇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면서도 마음은 홀가분했다.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연인과의 육체관계로 일찍이 이제 나는 연인 중 그 누구와 관계를 맺더라도 그녀를 만족시킬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게 자존감을 채워주었다.

    내가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느껴진다고 할까.

    @#$%.

    이후 익숙하게 유화의 문 앞에 선 채 벨을 누르며 마음은 기대로 변했다.

    철컥.

    그렇게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덥석!

    그대로 날 강하게 잡아 이끄는 손길에 인사할 겨를조차 없이 안으로 들어서게 됐다.

    “……유, 유화야?”

    뒤늦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던 차. 나는 다급히 부츠를 벗으면서도 멈칫하게 됐다.

    유화의 태도가 달랐다.

    “빨리 씻어.”

    “……어?”

    “씻으라고.”

    강압적인 유화의 음성에 순간적으로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도도하게 날 바라보는 유화의 눈빛은 반론을 허용할 눈빛이 아니었다. 되게 강렬하게 날 바라보는데 순간 그 자체로 날 집어삼키려 하는 것 같았다.

    “저기, 나 이미 씻고 왔는데?”

    “그래? 자신 있어?”

    유화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향긋한 바디워시의 향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응.”

    그리고 조금 자신을 비추던 차.

    유화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 잠깐만.”

    “뭘 잠깐만이야.”

    “아니, 그래도 순서라는 게 있잖아. 유화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며칠 만에 다시 만났……우읍!”

    그대로 내 목을 감싸는 유화의 손길에, 나는 어느새 입을 유린당하고 있었다.

    질척이는 혀와 혀.

    그리고 말캉하게 부딪혀가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정신이 붕 떠버린 듯했다.

    츄릅……쪽……하읍…….

    억눌린 숨소리가 입가를 타고 새어 나왔지만, 나는 이내 자연스레 유화의 강렬한 키스에 호응하게 됐다.

    서서히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키스할 수 있게끔…….

    그렇게 키스는 10분간 이어질 만큼 끈적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사이.

    몸엔 자연스레 열기가 차올랐다. 비단 나만이 아니었다.

    미미하게 상기된 유화의 얼굴, 그리고 열기가 어린 눈빛에 나도 전염된 듯했다.

    “하아…….”

    유화의 뜨거운 숨결이 그대로 내 뺨을 자극하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바로 하려고?”

    그리고 왜 유화가 그렇게 다급했는지는 알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너무 앞선 게 아닌가 싶었는데…….

    “바로 해야지. 그러려고 오늘 만난 거잖아. 아니야?”

    “아니, 그게 맞긴 한데…….”

    멍하니 답하면서 유화가 조금 달라 보였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어 보이지?’

    내가 아는 유화라면 더 여유롭게, 그리고 오히려 날 애태우면 애태웠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타입은 아니었다.

    그 고고한 유화의 성품을 생각하면, 지금은 마치 딴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럼 바로 해야지.”

    “……급해?”

    말을 내뱉고 순간 실수했다고 느끼던 차.

    유화는 눈가를 찌푸린 채 날 바라봤다.

    “급하다고 하면 할 거야?”

    그리고 전혀 다른 말을 하는데…… 나는 진짜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날 강하게 요구하고, 갈망하는 거야 나도 좋았다. 

    나도 이제 유화를 내 연인으로 느낄 만큼 마음이 커졌으니까.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유화가 이렇게까지 몸이 달아오른 이유.

    “그간…… 네 여자들에게 내가 얼마나 놀림당했는지 알아?”

    “놀림이라니?”

    “너와 육체관계를 맺었다고 그에 대한 소감이나 감상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던데?”

    툭 이어진 말에, 나도 모르게 수치심이 느껴졌다.

    “……세 사람이 그, 그런 말을 한다고?”

    나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던 차.

    “네가 없는 톡방이 따로 있어. 난 거기에 초대받고, 줄곧 연락을 주고받았어. 그리고 자연스레 보게 됐어. 너랑 관계하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하나같이 그 소감을 서로에게 공유하려고 안달이 나 있던걸.”

    더욱 충격적인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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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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