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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8

    ***

    2월 21일 월요일.

    최근 하루하루가 그저 행복으로 가득한 삶.

    그럼에도 여전히 스트리머로서 활동하며 바쁜 삶을 보내는 지금, 불현듯 현실이 보였다.

    “하으으.”

    크게 하품하면서도 좀 피곤했다.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댄 채 저도 모르게 어깨를 주물럭거렸다. 뭉친 근육도 느껴지고, 비단 어깨만이 아니라 전신이 좀 쑤셨다.

    “……적당히 해야 하는데.”

    멍하니 중얼거리며 그리 생각했다.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것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한 번 불이 붙고 나면 내가 나를 주체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그게 이렇게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

    사르륵.

    머리칼을 한차례 쓸어내리곤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오늘은 바로 2부 하기로 했던가.”

    일정을 떠올리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최근 1부 소통 방송엔 캠방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2부인 어나더 월드 방송이 늦어진다.

    나도 캠방에 적응할 만큼 적응했고, 이제 방송 화면에 내 모습이 나타나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만큼 정신적으로 단련이 됐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 현재 시간이 보였다.

    [오후 3시 41분.]

    방송을 켜기까지 20분가량.

    그런데 막상 남은 시간 동안 할 게 없다.

    그러자, 고민은 짧았다.

    몸을 일으켜 곧바로 캡슐과 연동을 시작하고,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도 켰다.

    어나더 월드 방송 준비를 모두 마치자, 내 마음은 당연하다는 듯 캡슐 내부로 향했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매일 정시에 방송하다가, 가끔 빨리 방송을 시작하면 시청자들도 더 좋아할 테니까.

    그렇게 때 이른 어나더 월드 방송이 시작됐다.

    …….

    ㅡ[천무의 장]ㅡ

    최근 어나더 월드 패치로 PK 전용 새로운 시스템이 생겨났다.

    그건 현재 속한 지역에 구애받지도, 그리고 처해 있는 상황에 구애받지도 않는 ‘오직 PK만’을 위한 거대한 필드가 나타난 거였다.

    그리고 천무의 장 필드는 마치 누가 보더라도 무협 세계관을 옮겨놓은 듯, 수많은 누각과 고풍스러운 동양미가 존재했다.

    난 이 배경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PK 페널티도 없다는 게 컸다. 그리고 천무의 장이란 드넓은 공간에서 마주친 유저 그 누구와도 실력을 겨를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1부 방송도 스킵하고 2부 방송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아아. 시청자분들 잘 들리죠?”

    마이크 테스트 겸 확인하자. 곧바로 시야 한 편의 채팅창엔 거대한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뭐야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옴?]

    [???]

    [ㄹㅎㄹㅎ!]

    [오늘 1부 없어요?]

    [바로 어나더월드 ㄷㄷ]

    [린하!]

    갖가지 채팅 사이 내 입가엔 가벼운 미소가 머물렀다.

    “네, 오늘은 1부 없이 바로 2부 방송으로 시작할 거예요. 최근 천무의 장 업데이트 이후 다시 어나더 월드에 재미가 붙었거든요.”

    ㅡ무제한 PK.

    그리고 내가 원하기에 따라선 일대다라는 특수한 PK도 얼마든지 치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안전지대엔 그린 지역에 있어 PK가 걸리지 않지만.

    내가 바라면 언제나 극한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단 소리였다.

    실제로 아니나 다를까.

    “와.”

    “진짜 린이야?”

    “린 진짜 천무의 장 한다더니…….”

    “아싸! 린이랑 드디어 붙는다.”

    벌써 내 주위로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모인 게 보였다.

    그리고 이젠 이러한 상황조차 그러려니 하게 됐다.

    ‘애초에 얼굴조차 깐 마당에.’

    어나더 월드 내에서 다른 유저들이 몰려든다고 놀라기엔 내 마음은 이미 너무 견고해졌다.

    “그럼, 바로 여러 유저랑 붙어볼 건데, 대신 제한을 걸게요.”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면서, 난 오랜만에 제대로 몸을 풀고 싶었다.

    그것도 굉장히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티어는 그랜드 마스터 이상. 클래스 제한 없구요, 결투 조건은 일대다의 형식 물론 제가 일이에요. 그리고 이 조건에 합당하신 분은 지금 방송에 화면에 비친 천무의 장 위치를 보고 찾아오시면 돼요. 꽤 간단하죠?”

    [조건 실화임?ㅋㅋㅋㅋ]

    [그마 이상이라고?]

    [린 이건 좀 너무 무모한 거 아님?]

    [어젠 마스터 이상이었잖아]

    [린 패기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감ㄱㄷㄱㄷ]

    [아, 내가 그마였으면 바로 가는 건데]

    [시청자 중에 그마 이상이 얼마나 있다고……]

    뜨겁게 타오르는 채팅창을 보며 내 마음은 투명했다. 어차피, 이 천무의 장이란 내겐 그런 장소였다.

    ‘억지로라도 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난 그 대가로, 마음 편히 살육을 하는 거니까.

    마치 어나더 월드 자체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 검성 미켈라 처형 이후 무료했던 어나더 월드의 플레이를, 내가 가장 바라는 형태의 PK를 즐기게 만들어 주니까.

    그렇게 적당히 유저가 모이길 기다렸을까.

    내가 속한 그린 지역이 가득 찰 만큼 인파가 몰리자, 그대로 난 가볍게 지면을 박찼다.

    “쾌(快)!”

    그린 지역을 벗어남과 동시에 급격히 속도를 끌어 올렸다.

    휘리릭!

    그리고 그런 날따라 거의 수십에 달하는 유저가 메뚜기떼처럼 이동하는데, 난 그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적어도 100명은 되어 보이는데.’

    스륵!

    그리고 지면에 내려섬과 동시에 소리쳤다.

    “지금부터 따라오지 못하는 유저들은 거기서 탈락이에요.”

    유저 실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단순하게는 ‘몸놀림’이라 볼 수 있다.

    내가 변칙적으로 공간을 이동함에 그걸 얼마나 따라올 수 있느냐.

    단순 쾌만 사용한 상태라고 해도, 나는 이미 어지간한 유저는 따라오기 힘든 보법을 구가할 수 있었다.

    이 넓은 지역엔 장애물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니까.

    …….

    그렇게 대략 15분가량 개미 털듯 유저들을 털어냈을까.

    날 따라오는 유저의 수는 현격히 줄어 있었다.

    도중에 날 추격하는 유저가 불어났음에도 어느새 난 좌표마저 알 수 없을 만큼 동떨어진 공간에 존재했다.

    “……이야, 이런 공간도 있네요?”

    분위기가 음산하다고 할까.

    천무의 장이란 공간 자체가 무협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공간은 가지각색의 공간이 존재했다.

    유저만이 아니라, 천무의 장에 존재하는 NPC와도 겨를 수 있을 만큼.

    “제발…… 이제 그만 하죠!”

    “린!! 이제 결투 좀 합시다!”

    뒤에서 크게 소리치는 유저들의 아우성 사이로, 나도 그만할까 싶었다.

    여기서 이제 조건에 맞게 결투를 치르면 된다고.

    그리 생각한 순간이었다.

    ㅡ!

    거대한 흑색 섬광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

    내가 순간 눈을 부릅뜨게 될 만큼 불의의 기습이었고, 날 따라오던 유저들이 일순 저항조차 못 한 채 단숨에 절명했다.

    그건 쉬이 나타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날 지금까지 따라온 유저들은 모두 그랜드 마스터 티어 이상.

    사실상 어나더 월드 내에서도 손꼽는 고수라는 건데, 그런 유저들을 단 찰나의 기습으로 모두 베어버리다니.

    ㅡ! ㅡㅡㅡ!

    모두 하나같이 빛으로 변해 사라져가던 차. 나는 신기하다는 듯 새롭게 나타난 인물을 바라보게 됐다.

    쉬유웅…!

    사락!

    음산한 바람에 기다란 흑발이 흩날리며 고고히 존재하는 여고수가 보였다.

    새까만 흑색 장포, 그리고 얼굴마저 흑색 죽립으로 가려 신비롭기 그지없는 여인은 살며시 입을 열었다.

    “린. 굳이 일대다라는 조건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나요?”

    날 안다는 듯한 그 음성에 유저라는건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글쎄요. 전 일대다가 아니면 이제 긴장감이 안 느껴지는데.”

    장난스레 답하면서, 저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었다.

    ㅡ!

    단숨에 월광이 빛을 발하며 내 손에 찬연한 존재감을 발했다.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부드러운 음성이 돌연 차가움을 머금는다.

    그리고 서서히 여인의 손이 자신의 죽립으로 향하자, 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스륵!

    그렇게 죽립을 벗자, 드러난 지극히 아름다운 여인.

    천마 천류화.

    ……그녀가 어나더 월드. 그것도 내 앞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자, 내 가슴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이 맴돌았다.

    [와]

    [여고수 눈나ㅏㅏㅏㅏ]

    [존재감 뭐야 ㅋㅋㅋ]

    [이거 연출임?]

    [ㅁㅊ 개이뻐]

    [???]

    실망하기는커녕, 더욱 환호하는 채팅창이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사화(死花).”

    죽음의 꽃.

    ……마치 중원에서 그녀와의 첫 마주침이 떠오를 그 이명에 나는 그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좋아요. 일대일로 결투하시죠.”

    “린, 대신 조건을 하나 걸고 싶은데.”

    “…조건이요?”

    뜻밖의 요구에 멈칫하던 차. 천류화는 돌연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조차 홀릴 듯한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진다면 신화 아이템을 선물로 드리죠.”

    “현재 신화 아이템 가치가 천정부지일 텐데 괜찮겠어요?”

    내가 멍하니 되묻자, 유화는 대수롭지 않게 고갤 끄덕였다.

    “대신 제가 이기면, 린 님의 시간을 사고 싶어요. 단 하루라도 좋으니까.”

    ……속이 뻔히 보이는 그녀의 말에, 나는 천연덕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절 이긴다면.”

    그리 생각하며 곧바로 결투 신청을 전했다.

    띠링!

    ㅡ사화(死花)님이 결투 신청을 승낙하셨습니다!

    시야를 자리한 문구에서 유화의 티어가 보였다.

    ‘챌린저.’

    언제 어나더 월드를 시작했을까.

    그런데, 그게 아무렴 상관없었다.

    다시 그녀와 겨룬다는 건 내게 더할 나위 없는 흥분감을 선사했으니.

    스릉!

    검을 꺼내 드는 유화를 바라보며, 나 역시 반월추를 힘껏 움켜쥐었다.

    “……시청자분들. 미리 말하지만 이번만큼은 제가 질지도 몰라요.”

    처음으로 약한 말을 입에 담았다.

    여태 방송에서 단 한번도 진적이 없던 내가…….

    이번 결투는 질 수도 있다고.

    이게 그렇게 의외의 결과가 아니니, 너무 놀라지도 말라고.

    [거짓말 ㅋㅋㅋ]

    [린 갑자기 약코 뭔데]

    [신화 아이템을 준다고?]

    [에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린 ㅎㅇㅌ!]

    갖가지 채팅창을 보며, 곧이어 움직임을 개시한 유화가 보였다.

    휙!

    지면을 짓밟는 축을 중심으로, 단숨에 쇄도해오는데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기술이 아니라고?’

    유화는 지금,

    그저 자신이 천마였을 그 시절의 이치를 고스란히 이 어나더 월드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채앵!!

    반월추와 검이 마주쳐 울린 청명한 소리 사이로, 내 마음은 그저 행복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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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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