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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아키바 미유는 신토(*일본 민족종교)의 무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쓰타 신궁의 무녀로서 예의와 신령을 교육받아왔으며, 홀더로 각성한 후엔 근처 필드나 던전의 요괴들을 사냥하며 ‘전투 무녀’로도 활동해 왔다.

       

       오랜 기간 사냥과 성장을 거듭한 그녀의 홀더 등급은 B급.

       [파마의 사수]라는 에픽룬까지 보유한 궁수 계열이었다.

       

       하지만 홀더가 된 이후로도, 그녀는 항상 무녀로서의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경건한 신앙심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

       의심하지 않고, 신뢰하고자 하는 의식.

       이는 그녀를 표현하는 정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아키바가 대인관계에서 늘 정중한 태도로 임하는 것 또한, 그런 이유였다.

       

       “미유. 성역을 더럽히는 놈들이 있다.”

       

       그렇게 홀더와 무녀 생활을 겸하며 이어가던 어느 날.

       

       아키바는 신궁의 선임 무녀로부터 ‘밀수 범죄자’들에 대한 소문을 접했다.

       

       나고야 내 신궁이나 신사 근처에 ‘미허가 워프 게이트’를 창설하며, 불법 아이템을 사고파는 범죄자들이 있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민간인이나 신도들이 무고하게 희생된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아키바는 그날 이후 곧장 범죄자들을 찾아 나섰다.

       

       관련 단서를 수집하고, 곳곳에서 그들의 행적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이들을, 개인의 능력만으로 찾아내기란 요원한 일.

       최대한 힘이 닿는 데까지 수색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저희 클랜에 가입을 희망하신다고요?”

       “네. 맞습니다.”

       “아니, 아쓰타 신궁의 무녀님께서 뭐가 아쉬워서….”

       

       그래서 들어간 클랜이 <남자의 조건>이었다.

       

       <남자의 조건>은 나고야에서 중개 무역으로 명성을 얻은 클랜.

       이름과 다르게 여자 클랜원들도 상당히 많이 포진돼 있었다.

       

       클랜의 주목적이 상업 중심이다 보니 현장을 조사할 전력은 부족했지만, 클랜 규모가 큰 만큼 범죄자들의 접선 장소로 의심되는 지점을 파악해낼 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범죄자 소탕의 기회.

       

       압도적 전력을 갖춘 한국 홀더들과의 협업이었다.

       

       “ … … A팀은 사냥 5팀 인원들만으로 구성하고, B팀 인원은 안티 빌런 인원을 비롯해 아키바 씨를 포함합니다. 양 갈래 길을 꼼꼼히 수색하면서 가주세요. 수색 마치고 보스 룸 앞에서 모이겠습니다.”

       

       아키바는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는 남자를 바라봤다.

       

       도재현.

       이번 협업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이자, 서울 홀더 아카데미 소속의 ‘학생’.

       고작 20살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자신과 같은 B급에 다다른 고위 홀더.

       

       그는 갑작스럽게 맡게 된 파티장 역할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한 리더십을 보였다.

       

       마치 현장 조사를 나올 때 망설임 없이 위험지점을 고른 것처럼, 상당히 빠르고 냉철한 판단이었다.

       

       ‘신기합니다.’

       

       아키바는 그런 그의 모습에 낯선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은, 늘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범죄자의 소탕에 현실성이 있는 걸까?

       있다 해도, 우리 클랜에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능할까?

       이 사람은 내게 필요한 사람일까?

       신을 믿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무녀 생활을 할 때도, 홀더 생활을 할 때도.

       

       그녀가 만난 많은 이들은 그녀의 말과 행동에 의구심을 가졌고, 이런 모습들은 언제나 아키바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었다.

       

       <남자의 조건> 클랜이 밀수 범죄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의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재현 님은 신뢰가 갖춰져 있는 분이군요.’

       

       하지만 도재현에겐 신뢰가 있었다.

       

       오늘 처음 본 타국 클랜의 클랜원이 하는 말을 전문성이라는 명분 아래 전적으로 믿어줬고, A급 홀더보다 파티를 더 잘 이끌 수 있을 거라는 팀원의 말 또한 큰 반발없이 신뢰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의심지점을 수색해 미허가 워프 게이트를 찾을 수 있다.

       파티장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그 극적인 명제들을, 그는 어떤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디 그 믿음을 보답 받을 수 있기를.’

       

       그 모습에 아키바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

       

       그녀 자신은 타인에게 줬던 믿음에 실망감만을 얻었었지만, 도재현 만큼은 그에 보답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신을 믿는 한 명의 무녀로서.

       인간을 존중하는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가 이끄는 팀의 팀원으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했다.

       

       “전투 준비.”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전투에서 곧바로 증명됐다.

       

       

       

       * * *

       

       

       

       B팀이 진입한 오른쪽 갈래 길에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요괴가 등장했다.

       

       우락부락한 몸집과 터질 듯한 근육.

       머리 중앙에 달린 뿔과 그 아래에 박힌 외눈.

       피라도 범벅이 된 듯 시뻘건 피부색.

       한 손에 들려있는, 커다랗고 뭉툭한 방망이까지.

       

       ‘음습한 요괴 소굴’의 주요 괴수.

       B급 괴수, 붉은 외눈도깨비였다.

       

       요괴라고 불리는 일본 괴수들의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아까 아키바가 회의실에서 보여준 PPT로 꼼꼼히 살펴봤었다.

       

       나는 가볍게 무기를 꺼내들며 박진우에게 말했다.

       

       “박진우. 쟤들 어떻게 상대하는지 아까 들었지?”

       “오우. 당연히… 까먹었지.”

       

       그럴 줄 알았다.

       

       원래 이 녀석은 몸으로 부딪히면서 정보를 파악하는 스타일이다.

       

       “근력하고 내구가 압도적으로 높은 녀석들이야. 피부가 질기고 단단해서 물리 공격으론 절대 안 뚫리니까, 최대한 마력 지원으로 해결해야 해. 대신 속력은 더럽게 느리니까 너무 쫄진 말고.”

       “오케이. 한 마디로 리자드맨 상위호환이라는 거지?”

       “이런 건 또 기가 막히게 알아듣네.”

       

       여러 번 느끼지만, 쓸데없는 곳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박진우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키바를 바라봤다.

       

       “아키바 씨. 마력 추적 쓸 줄 아세요?”

       

       [마력 추적]은 탐색류 룬과 [마력 제어]를 고레벨까지 올렸을 때 획득 가능한 고위 파생스킬.

       

       B급의 궁수 계열인 아키바라면 지니고 있을 확률이 충분히 높았다.

       

       “예? 아, 쓸 줄은 압니다만…”

       

       아키바는 뜬금없는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하며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어 물었다.

       

       “그럼 우리 싸울 동안, 마력 추적으로 근처에 숨은 워프 게이트 있는지 좀 찾아줄래요?”

       “지금 말입니까?”

       “네. 어차피 붉은 외눈도깨비는 마력으로 때려잡아야 해요. 탱킹만 제대로 하고, 마법사 계열들 화력 지원받으면… 처치하는 데에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번 작전은 어디까지나 수색이 목적이지, 사냥이 주가 되어선 안 된다.

       

       B급 궁수 계열이라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괴수들을 상대론 마법사 계열들만 활용하고 그녀는 수색으로 빼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그 말에 아키바가 꽤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마 그녀도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한 걸까.

       극한의 효율을 중시한 작전이라 그럴 만도 했다.

       

       아키바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재현 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예?”

       

       …누가 들으면 크게 오해할 말을.

       

       

       쿠, 어어어-!!

       쿠, 쿠우우!!

       

       

       그렇게 잠시 작전을 설명하던 도중.

       

       그새를 못 참고 붉은 외눈도깨비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숫자가 상당히 많다.

       얼핏 봐도 8마리…

       아니, 9마리인가?

       

       던전 내 괴수들이 대부분 무리 지어 다니는 성향이 있긴 하지만, 이 녀석들은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았다.

       

       아무리 우리가 B급으로 구성된 파티라곤 하지만, 정교하게 전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나는 다급히 뒤를 돌아, 마법사 계열에게 물었다.

       

       “강주연! 부회장님! 둘 다 말 안 해도 알죠?!”

       “…응.”

       “이미 시전 중이에요.”

       

       이번 전투의 핵심은 마법사 계열.

       두 홀더의 불속성 마법이 정확하게 놈들의 몸에 꽂혀야 한다.

       

       다행히 숙련된 고위 홀더답게,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벌써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나는 그 명쾌한 대답에 걱정을 덜어내고,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돼지 새끼들. 이거부터 먹어라!”

       

       박진우가 거침없이 전장으로 뛰어들며 [쫓을 수 없는 쾌검]의 파생스킬, [회전 베기]를 사용했다.

       

       ‘…저 녀석, 왜 이렇게 신난 것 같지.’

       

       오랜만의 파티사냥이라 그런 걸까?

       

       시작부터 화끈하게 스킬을 아끼지 않는 박진우였다.

       

       나 역시 도깨비들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해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쿼터 나이프는… 아끼자.’

       

       선공을 시도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킬, [쿼터 나이프].

       

       이젠 비도 폭탄이라는 추가효과까지 생기며 내 필승 주력스킬 중 하나가 된 녀석이지만, 이렇게 다수를 상대할 땐 효율이 그리 잘 나오지 않는다.

       스킬의 쿨타임과 작전의 유연한 진행을 위해 나는 스킬을 아꼈다.

       

       대신 [파상검법]과 [유수검법]을 활용해 놈들의 몸을 찔러 들어간다.

       

       물리 공격이기에 큰 타격은 못 주겠지만, 아마 회피 형태로 탱킹은 할 수 있을…

       

       “어?”

       

       

       쿠, 쿠어어-?!

       쿠우!! 쿠우우-!!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볍게 몸을 풀 듯 움직이며 찔러 들어간 검술인데, 검에 찔린 괴수들이 몸부림을 치며 더없이 괴로워했다.

       

       그 난데없는 모습에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하고 말았다.

       

       “이 새끼들 왜 이래?”

       

       그건 마치…

       빛이 눈 부셔서 괴로워하는 좀비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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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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