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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앨리스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실비아가 한 ‘오라버니’라는 말도 진심으로 그렇게 부르려는 것 보다는 그저 제이든의 힘이 필요했을 뿐일 테니까. 실비아가…… ‘능력’을 쓰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앨리스는 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비아가 능력에 대해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앨리스도 실비아한테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하지만 아버지가 그때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능력을 유추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만약 내 실수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앨리스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본 뒤 얻을 수 있는 것만 얻자’라는 결론을 앨리스도 똑같이 내놓았으니까.

        

       하지만, 억울하긴 했다.

        

       그렇지 않은가.

        

       실비아 옆에서 가장 오래……는 아닐지라도, 길게 지냈던 사람은 앨리스였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앨리스는 실비아를 진심으로 자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언니라는 것은 솔직히 어느 정도 오기가 들어있는 주장이긴 했지만.

        

       게다가 실비아는 어린 시절부터 앨리스에게만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지 않았던가.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앨리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다.

        

       오라버니라니.

       

       그렇다. 솔직히 조금 억울했다.

        

       아무리 그 일이 없던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억울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앨리스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침에 보여준 실비아의 반응은, 앨리스로서는 꽤 놀라운 것이었다.

        

       “실비아?”

        

       아침에 앨리스가 실비아를 깨워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실비아가 앨리스보다 일찍 일어났다. 실비아가 남들보다 자는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왕이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파견 가 있을 때는 그보다 일찍 일어나는 클레어가 실비아를 깨우긴 했지만.

        

       앨리스는 클레어도 부러웠다. 언니라는 말을 ‘하는’ 것과 ‘듣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하늘과 땅의 높이 차이만큼이나 거대했다. 언니라고 부르는 건 그냥 본인이 그렇게 해 버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듣는’ 것은 상대방이 어떻게든 스스로 납득하고 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니까.

        

       실비아가 싫다고 하면 그만이라는 말이다.

        

       “…….”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실비아가 앨리스보다 늦게 일어난다는 것은 실비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다는 소리다. 대단히 위험한 일은 아니더라도, 어젯밤에 늦게까지 자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사소한 이유라도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능력으로 취소시키지 못했을 만한.

        

       아니면, 아예 실비아 본인이 ‘오라버니’라는 말을 썼던 시점 전으로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기에 늦잠 같은 사소한 것들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거나.

        

       이유야 어쨌거나,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이긴 했다. 스승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경험상 스승님은 게으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파문당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날의 훈련이 몇 배로 고달파질 수는 있었다.

        

       앨리스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서 문을 두드렸다.

        

       “실비아?”

        

       안에서 반응은 없었다.

        

       “들어간다?”

        

       그렇게 허락을 구하는 말을 했는데도 대답이 없어서, 앨리스는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친 것은, 이미 나갈 준비가 다 끝난 실비아였다.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거의 매일 입고 다니는 교복을 입은 채 실비아는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렇다 멍한 표정.

        

       실비아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앨리스 기준으로 보기에 ‘무표정’이라고 할 수는 없는 표정이었다.

        

       “실비아?”

        

       앨리스가 가까운 곳까지 가서 그렇게 말을 건 다음에야, 깜빡, 하고 실비아가 눈을 깜빡였다.

        

       “……황녀님.”

        

       언니도, 이름도 아닌 황녀님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앨리스의 성질머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실비아가 표정까지 숨기지 못할 정도라면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뜻이었으니까.

        

       “무슨 일 있어?”

        

       “…….”

        

       앨리스가 나름대로 심각한 목소리로 물어봤지만, 실비아는 그런 앨리스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서 얼굴을 쓸어내렸다.

        

       “심각한 일이야?”

        

       “그게…….”

        

       앨리스의 그 말에, 실비아는 무척 망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앨리스는 다시 한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

        

       너를 언니라고 불렀던 순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어.

        

       같은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도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사람한테.

        

       내가 평소에 의도하던 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나는 이렇게까지 당황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쿨하고 뷰티하게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아니, 뭐, 언젠가 그 캐릭터가 무너질 거라는 것을 염두하고 있긴 했지. 그래.

        

       하지만 그게 내 의지를 벗어난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멍하니 앉아있는 사이에 벌써 아침이 된 모양이었다. 잠을 자긴 했지만, 편안하게 자지는 못했다. 꿈에 몇 번이나 제이든이 나와서 ‘자, 오라버니라고 한 번 더 불러봐라!’라고 하는 틈에 벌떡 일어나는 것을 세 번쯤 겪고 나면, 잠을 거의 자지 못하더라도 아침잠이 싹 다 달아나버리는 법이다.

        

       “그래?”

        

       앨리스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긴 했지만, 더 캐물어 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언제나 그랬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도 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런 것 치고는 언니라는 호칭에서는 물러섬이 없었으니까.

        

       이제는 취소도 못 하게 되었지.

        

       나는 다시 얼굴을 감싸 쥐고 바닥을 구르고 싶어지는 마음을 어떻게든 바로잡았다.

        

       후.

        

       뭐,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까. 어떻게든 남은 캐릭터성이라도 박박 긁어모아야지.

        

       “그렇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께 가도록 하죠.”

        

       “아, 응.”

        

       나는 일어나서 당당하게 걸어 문밖으로 나갔다.

        

       “아, 저기, 실비아.”

        

       그리고 그런 나의 뒤쪽에서 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향은 이쪽이잖아?”

        

       앨리스가 내가 향하는 방향의 반대쪽 복도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

        

       나는 뻣뻣하게 몸을 돌려서 다시 앨리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앨리스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죽어도 너를 언니라고 불러서 그렇다고는 말 못해.

        

       아직도 가면녀가 근처에 있는지 그 이후로 몇 번씩 시도해도 체크포인트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다는 말도 못 한다.

        

       앨리스라면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테니까.

        

       *

        

       “언니!”

        

       훈련장에 가자마자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은 그 단어가 우렁차게 들렸다.

        

       어째서인지 훈련장에 클레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슬슬 클레어한테 별명을 하나 붙여줄까?

        

       종종 중2병 라이트노벨 같은 데서 나오는 ‘섬광’이나 뭐 그런 별명을 만들어 달아주면 클레어도 부끄러워서 저 언니라는 표현을 그만두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클레어의 저 쾌활한 성격이라면…… 오히려 좋다면서 나한테도 별명을 만들어주는 거 아닐까?

        

       순간 등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어제 몇 번이고 돋은 소름이었다.

        

       “클레어.”

        

       클레어는 웃는 표정으로 우리 두 사람 앞까지 달려왔다.

        

       “스승님께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어머니가 나도 여기서 수련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거든.”

        

       “그래도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 신부수업을 받는다는 게 조건이지만.”

        

       클레어를 따라온 레오가 그렇게 말했다.

        

       “신부수업?”

        

       앨리스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어보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는 남작가니까요. 조금 더 고위 귀족이었다면 클레어가 조금 덜 여성스러워도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겠지만, 남작가라면 동등한 가문이 아닌 이상은 그쪽이 우리 쪽 조건을 따지게 됩니다.”

        

       아카데미에서와는 다르게 존댓말을 하는 레오를 클레어가 한 번 흘겨봤지만,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뭐, 우리도 언젠가 어른이 될 테니까.”

        

       “쯧쯧.”

        

       클레어의 그 말에 검성이 혀를 찼다.

        

       “그 나이를 먹고 스스로 어른이라는 자각이 없는 게냐? 내가 너희만 했을 때는—”

        

       검성 프레데릭의 그 말에, 이야기를 나누던 세 사람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만약 내가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각별히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도 한순간 그런 표정을 지어 보였을 뿐이다.

        

       검성은 저렇게 말해놓고는 전쟁이 나면 전장에 나가겠다는 레오를 말리긴 했지만.

        

       “크흠.”

        

       일장 연설을 늘어두려다가 세 사람이 표정을 본 검성은 그렇게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뭐 어쩌겠느냐. 시대가 변했으니 늙은 나라도 따라야겠지.”

        

       그렇게 말한 검성은 우리를 한차례 둘러보고서는 말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아침 훈련에 들어가겠다. 식사는 그 이후에 한다. 알겠나?”

        

       “예!”

        

       힘찬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렸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서 문 옆에 서있는 군인들을 보았다.

        

       다들, 우리가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음, 뭐.

        

       은근슬쩍 수련에 참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자제심이 칭찬받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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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1. Sitidara says:

    Cok, kenapa gw merasa kesal ketika membaca sepanjang bab ini?

    Sudah cukub, author ga kompeten ini merasa baik-baik saja dengan ‘karakter development ‘ tapi bagiku itu terasa karakter egois dengan caranya sendiri yang membuatku geleng-geleng kepala, kenapa harus mempertahankan fasad egois itu? Apa yg menyenangkan dari it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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