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1

       시련의 탑 컨텐츠는 공식적으로 종료를 맞이했다. 곧 열릴 TRPG에 모든 리소스를 끌어다가 써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무림인을 시뮬레이트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모듈을 작동시키는 데에 코스트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참가자도 한 명으로 제한했다. 두 명은 과부하 날 것 같아서.

       

       새 모듈이 무엇이냐.

       

       이름하야 『깨달음 보조 장치』.

       

       무협은 깨달음이 필요하다. 깨닫고 나아가는 주인공이 없으면 아쉽다. 그러나 깨달음이라는 게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겠는가.

       

       무대는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여자친구와 명예와 자존심과 운명을 건 흑막과의 공개 비무 하루 전, 이런 상황 조성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 시점에서 플레이어가 이렇다 할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그렇다고 흑막이 이기게 한 뒤에 배드엔딩을 낼 수도 없을뿐더러,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등장해서 모든 사건을 종결시키면 그쪽도 무척이나 허망할 터.

       

       그래서 아예 깨달음을 부스팅 해주는 모듈 하나를 만든 것이다. 초기 단계라서 많은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사용자가 다음 벽을 넘기까지 어느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 시간, 필요로 하는 적절한 자극, 각 초식에 대한 이해도, 추천 무공 같은 걸 띄우는 정도다. 

       

       나는 그 분석을 바탕으로 적절한 이벤트를 준비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깨달음 보조 장치는 우화를 계산 못 한다.

       

       사실, 원래는 우화 보조 장치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거 계산하려니까 내 머리가 터지는 게 빠를 것 같더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수가 끝이 없다.

       

       등을 밀어줄 수는 있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델링도 끝났고, 컨셉도 대충은 생각해 뒀다. 

       

       정마대전은 정파의 고수들이 천마와 동귀어진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마교는 자신들의 본거지인 십만대산으로 돌아갔으며, 정파는 큰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살아남았다.

       

       부서진 건물, 무공을 전수하지 못하고 사라진 가문의 어른들, 혼란을 틈타 번성하는 사파 세력⋯⋯ 여러 평지풍파가 뒤따랐으나, 목숨을 건진 게 어디랴.

       

       천마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정파라는 이름 자체가 지워졌을 것이다.

       

       그렇게, 마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파는 나름대로 안정을 찾았다. 새로운 질서가 찾아왔다. 그러나, 드문드문 기이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교가 다시 나타났다는 괴담이었다.

       

       그러던 와중, 플레이어는 숲속에서 마교의 잔당에게 쫒기는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좋아.

       

       이제 열기만 하면 된다. 엔버스가 플레이어라면 기본 전개로 가면 되고, 루나가 플레이어라면 ‘사실 마교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전개로 끌고 가면 오케이다.

       

       그러니까 이제 슬슬 플레이어가 답을 줬으면 좋겠는데⋯⋯.

       

       달달달달달달.

       

       다리가 절로 떨렸다. 어제 은근슬쩍 TRPG 할래? 하고 물어봤더니, 루나는 엔버스를 이끌고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면서 물러났었다. 이게, 전생에서는 5할의 확률로 ‘어 안해~’ 라는 의미였다.

       

       정말로 은근히 돌려 말하는 거절이었을까?

       

       아니, 아니다. 걔네는⋯⋯ 무공에 흥미가 되게 많은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무공을 쓰고 다니는 무림이라는 별세계 투어. 유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영업이 부족했나? 좀 더 무림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어그로를 끌었어야 했나? 치파오라는 아주 좋은 복장을 입고 다닌다고 야짤을 쥐여 줬으면 달랐을까?

       

       천마로부터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현한 환상 마법이라고 설명했는데, 너무 MSG를 쳤나? 그냥 머릿속에서 상상한 걸로 만든 가상 체험이라고 할 걸 그랬나?

       

       아니면 너무 MSG를 덜 쳤나? 베네트네처럼 컨셉 개빡세게 잡고, 무협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너희가 필요하다고 했어야 했나?

       

       그냥 탑 등반물을 연다고 할 걸 그랬나⋯⋯?

       

       인간 진동기가 되어 달달달 떠는 내 어깨를 핑발레즈가 툭툭 두드렸다. 혹시 위로해 주려는 건가?

       

       “뭘 그렇게 전전긍긍 하십니까. 학생들이 안 한다고 하면, 저를 위해서 미연시나 열어주시죠. 미친 마법사님. 히로인은 셋이 좋겠습니다.”

       

       위로가 아니라 사리사욕 추구였다. 나는 핑발레즈의 당찬 하렘선언에 언성을 높였다.

       

       “너 순애파라며 인마!”

       

       “환상 마법 아닙니까. 결국은 데이터. 순애 지킨다고 컵을 하나만 쓰지는 않듯, 사람이 아닌 사물에까지 순애를 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슴 사이즈별로 히로인을 준비해주십시오.”

       

       “⋯⋯무협 세션 터지면.”

       

       “야호.”

       

       핑발레즈는 현대 맵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현대문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제는 “오니쨩, 이제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해 버리고 맙니다.” 이러길래 기겁하면서 일어났었다.

       

       안 그래도 전투력이 강한 녀석인데, 여러 장르에 대한 해박한 이해까지 뒷받침된다면 나는 어떻게 싸워나가면 좋을까. 정녕 핑발레즈에게 패배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더 무서운 점은, 내가⋯⋯.

       

       핑발레즈에게 패배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금씩 힘 대결에서 밀려난 끝에, 우리 둘 사이에 상하관계가 정립되기 직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역전의 단초는 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나는 진지한 얼굴로 핑발레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야, 핑발레즈야. 넌 약점이 없냐?”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는 겁니까?”

       

       “자기 약점은 자기가 잘 알잖아. 이거 네 성감대 묻는 거 아님.”

       

       “간지러움에 약하긴 합니다. 제 성감대 이야기는 아니고요.”

       

       도란도란 얘길 나누고 있을 때.

       

       덜컹!!

       

       내 연구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무례함 한 스푼을 섞은 입장을 선보인 것은, 적탑의 마법사 겸 옷 말리기의 달인 셀비어였다.

       

       그녀는 의심 30%에 분노 10%에 답답함 40%, 뭔지 모를 감정 20%가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당신!!”

       

       “어, 적탑이 어서 오고. 무슨 일이길래 얼굴이 죽상이야?”

       

       “엔버스가 술주정뱅이가 되어버렸다구요! 천마인지 흑마인지 뭔지를 보고 나서⋯⋯!! 혹시 당신이 뭔가 이상한 걸 한 거 아니에요?! 니오레도 그렇고-”

       

       “아니 내 플레이어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내 무협쟁이가 어쩌다가 꽐라가 되었다는 말이냐. 그런 미래는 용납할 수 없다. 나는 부리나케 후드를 뒤집어쓰고 연구실 밖으로 나섰다.

       

       “안내해! 그리고 정황을 자세히 설명해 봐라⋯⋯!”

       

       “⋯⋯?? 일단 알겠어요. 그러니까, 어, 거슬러 올라가자면 아카데미의 암시장이라는 게 있는데⋯⋯.”

       

       셀비어는 조곤조곤 내 시야 바깥의 일들을 입에 담았다.

       

       ===============================================================

       

       시련의 탑 컨텐츠 종료 후.

       

       입장 마법진은 철거된 상태였지만, 건물의 공간 자체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엔버스 파티는 자주 이곳에 들러 만남을 가지곤 했다.

       

       탑을 오르면서 제법 친해져, 서로 친구가 된 것이다.

       

       셀비어는 먹기 좋게 데운 빵을 바구니에 담아 가져오며 얼굴을 비췄다. 루나는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고, 엔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셀비어는 미간을 좁히며 물어봤다.

       

       “엔버스는 어딨어?”

       

       “술.”

       

       “또?”

       

       “또.”

       

       천마 목격 이후 애가 시름시름 앓더라니.

       

       어느 순간부터는 술 한 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셀비어는 그런 모습을 한 사람을 마탑에서 본 적이 있었다. 재능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사람이 딱 저랬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니까 행적이 묘연해졌다. 어딜 배회하는지는 짐작이 갔다. 술집 아니면 아카데미 암시장이겠지. 

       

       어휴. 셀비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이해가 안 가네.”

       

       “동감.”

       

       “벽에 부딪히면 좋은 거 아냐? 계속 노력해서 언젠가 부수면 되는 거잖아.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텐데!”

       

       “반만 동감.”

       

       루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셀비어와 루나는 벽을 보고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살짝 차이가 있었다.

       

       셀비어는 자신의 소꿉친구로부터 벽에게 쫄지 말라고 배웠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제고 눈앞에 벽이 나타나겠지만, 그 벽이 너를 규정짓는 것은 아니라면서.

       

       벽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너는 언제까지고 멋진 사람일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셀비어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부서지든 말든 계속 때리겠다는 폭주기관차다.

       

       루나는 살짝 달랐다. 그녀는 벽 자체를 즐겼다. 붓을 들어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흠집을 내서 조각을 새기거나, 자신의 키가 얼마나 컸는지 표시하거나.

       

       그녀에게 있어서 벽이란 커다란 도화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붙잡고 올라갈 수 있는 손잡이가 생기며, 눈치채고 보면 훌쩍 넘어가 있으리라.

       

       즐기는 자에게는 스트레스가 없는 법이었다.

       

       셀비어와 루나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엔버스의 주화입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술을 끊게 해야겠어. 엄한 생각 못 하게 만들고, 꿍해서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뼈에 새겨야지.”

       

       “공략 재개. 도전과제 부여. 이게 정답.”

       

       해와 달은 같은 질문에 살짝 다른 답을 내놓았다.

       

       ===============================================================

       

       미친 마법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암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거구만?”

       

       “네. 아마 거기 있을 것 같아서요. 일단 끄집어내야 할 것 아녜요.”

       

       “환경은 중요하지⋯⋯ 정답이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생활 패턴으로부터 오지. 술 끊기고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아.”

       

       “저도 알거든요?”

       

       불건전한 환경에서는 정상인도 망가지는 법. 나라도 그렇게 판단했을 거다. 미친 마법사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셀비어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3포인트 올렸다. 

       

       되게, 뭐랄까, 자기 생각 같았다.

       

       “그리고 말이에요, 그⋯⋯ 암시장이라는 곳. 되게 느낌이 안 좋아요.”

       

       “느낌?”

       

       “네. 제 고향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고향, 고향 말이지? 흠.”

       

       미친 마법사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귀향길에 발견했던 수상한 정황증거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인신매매 정황이라든가.

       

       높은 확률로 멀쩡한 마을이 아니었다. 그런 마을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면, 암시장이라는 곳도 뭔가⋯⋯ 심상치 않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해서.

       

       기묘한 운명마저 느낀다. 마법사는 손아귀에서 주사위를 달그락거리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셀비어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다른 교수님들이랑은 같이 안 와도 되는 건가요? 저도 뭐, 일 키우기 싫다는 느낌은 이해하지만⋯⋯ 만약에 막, 공격이라도 해 온다거나.”

       

       “괜찮아. 나는⋯⋯ 강하다!”

       

       “우화 못 하셨다면서요.”

       

       “우화가 전투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야⋯⋯.”

       

       마법사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물론 보험도 있었다. 주변을 조용히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가 보이지 않던가.

       

       셀비어는 미심쩍다는 듯 미친 마법사를 한 번 흘겨보았지만, 뭔가 준비한 게 있겠거나 하고 넘겼다. 그는 자신의 수업에서 괴상한 것을 수도 없이 보여주었으니까.

       

       우화에 도달한 학생들도 허우적대게 만드는 환상 마법의 극한. 

       

       그의 실력은 지난 시간 동안 충분히 증명되었던 터라, 일각에서는 ‘사실 우화를 진작 했는데 힘숨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었다.

       

       습한 땅굴을 걷는다.

       

       마법사는 눈썹을 꾸물거렸다. 이렇게까지 습하고 물기가 많을 이유가 없었다. 만약 이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이라면, 몇 가지 함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을지문덕이라든가.”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야.”

       

       자박자박. 발소리가 한참을 울리고 나면, 좁은 공동이 드러나며 시야가 일부 트인다. 다소 허름하게 지어진 여러 건물과 시설들이 퍽 비밀스럽다.

       

       비밀 주점으로 들어가니,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이 비음을 섞은 목소리로 환영해 주었다. 그녀의 은근한 눈길이 마법사를 훑었다.

       

       “어머나, 이번에는 손님과 함께 오셨네요⋯⋯?”

       

       “저기, 엔버스⋯⋯ 저번에 같이 왔던 남자애. 본 적 없나요?”

       

       “으음, 본 적 없네요.”

       

       “⋯⋯⋯⋯.”

       

       셀비어는 약간의 혼란에 빠졌다. 거짓말이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눈으로는 거짓말의 징조를 읽어낼 수 없었다.

       

       반면, 미친 마법사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거짓말.”

       

       “⋯⋯거짓말이라뇨? 저는, 그런 건⋯⋯.”

       

       “나는 30미터 밖에서도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어. 실랑이하기 싫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내 예비 플레이어는 어디에 있지?”

       

       “⋯⋯손님의 요청이었어요. 그 소년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부탁했거든요. 그래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해해 주세요.”

       

       미친 마법사는 대꾸도 없이 여주인을 지나쳐,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얼굴이 발갛게 되어 곯아떨어진 엔버스를 업고 내려왔다.

       

       마법사는 여주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가자.”

       

       “⋯⋯네, 교수님.”

       

       “다음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손님.”

       

       대답도 않고 마법사는 떠났다. 셀비어는 여주인과 마법사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그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여주인은 아주 유심히 바라보면서⋯⋯ 웃었다.

       

       덫은 깔렸다. 소년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

       

       염병.

       

       “에이씨, 서큐버스네 저거. 강한 놈은 아니고.”

       

       “네?!”

       

       셀비어가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가, 자기 입을 두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암흑 추적자 같은 게 따라붙었을까 봐 연신 뒤를 바라보았다.

       

       나는 안심하라는 뜻에서 말해 줬다.

       

       “서큐버스고, 추적은 없고, 얘는⋯⋯ 매혹 같은 걸 당한 것 같다. 수법도 뻔해. 꽐라가 됐을 때 은근히 암시를 걸었겠지. 역시, 내가 다 잡아낸 건 아니었구만.”

       

       “⋯⋯대체,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엄한 놈 하나가 소환 의식 같은 거 준비한다더라. 적탑아, 너도 지나다니다 수상한 마법진 보면 신고하고 그래라.”

       

       “⋯⋯소환 의식⋯⋯?”

       

       그녀는 아카데미에 드리운 사악한 그림자에 살짝 쇼크를 받은 모양이다. 나도 쇼크를 받았다. 뭔놈의 아카데미에 비밀 지하 시설 같은 게 있다는 말이냐.

       

       정황상 흑마법사놈들의 짓이 아닐까 싶다. 그냥 순수하게 정신 나간 서큐버스가 아카데미 지하에서 술장사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지금 뒤집어엎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꼬리만 잘리고 끝날 것 같아서, 살짝 여지를 남겨 두기로 했다. 저 서큐버스 녀석⋯⋯ 나한테 화학적인 마크를 붙였다. 무협에 나오는 만리추종향 비슷한 거다.

       

       아마 야밤에 꿈속에 침입하기라도 하려는 심산인 것 같은데, 그 순간이 이제 서큐버스 인생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오기만 해 봐라.

       

       정보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서 뿌리를 뽑아 주마.

       

       나는 땅굴에서 나와, 아카데미 야외 벤치에 엔버스를 던져두고 셀비어에게 말했다. 

       

       “얘는 여기 놓고 간다. 일이 좀 생겨가지고. 대신 멘탈 케어 좀 부탁해. 사례는 할 테니까.”

       

       엔버스 멘탈 관리를 직접 집도하려고 했지만, 방금 일이 생겼기도 했고, 이런 건 반 친구가 해주는 편이 효율이 높은 법이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요.”

       

       “여기, 이 쪽지에는 쟤 가정사가 싹 다 적혀 있거든? 참고하고.”

       

       “⋯⋯⋯⋯??”

       

       셀비어의 표정이 어벙하게 변했다. 그걸 네가 왜 알고 있느냐는 것 같았다.

       

       굳이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금 점심밥 배달을 시켰는데요, 인터폰이 고장났다고 그러지 뭡니까.
    그래서 내려가가지구 받아 온 참입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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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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