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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

       

       

       멈칫.

       

       위화감이 들어 바쁘게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눈앞의 풍경에,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여기, 어디지···?”

       

       

       단 한 번.

       

       고작 한 번의 깜빡임이었다.

       

       아니, 한 발걸음인가?

       

       모르겠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단 한 순간에, 조금 전까지 걸어가던 장소가 아닌 곳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단 한 순간에 세상이 뒤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안녕하세요!]

       

       “···?”

       

       

       한참을 멍하니 서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아도 여전히 바뀌는 건 없었다. 순식간에 뒤바뀐 풍경은 여전히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지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 상황에, 갑작스럽게 누군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

       

       내가 걸어가던 대로변과는 전혀 다른 장소.

       

       내게 인사를 건넬 사람 자체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인사 소리.

       

       그 소리를 듣고 나는 판단했다.

       

       

       “뭐야, 꿈인가···.”

       

       [꿈 아닌데요?]

       

       “자각몽···같은 건가? 되게 신기하네.”

       

       [꿈 아니라니까요!]

       

       

       항상 꿈을 꿀 때면 머릿속이 뿌옇게 물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꿈이라는 걸 제대로 인지한 상태로 꾸는 꿈은 처음이었다.

       

       자꾸 머릿속에서 꿈이 아니라며 소리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장소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는데 이게 꿈이 아니면 무엇일까.

       

       

       “···신기하다.”

       

       

       분명 오늘 하루 동안 했던 일들이 기억에 선명한데, 이 모든 것이 꿈이라니.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가지고 다니던 휴대폰도 어느새 보이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신기해라.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즐거움을 느끼고 살아가는 걸까.

       

       잔뜩 노력해서 자각몽을 꿀 수 있도록 연습한다던데.

       

       ···나도 한번 연습해 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구경하던 도중이었다.

       

       머릿속 소녀가 크게 소리쳤다.

       

       

       [아잇···! 꿈 아니라니까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으, 이건 좀 그렇다. 시끄럽네.”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건지.

       

       마음속으로 이 목소리의 주인이 사라졌으면, 하고 바래보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자각몽이니까 내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건 아니라는 걸까.

       

       

       “오, 뭐야. 반반하게 생긴 년이네.”

       

       “여긴 무슨 일로 왔어? 우리랑 놀아주려고?”

       

       “그럴 리가 없잖아, 병신아.”

       

       “그런가? 큭큭.”

       

       

       ···이건 또 뭐야.

       

       머릿속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풍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새 양아치 두 명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여자 한 명을 붙잡고 겁박하는 것 같은 경박한 목소리.

       

       내가 이렇게까지 상상력이 좋았던가?

       

       너무 사실적이라서 눈이 찌푸려지는 그 모습에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뭐야, 무시하는 거야?”

       

       “생긴 것처럼 앙칼지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귀찮은 녀석들과 얽힌 것 같은, 이름 모를 여성에게 살짝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꿈속 인물이니까.

       

       저렇게 겁박당하다가, 내가 자리를 벗어나면 사라질···.

       

       

       “···?”

       

       “우리를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되지.”

       

       “사람이 말을 하면, 반응을 해야 할 거 아냐, 응?”

       

       

       뭐야, 이 자식들.

       

       왜 내 앞으로 온 거지?

       

       방해할 생각 같은 건 없다고.

       

       하던 거나 하지, 갑자기 내 앞으로는 왜 온 거야?

       

       굳이 귀찮게 얽히고 싶지 않아서 나는 방향을 바꾸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아, 진짜. 화나게 하네.”

       

       

       갑작스럽게 내 몸이 크게 흔들리자 시야가 크게 한번 휘청였다.

       

       마치 무언가에 붙들린 듯.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양아치 중 한 명이 내 팔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팔을 잡혀서 그런 거였구나.

       

       갑작스럽게 팔목을 붙들려서 그런 걸까? 팔에 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잠깐, 통증?

       

       

       “여기에 제멋대로 들어온 것도 봐줬는데, 무시하면 쓰나.”

       

       “초인인 줄 알고 조금 지켜봤는데···. 그냥 얼굴만 반반한 멍청이인 모양이야.”

       

       “일반인이 이런 골목에 들어오면 몸 성히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지, 응?”

       

       

       양아치들이 무어라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저 멍하니 통증이 느껴지는 팔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꿈이, 아니야?”

       

       

       꿈이라면 아플 리가 없는데?

       

       멍하니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들은 걸까.

       

       양아치들이 나를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야, 이 여자 괜찮은 거 맞냐?”

       

       “몰라. 정신이 조금 나간 것 같은데. 그래도 얼굴은 반반하니까, 팔아먹으면 꽤 비싸게 팔리겠어.”

       

       “흠, 그런가.”

       

       

       ···여자?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아까부터 여자에게 말을 걸었지.

       

       그 사실을 깨닫고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삭막한 골목길과 여전히 양아치들에게 붙들려 있는 가느다란 팔.

       

       

       “어, 어···?”

       

       

       나는 그제야 몸의 위화감을 눈치챘다.

       

       그저 꿈이라고 치부하고 넘겼던 수많은 위화감이 순식간에 현실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가냘픈 팔.

       

       무거운 가슴과 평소보다 낮은 것 같은 시야.

       

       여성치고는 조금 낮지만, 그런데도 여성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고운 목소리.

       

       뭔가 달라진 것 같은 무게중심 등.

       

       어째서 모르고 있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커다란 변화들.

       

       그 변화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하나뿐이었다.

       

       저 양아치들이 계속 말을 걸던 여자는, 나라는 것.

       

       

       “이, 이게 무슨···.”

       

       “이 년,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 하는 모양인데.”

       

       “우리야 편하니 좋지. 그나저나,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 ···야.”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몸을 핥듯이 바라보는 양아치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

       

       지금 나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아서라. 물론 엄청난 상등품이기는 하지만···. 상처라도 내면 가격이 훨씬 떨어질 거야.”

       

       “···쩝. 그런가.”

       

       “조금만 참자고. 이 여자만 팔면, 여자 따위는 발에 챌 정도로 만날 수 있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을 눈치챈 나는, 다급히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원래의 몸이 아닌, 연약한 몸뚱아리는 남자들의 팔을 뿌리치지 못했다.

       

       

       “놔, 놔···!”

       

       “응? 뭐야.”

       

       “아무래도 정신이 든 모양인데요?”

       

       “···쩝. 귀찮게 됐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꿈이 아니었다면, 정말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이상한 장소로 움직여버린 걸까.

       

       아니, 애초에 내 몸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

       

       그런 생각은 우선 제쳐두고 우선 이곳을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내 발버둥의 결과는 폭력으로 돌아왔다.

       

       

       “컥, 커흑···!”

       

       “귀찮게, 하고, 말이야. 방금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상처를 입을 정도는 아닌, 가벼운 폭력.

       

       그러나 그런 폭력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금세 움츠러들었다.

       

       ···아파.

       

       너무 아팠다.

       

       

       [으음···. 고작해야 저런 엑스트라들한테 맞는 건 조금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억울함에 눈물이 새어 나오려던 찰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환청이, 내게 말을 걸었다.

       

       

       [독자님.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죠!]

       

       “버, 벗어나···? 어떻게···?”

       

       “벗어나긴 개뿔!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악, 아악···!”

       

       

       환청의 말을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그 내용을 들은 양아치가 나를 더 세게 걷어차기 시작했다.

       

       그 사람을 향한 악의와 욕망에 나는 그저 몸을 움츠리고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그,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마나라고 부르는 게 있을 건데···. 알 것 같나요?]

       

       

       몸 안의 무언가? 마나?

       

       허접하기 그지없는 설명이었지만, 나는 그런 환청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환청이 말한 몸 안의 무언가를 찾아내려 애썼다.

       

       이, 이건가···?

       

       

       [찾았나요? 그러면 그걸, 펑! 하고 터트린다는 느낌으로 힘을 줘보세요!]

       

       

       펑, 하고 터트린다는 느낌이라니.

       

       역시나 또 두루뭉술한 이야기였다.

       

       이걸 터트린다니, 어떻게?

       

       하지만 나는 얌전히 환청의 말을 따랐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내, 내 팔···!”

       

       “?! 괘, 괜찮냐!”

       

       “끄으으윽···! 씨, 씨바아아알···!”

       

       

       촤악, 하고.

       

       순식간에 얇은 무언가가 슬쩍 지나갔다.

       

       

       “···실?”

       

       

       멍하니 눈앞에 사르륵 떨어지는 실을 바라보았다.

       

       아주 얇은, 자그마한 실 하나가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실이 지나간 경로는, 길쭉한 자상이 남아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가 지나간 것처럼.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실이 움직인 경로에 서 있던, 나를 때리던 남성의 손은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이, 이 미친···! 초인이었냐···! 씨발···!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괘, 괜찮아?!”

       

       “괜찮고 자시고 그딴 말 할 시간 없어! 빨리 저년 죽여!”

       

       “히, 히익?!”

       

       

       갑작스러운 사태의 연속에 나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도대체 어디인지도 모를 장소, 누군가의 목소리, 변해버린 몸···.

       

       그렇기에 내가 한 행동은 지극히 단순했다.

       

       눈앞의 양아치들이, 나를 아예 죽이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게 일러주었던 그 방법을, 다시 한번.

       

       이번에는 더욱 강하게 시도했다.

       

       몸 안쪽의 무언가를, 강하게.

       

       펑, 하고.

       

       결과는 끔찍했다.

       

       

       “···어?”

       

       

       후두둑.

       

       피와 함께, 산산조각난 몸들이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나를 향해 주먹질하려던 남성의 손가락 몇 개가 내 뺨을 툭 치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 우윽···!”

       

       

       그런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나는, 한참 동안 속을 게워내기 바빴다.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죽였어.

       

       

       [으음,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이 컸나···?]

       

       

       한동안 충격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구역질을 반복하고 있자니, 머릿속의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씁···.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짠! 독자님? 앞을 봐요! 이제 괜찮죠?]

       

       “우웩···. 아, 앞···?”

       

       

       목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곧장 후회했다.

       

       시체가 사라져 있었다.

       

       말끔하게. 애초에 시체 같은 것은 원래 없었다는 것처럼.

       

       

       [독자님, 안녕하세요!]

       

       “···.”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건 환청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이, 이게···도대체···.”

       

       [헤헤, 힘 좀 썼죠! 저런 인형들 몇 죽인 거 가지고 독자님이 힘들어하시면 안 되잖아요?]

       

       “···인형?”

       

       [네, 인형! 무대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놈들!]

       

       

       그 후로 머릿속 환청은 물어보지도 않은 사실을 자기 혼자 주절댔다.

       

       자신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느니, 세상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느니···.

       

       대부분은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가지.

       

       한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음···글쎄요! 작가님, 이라고 불러주세요!]

       

       “작가님···?”

       

       [네!]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그 피비린내 나는 광경은, 내가 환각이라도 보았다는 듯 사라져 있었다.

       

       그것이, 나와 작가님의 첫 만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DAY – 0의 이야기는 프롤로그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DAY – 0.

    아르테가 아르테가 된 당일에 벌어진 사건이네요.

    가끔 아르테의 독백에서 언급된 사건.

    ···그건 그렇고,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공지에 올라간 독자님들의 성욕을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하더군요, 이 변태들.

    어떻게 정말 쓰는 순간 소설이 터져나갈 것 같은 IF들만 잔뜩 적어두는 거죠?

    야스씬 쓸 거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야스만 외치고···.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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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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