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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절대 복종….”

       “영생을 주신 헤카르테 님을 위해.”

       “꾸르르륵.”

       

       헤카르테의 명령에, 기괴하게 변한 교단원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되었다. 

       

       ‘으. 겁나 섬뜩하네.’

       

       시꺼멓게 물든 피부. 

       마치 뼈를 잡아서 억지로 늘린 듯한 부자연스러운 골격.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검은 유리알 같은 눈동자.

       

       ‘영생은 개뿔, 저 따위 상태로 영원히 사느니 적당히 살다 뒈지고 말지.’

       

       힘을 주겠다는 달콤한 말만 듣고 하무트교나 헤카르테교 같은 뒤 구린 사이비 집단에 들어가 봤자, 결국 얻는 건 저런 뒤틀린 목숨뿐.

       

       ‘저렇게까지 해서 힘이란 걸 손에 그리 넣고 싶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 같으면 저런 힘을 얻는 대신 조용히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평화롭게 농사나 지으면서 사는 걸 택할 텐데 말이다. 

       

       아, 물론 지금은 나도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너네 마왕 세력만 아니었어도 지금 내가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거 아니냐고.’

       

       빙의한 김에 건실한 힐링 라이프를 즐기며 조용히 살다 가려고 했던 청년 레온을 시작부터 방해한 게 바로 마왕 세력이었으니 말이다. 

       

       ‘뭐, 덕분에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우리 귀여운 아르를 만났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긴 해.’

       

       귀여운 아르가 없는 삶을 살아 봤자 이제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나는 아르를 품에 꽈악 안았다. 

       

       “죽…여라….”

       “은룡을….”

       “꾸륵.”

       

       놈들은 우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일제히 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명령을 따르기 위한 맹목적인 움직임.

       

       아마 놈들의 숨통을 먼저 끊어 놓거나, 헤카르테가 명령을 거두기 전까지 저놈들은 우리를 페룬 대륙 끝까지, 아니 대륙을 넘어서까지라도 쫓아오려고 할 것이다. 

       

       “어딜 감히 우리 아르를!”

       

       이드밀라가 포효함과 동시에, 공중에 용암처럼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덩이들 십수 개가 생성되었다. 

       

       화아아악!

       

       불덩이들이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말했지. 네 상대는 나라고 말이야. 이드밀라.】

       

       하지만 그 직후 헤카르테의 등껍질에 나 있던 구멍에서 마기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분화구에서 화산재와 함께 튀어나온 돌덩이들처럼, 그 덩어리들은 이드밀라의 마법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콰과과과광!

       

       드넓은 광장 안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요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검고 붉은 연기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투다다닥.

       

       “죽…인다.”

       “반드시 복종….”

       “꾸룩.”

       

       그리고 그 폭발의 연기를 뚫고 교단원들이 튀어나왔다. 

       

       “레온 씨, 물러나세요!”

       

       그때 검을 뽑아 들고 그들을 향해 마주 달려 나간 건 실비아였다. 

       

       “하아아압!”

       

       실비아의 검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넘실거리는 마나 오러가 검 주변을 선명하게 감쌌다. 

       

       “블링크.”

       

       실비아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이미 광장 중앙을 돌파한 교단원들의 앞에서 나타났다. 

       

       “레온 씨랑 아르한텐 절대 못 보낸다.”

       

       푸욱!

       

       실비아의 검이 교단원 하나의 가슴을 관통했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위치였으므로,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즉사했을 터.

       

       하지만.

       

       “실비아 씨!”

       “꾸루룩!”

       

       가슴을 관통당했음에도 교단원은 마치 고통이라는 걸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실비아의 검을 한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반대쪽 팔을 실비아를 향해 휘둘렀다. 

       

       “…심장의 위치가 달라진 거였나!”

       

       실비아는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꽉 비틀어 쥐었다. 

       

       그리고 꽂혀 있는 검을 오히려 더 깊게 박아 넣은 후, 놈의 가슴, 목, 얼굴 라인을 따라 위로 베어 올리며 도약했다. 

       

       놈의 팔은 허공을 갈랐고, 곧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죽…여라!”

       “끄르르륵!”

       “모두…! 죽여….”

       

       거의 스물에 달하는 교단원들 중 절반이 실비아에게 달려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나와 아르를 향해 더욱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레온 씨!”

       

       실비아는 어서 눈앞에 있는 놈들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숫자가 워낙 많았다. 

       

       채애앵!

       

       “…!”

       

       특히 그중에서 처음에 더 큰 구슬을 삼켰던 교단원은 9성 검사인 실비아의 검을 날카로운 손으로 튕겨냈다. 

       

       “마기가….”

       

       놈들의 실력이나 보유 마나량 자체는 당연히 실비아에게 상대도 안 되는 수준.

       

       하지만, 방금 헤카르테에게서 나온 따끈따끈하고 순도 높은 마기를 대량으로 섭취한 교단원이 그 마기를 이용해 신체를 감싸자 실비아의 오러조차도 쉽게 뚫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왼팔에 착용된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10분을 전부 사용하지는 않은 데다가, 내려오는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으니 버텨 주겠지.’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아르를 곁에 내려 주었다. 

       

       “아르야, 우리도 최대한 막아 보자.”

       “아라써!”

       

       [염룡의 힘을 개방합니다.]

       

       화륵!

       

       “플레임 버스터!”

       “쀼우웃!”

       

       내 손 앞, 그리고 아르의 입 앞에서 쏘아진 커다란 불덩이가 놈들의 앞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놈들은 잠시 주춤했을 뿐, 연기를 뚫고 다시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이제 놈들과의 거리는 불과 삼십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아르야! 놈들을 얼려 줘!”

       “쀼웃!”

       

       아르가 뻗은 두 말랑한 젤리 앞에서 짙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블리자드 스톰.

       

       거친 마나의 눈보라가 놈들을 빠르게 얼려 나갔다. 

       

       “죽…인다.”

       “나아간다…!”

       “꾸륵….”

       

       쩌저저적! 쩌저적!

       

       “삐유우우웃!”

       

       놈들이 몸에 덮인 얼음을 부숴 가며 전진했지만, 그 속도는 확연히 느려진 상태.

       

       “실비아 씨! 놈들의 심장 위치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려 주세요!”

       “가슴 위쪽, 쇄골이 있는 위치쯤이에요!”

       

       놈들의 마기를 소모시키고 하나씩 베어 넘기던 실비아가 외쳤다. 

       

       “고마워요!”

       

       놈들의 움직임은 아르가 봉쇄했고, 신체가 변형된 탓에 함께 이동해 버린 심장의 위치도 알아냈으니.

       

       “쓰러스트 플레어!”

       

       나머지는 꿰뚫는 것뿐.

       

       ‘사실 고서클 화염 마법 중에선 거의 가장 사용 빈도가 낮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마법이지만….’

       

       대부분의 화염 마법은 서클이 올라갈수록 범위가 더욱 커지고, 폭발력이 강해진다. 

       

       하지만 이 쓰러스트 플레어는 반대로 그 엄청난 화력을 한 점에 집중해 뚫어 버리는 마법.

       

       ‘그래서 막상 쓰면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 마법처럼 보이지.’

       

       그러나 지금처럼 전신에 마기를 둘러 광역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정확한 한 점을 뚫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화륵!

       

       열 개의 쓰러스트 플레어가 교단원들을 향했다.

       

       ‘내가 고서클 마법을 잘 조종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멈춰 있을 동안 조준해서 쏘는 건 가능하다. 

       

       쐐애애액!

       

       내 손짓에 쓰러스트 플레어는 교단원들의 마기, 그리고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고.

       

       “꾸르르륵!”

       “꾸륵….”

       

       심장이 꿰뚫린 교단원들은 맥없이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쀼우우! 레온 나이쓰여써!”

       

       아르가 뛰어오르며 주먹을 쥐었지만, 마음을 놓기엔 일렀다.

       

       “꾸어어어어!”

       

       실비아의 검을 막아냈던 놈과 비슷한 크기의 구슬을 삼킨 교단원은 쓰러스트 플레어에도 뚫리지 않는 마기를 두른 채, 별안간 허물어진 교단원의 몸을 잡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저, 저게 무슨.”

       

       쓰러진 교단원의 몸에 있는 마기를 흡수한 교단원은 아르의 블리자드 스톰조차 뚫고 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이드밀라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쪽으로 화력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에게 손 대는 놈은 용서치 않겠다.”

       

       화르르륵!

       

       【크크큭. 어딜 한눈을 파시나.】

       

       하지만 헤카르테의 마기가 이드밀라의 마법을 일부 상쇄시켰고, 교단원은 상쇄된 마법을 맞고 잠시 휘청일 뿐이었다.

       

       콰아아아아!

       

       오히려 집중이 분산된 이드밀라가 이제는 헤카르테에게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핫! 네 목숨, 은룡의 목숨. 둘 다 지키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지독한 마기의 악취가 광장을 서서히 장악하기 시작했다. 

       

       “크윽…!”

       

       콰아아아아아!

       

       마기 덩어리가 이드밀라의 브레스를 상쇄시켰고, 이드밀라의 화염 마법들과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이모오오…!”

       

       아르는 이드밀라를 도와주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마기를 먹고 괴물이 된 교단원의 움직임을 붙잡고 있는 것도 점점 힘들어 보였다.

       

       콰아아아아.

       

       이드밀라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짜낸 브레스가 뿜어져 나와 마기를 일시적으로 흩어 버렸다. 

       

       이드밀라의 빛나는 금색 눈동자가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아르야. 미안하다.”

       “이모…?”

       

       이드밀라는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글러먹은 모양이구나.”

       “이모! 무슨 소리에여!”

       

       아르가 불안한 목소리로 삐유 소리를 냈다. 

       

       “걱정하지 말렴.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너는 살릴 테니까.”

       

       수천 년 동안 대륙의 수호자로서 강림했던, 그리고 천 년 전 마신과의 대전쟁에서 마왕을 봉인했던 고룡.

       이드밀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야 하늘에 있는 카르사유를 만나러 갔을 때 내가 할 말이 있지 않겠니.”

       

       그 말과 함께, 지금껏 이드밀라의 몸에서 느껴졌던 그 어느 기운보다도 뜨겁고 강렬한 기운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쿠르르르르….

       

       마치 이드밀라의 몸 전체가 뜨거운 용광로가 된 것 같은 느낌.

       

       부글부글 끓어오른 그 힘이 곧 이드밀라의 입에서 토해져 나왔고.

       

       【이런 미련한…! 제정신이냐!】

       

       헤카르테 역시 위험하다는 걸 감지하고 온 몸의 마기를 전부 끌어 브레스를 향해 토해 냈다. 

       

       하지만 이드밀라가 자신이 가진 모든 힘, 수천 년 동안 쌓아 놓은 힘을 갈아 넣어 쏜 브레스는 마기를 점차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그딴 짓을 하면 네 녀석의 영혼까지 완전히 소멸할 거다! 환생조차 불가능해질 거라고!】

       

       하지만 이드밀라는 멈추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 낼 생각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조차도 알 수 있었다. 

       이드밀라의 몸에 깃든 힘이 시시각각 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제기랄!】

       

       이대로라면 자명한 승부.

       헤카르테가 발을 구르자, 진득한 마기를 먹고 괴물이 된 교단원들이 별안간 그 자리에서 다시 검은 연기로 변해 헤카르테에게 흡수되었다. 

       

       【그렇다면 이쪽도 버텨 주마!】

       

       여전히 마기가 브레스에 밀리고 있었지만, 밀리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브레스가 헤카르테에 닿는 것보다 이드밀라가 생명력을 전부 소모해버리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몰랐다.

       

       “아르야, 어서 이 자리를 떠나거라.”

       

       이제는 아르에게 달려드는 교단원이 사라진 상태. 

       

       이드밀라는 이 틈을 타 얼른 도망치라고 음성화를 써서 말하고 있었다. 

       

       “안 대여. 이모를 놔 두고 어떠케 떠나여! 기다려 바, 이모! 내가 쳔 년의 히므로!”

       “안 된다. 천 년의 힘 정도로 막을 수 있는 마기가 아니…. 쿨럭.”

       

       이드밀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일순 브레스가 흔들렸고, 기껏 밀어 놓은 마기가 다시 기세를 되찾으려 했다.

       

       “이모오오오!!”

       

       아르가 삐익 소리를 내며 울었다. 

       

       “안 대! 아르, 사람들 못 구해써. 차칸 사람들 다 제물로 바쳐져써. 근데, 근데….”

       

       아르의 눈물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모도 주그면 아르 너무 슬퍼! 아르가 무슨 일이 이써도 지킬 고야!”

       

       화아아아아아악!

       

       빛무리는 점점 커졌고.

       곧 거의 이드밀라의 어깨에 올 정도의 크기까지 커졌다. 

       

       “크와아아앙!”

       

       그리고, 천 년의 힘을 사용한 아르가 성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르야…! 안 돼, 너까지 힘을 써 버리면….”

       

       하지만 아르는 오히려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크고 붉은 눈으로 헤카르테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어차피 저 마기는 일반 마법으론…. 으응…?”

       

       하지만 다음 순간, 브레스를 쏘던 이드밀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우우우웅.

       

       아르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무언가. 

       

       “저건….”

       

       은룡의 브레스.

       나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카르사유의 브레스는 놀랍게도 살상력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모든 것을 정화하고 모든 힘을 무無의 상태로 흩어 버리는 힘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특수한 힘을 가진 탓일까, 다른 드래곤들보다 브레스를 훨씬 늦게 익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아르는 천 년의 힘으로는 사용하지 못할 그 힘을.

       

       “크와아아아아앙!!!”

       

       놀랍게도 지금 이 순간 터득해 사용한 것이었다. 

       

       【으, 은룡의 브레스? 그, 그럴 리가!!】

       

       콰아아아아아!!

       

       헤카르테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

       

       황급히 마기를 돌려 브레스를 막으려 했지만.

       

       찬란한 은빛 섬광과도 같은 브레스는 헤카르테의 마기를 부수고, 정화하고, 흩어 버렸다. 

       

       【마, 말도 안 되는…!】

       

       그리고 다음 순간.

       

       마기가 흩어져 버린 헤카르테의 대가리에 이드밀라의 브레스가 정통으로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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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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