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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동영상 업로드 기능이 생긴 뒤, 갤러리엔 자그마한 변화가 생겨났다.

       그건 바로 자기가 재밌게 즐기고 있는 일상과 상황을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것!

       갤럼이라면 몸에 배어있는 ‘중계’ 습관이다.

       사진으로 중계하는 건 하수의 영역. 갤러리 고수들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마상시합 재밌긴 재밌네 ㄹㅇ [7]

       ─수제 맥주 페스티벌 컄ㅋㅋ[11]

       ─오빠들 제 옷 어때요? ㅎㅎㅎㅎ [53]

       ─털 빗어줄 사람 어디 업나… [33]

       ─시발 연애하고 싶다 [1]

       ─제,,,귀여운,,,식물이에요,,,ㅎㅎ,,[2]

       ─마제로스 놀러가봤다 ㅇㅇ [15]

       ─아르델 문 열어 텐련아 [3]

       ─아르델은 출입 못하냐??? [4]

       ─우리 영지 놀러와다오… [15]

         

       새로운 문물이 생겼다면 이용하는 게 갤러리의 당연함이다.

       유행을 선두하진 못해도 뒤쳐지면 이질적으로 보이니까.

       각자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몇몇은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식물 동영상 같은 걸 올려서 놀림을 받았다.)

         

       아무튼.

       갤럼들의 대부분은 동영상을 올렸다.

       하나의 유행은 물결이 되고 이전과 같은 흐름으로 움직였다.

         

       ─내가 개발한 마법 어떰? [15]

       ─수영복 입어봤음 [55]

       ─날씨 좋네 ㅋㅋ 데이트 간다 ㅅㄱ [4]

       ─축제 준비하는데 이거 썸이냐? [11]

       ─우리 집 똥냥이 어떤데 [12]

       ─시발 나만 고양이 없어 [7]

       ─응 ㅋㅋ 킹 댕 이 [15]

       ─응 ㅋㅋ 좆 댕 이 [18]

         

       자신들이 좋아하는 걸 올리거나, 가진 걸 자랑하면서 동영상이 담긴 글을 썼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걸 자랑하고 싶어 하기 마련.

       아주 천박한 몸매 자랑이라거나, 키우는 고양이나 댕댕이가 그 예였다.

         

       ─수인눈나 ㅋㅋ 털ㅋㅋ [33]

       ─수인 형아도 드리겠습니다 [16]

       ─갤러리에 털 존나 날리네… [11]

       ─털 토핑 무료 ㅋㅋ 털ㅋㅋㅋ [9]

         

       수상할 정도로 애정이 과한 수인 형아 수인 눈나들의 동영상도 올라왔다.

       이 모든 영상은 결국 관심을 받기 위해서!

       관심을 먹지 않고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의 독주였다.

       관심을 먹는 자….

       갤러리가 그들이 올린 동영상들로 범람하는 동안.

         

       관심을 먹는 자의 왕. 그들의 지배자.

       주딱도 대세에.

         

       “음. 영 아니네.”

         

       합류하진 못했다…!

         

       현대에서 온갖 유튜브 영상과 쇼츠로 범벅된 도파민 라이프를 보낸 주딱이기에.

       갤러리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재미없네.”

         

       뇌가 끈적끈적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 채로 살아온 주딱이다.

       갤러리에 올라오는 동영상? 아무리 봐도 ‘수준 미달’이었다.

         

       “흠…. 추천 10개도 과분한데….”

         

       평범한 고양이 영상?

       엄격근엄진지 모드 주딱은 코웃음 쳤다.

         

       유튜브가 이세계에도 있었다면 조회수 없음 혹은 조회수 3이라는 처참한 숫자를 맛보고 삭제되었을 영상이다.

       동영상으로 관심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딱도 스마트폰을 들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잘 봐라! 관심을 독식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겠다!

         

       띠링.

         

       주딱은 심혈을 기울여, 동영상을 촬영했다.

       여태까지 수많은 인풋으로 재미요소를 공부해왔다.

       그러니 동영상도 재밌게 찍을 자신이 있다!

         

       띠리링.

       동영상 촬영 종료.

         

       “이런 이런.”

         

       주딱은 큭큭 웄었다.

       또 갤러리에서 개념글을 보내버리겠군.

       어떤 천재의 편린이 이 영상에 담겨있겠지.

       그는 촬영본을 확인하며 자신이 찍은 영상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건….”

         

       존나 못 찍었다!

       초점은 안 맞고 손은 자꾸 덜덜 떨리고. 잡음도 자꾸 들어간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쁘다고 하지만, 그건 혈육 얘기 아닌가.

       자신이 찍은 동영상에는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맙소사.”

         

       주딱은 이마를 짚었다.

       생각해보니 동영상을 찍어본 적이 있었나?

       동영상과 사진은 인싸들의 전유물…!

       동영상은 고사하고 사진 촬영도 해본 적 없는 게 아싸 중의 아싸 주딱이다.

       이론 공부는 빠삭했지만, 실전 경험이 없다.

       처참한 촬영 실력에 주딱이 좌절했다.

         

       “이 정돈가….”

         

       유튜브에 올렸다면 [요새 개나소나 유튜브 하네 이런 영상도 올라오는 거 보니 ㅋㅋ] 같은 뼈아픈 댓글이 달렸을 것이 분명했다.

         

       갤러리 운영과 재밌는 동영상을 판별하는 재능이 있지만.

       그게 동영상을 잘 찍는 능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슬프네….”

         

       왜 세상은 갤러리를 만들고 동영상을 굳이 또 만들어서 이런 슬픔을 주는가.

       주딱은 자신이 찍은 영상을 확인하면서 쩝 입맛을 다셨다.

       이런 영상을 갤러리에 올리는 건 허락되지 않는 행위다.

       특히 완장에겐 허락되지 않는 짓이었다.

         

       인장을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처럼 바보거나, 햇반을 데우지 못하는 처참한 지능을 가지는 건 가능하지만.

       노잼 동영상을 올려서 비웃음조차 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한다?

       이건 완벽한 완장 실격.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주딱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을 삭제 버튼 위로 옮겼다.

         

       “바이바이. 내 예쁜 동영상아….”

         

       삐약이의 잎사귀 뜯어먹기 하이라이트최종파이널라스트.avi 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상실감과 좌절을 맛본 주딱이 바닥에 앉아, 삐약이를 구경했다.

       그리고 소환사의 협곡 현대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술. 남탓을 시전했다.

         

       “흠… 내가 못 찍은 것도 있는데. 삐약이 문제도 있는 거 아닌가… 흐음….”

       “삐약?!”

         

       삐약이가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주식 대신 별미. 앞마당 텃밭 풀을 뜯어먹느라 바쁜데.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살면서 못 생겼다는 처음 듣는다.

       삐약이가 삐약삐약 울면서 주딱에게 항의했다.

         

       “삐야악!”

       “아니, 실제로 그렇잖아.”

         

       삐약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안 그래도 까매서 잘 안 보이고. 왠지 멋대로 행동하고.

       아무튼 귀엽다의 느낌이 아니라서 별로다.

       좋은 피사체라고 하기엔 어렵다!

         

       “내가 못 찍어도 삐약이 너가 더 귀엽게 생겼으면 해결될 문제 같은데?’

       “삐야아아악!!!!!”

         

       삐약이가 작은 날개를 붕붕 휘두르며, 주딱에게 달려들었다.

         

       “이 미친 병아리가!”

       “뺘아악!”

         

       둘의 싸움은 앞마당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여왕의 집무실까지 이어졌다.

         

       “….”

       “….”

       “그래서… 삐약이와 싸웠다는 말씀이십니까.”

       “제 잘못은 아니죠. 아무튼 아니에요.”

       “뺙!”

       “….”

         

       한심.

       용사의 게슴츠레한 눈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갤러리에 올릴 동영상을 찍다가 서로의 탓을 하면서 싸웠다는 얘기 아닌가.

         

       “주딱님….”

       “예.”

       “그래도 삐약이에게 패배한 건….”

       “제가 봐준 거예요.”

         

       봐준 게 맞는 걸까.

       부리에 쪼여서 상처가 난 곳에 치유의 축복을 걸었다.

       그래도 삐약이에게 이길 정도로 단련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용사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상처가 점차 아물었다.

       새살이 돋아 치료가 끝난 주딱은 다시 삐약이와 싸울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뺙!”

         

       하지만 이미 승리를 거둔 삐약이는 비웃음을 흘렸다.

       다시 싸워도 이기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약자’에게 ‘강자’가 놀아주는 건 이번뿐이다

       강자는 강자끼리 놀아야하는 법.

       삐약이는 총총총 뛰어서 베아트리스의 책상에 올라갔다.

         

       “삐약.”

         

       어이 주딱. 약자는 거기서 구경이나 하라구.

       삐약이가 책상 한 구석에 똬리를 틀자, 베아트리스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그마한 날개를 톡톡 건드리면서 한숨을 흘렸다.

         

       톡톡톡.

         

       베아트리스의 펜이 괜히 애먼 책상을 두들겼다.

       서류 한 구석에 삐약이를 그리면서 낙서도 하고.

       괜히 자그마한 마법을 시전하기도 하는 등.

       집중하지 못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딱. 체스나 한 판 둘까요?”

       “아. 저야 당연히 좋죠.”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베아트리스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마법으로 체스 판이 움직였다.

       테이블 위로 체스 판과 말이 깔리고 폰이 앞으로 두 칸 이동했다.

         

       “음.”

         

       후공으로 폰을 집은 주딱이 활로를 열자, 맞은 편 의자에 앉은 베아트리스가 공격적으로 달라붙었다.

         

       일부러 공격을 붙는다.

       기물이 죽어가는 걸 유도하는 전투의 연속이었다.

       한 끗으로 목숨이 오가는 전투로 피 냄새가 낭자한다.

       비숍을 집어든 주딱은 슬쩍 베아트리스의 표정을 살폈다.

         

       “음….”

         

       평소와 다르게 눈썹이 오므려져있다.

       체스에 집중하는 눈이지만, 묘하게 분노가 담겨있다.

       이건 평소에도 이랬던가?

         

       긴가민가하지만 체스에서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신중하게 달라붙어서 이득을 보던 그녀와 다르게.

       지금은 분을 풀려는 것처럼 싸움을 유도한다.

       스트레스가 쌓인 여왕의 정석 체스 오프닝!

       주딱은 중앙 전투를 받아치면서 슬쩍 운을 띄웠다.

         

       “여왕님. 무슨 일 있어요?”

       “…드러났나요?”

       “표정보다는 체스에서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렵네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 고민 정도는 들어줄 수 있어요. 아. 정말 듣기만 할 거라. 해결책은 기대하지 마시고요.”

       “….”

         

       베아트리스가 작게 미소를 머금고 기물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왕국에 먹을 게 많아져서 고민이에요.”

       “먹을 게 많아져서?”

       “스마트폰의 성공으로 먹을 게 많아졌으니까요. 파리도 많이 꼬이겠죠. 이건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그녀가 눈을 조심스럽게 비볐다.

         

       “다른 영지들의 불만이 문제에요. 헤센 백작령만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지원금을 주려고 해도… 기준이….”

       “애매하다 이거죠?”

       “그래서 고민이에요.”

         

       탁.

       주딱은 기물을 집었다가 제자리에 놓았다.

         

       “순위대로 줄 세워서 줄까요?”

       “순위로요…?”

       “영지 발전도를 기준으로 지급하면 충분해 보이는데.”

       “그건… 나쁘지 않네요.”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주딱은 반대였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충분하지 않나요?”

       “여왕님이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을까요?”

       “?”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죠?”

       “주딱…?”

         

       주딱이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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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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