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1

        = “모에모에 뀽! 모에모에 뀽! 빨리요!”

       

        “…….”

       

        꽃님이 간절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렇게 그 대사를 듣고 싶은가?

       

        ‘그런데 저 대사가 도대체 뭐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였지? 뭐였더라?

       

        “큼큼!”

       

        어쨌든 아이가 부탁한 것을 함부로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저 정도 부탁쯤은 들어 줄 수 있지만…….

       

        “그런데 그 ‘모에모에 뀽’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 “아.”

       

        – 아.

        – 맞닼ㅋㅋㅋ

        – 이분 그런 거 잘 모르셨짘ㅋㅋㅋ

        – 이건 꽃님이 시범 보여야 한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맞음.

        – 꽃님의 모에모에 뀽?! 이건 못 참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무지개 반사 당함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갑자기 웃는다.

        나는 그저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을 뿐인데, 왜 이들은 웃는 것일까?

        이렇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청자들이 웃는 경우는 많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렇다.

       

        = “어쩔 수 없네요! 시청자 여러분도 기대하시니~ 제가 총대 메죠!”

       

        – 와아아아!!

        – 꽃님! 꽃님! 꽃님!

        – 역시 꽃님 최고다!

        – 사랑해요!

        – 우윳빗깔 꽃님!!

       

        “…….”

       

        뭐, 재미있어하면 그만이지.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얼굴을 받쳤다.

       

        “그러면 방송 선배님의 시범을 구경해 볼까?”

       

        = “오! 선배! 그러네요? 제가 선배예요! 아하핫!”

       

        크게 웃음을 터뜨리던 꽃님이 헛기침하며 진정했다.

       

        = “후! 하! 후! 하! 그, 그럼 할게요!”

       

        “그래.”

       

        = “한 번에…… 한 번에 하는 거야. 후! 하!”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망설이는지는 모르겠으나, 꽃님은 그렇게 한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재촉을 이기지 못했는지, 잔뜩 부끄러움이 들어간 목소리로 외쳤다.

       

        = “오이↗시쿠나레~ 오이시↘쿠나레~ 모에~ 모에 뀽!”

       

        – 키타!

        – 캬!

        – ㅋㅋㅋ

        – 맛있다!

        – 이거지!!

        – ㅋㅋㅋㅋㅋㅋ

        – 최고다 꽃님!

        – 꽃님의 모에모에 뀽 잘 먹었습니다!

       

        = “꺅! 꺄아악!! 꺅!”

       

        쿵! 쿵! 쿵!

       

        대사를 한 후 잔뜩 부끄러워하는 꽃님.

        그리고 그런 꽃님의 대사를 들은 후 들리는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이건……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인가?

       

        그리고 채팅창도 빠르게 올라간다.

        대부분은 만족, 혹은 즐겁다는 감정이 담긴 채팅들.

       

        “…….”

       

        그런 모든 반응들을 확인한 나의 심정은 ‘의문’이었다.

       

        ‘방금의 그 대사가…… 그렇게 부끄럽고 재미있어 할 만한 대사인가?’

       

        그냥 대사가 아니던가? 겨우 저런 대사를 내뱉고 부끄러워한다고?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시청자들과 꽃님의 반응을 보아서는, 저 대사는 인간으로서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대사라고 생각되지만……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된 나로서는 왜 저 대사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한 그런 기분이다.

       

        = “아! 암튼 저는 했으니까, 이제 라그나님 차례예요! 빨리빨리!”

       

        “그래. 알겠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자기만 당할 수 없다는 듯한 감정이 꽃님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렇게 부끄러우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이번 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잠시 고민해 본다.

       

        ‘반응을 보아하니, 이것 역시 애교의 일종인가?’

       

        일단 목소리는 꽃님의 목소리로 설정하고, 말투 역시 최대한 꽃님이 들려준 기억대로 설정한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한 ‘모에모에 뀽’의 정보를 토대로 재구축한다.

       

        방금 전에 꽃님이 시범을 보여 준 대사는 조금 불안정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목소리가 떨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따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수정을 한 후 포즈를 잡는다.

        우선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앞에 두고…….

       

        “오이시쿠나레~ 오이시쿠나레~”

       

        손하트를 빙글빙글 돌리다 심장이 위치한 곳에 댄 후…….

       

        “모에모에 뀽~!”

       

        마지막 대사와 함께 윙크를 첨가한 미소를 지어 주면 끝!

        ……이 정도면 되겠지?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한 것이지만, 혹시나 싶은 심정에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채팅창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만점! 만점이요!

        – 캬아아아아!!

        – 만점이다!

        – 그런데 부끄러움 한 점 없넼ㅋㅋㅋ

        – 아닠ㅋㅋㅋㅋ

        – 왜 부끄러워하지 않으세욬ㅋㅋㅋㅋ

        – 100점 만점에 100점인데, 왜 안 부끄러워하세욬ㅋㅋㅋㅋ

       

        어…… 잘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어차피 연기라는 것을 다들 아는데,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느냐?”

       

        애초에 ‘부끄럽다’라는 감정은 타인이 자기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신경 쓰는 생각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당연하지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그 특성상 ‘무리 동물’에게서 자주 보이는 감정이다.

        그리고 나는 무리 짓는 동물이 아니다.

       

        “이런 행동을 해봤자, 내 목숨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신경 쓸 리가 없지 않느냐.”

       

        – 그래도 평판이라거나 신경 쓰이지 않나요?

        – 엌ㅋㅋㅋㅋ

        – 드래곤 행동ㅋㅋㅋ

        – 드래곤이 드래곤 했을 뿐.

        – ㅋㅋㅋㅋ

       

        “좀 전에도 말했듯, 나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니란다. 그런 나에게 ‘평판’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평판’이라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의 ‘무리’나 ‘사회’가 있을 때나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무리나 사회에 속하는 존재가 아니다.

        즉, 애초에 나에게는 부끄러움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는 소리다.

       

        “뭐, 그렇다고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너희의 인식과는 많이 다른 부분에서 느끼겠지.”

       

        미소를 지으며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준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드는 의문.

       

        “그런데 꽃님아. 어찌하여 말이 없느냐?”

       

        이 아이는 왜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까?

        의아한 얼굴로 헤드셋에 집중할 때였다.

       

        = “꺅! 귀여워!!!!”

       

        – 크억!

        – 내 고막!

        – 아악!

        – 고막 테러!

        – 고막 파괴자!

       

        갑자기 튀어나온 꽃님의 고성에 나와 시청자들의 고막이 데미지를 입었다.

        ……아니, 비유가 아니라 진짜 데미지를 입었는데?

        살짝 찢어진 고막을 수복하는 사이, 꽃님의 말이 이어졌다.

       

        = “와! 제 목소리 맞아요?! 왜 이렇게 귀여워요?! 꺅! 언니!!”

       

        “…….”

       

        고막이 수복되자마자 다시 한번 더 찢어진다.

        슬그머니 헤드셋 볼륨을 줄이고서야 고막 손상이 멈췄다.

       

        내 아바타는 일반적인 인간보다 튼튼하기에, 일부러 헤드셋 볼륨을 최대로 높여두었었다.

        그런데 이 튼튼한 아바타의 고막에 손상을 줄 정도의 고음을 지르는 인간이 존재할 줄이야…….

       

        “역시 가수로구나.”

       

        = “네?”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래.

        가수라면 저 정도 성량은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

       

        찢어진 고막이 전부 수복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꽃님의 말이 이어졌다.

       

        = “저기저기! 다른 거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음? 무엇을?”

       

        = “어어…… 그러니까…….”

       

        잠시 고민하던 꽃님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 “어린애 목소리로, 발음은 조금 뭉개서, 저한테 애교 부리듯이 ‘언니~!’라고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돼요?”

       

        – 오오오?!

        – 천잰가?

        – 꽃님! 꽃님! 꽃님! 꽃님!

        – 꽃님! 앞으로 꽃님만을 따르겠습니다!

        – 아아!!

        – 영도자시여!

        – 라나님은 빛이고, 꽃님은 소금이시다!

        – 캬!!!

       

        “…….”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살짝 의문이기는 한데, 어쩐지 방금 전부터 꽃님과 시청자들에게 놀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놀려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물론 주도권을 저쪽에서 쥔 채 내가 끌려다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결코 저쪽에서 나를 놀려 먹으려는 느낌은 없단 말이다.

        아, 시청자들은 날 놀려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맞으니까…… 정확히는 ‘꽃님’에게는 날 놀려 먹을 생각은 없다.

       

        ‘상황이 비슷해서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어린아이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어깨를 으쓱거리며 물었다.

       

        “어린애 목소리라면…… 이렇게 말이냐?

       

        = “푸하하핫!!!”

       

        – 엌ㅋㅋㅋ

        – 꼬마 목소리로 늙은이 말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로리 할망인가?

        – ㅋㅋㅋㅋㅋㅋㅋㅋ

       

        꽃님을 비롯한 채팅창 전부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내가 또 뭔가 웃길만한 행동을 한 것인가?

       

        = “네! 그 목소리로, 혀 짧은 목소리 가능한가요?”

       

        “혀 짧은 목소리라…….”

       

        아무래도 꽃님은 어린 인간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말투로 ‘언니~!’라고 불러 주길 원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견본 없이 상상만으로 그것을 흉내 내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차라리 발상을 바꾼다.

       

        꾸물꾸물…….

       

        = “어?!”

       

        – ?

        – ??

        – ?

        – ????

        – ?

        – 뭐임?

        – 헐?

        – ??

       

        순식간에 내 아바타의 모습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꾸물거리던 용금의 안에서 나온 것은…….

       

        “이러며는 대겟느냐?”

       

        내 본래 아바타의 형태에서 나이만 줄인 것 같은 형태였다.

       

        굳이 성장한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말투를 흉내 낼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처럼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뀐다면 말투는 자연스럽게 어린아이에 맞게 변할 텐데 말이다.

        작게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니,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 우오오오오오!!!

        – 로리라나님!!!

        – 로리라나!

        – 로리카미!!

        – 일어나라 로리콘들이여!!!

        – ㅋㅋㅋㅋㅋㅋ

        – 경찰 아조씨! 여기예요~!

        – 미친놈들앜ㅋㅋ 그만햌ㅋㅋㅋ

       

        = “꺄아아아악!! 귀여워!!!!!!”

       

        지금까지 들어 본 꽃님의 목소리 중 역대 최고의 고음이 내 귀를 때린다.

        ……방금 헤드셋이 이상해진 것 같은데? 설마 고장 났나?

        헤드셋 속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회로를 슬쩍 만져서 복구시킨 후 작게 목을 풀었다.

        그리고 양손을 주먹 쥐고 가슴 앞에 모은다.

        그다음에는…….

       

        “온니~!”

       

        이렇게 꽃님이 원했던 것을 이루어 주었다.

       

        “……왜 바능이 업느냐?”

       

        채팅창이 올라가지 않는다.

        꽃님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혹시 컴퓨터가 멈춘 것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헤드셋을 통해 꽃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좋은 인생이었다.”

       

        “???”

       

        어린아이가 뭐라는 거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님이 학살 중입니다 x (85,429)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