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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우선은 두분, 목욕재계를 통해 몸을 정갈히 하겠습니다.”

         

       황제는 이 황국의 기둥.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 밟아야 할 절차는 아주 많다. 기본적으로 황제에게 옮길 수 있는 병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 위생적으로 합격인가. 신체에 황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지는 않은가.

         

       황제의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혹은 황제의 사상이나 개념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인가.

         

       뭐 이런것들을 다 점검한다 이 말이지.

         

       궁녀들의 감시 하에 완전히 옷을 벗고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박박 닦여졌다.

         

       하나같이 아리따운 궁녀들이 목욕 시중을 들어주자 조금 기분이 미묘해졌지만 궁녀들의 눈빛을 보니 그런 기분이 들다가도 팍 식더라.

         

       정말 일거수일투족에서 조금의 수상함이라고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

         

       그 집요한 시선에 힘이 들어가던 소중이도 항복 선언을 한 채 축 늘어졌다.

         

       목욕이 끝난 뒤에 내 옷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지급된 손님 복장.

         

       “오늘은 여독을 푸시지요. 명일부터는 황실의 인원을 대하는 기본 법도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궁녀의 입에서 공청전에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쏟아졌다. 함부로 공청전의 손님에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다른 객실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공청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무공의 연마는 가능하지만 미리 해당 궁녀에게 말을 해 연무장의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당연히 공청전 바깥으로 나가는 것 역시 불가능하며 어딜 가더라도 최소한 궁녀 한 명은 대동해야 이동 가능.

         

       아주 숨이 턱턱 막히는군.

         

       고개를 끄덕이자 중년 궁녀는 가볍게 읍을 해 보이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혁기린의 남장 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곳은 혁기린의 안마당이나 마찬가지인 황궁이다. 뭐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결국 이 갑갑한 방에 갇힌 상대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운기조식뿐인가.

       

       연무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어차피 연무장에 있는 검이라고 해 봐야 가검이거나 목검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 검도 아닌 검으로 초식을 연마해봐야 감이나 흐려지기 십상이다.

         

       그럴 바에야 몸에 존재하는 다섯 영약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운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았다.

         

       한동안은 운기조식에 집중하며 몸의 내부를 다스려 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 ***

         

       “암행을 나갈 것이다.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유경의 내관들은 군말없이 암행을 준비했다. 암행의 목적지는 뻔했다. 혁기린이 머물고 있는 공청전을 방문하기 위함이겠지.

         

       혁기린이 권력 다툼을 피해 무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황궁 사정에 해박한 자들이라면 알 법한 비밀 아닌 비밀.

         

       내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수많은 궁인들을 물려 관계자들 외의 눈에 뜨지 않은 무형의 길을 만들었다.

         

       유경은 기대감을 안고 공청전에 들었다.

         

       공청전의 궁인들이 조용히 황제를 맞이했다.

         

       “공청전의 절차는 최대한 길게 진행하도록.”

         

       “폐하의 뜻대로 처리하겠사옵니다. 외부인인만큼 더욱더 철저하게 공청전의 소임을 다 하겠습니다.”

         

       유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혁기린의 방 앞에 섰다.

         

       “혁기린 대협,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이 시각에 말입니까…? 들라 하세요.”

         

       유경과 혁기린이 마주했다. 혁기린의 눈이 크게 떠졌고 유경 역시 격정 어린 눈으로 혁기린을 바라보였다.

         

       “유야야…”

         

       “오라버니, 아니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유경은 손짓했고 내관들이 궁녀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을 물리고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그제야 두 사람은 간신히 둘만 남을 수 있었다.

         

       유경이 서둘러 혁기린을 일으켜 세웠다. 유경은 혁기린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혁기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열 네 살의 나이에 황실을 떠난 혁기린. 그 뒤로 혁기린이 약관이 되던 해 공식 행사에서 잠시 얼굴이나마 눈에 담았다.

         

       그렇게 스치듯이 지나간 뒤에 또 육 년.

         

       이리 손을 마주 잡은 일은 무려 십이 년 만의 일이었다.

         

       “허허…많이 자랐구나 유야야…”

         

       “오라버니도 관록이 많이 붙으셨습니다.”

         

       혁기린은 기쁘게 오라비를 맞이했지만 유경은 가슴이 미어졌다. 한창 여자로서 꽃다울 나이에 화장은커녕 머리에는 건을 쓰고 남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유경의 가슴을 아프게했다.

         

       “미안하구나 내 힘이 부족하여…”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저는 점창파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 소식은 익히 전해 듣고 있었다.”

         

       유야 공주인 혁기린이 무림에서 살아가는 소식은 늘 유경에게 기쁨이자 슬픔이었다. 무공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만인에게 인정받는 무림인으로서 살아가는 혁기린.

         

       황실의 혈통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다가 황실의 일원으로 평온하고 안온한 삶 대신 강호의 풍진을 모두 뒤집어쓰는 험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 또 걱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정말 큰 일을 했더구나. 정말 장하다. 백성들의 도덕을 바로 세우고 악을 징치했으니 나라의 법도를 지키는 것에 공헌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악인들의 배를 갈라 국고까지 채웠으니 그 공이 무척 크다고 할 수 있겠구나.”

         

       혁기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공을 부정하려다가 곧 생각을 고처 먹었다.

         

       ‘이크, 괜히 오라버니가 호 무사님에게 관심을 가졌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으니..’

         

       “다 사마염 태수님이 힘을 써 주신 덕이지요. 사마 태수 답게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지 뭡니까.”

         

       “그래, 그 녀석의 음흉함은 아군일 때는 참 든든하기 그지 없지. 가끔 영 마뜩치 않지만…”

         

       “후후, 사마 태수께서는 사천을 위해 뼈가 부러지도록 일하고 있으니 너무 험하게 말씀하시진 마시지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사천성에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점창파 대제자인 혁기린. 황제인 유경. 이미 크게 삶의 궤적이 갈린 두 사람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주제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사천성에서 펼쳐진 호천안의 작전은 누가 듣더라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은 분명했다.

         

       혁기린은 호천안이 작전을 입안했다는 사실을 빼고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하하하하! 그래 당가의 자제와 사마염이 제대로 된 전략을 펼쳤구나! 많은 수의 병력으로 적은 수의 병사를 덮치는 것이야말로 병법의 기본이지.”

         

       유경은 산적토벌의 이야기를 듣고 껄껄 웃었다. 황궁의 정보기관인 동창에서 이야기를 취합한 보고서를 받아보거나 사마염의 상소에도 적혀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보고를 위한 딱딱한 서술과 달리 혁기린의 이야기에는 생동감이 살아 있었으니까.

         

       “혹여 사천낭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들어 보셨습니까?”

         

       “이번 기회에 알아 보았지. 퍽 재미있는 일을 하는 자들이더군.”

         

       혁기린의 이야기는 죽 이어졌다. 개선식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개선식 이후에 사천성의 문파들이 등급 제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 역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후후, 누구나 알 수 있는 등급을 부여해 경쟁심리를 부추긴다라. 사마염이 생각해 낼 만한 발상은 아닌데 말이야. 그러나 참으로 파급력이 좋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혁기린은 영웅건과 허리띠로 인해 사천성에서 벌어지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야기했고 유경 역시 즐거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따끈따끈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완성된 산적토벌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변화와 문파들의 대응 역시 좋은 이야깃거리였다.

         

       ‘정말로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유경은 그런 이야기 속에서 유야가 아닌 혁기린을 느꼈다. 점창파의 대제자 옥룡신협 혁기린의 삶. 타인을 부려 일을 처리하는 권력자의 방식이 아닌 스스로 무기를 휘둘러 해결하는 무인의 삶이 그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재잘재잘 떠드는 혁기린을 보며 유경은 가슴이 무거웠다.

         

       “유야야.”

         

       “그래서…예?”

         

       “황궁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

         

       혁기린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오라버니, 저는 무림인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 안다. 그러니 말하는 것이다.”

         

       유경은 위기감을 느꼈다. 공주라기보다는 옥룡신협이라 해야 할 혁기린의 모습. 혁기린은 무인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공주로서의 삶은…

         

       “마음에 드는 남자는 없느냐?”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유경의 말에 혁기린이 펄쩍 뛰었다. 유경은 활로를 찾고는 눈을 빛냈다. 그래 전혀 다른 성별을 연기하는 것은 고역이겠지. 별호가 옥룡신협이란다. 어딜 가도 연모하는 소저들이 한 수레가 따라 붙는다지.

         

       “그런 건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그럴 생각이 드는 사람도…”

         

       혁기린의 말끝이 흐려지는 것을 보며 유경은…껄껄 웃다가 말했다.

         

       “그래. 언놈이냐?”

         

       “에?”

         

       “그 놈은 뭐 하는 놈팽이 자식이냐고.”

         

       “…오라버니.”

         

       싸늘하게 식은 혁기린의 시선에 유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내가 뭘 하고 있었지? 지금 황실로 돌아오도록 혁기린을 설득하고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나.

         

       유경의 아들인 유찬은 올해로 열 넷. 유찬이 스무 살이 되면 혁기린을 황제로 세울 수 있는 명분이 완전히 분쇄된다. 즉 후계 구도가 완벽히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때라면 혁기린이 무림인의 삶을 포기하고 공주로 돌아오더라도 아무 문제 없을 일이었다. 그렇지만…여기서 육 년을 더 무림인으로 살아가면 혁기린은 완전히 무림인이 된다.

         

       지금. 지금 붙잡지 않으면 눈 앞의 유야는 공주가 아닌 옥룡신협으로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 나는 지금 혁기린을 설득하는 중이다. 혁기린을 다시 공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가정이 필요하고 가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혁기린을 데려갈 남자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동생을 잡아줄 남자가…

         

       으득.

         

       참아야 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혁기린을 지금 당장 공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수단은 이것뿐이었다. 남장여자 혁기린으로는 이룩할 수 없는 여자로서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는 꿈을 불어 넣어 다시 황실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했다.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허! 그래도 마음에 둔 자는 있는 모양이구나! 하하하하하!”

         

       다만 사람의 마음이 마음먹은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을 뿐.

         

       “하아…오라버니.”

         

       “우하하하하! 그래! 마음에 둔 남…으득…자를 말해보거라. 이 오라비 역시 궁금하구나.”

         

       “말을 할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유경은 생각했다.

         

       언놈인지 반드시 알아내서 잡아 족쳐…아니 혁기린과의 연애 전선을 부추겨야겠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도 내 맘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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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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