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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스트리머가 가장 흔히 듣는 비난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역시 정답은 ‘초심을 잃었다’ 아닐까.

        

       옛날엔 뭐만 해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영……같은 말. 추억 보정에 힘입어, 다른 시청자들의 공감도 얻기 쉬운 비판이다.

        

       [작성자: ㅇㅇ]

       [제목: 이새끼는 제발 초심 좀 잃어줬으면 싶으면 개추]

       [한동안 규칙적으로 방송 잘 했잖아

        

       시청자 유입도 많이 되고 모두가 행복하고 좋았잖아

        

       왜 또 초심으로 돌아가서 좃대로 방송하는 거야]

       –     ㄹㅇ 그딴 초심 좀 찾지 말라고 시1발련아

       –     호스팅부터 기습휴방까지 진짜 따귀마려움

       –     ㄴ 그 호스팅은 부처도 못 참았다

       –     ㄴ 신부님도 묵주로 목을 졸랐을 거임 ㄹㅇ루다가

       –     ㄴ ㄹㅇ 예수도 상인들 쫓아내던 나사렛의 채찍마스터로 돌아갔을 듯

       –     ㄴㄴ 흠……채찍……흐으음……

        

       내 경우에는……소중히 지켜오고 있는 초심이 그렇게까지 선호되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게시글에 추천을 누르고 오늘의 위게더 탐방을 마무리했다. 지튜브의 하트처럼 나만 누를 수 있는 추천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있었다면 유혹을 못 참았을지도 몰라.

        

       아무튼……. 더욱더 초심으로 돌아가자면, 사실 내 본질은 스트리머보다는 시청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방송 다이어트를 선언하고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자꾸만 방송을 켜댄 탓에, 최근에는 느긋하게 방송을 시청할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이젠 정말로 스스로에게 며칠 간의 휴식을 부여하기로 했으니- 오랜만에 순수한 시청자로 돌아가도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닭강정과 하이볼을 세팅하고 엄선해둔 트위트 팔로우 목록에 접속했다.

        

       나름 황금 시간대인 저녁 9시.

        

       분명 온갖 매혹적인 방송이 나를 반겨줄 테니, 한 4개 정도 틀어 놓고 동시 시청을 하다가 그 중 끌리는 걸로-

        

       [레반 님이 방송 중입니다]

       [카테고리: The Rogue’s Return]

       [더 로그 찍먹만]

        

       아.

        

       ……이건 못 참지.

        

       * * *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더로리 ㄷㄷㄷ 벌칙방송인가요?】

        

       “벌칙 아닙니다. 그냥 찍먹만 해보는 거예요.”

        

       -부웅!

        

       5번째로 방문하는 제국군 전초기지. 레반은 아슬아슬하게 마우스를 움직여, 마지막 병사가 휘두르는 검을 피하고-

        

       -푸욱

        

       단검을 목에 찔러 넣는 데 성공했다. 경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의 묘사가 제법 사실적이었음에도, 고어하다는 생각 따위를 할 여유는 없었다.

        

       드디어 전초기지를 클리어하는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에 머리가 찌릿할 정도였으니.

        

       『ㄷㄷㄷ이걸 역으로 뚫네』

       『겜잘스』

       『키마로도 너무 잘하심』

       『아따먹이랑 합방 연습인가요』

       『부창부수네 ㄹㅇ 걍 결혼하자』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이예나가 제공한 가이드는 결코 따라하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은 잘 안 하는 성격이라는 걸 몰랐다면, 엿을 먹이기 위한 허위정보는 아닌지 의심했으리라.

        

       전초기지에 진입하자마자 사방에서 찔러오는 창에 꼬챙이가 되어버렸던……1초 컷이라는 비웃음이 범람하던 채팅창이 도무지 잊히지 않았다.

        

       한동안 나오나에 빠져 있었던 탓에,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이 녹슨 탓이었을까.

       

       ‘아니, 애초에 더 로그가 그만큼 조작이 어려운 똥겜인 탓이겠지.’

        

       안 좋은 기억을 가슴 저 켠에 치워두고, 레반은 빠르게 모포가 덮인 마차로 이동했다. 식량이 실린 마차. 4번째 트라이에서 죽기 직전에 얻어낸 정보였다.

        

       모포를 바닥에 깐 후에 식량을 위에 올리고, 보자기처럼 감싸서 등에 짊어지는 동작까지 하나하나 수동으로 조작하고 –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해야 하는 주제에, 무엇 하나 자동으로 시전되는 동작이 없었다 – 빠르게 자리를 떴다.

       

       아직 정확히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같은 장소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면 지원군이 오는 시스템인 건 분명했으니.

        

       그렇게 식량을 챙겨 미리 눈여겨보았던 계곡까지 캐릭터를 이동시키는데 성공한 레반은, ESC 버튼을 눌러 게임을 일시정지했다.

        

       “후- 어찌어찌 식량 확보해서 1차 거점까지 왔네요. 그럼 더 로그는 일단 여기까지 하고, 2부 나오나 가보겠습니다.”

        

       『캬』

       『나오나 드가자~』

       『더로리가 이렇게 쉬운 게임이었나 ㄷㄷㄷ』

       『1부 알찼다』

       『숨소리 왜케 뿌듯햌ㅋㅋㅋ』

       『월즈 해설은 안 하시나요?』

       『??? 더 로그 벌써 끝인가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더 로그 너무 아쉬운데 조금만 더하면 안 될까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흑흑 방금 왔는데ㅠㅠㅠㅠㅠㅠ더로그 벌써 끝인가요ㅠㅠㅠㅠ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여기부터 딱 27웨이브만 더 클리어하면 진짜 갓겜인데……】

        

       “아, 저도 의외로 재밌긴 한데……방송 시작할 때부터 2부는 나오나로 약속드렸으니까요. 다음에 더 로그 2부로 조금 길게 할 테니까, 더 로그 보고싶으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속된 말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시청자들이 있었으나, 애초에 예상한 바였다. 더 로그같은 게임에는 매니아들이 있기 마련이니.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에 휘둘리면 방송이 망가지는 건 순간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투덜거림 섞인 도네이션들을 능숙하게 흘리며 게임을 종료하는 사이, 모니터 우측 하단에서 디스코스 알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더 로그 너무 아쉬운데 조금만 더하면 안 될까요]

        

       ‘……설마.’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여기부터 딱 27웨이브만 클리어하면 돼요. 레반님 실력이면 3시간 컷일 거예요. 파이팅파이팅]

        

       “잠시만요, 여러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요즘,,,우리,,동년배들은,,,,다~들,,더.로그.한다! 나오나.같은.소리허구,,자빠졌네!]

        

       예전같으면 당황했겠지만- 어림도 없지. 피식, 웃음을 흘린 레반이 마우스를 움직여 디스코스 채팅창을 송출 화면에 큼지막하게 띄웠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지금 제 방에 강도가 들어왔는데 요구조건이 너무 가혹합니다 레반님만 저를 살려줄 수 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송출 지연시간 때문일까. 기어이 한 마디를 더 하려던 이예나는 뒤늦게 채팅을 멈췄으나- 당연하게도, 늦었다.

        

       “악질 쥐흔 시청자를 검거했습니다.”

        

       『왜 이렇게 한결같냐 쟤는……』

       『너는 진짜 제발 초심 좀 잃어라ㅋㅋㅋㅋㅋㅋ』

       『알콩달콩 모야모야 ㄷㄷ』

       『이 텐련 어디서 뭐하고 있나 했더니 아』

        

       “대체 뭐 하는 짓인지……잠깐 전화 인터뷰를 해볼까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18,000여명을 모아 놓고 룰렛 한번 돌리고는 레반의 방송에 호스팅하며 사라진 게 불과 이틀 전 일이다.

        

       그리 사라진 그녀의 자취라고는 이전에 이미 올려둔 휴방 공지 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냐며 위게더 게시판이 활활 타는 와중에, 그 주인의 행적이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당장이라도 저 마녀를 잡아서 심문대에 올리라는 대중의 열기 속에서 디스코스 음성채팅이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레반님. 무슨 일이신가요.》

        

       뻔뻔할 정도로 태연한 인사였으나- 이제 와서 이 정도에 당황할 리가. 저 미친년한테 전화를 걸 때부터 이런 반응은 예상한 바였다.

        

       “솔직하게 대답하면 그, 더 로그 합방? 긍정적으로 생각할게요.”

        

       《……조금 더 확답을 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만 긍정적으로 할 수도 있잖아.》

        

       “본인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시고……아, 알겠어요. 멤버 모이면 최소 한 번은 더 로그 합방 잡아 보는 걸로. 됐나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즉답이었다. 나오나 도적에서 더 로그 도적으로 갈아탄 걸까. 어쨌든 도적이라는 점에서 일관성은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야 할지, 아니면 한결 같은 미친년이라고 비난해야 할지.

        

       레반은 문득 ‘나무꾼 정모는 옆방이에요’라고 말하며 꽃처럼 화사하게 미소 짓던 이예나의 맑은 얼굴을 떠올렸다가- 애써 흩어냈다.

        

       “왜 갑자기 악질 더 로그충이 된 겁니까. 심지어 오늘 이미 2시간이나 했는데.”

        

       《갓겜이에요. 그리고 전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10분밖에 못 봤어요. 시작할 때 안 알려준 레반님 과실도 있으니, 1시간 50분 더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대체 무슨 논리야.”

        

       『기적의 변호사』

       『넌 운전하지 마라』

       『헉……10분으론 만족 못하는 아따먹……레반아 운동 열심히 하자』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너한테 연락을 왜 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와 같은, 듣고 있자면 기묘하게 빠져드는 헛소리. 하여간 목소리의 음색이 문제였다. 듣고 있노라면 무슨 말이든 네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만 같은…….

       

       그러나 이번만큼은 말려들 생각이 없었다. 레반은 차분하게 디스코스 채팅방의 글씨를 더욱 확대하고, 그 내용을 드래그하며 추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건 뭐예요. 왜 디스코스로 악성 도네를 보내고 있어. 악질짓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네 이거.”

        

       《생각해보니 수수료 없는 도네이션 아닌가 싶어서……유통마진을 최소화하면 모두가 행복하잖아요. 따로 입금하면서 보냈어요.》

        

       이게 또 대체 무슨 소린지. 레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저 편에 치워 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잠금을 해제하고, 알림창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자-

        

       [GP은행 입금 알림 – 이예나 1,000원]

       [GP은행 입금 알림 – 이예나 1,000원]

       [GP은행 입금 알림 – 이예나 1,000원]

       [GP은행 입금 알림 – 이예나 1,000원]

        

       4개의 입금 알림이 연달아 도착해 있었다.

        

       “……뭐야, 이걸 진짜 입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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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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