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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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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찍한 마차 안. 리안은 묘한 신경전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
    ​
    “아이리스, 아무리 오빠와 사이가 좋다고 해도 허락 없이 함부로 무릎에 올라가고 껴..안으면 안 돼.”
    “오빠가 괜찮다고 하면 되는 거지?”
   “그..럴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될 수 있잖아. 두 사람만 사용하는 곳도 아니니까.”
   “알았어, 그럼 방 안에서 단둘이 있으면 괜찮다는 말이네? 오빠 나중에 숙소 잡으면 나랑 둘이서 방 쓰자.”
    “뭐,뭣?! 그… 이, 일행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둘이 방을 쓰는 건 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린 남매니까 상관없어.”
    ​
    ​
    노아와 아이리스의 치열한 대화 속에서 은근슬쩍 빠진 제스가 몸을 웅크린 채 리안의 무릎 위에 머리를 뉘었다. 그리곤 리안의 손을 끌어당겨 고운 머리카락 위에 손을 올리게 했다.
    ​
    ​
    “쓰담쓰담.”
    ​
    ​
    비밀 얘기를 하듯 작게 속닥거리는 말속에 담긴 의미가 귀여워 리안은 홀린 듯 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를 옆으로 축 늘어져 쓰다듬 받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 어렸을 때와 똑같아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씰룩거리는 입술, 풀어진 얼굴이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가늘게 떠진 눈동자가 매혹적으로 반짝거리며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리안이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
    ​
    “제스…”
    ​
    ​
    뒤늦게 리안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제스를 발견한 아이리스가 지옥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제스를 불렀다.
    ​
    ​
    “헤헤.”
    ​
    ​
    내쫓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제스가 리안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아이리스의 머리카락이 소리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인지 검은색 기운이 등 뒤에서 넘실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
    ​
    “오빠 무릎 위에서 당장 나와!”
    “우으응 시러시러.”
    ​
    ​
    제스는 떼쓰는 아이처럼 리안의 배 위에 얼굴을 문지르며 더욱 몸을 밀착했다. 풍만한 가슴과 부드러운 얼굴이 천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져 리안은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
    ​
    노아는 멍한 얼굴로 제스와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과거 본인이 했던 행동이 떠오른 탓이다. 반사적으로 손등이 입가를 가렸다. 노아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리안의 입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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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안 비켜!? 거긴 내 자리야!”
    “시러시러! 쭈인님은 제스의 쭈인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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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판 3초 전인 마차 안쪽 상황과 달리 바깥쪽은 평온했다. 마부석에 앉아있던 기사는 은은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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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도련님이셔. 벌써 저리도 인기가 많으시니.’
    ​
    ​
    정확히 무슨 대화를 하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리안을 가운데 두고 여러 명의 사람이 다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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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계 걱정은 없겠군.’
    ​
    ​
    기사가 은은하게 미소 짓는 가운데 마차는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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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크 판타지의 세계는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쪽에 거대한 땅은 제국이 동쪽 땅은 약 스무개의 나라가 나누어 먹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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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왕의 땅은 대륙 중앙에 자리 잡아 암세포처럼 차츰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제국의 동쪽과 마왕의 땅의 서쪽은 맞닿아 있었다. 그 탓에 북쪽을 수호하던 공작이 동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
    ​
    북쪽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나 야만인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많았지만, 마왕의 땅에서 밀려오는 외적을 수월하게 막을 수 있는 건 공작 정도였기 때문이다.
    ​
    ​
    그런 이유로 그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머물렀던 마을은 제국의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제국의 수도보다 마왕의 땅이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
    ​
    그렇다고 해도 엄청나게 가까운 건 아니었기에 습격이나 영향을 많이 받는 장소는 아니었다. 
    ​
    ​
    출발 위치 자체가 동쪽에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에 북쪽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현재 공작이 머무는 성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
    ​
    마차를 끌고 있는 흑마는 엄선된 품종으로부터 태어난 말들로 용모와 체구, 능력까지 최상급이었다. 나무 정도는 가볍게 쓰러뜨리고 지저분한 길도 평탄하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런 만큼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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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말을 타고 간다고 쳤을 때 6주 정도 거릴 거리가 3주로 대폭 줄어들었다. 마부는 기간을 더 줄이기 위해 ‘로얄 로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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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 로드는 귀족이나 황족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돈된 길이다. 선택된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 도적이나 산적을 찾기 힘든 곳이다. 이런 로얄 로드는 제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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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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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실한 말들이 정돈된 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속도는 전보다 배는 더 빨라졌다. 이대로 일주일만 이동하면 공작가의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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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 로드는 중간중간마다 귀족이나 황족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존재하여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야영보다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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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 로드는 굵은 줄기처럼 커다란 길이 뚫려있을 뿐 공작이 머무는 성까지 이어진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5일 차에 로얄로드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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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로 이틀 정도 이동하면 공작가의 도착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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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판톤은 쓰레기 아니, 새하얀 눈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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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아서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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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쩡하게 살아서 이곳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에 판톤이 안도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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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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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무리의 기사들이 말을 탄 채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설산처럼 새하얀 갑옷에 새겨진 섬세한 범의 문양이 그들의 소속을 나타내주었다. 
    ​
    ​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압감 넘치는 모습에 마부와 용병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그들은 적을 찾아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듯 말을 천천히 걷게 하여 마차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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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톤.. 자네, 살아있었군.”
    ​
    ​
    가장 앞에 있던 기사가 판톤을 발견하곤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왕의 땅에 숨어들어 살아 나온 이는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판톤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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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간만입니다. 제온 단장님.”
   “허… 그래, 잘 돌아왔네.”
    ​
    ​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사이가 썩 나쁜 건 아니었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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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마차 호위를 명령받았지.”
    ​
    ​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사들이 마차를 에워쌌다. 그 모습은 마차를 적으로 간주하여 가운데 몰아넣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철저한 호위를 위해 에워싼 것 같기도 했다.
    ​
    ​
    “각하께선…”
   “성에서 기다리고 계시지. 어서 가세. 갈 길이 머니.”
    ​
    ​
    직접 나와보지 않고 기사단을 보낸 공작의 행동에 판톤은 또다시 껄끄러운 느낌을 받았지만,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그런 기분에 마음이 상하기엔 그의 충성심이 너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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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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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의 말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는 건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가장 앞에서 제온이 말들을 이끌자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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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의 날다시피 달린 덕분에 이틀거리를 단 하루 만에 주파했다. 대신 식사를 마차에서 해결해야 했기에 기사들과 마차에 탄 이들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
    ​
    ‘각하의 자식이라…’
    ​
    ​
    제온은 마차를 흘긋 바라보곤 혀를 작게 찼다.
    ​
    ​
    ‘지금까지 꽤 있었지, 그런 놈들이.’
    ​
    ​
    공작의 자식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따라 사기꾼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다 보니 공작과 닮은 얼굴로 만든 아이를 데려오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
    ​
    이 같은 일이 매해 몇번이고 반복되자 공작은 제 자식이 살아있을 거란 믿음을 버렸다. 대신 제 자식을 찾았다는 말을 입에 담는 놈들을 전부 도륙 냈다. 그날 이후 공작을 찾아오는 사기꾼의 수는 확 줄었지만, 아예 없어진 건 아니었다.
    ​
    ​
    ‘판톤이 아니었다면 마차가 아닌 살수를 보냈겠지.’
    ​
    ​
    판톤은 공작이 인정할 정도로 충성심이 깊은 기사였다. 폭설로 인해 공작이 식량 없이 기사들과 동굴에서 버텨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제 허벅지 살을 도축하려 했던 기사이기도 했다.
    ​
    ​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마차를 보냈지만, 의심이 더 컸기에 용병과 기사단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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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왕의 땅에서 돌아온 것이니 흑마법사가 숨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
    ​
    판톤이 잃어버린 공작의 자식을 찾았다 -… 라는 쪽보단 흑마법사의 마법에 당했다는 쪽이 더 현실성 있었다. 용병과 기사단이 마차를 꼼꼼하게 에워싼 것도 마차에 탑승한 사기꾼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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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 판톤. 부디 세뇌나 최면에 당한 것이여야 한다.’
    ​
    ​
    만약 판톤이 흑마법사나 마왕쪽과 손을 잡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꾸몄다면 사형밖에 답이 없었기에 제온은 부디 판톤이 실수한 것이길, 흑마법사에게 세뇌나 최면을 당한 것이길 빌었다.
    ​
    ​
    그가 마차 안에 탑승한 이의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고 이리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
    ​
    ‘각하의 자식이 쌍둥이라는 헛소리하는 걸 보면 세뇌나 최면 쪽이 맞을 거야.’
    ​
    ​
    판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명백한 오류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에서 리안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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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손님들이 새하얀 궁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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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병원에서 약 받아서 먹으니 좀 살 것 같네요.

내일은 두편 들고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노아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정석을 밟고있습니다. 모쏠 둘이 연애 하면 딱 노아와 리안 느낌입니다.
아이리스는 얀..의 향기가 많이 납니다. ‘오빠는 내꺼야.’라는 생각이 콕 박혀있습니다. (리안을 뺏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제스는 순진한 아기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눈치 빠르게 치고 들어와 애교를 부립니다. “좋아! 너무좋아! 엄청 좋아!”라는 감정을 똑똑하게 표현하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널찍한 마차 안. 리안은 묘한 신경전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리스, 아무리 오빠와 사이가 좋다고 해도 허락 없이 함부로 무릎에 올라가고 껴..안으면 안 돼.”

“오빠가 괜찮다고 하면 되는 거지?”

“그..럴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될 수 있잖아. 두 사람만 사용하는 곳도 아니니까.”

“알았어, 그럼 방 안에서 단둘이 있으면 괜찮다는 말이네? 오빠 나중에 숙소 잡으면 나랑 둘이서 방 쓰자.”

“뭐,뭣?! 그… 이, 일행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둘이 방을 쓰는 건 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린 남매니까 상관없어.”

노아와 아이리스의 치열한 대화 속에서 은근슬쩍 빠진 제스가 몸을 웅크린 채 리안의 무릎 위에 머리를 뉘었다. 그리곤 리안의 손을 끌어당겨 고운 머리카락 위에 손을 올리게 했다.

“쓰담쓰담.”

비밀 얘기를 하듯 작게 속닥거리는 말속에 담긴 의미가 귀여워 리안은 홀린 듯 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를 옆으로 축 늘어져 쓰다듬 받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 어렸을 때와 똑같아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씰룩거리는 입술, 풀어진 얼굴이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가늘게 떠진 눈동자가 매혹적으로 반짝거리며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 리안이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제스…”

뒤늦게 리안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제스를 발견한 아이리스가 지옥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제스를 불렀다.

“헤헤.”

내쫓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제스가 리안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아이리스의 머리카락이 소리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인지 검은색 기운이 등 뒤에서 넘실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 무릎 위에서 당장 나와!”

“우으응 시러시러.”

제스는 떼쓰는 아이처럼 리안의 배 위에 얼굴을 문지르며 더욱 몸을 밀착했다. 풍만한 가슴과 부드러운 얼굴이 천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져 리안은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노아는 멍한 얼굴로 제스와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과거 본인이 했던 행동이 떠오른 탓이다. 반사적으로 손등이 입가를 가렸다. 노아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리안의 입술로 향했다.

“당장 안 비켜!? 거긴 내 자리야!”

“시러시러! 쭈인님은 제스의 쭈인님이야!”

개판 3초 전인 마차 안쪽 상황과 달리 바깥쪽은 평온했다. 마부석에 앉아있던 기사는 은은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역시 도련님이셔. 벌써 저리도 인기가 많으시니.’

정확히 무슨 대화를 하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리안을 가운데 두고 여러 명의 사람이 다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후계 걱정은 없겠군.’

기사가 은은하게 미소 짓는 가운데 마차는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

다크 판타지의 세계는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쪽에 거대한 땅은 제국이 동쪽 땅은 약 스무개의 나라가 나누어 먹고 있는 상황이다.

마왕의 땅은 대륙 중앙에 자리 잡아 암세포처럼 차츰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제국의 동쪽과 마왕의 땅의 서쪽은 맞닿아 있었다. 그 탓에 북쪽을 수호하던 공작이 동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북쪽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나 야만인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많았지만, 마왕의 땅에서 밀려오는 외적을 수월하게 막을 수 있는 건 공작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머물렀던 마을은 제국의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제국의 수도보다 마왕의 땅이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나게 가까운 건 아니었기에 습격이나 영향을 많이 받는 장소는 아니었다.

출발 위치 자체가 동쪽에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에 북쪽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현재 공작이 머무는 성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마차를 끌고 있는 흑마는 엄선된 품종으로부터 태어난 말들로 용모와 체구, 능력까지 최상급이었다. 나무 정도는 가볍게 쓰러뜨리고 지저분한 길도 평탄하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런 만큼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일반적인 말을 타고 간다고 쳤을 때 6주 정도 거릴 거리가 3주로 대폭 줄어들었다. 마부는 기간을 더 줄이기 위해 ‘로얄 로드’로 향했다.

로얄 로드는 귀족이나 황족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돈된 길이다. 선택된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 도적이나 산적을 찾기 힘든 곳이다. 이런 로얄 로드는 제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타다닷!

튼실한 말들이 정돈된 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속도는 전보다 배는 더 빨라졌다. 이대로 일주일만 이동하면 공작가의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로얄 로드는 중간중간마다 귀족이나 황족이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존재하여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야영보다 편안했다.

로얄 로드는 굵은 줄기처럼 커다란 길이 뚫려있을 뿐 공작이 머무는 성까지 이어진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5일 차에 로얄로드를 벗어났다.

이대로 이틀 정도 이동하면 공작가의 도착할 터.

기사 판톤은 쓰레기 아니, 새하얀 눈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내가 살아서 돌아왔구나.’

멀쩡하게 살아서 이곳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에 판톤이 안도하고 있을 때.

쿠구궁!

한 무리의 기사들이 말을 탄 채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설산처럼 새하얀 갑옷에 새겨진 섬세한 범의 문양이 그들의 소속을 나타내주었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압감 넘치는 모습에 마부와 용병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그들은 적을 찾아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는 듯 말을 천천히 걷게 하여 마차에 다가갔다.

“판톤.. 자네, 살아있었군.”

가장 앞에 있던 기사가 판톤을 발견하곤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왕의 땅에 숨어들어 살아 나온 이는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판톤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제온 단장님.”

“허… 그래, 잘 돌아왔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사이가 썩 나쁜 건 아니었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마차 호위를 명령받았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사들이 마차를 에워쌌다. 그 모습은 마차를 적으로 간주하여 가운데 몰아넣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철저한 호위를 위해 에워싼 것 같기도 했다.

“각하께선…”

“성에서 기다리고 계시지. 어서 가세. 갈 길이 머니.”

직접 나와보지 않고 기사단을 보낸 공작의 행동에 판톤은 또다시 껄끄러운 느낌을 받았지만,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그런 기분에 마음이 상하기엔 그의 충성심이 너무 높았다.

쿠르릉!

수십의 말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는 건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가장 앞에서 제온이 말들을 이끌자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거의 날다시피 달린 덕분에 이틀거리를 단 하루 만에 주파했다. 대신 식사를 마차에서 해결해야 했기에 기사들과 마차에 탄 이들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각하의 자식이라…’

제온은 마차를 흘긋 바라보곤 혀를 작게 찼다.

‘지금까지 꽤 있었지, 그런 놈들이.’

공작의 자식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따라 사기꾼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다 보니 공작과 닮은 얼굴로 만든 아이를 데려오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일이 매해 몇번이고 반복되자 공작은 제 자식이 살아있을 거란 믿음을 버렸다. 대신 제 자식을 찾았다는 말을 입에 담는 놈들을 전부 도륙 냈다. 그날 이후 공작을 찾아오는 사기꾼의 수는 확 줄었지만, 아예 없어진 건 아니었다.

‘판톤이 아니었다면 마차가 아닌 살수를 보냈겠지.’

판톤은 공작이 인정할 정도로 충성심이 깊은 기사였다. 폭설로 인해 공작이 식량 없이 기사들과 동굴에서 버텨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제 허벅지 살을 도축하려 했던 기사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에 마차를 보냈지만, 의심이 더 컸기에 용병과 기사단을 보낸 것이다.

‘마왕의 땅에서 돌아온 것이니 흑마법사가 숨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판톤이 잃어버린 공작의 자식을 찾았다 -… 라는 쪽보단 흑마법사의 마법에 당했다는 쪽이 더 현실성 있었다. 용병과 기사단이 마차를 꼼꼼하게 에워싼 것도 마차에 탑승한 사기꾼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후우… 판톤. 부디 세뇌나 최면에 당한 것이여야 한다.’

만약 판톤이 흑마법사나 마왕쪽과 손을 잡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꾸몄다면 사형밖에 답이 없었기에 제온은 부디 판톤이 실수한 것이길, 흑마법사에게 세뇌나 최면을 당한 것이길 빌었다.

그가 마차 안에 탑승한 이의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고 이리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각하의 자식이 쌍둥이라는 헛소리하는 걸 보면 세뇌나 최면 쪽이 맞을 거야.’

판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명백한 오류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에서 리안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손님들이 새하얀 궁 앞에 도착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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