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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142 – 하급반 마나검증시험>

     

    마나검증시험은 다섯 개의 종목으로 나뉜다.

     

    기사학부 – 다리 건너기.

    마법학부 – 허수아비 격파.

    행정학부 – 탄원서 해결.

    생산학부 – 사물구조분석.

    모험학부 – 합격증서 찾기.

     

    하급반 학생은 이중 두 가지 종목에 도전할 수 있는데, 한 종목이라도 합격하면 마나검증시험은 합격할 수 있다.

    물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1학년 학생의 낙제야말로 그들을 위한 배려라고 여기는 반 스네이크 교수는 단 하나의 시험도 쉽게 합격할 수 없게 손을 썼다.

     

    “기사학부 지망생들은 이리로 오도록.”

     

    조교들은 각 학부 지망생들을 나누어 개별 시험장으로 인솔했다.

    모브가 고른 시험장은 기사학부 시험장이었다.

     

    “우와… 엄청 커.”

    “저런 바위로 막힌 다리를 건너는 거야?”

    “그냥 헤엄쳐서 건너면 안 돼?”

     

    하급반 학생들은 잔머리를 굴렸다.

    집보다 커다란 바위에 막힌 다리.

    도저히 힘으로 굴리거나 무기로 파괴해서 건널 수 있는 사이즈의 바위가 아니었다.

    높기도 어찌나 높은지 저걸 기어 올라갔다가 착지에 실패하면 팔다리가 작살나거나 머리부터 지면에 부딪혀 즉사하기 딱 좋게 생겼다.

    마나를 이용한 초인적인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거든 정말 극한으로 단련된 신체가 아닌 이상은 통과하기 힘든 시험이었다.

     

    “모브 파이팅~!”

    “쟤가 걔야? 오크노디가 돌보던 하급반 학생.”

    “따로 알아보니 꽤 성실한 학생이더군요.”

    “음? 쥐방울만큼 비실하게 생겼는데? 사내자식이 몸이 너무 얇잖아.”

    “마나연공법을 익혀서 그런 거 아니야?”

    “전문적인 연공법을 익힐 만큼의 배경은 없는 학생입니다. 본능적으로 마나호흡법을 터득하고 독자적으로 근육압축을 행한 걸 겁니다.”

     

    다리 저편에 세워진 구경석.

    그중 한편에는 모브를 응원하러 온 오크노디와 그녀를 따라온 동료들이 있었다.

     

    “뭐야? 모브 여친?”

    “학년수석이잖아.”

    “귀엽네. 소문으로는 지상에 강림한 악마가 따로 없던데 헛소문이었나?”

     

    반 친구들이 옆구리를 쿡쿡 치며 놀려대자 모브가 얼굴을 붉혔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오크노디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야. 일방적으로 은혜를 입은 입장일 뿐이라고.”

     

    긴장을 풀려고 억지로 모브를 놀리던 학생들도 첫 도전자가 다리 앞에 서자 입을 다물었다.

     

    “이야아아압!”

     

    요란한 기합과 함께 커다란 망치를 휘두른 도전자.

    깡 소리와 함께 망치가 튕겨 나왔다.

     

    “으. 아프겠당.”

     

    가벼운 물체는 무기로 때리면 충격이 물체로 온전히 전달되기에 반발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반면, 벽이나 땅처럼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물체를 가격하면 모든 충격이 공격자에게 도로 되돌아가서 손끝이 찌릿해지고 무기가 지잉 울리게 된다.

    거대한 바위를 후려친 학생이 받고 있을 충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야아아아압!!”

     

    캉! 캉!

    거듭되는 반탄력에 손에 피가 맺히고,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마치 풍차에 돌격하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

     

    “아깝당.”

     

    오크노디의 한 마디와 함께 들썩, 바위가 요동쳤다.

    가볍게 일어난 움직임.

    지켜보던 관객들과 순번을 기다리던 응시생들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다.

     

    “조금만 더 힘내!”

    “할 수 있어!”

    “거의 다 했잖아! 포기하지 마!”

     

    애타는 응원과 달리, 망치를 든 학생은 좀전의 일격으로 모든 힘을 다 소모했다.

    팔 아래쪽 전완근부터 팔 앞뒤의 이두근과 삼두근, 어깨의 삼각근까지 양팔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갔던 도전자는 힘이 다 털려 끝내 기권했다.

     

    “다음!”

     

    점수평가를 맡은 교관은 가차 없이 심사를 마치고 다음 학생을 불렀다.

    이번 도전자는 앞선 도전자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는지 다리 위가 아닌 밑, 강가를 통해 건너려는지 상의를 훌러덩 탈의했다.

     

    “아, 저런 불쌍한 놈.”

    “여기 거기 아니냐? 플라톤 교수랑 다녔던 그 강.”

    “맞습니다. 저기 탈의실도 있네요.”

     

    상급반 학생들은 미리 애도를 표했다.

    며칠 사이에 못 보던 다리를 짓고 거대한 바위가 올라와서 눈치 채는 것이 늦었지만 여기는 지 맘대로 강물의 물살이 뒤틀리는 강.

    아니나 다를까, 조교 중 한 명의 손에는 플라톤 교수가 다루던 그 <마법의 세숫대야>가 있었다.

    심지어 맨 손으로 젓다가 지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물살을 거칠게 젓기 쉬우라고 한 손에 들린 요리용 거품기가 다가올 참사를 더 끔찍하게 만들었다.

     

    “불쌍한 애들을 요리해버리려고 작정했네.”

     

    이어지는 시험은 이사벨의 촌평 그대로 전개되었다.

    야심차게 강물로 뛰어들고, 조교는 열심히 세숫대야를 거품기로 휘젓고, 갑자기 생성된 회오리에 휩쓸린 학생이 물을 잔뜩 먹고 살려달라고 외치고.

    대기하던 조교가 거대한 물방울에 응시생을 담아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쿡쿡. 웩웩.

     

    배를 찌를 때마다 물을 토하는 모습이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보였는지 오크노디가 입맛을 다셨다.

    이사벨은 생각했다.

    이거 다른 사람이 보면 사람을 보고 먹을 거로 생각했다고들 착각하지 않을까?

    슬쩍 망토를 들어오크노디를 가렸는데 이미 늦었는지 멀리서 눈을 마주친 응시생 몇 명이 이쪽을 쳐다보지 않은 척 시선을 피했다.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는지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손발의 떨림을 막지 못해 다른 손으로 팔뚝을 붙잡거나 양 다리를 일자로 꼭 붙여 떨림을 막는 시도가 이사벨의 눈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이거 붙는 사람보다 탈락하는 사람이 더 많겠는데? 모브가 떨어져도 당연한 거 아닐까?”

    “그러게요. 다른 때보다 바위의 중량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네요!”

    “…”

     

    솔직히 오크노디는 사람들이 무서워해도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다른 때보다’라는 표현.

    남들은 아무도 모를 정보를 어떻게 지 혼자만 그리 잘 아는 걸까.

    넌 알았냐고 눈짓으로 지젤을 떠보니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현역 암흑상인도 모를 정보를 알아내는 오크노디의 재단이 이제는 괘씸함보다 두려움을 먼저 느끼게 만들었다.

     

    “앗, 드디어 모브 차례에요!”

     

    도전하는 족족 실패하는 통에 많은 도전자들이 순번을 미루는 사이, 자신의 차례가 된 모브가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힘내, 모브!”

    “오크노디. 응원은 고맙지만 쪽팔리니까 소리치는 건 참아줘…”

    “내가 쪽팔려?!”

     

    모브의 거절에 충격 받은 오크노디.

    이사벨은 오크노디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달랬다.

     

    “사춘기 남자애들은 원래 다 저래. 여자랑 어울리면 부끄럽고 수줍어서 괜히 퉁명스럽게 굴거든.”

    “저, 저도 알거든요!”

    “그런 건 좀 몰랐으면 좋겠네…”

     

    모브의 무기는 중량이 있는 창.

    이번 시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장창이었다.

     

    “하앗!”

     

    기합을 내지르며 창을 내지르는 모브.

    심상치 않은 굉음이 바위와 함께 성과 없는 시험에 지친 사람들의 피곤함을 동시에 강타했다.

    눈을 껌뻑껌뻑 뜨며 주목하는 구경꾼들.

    그들도 느꼈다.

    이번 애는 뭔가 다르다고.

     

     

    * *

     

     

    모브는 며칠간의 중량훈련으로 높은 능력치의 위력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20의 능력치를 지닌 사람도 언제나 근력 20의 능력치를 100% 발휘하지는 않는다.

    평상시에는 10%의 힘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훈련에서는 30%의 힘을 평균적으로 발휘한다.

    실전에서는 50%의 힘을 쥐어짜내고 필요한 순간에 의식적으로는 70%의 힘도 낼 수 있다.

    그러나 100%의 힘을 모두 끌어내는 것은 목숨이 경각에 달한 위기가 아니면 힘들다.

     

    ‘헤헹. 보람이 있네.’

     

    자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중량도구를 해제하고 편하게 풀어져서 지내면 어쩌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모브의 일격은 분명 100% 최대치는 아니어도 나름 90%에 근접했다.

    몸이 강한 힘을 주며 중량에 버티는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이 실렸다.

     

    “흐앗!”

     

    이어지는 연격 또한 창과 바위가 충돌하며 일어나는 굉음이 작아지지 않았다.

    정확히 필요한 힘만 필요한 타이밍에 끌어내고, 그것이 몸으로 돌아오는 반탄력을 도감작으로 늘어난 건강을 이용해 견뎌내고 있다.

     

    “이얏!”

     

    빗나가지 않는 집중되는 타격은 바위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한 차례의 들썩거림으로도 미처 다 해소되지 않고 남았던 운동량이 두 번, 세 번 거듭되는 충격에 점점 더 크게 기울었다.

    구를 듯 구르지 않을 듯 아슬아슬하게 들썩이는 바위에 지금이 기회임을 깨달았다.

     

    “팔의 중량을 풀어!”

     

    모브가 팔꿈치와 어깨, 손목에 단 중량도구를 즉시 풀었다.

    잠깐 사이에 바위의 들썩거림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모브의 오른팔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타하앗!”

     

    힘찬 기합과 함께 내지른 창이 집채만 한 바위를 끝내 들어올리며, 바위의 평평한 바닥면이 들어올라 가더니 쿵 쿵 다리 너머로 굴렀다.

     

    [가르침을 받은 하급반 학생이 본래라면 낙제했을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교육 경험치+10]

    [착한아이 경험치+2]

     

    해냈다.

     

    [<자선사업> 연계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모브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우수성적 보너스로 10000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하급반 학생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상승합니다.]

    [학생들이 당신을 덜 두려워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무력한 이의 운명을 바꾸어내는 쾌감이 강하게 몰아쳤다.

     

    [아카디아가 당신은 아직 착한아이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용사 이슈타르가 당신의 타락도가 생각보다 낮다고 판단을 재고합니다.]

     

    아카데미에 합격할 때보다도 더한 성취의 기쁨에 폴짝 뛰며 기뻐하던 그때였다.

     

    [제국진영 교수들이 당신을 탐탁찮게 여깁니다.]

    [반 스네이크 교수가 몹시 분노합니다.]

     

    심사를 맡던 교관과 조교들이 모브의 놀라운 성장에 흐뭇해하는 것과 달리, 야외시험장 한복판에 떠오른 수정구슬 너머로부터 적의가 느껴졌다.

    많은 교수들이 하급반 학생들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띄운 감시의 눈.

    원격에서 자신의 감각과 일체화시킨 매개체로부터 그들이 품은 감정이 새어나왔다.

     

    ‘뉴비구제 이벤트는 제국진영 호감도가 요동치는 단점이 있네!’

     

    처음 있는 이벤트라서 미처 몰랐던 부작용이다.

    제국진영으로 플레이하면 이 이벤트는 스킵해야겠어.

    마치 다음에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것처럼 떠오르는 생각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게임이 현실이 된 마당에도 다음을 생각하다니.

    이런 것도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너무 이른 고민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로 합격했구나.”

    “좋은 멘토를 만난 덕분이지.”

     

    모브의 다음 차례로 나선 학생.

    그가 땅에 떨어진 모브의 중량도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쿵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던 흙먼지.

    뒤에 서있던 하급반 학생들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중량에 경악할 정도의 무게.

    그것을 몇 개나 몸에 매달고도 거뜬하게 시험을 치르던 모브를, 그를 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던 중량도구를, 그의 성장을 유도했던 나를.

    관객석에 있는 나와 정확히 눈을 마주친 곱슬머리의 남학생의 두 눈에 차가운 분노가 일었다.

     

    [자쿠의 호감도가 폭락합니다.]

    [자쿠의 호감도가 마이너스에 돌입합니다.]

    [자쿠가 적대관계 NPC가 되었습니다.]

     

    저 학생으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알림이 연이어 쏟아졌다.

    고인물의 직감은 그 이상을 말하고 있었다.

    4주차의 사건사고.

    하급반의 참사.

    그 시작점이 바로 저 학생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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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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