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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국왕의 배려덕에 우리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만찬에 통용되는 옷을 착용하게 된다.

     

    고급지고 부드러운 원단으로 제작된 의복을 입으며 나는 내 자신을 살폈다.

     

     

    “…”

     

    역시나 내게는 맞지 않는 듯한 옷이었다.

     

    나름의 멋이 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 이상의 불편함이 오히려 신경을 건드린다.

     

    이런 귀티나는 삶은 내게 맞지 않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나는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곤, 곁에 놓았던 검을 집어 올렸다.

     

     

    “이건 저희에게 맡겨두시죠.”

     

    하지만 그러는 순간 사용인들이 나를 말렸다.

     

    검을 착용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는 듯 했다.

     

    달리 수가 없다는 걸 아는만큼, 나는 검을 다시 내려두었다.

     

     

    따지고 보면 검이 필요할 이유도 없을 것 같았다.

     

    그냥 내 습관상 함께 있는게 마음이 편할 뿐이었지.

     

     

    나는 주제를 돌려 사용인들에게 물었다.

     

    “제 아내들은 어디에 있죠?”

     

    “따라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앞서가는 사용인의 뒤를 따랐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이상한 감각들이 나를 감싸왔다.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묵직한 감각들이었다.

     

    감이라고 해야할까.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듯한 기분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머리를 굴리며 생각을 했다.

     

    이런 느낌을 받을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

     

    내가 주의해야 하는건 많지 않았다.

     

     

    귀족들과 엮이지 않아야했고.

     

    왕녀인 리아 드레이고도 조심하면 될 듯 했다.

     

     

    그 외에는 딱히 걱정할게 없었지만…어째서인지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일이 터질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어쩌면 그저 기분이 좋지 못한걸지도 모른다.

     

    방금 전 아르윈에게 들었던 네르의 이야기에 찝찝함을 느낀걸지도.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줄이지 못하는 간극에 점점 지치고 있는걸지도 몰랐다.

     

     

    나는 약해지지 않으려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아내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사용인을 따랐다.

     

     

    .

    .

    .

     

     

    아내들이 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사용인들이 문을 연다.

     

    나는 답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아내들이 있는 방에 들어섰다.

     

     

    “…”

     

    걸음을 옮기다 나는 짧게 굳는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네르와 아르윈을 마주한다.

     

    “…어때, 베르그?”

     

    네르가 목을 소심하게 풀며 물었다.

     

     

    꼬리와 상반되는 검은 드레스. 귀와 목에 걸린 여러 장신구. 화장을 했는지 더욱 아름다워진 얼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해주었다.

     

    “예쁘네.”

     

    “….”

     

    네르는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옆을 바라보니 아르윈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날씬한 몸매가 예상외로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그녀.

     

    시원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옷이었다. 그녀의 분위기와도 굉장히 잘 들어맞았다.

     

    “너도 잘 어울려, 아르윈.”

     

    아르윈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신도…멋…”

     

    목을 어렵게 푼 그녀가 끝맺는다.

     

    “…져요.”

     

     

    그 형식적인 칭찬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또 별 다른 생각에 잠기기 전에 말한다.

     

    당장은 이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갈까, 그럼?”

     

     

    ****

     

     

    네르는 내 왼편에, 아르윈은 내 오른편에 자리한다.

     

    아르윈은 서재에서 읽은 예절을 그대로 지키려는 듯, 내게 팔짱을 꼭 끼운채 풀지 않으려 했다.

     

    이렇게 강하게 그녀가 내게 매달려본건 처음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만찬이 열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양한 종족과 수 많은 귀족들을 마주했다.

     

    나는 그들과 자연스러운 눈인사만 하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네르에게 들은바로는, 다양한 가문에서 파견 나온 국왕의 도우미들이라고 했다.

     

    왕의 곁에서 조언을 하며, 자신들의 가문을 위해서도 힘을 쓰는 중이라고.

     

     

    그 귀족들 중에서는 네르가 먼 예전 마주했던 인연들이 있었는지,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네르는 내 팔을 더욱 강하게 붙잡았다.

     

    꼬리에 관한 자격지심은 과거에 비해 많이 덜어낸 듯 했을지는 몰라도, 아직 의지할곳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내 만찬이 이루어지고 있을 공간 앞에 서 있는 경비원을 보며, 우리는 마지막 이야기를 나눈다.

     

    “…말했지만, 난 얼굴만 비추고 나올 생각이야.”

     

    네르가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더 향기로운 향기가 나는 그녀였다.

     

    “뒷 마무리는 내가 할게. 기회가 생기면 말만 하고 조용히 나가.”

     

     

    -툭툭.

     

    그때 아르윈이 옆에서 나를 끌었다.

     

    그녀를 바라보니 아르윈은 가만히 내 눈을 올려다보고 있다.

     

    할말이 있는 듯 해 귀를 기울이니, 그녀가 속삭여왔다.

     

    “…예절 잊지마요.”

     

    “…”

     

    그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경비원들을 마주했다.

     

     

    우리의 신원은 금방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경비원이 문을 열며 외친다.

     

    “홍염단의 베르그 부단장, 블랙우드의 네르 영애, 셀레브리엔의 아르윈 영애 입장하십니다!”

     

    열린 문 안으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오며 마주했던 귀족들의 배는 되어보였다.

     

    수도라 그런지, 평소에는 마주하지도 못할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모두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특이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진건지, 혹은 논란을 일으키는 내 이야기가 퍼진건지…예상외로 격한 관심을 받는다.

     

     

    소란스러웠던 회장 안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네르가 그 쏠리는 이목에 더욱 강하게 나를 붙잡았다.

     

     

    나는 아내들이 기죽지 않도록 그들을 이끌며 앞서나갔다.

     

    우리들의 작은 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곁에서 아르윈이 조용히 목을 푼다.

     

    그 소리에, 나는 아르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르윈도 아무렇지 않은척 침을 삼키더니, 내게 볼을 가볍게 내밀었다.

     

    나는 그 볼에 자연스레 입을 맞추며 걸음을 이어나갔다.

     

     

    “…베르그?”

     

    옆에서 네르가 이런 내 행동에 의문을 표했지만, 나는 앞으로만 계속해서 걸었다.

     

    길지 않은 시간 뒤에 우리를 주시하던 국왕이 목소리를 높인다.

     

     

    “홍염단의 베르그. 잘 왔군.”

     

    “…”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인사에 답했다.

     

    “이번에 용사일행을 구해주어서 고마워. 자네가 없었으면 전쟁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군.”

     

    국왕의 선언에 여기저기서 격식있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국왕이 이어간다.

     

    “아내들과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줬으면 해. 모두들, 이런 베르그를 따스하게 맞이해줬으면 하는군.”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국왕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이었을 뿐, 내게 향한 여러 눈동자에 담긴 경계심은 여전히 보였다.

     

     

    국왕이 이런 말을 한건 다름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나와 시엔과의 관계는 과거라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려는 것 같았다.

     

    말했듯 성녀인 시엔에게 지난 인연이 있었다고 하는 건, 전쟁의 불안 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

     

     

    가장 효과적으로 그런 소문을 잠재우는건, 여러 영지를 관할하는 귀족들 앞에서 아내들과 함께하는 내 모습을 보이는게 아니었을까.

     

     

    나는 국왕이 나를 어떤 이유로 잡아두건 신경쓰지 않았다.

     

    이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국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했다.

     

    “자, 다들 그럼 들자고.”

     

     

    ****

     

     

    국왕의 언질이 있었으니 그런건지, 혹은 그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은 없는건지, 또는 네르와 아르윈 때문이었는지.

     

    내게 대놓고 적대심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다.

     

    귀족의 만찬에 끼어든 평민인 나였지만, 다들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물론 시선교환은 빈번히 이루어졌다.

     

    공격할 기회를 노리는건지, 그저 호기심에 나를 바라보는건지는 알지 못했으나, 나는 그런 시선들을 전부 무시했다.

     

    아르윈에게 들었듯, 눈치싸움으로 시작되는 싸움도 많다 했다.

     

    나는 이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미 오랜 시간 우리는 우리만의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적절한 순간을 찾고 있었다.

     

    얼굴은 비추었으니 이제는 자리를 비울 순간이 오고 있었다.

     

     

    동시에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준비된 음식으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술로 목을 적신다.

     

    아르윈과 네르는 가벼운 술잔만 든채, 내 주위로 던져지는 분위기를 관찰하고 있었다.

     

     

    ‘…인족 용병…’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기분탓인지, 그들이 정말로 나를 언급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배나 채울 뿐이었다.

     

    그때, 웅성이며 인파가 갈라진다.

     

    나는 그 소리에 음식을 씹다 말았다.

     

    내게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홍염단의 부단장님?”

     

    술로 입을 헹구며 잔을 근처 탁자에 내려놓는다.

     

    뒤를 돌아보니 왕녀, 리아 드레이고가 서 있었다.

     

    마주하게 될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곧장 나를 향해올줄은 몰랐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평민답군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모르는 새 또 어떤 예절을 여겼나보다.

     

     

    네르가 그럴수록 더욱 더 내 곁에 달라붙었다.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안하기에 네르가 내게 붙은게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었다.

     

     

    네르는 한발자국 나보다 앞선 거리에서 리아 드레이고를 마주했다.

     

    마치 그녀로부터 나를 지키듯.

     

    신분을 따지고 든다면, 나보다는 네르가 고귀한 태생이니 말이다.

     

     

    리아 드레이고는 앞에 선 네르와, 내게서 팔짱을 떼지 않고 있는 아르윈을 번갈아 바라본다.

     

    또 흥미로운 것을 봤다는 느낌으로 그녀가 눈썹을 치켜세운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생각보다 아내분들과 사이가 좋은 것 같아요.”

     

    “…”

     

    “정략혼으로 억지로 엮인 것 치고는 말이에요. 마치 연기하시는 것 같네요.”

     

    나는 가볍게 입을 다물었다.

     

    곧장 본질을 뚫어보려한 그녀를 보다 경계하게 된다.

     

     

    용인족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또 두드러진다.

     

    게일도 이랬고, 국왕도 이랬다. 왕녀마저도 이런다.

     

     

    나는 미래의 희망을 담아 답했다.

     

    “연기가 아닙니다.”

     

    “으흠. 그런가요.”

     

     

    이내 왕녀가 주위를 살폈다.

     

    왕녀와 눈을 마주한 모든 귀족들이 시선을 돌렸다.

     

    리아 드레이고는 마치 그들에게 우리의 대화를 엿듣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네르와 아르윈은 내 곁에 가만히 멈춰서 있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성녀님과…좋은 관계였다고 들었어요.”

     

    리아 드레이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눈동자가 나를 찾는다.

     

    제 딴에 장난을 던지려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일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미끼를 던져주지 않기 위해, 나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그렇구나. 하나 짓궂은 질문을 해도 될까요?”

     

    “…”

     

    그녀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물었다.

     

    “가장 사랑하는 여인은 누구죠? 그 성녀님인가요…아니면 여기, 네르 영애인가요…혹은 아르윈님인가요?”

     

     

    아르윈이 그 질문에 가볍게 언성을 높였다.

     

    “…너무 예민한 질문은 지양해주셨으면 합니다, 왕녀님.”

     

    엘프인만큼, 살짝은 특별한 위치에 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엘프와 척을 지어놓지 않는다.

     

    그들이 후손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니까.

     

     

    왕녀는 그런 아르윈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궁금하지 않으세요?”

     

    “…”

     

    “…사이 좋은건 연기가 아니었다면서요. 그러면 궁금할법도 한데…”

     

     

    나는 더 귀찮은 질문에 아르윈이 휘말리기 전에 답을 내뱉었다.

     

    “성녀님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아내들은 똑같이 사랑하고요.”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왕녀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똑같이 사랑은 못해요. 용인족의 뿔마저도 좌우 모습이 다른데, 어떻게 사랑을 똑같이 하나요.”

     

     

    그 말에 아르윈과 네르가 더욱 강하게 나를 붙잡았다.

     

    나는 왕녀의 추궁을 무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왕녀는 그럼에도 재미는 느끼는지,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네, 아르윈님이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짓궂었죠?”

     

    “…”

     

    “친해지기 위해서 잠시 장난을 던져보았어요. 지난번에는 저를 무시하시길래…이렇게 하면 관심을 주실까 해서요.”

     

    “제게 왜 관심을 가지시죠?”

     

    “그 소문 무성하던 홍염단의 부단장에, 용사님 다음으로 많은 토벌기록수를 자랑하시고, 두 귀족 아내들을 들이셨으면서, 성녀님과 과거에 특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었다는데…오히려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죠?”

     

    “…”

     

    “이런 와중에 잘생기기까지 하셨으니… 재밌잖아요. 귀족으로 태어나셨으면 수많은 가문의 여인들을 울리셨을거에요. 천하게 태어난게 흠이라면 흠이지.”

     

    “…….”

     

     

    네르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불안한 눈동자가 나를 훑는다.

     

     

    나는 그런 네르의 반응을 살폈다.

     

    아르윈도 조심스레 바라본다.

     

    둘 다, 현 상황이 그다지 편하지 않아보였다.

     

     

    …그럴수록 나는 이 만남을 짧게 끊어야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상대가 왕녀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근처 식탁에서 술잔을 하나 더 집어들었다.

     

    “…”

     

    무례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그런 예절은 배우지 못한 나였다.

     

    왕녀는 그럴수록 내 행동이 재밌다는 듯 더 크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술잔을 꺾으며 내가 말했다.

     

    “말씀하셨듯 천하게 태어나서…말에 재주가 없습니다. 돌려 말씀마시고, 저를 찾아온 이유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시죠.”

     

    “그럴까요?”

     

     

    왕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 기사가 되세요.”

     

    그녀가 말했다.

     

    “싫습니다.”

     

    나는 딱 잘라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왜죠?”

     

    왕녀가 모르겠다는 듯 물었고,

     

    “기사는 싫어해서요.”

     

    나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가장 간단한 답을 내뱉었다.

     

     

    “제 기사가 되시면…재미난 일도 많이 벌어질텐데.”

     

    리아 드레이고의 눈빛에 끈적한 감정이 담긴다.

     

    “…또, 미래에 혼인을 올리기전에, 경험자인 부단장님께 배워두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요.”

     

    분위기와 말투, 목소리의 고저로 그녀의 의도가 전달되어 온다.

     

     

    내게만 전달한 의도인건지, 아니면 평소에도 이런 사람인건지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런 그녀가 한 나라의 왕녀라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갑작스럽고도 어이가 없다.

     

     

    네르와 아르윈도 마찬가지로 그 의미를 느낀건지, 인상을 조금씩 찌푸렸다.

     

     

    “…제게 배우실 거라고 하시면?”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리아 드레이고가 킥킥대다 속삭인다.

     

    진중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를 골리기 위한 마음만 가득해 보이기도 했다.

     

    “…인족에, 용병이신데. 달리 배울게 있을까요. 연기가 아니라고 하시면…두 아내와 사이가 그렇게 좋아진 이유도 있으실테고…”

     

    “…”

     

    나는 점차 표정을 굳혔다.

     

    반응을 지속적으로 돌려주지 않으니 리아 드레이고도 천천히 표정을 굳힌다.

     

     

    내 불편한듯한 표정을 보고 무언가 깨달음이 있었다는 듯.

     

     

    왕녀는 다시금 네르와 아르윈에게 시선을 던졌다.

     

    의아하다는 듯, 그녀가 내 아내들에게 물었다.

     

    “…뭐야, 정말로 사랑받고 계시던 거였어요?”

     

    “…”

     

    “…”

     

     

    네르와 아르윈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내 무해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쉰 리아 드레이고가 나를 바라본다.

     

    흥미를 잃은것처럼.

     

     

    “…아버지가 찾으세요.”

     

    드디어 본 주제를 드러내듯 그녀가 말했다.

     

    아까의 불편했던 분위기와 장난기도 전부 내던져 버렸다.

     

     

     

    “어디 계시죠?”

     

    리아 드레이고와 더 이상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만큼, 내가 곧장 물었다.

     

    “제 시종이 안내할 거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지나쳐가려 했다.

     

    아내들도 나를 따랐다.

     

     

    “아.”

     

    -탁!

     

    리아 드레이고가 이내 가볍게 내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녀를 바라보니, 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떼고 말했다.

     

     

    “아버지는 부단장님만 찾으세요. 네르 영애와 아르윈님은 이곳에 계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종을 따라가시죠.”

     

    이내, 그 표정에 다시금 떠오른 장난기.

     

    “…벨.”

     

     

    “………”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리아는 환히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런 내 표정을 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성녀님이 이렇게 부르셨다길래요.”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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