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2

       * * *

       

       

       

       케인스란 사람은 유명한 경제학자고 2차 대전에서도 재무성에서 일하고 브레튼우즈 체제를 만드는데, 좀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

       

       기축통화 관련해서도 그 인간이 관여된 걸로 안다.

       

       정확히는 그 사람은 달러 기축통화화를 주장한 건 아니고 국제 공용통화인 방코르를 만들어 기축통화로 만들고 국제통화체계를 만들려고 했었지만, 달러를 기축화를 하자는 것이 통과되었다고 하던가.

       

       그 방코르가 꽤 괜찮은 제안이었는지, 국제 통화기금에서도 방코르에 대해 일부 차용하여 특별인출권(SDR)을 만들었다지.

       

       그런 사람을 모스크바에 불러 올려 이것저것 해 보는 건 어떨까.

       

       이참에 친분을 가지고 나중에 그 인간이 말한 방코르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역사에서 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씩 웃으며 손가락을 툭 튕겼다.

       

       

       “그자를 한번 모스크바로 초대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영국 학자를 말입니까?”

       “나름 자기가 한 말에 확신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경제학자들과 함께 수정자본주의에 대해 연구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야 좋은 걸 갖다 붙이고 수정자본주의라고 한 것이고, 국가 두마에서도 수정자본주의를 좀 손 봐야 한다는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딱 그 인간이 맞지.

       

       

       “하지만 받아들일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영국에서 써 보고 싶은 것을 러시아에서 한번 연구해 보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하면 받아들이겠죠.”

       

       

       안 받아들여도 상관은 없다.

       

       그 사람이 있으면 좋다는 거지 없어도 어떻게든 러시아 합중국은 돌아갈 것이다.

       

       이왕 영국과 손을 둔다면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거지 뭐.

       

       본격적으로 러시아에서 수정자본주의 안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참고하고 친분을 다지는 것이다.

       

       

       “그럼 오흐라나 쪽에 말을 해 두겠습니다.”

       

       

       그래. 그 오흐라나 말인데.

       

       지금 베리야가 런던에 있었지?

       

       처칠과의 연락선 때문에 그놈을 거기다 둔 것이긴 한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베리야가 지금 영국 런던 지부에 있다고요?”

       “예. 오흐라나 영국 런던 지부를 맡고 있습니다.”

       “잘도 영국 정보국에 들키지 않았군요.”

       

       

       지금까지 안 들킨 거 보면 대단하네.

       

       나는 충분히 우리 베리야에게 손뼉을 쳐줄 수 있다.

       

       

       “하는 짓이 꽤 유능한 것도 있지만, 처칠이 입을 다물어서가 아니겠습니까?”

       “하기야. 이왕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았다면 연락책은 필요할 테니 말입니다.”

       

       

       적어도 우린 빨갱이가 아니니 처칠이 볼 때는 나쁘지 않은 파트너일 것이다.

       

       그의 처지에서 보면 오히려 공산당에게 고개를 숙인 지금 내각이 매국노로 보일 것이다.

       

       뭐 그건 뒤로하고 내가 베리야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하나 때문이다.

       

       제트엔진.

       

       그게 또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독일이 똑같이 제트엔진을 항공기에 넣는다는 미래를 볼 수는 없지만. 나는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공산 독일을 나치 독일급으로 규정하고 미래를 보기로 했다.

       

       호들갑이라고?

       

       독일을 상대해야 하는 러시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다.

       

       원래 독일이 반갈죽 났고, 오스트리아는 원래 역사와 달리 독일과 통일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정도로 독일 공산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나치 독일보다 체급이 한참 낫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갑자기 루프트바페의 빨갱이 버전이 튀어나와서 우리 공군과 싸울 수도 있다.

       

       러시아는 기술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밀린다.

       

       그것도 비행기 기술력이 그렇지.

       

       나름 2차 대전 때까지는 비행기 기술력도 좀 따라가긴 하지만 뭐. 아무튼 간에 내가 해야 할 것은 제트엔진을 선점하는 것이다.

       

       

       “영국의 왕립공군사관학교? 왕립공군대학? 아무튼 프랭크 휘틀이란 자가 있을 겁니다.”

       “그자는 왜 그러시는지요?”

       

       

       아직은 제트엔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나 자신도 제트엔진이라고 말을 꺼내면 이게 어떤 원리인지 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인재 라인은 좀 기억 너머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제트엔진에 대해 세부적으로 아는 건 아니다.

       

       알면 내가 만들었지. 그러니 적당히 개발하는 거라고 해야지.

       

       

       “그자가 개발하는 것이 후일 러시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자가 개발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무기에 관련된 것입니까?”

       

       

       제트엔진을 무기라고 해야 하나.

       

       무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하긴 하지만 무기에 들어가는 거긴 하지.

       

       무기에 들어가는 것이니 무기로 취급하자.

       

       

       “예. 그자와 접촉해 친하게 지내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하라 하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응? 보통 이런 건 따져야 정상 아니야?

       

       너무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것 같은데.

       

       

       “제가 왜 그자를 후원하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으시는군요.”

       “폐하께서는 전러시아의 차르이십니다.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문제긴 한데. 흠. 블라디미르 때는 이러지 말아야 할 텐데.

       

       그래. 보통은 여기다가 대체 왜요? 이렇게 따지면서 그 뭐냐. 조선에서는 왕이 하는 일 반대할 때 뭐 사직 상소네 뭐네 하고 즈언하~하면서 단체로 말뚝 박고 시위하잖아.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는 에스맨들은 좀 무서워.

       

       심지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영국놈 하나 마인드 컨트롤 하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럼, 문제는 다른 곳인데. 이건 무엇입니까?”

       

       

       눈앞에 올라온 새로운 문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토교통부에서 올라온 러시아의 기반 시설 확충 문제입니다. 국가 두마 모두가 찬성해서 사실상 두마의 중론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기반 시설 확충? 뭐가 가장 부족합니까?”

       “도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도로라. 도로. 흠. 저도 도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도만 많으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도로야 많을수록 좋죠. 하지만 도로만 많으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신호등도 많이 설치합시다.”

       

       

       그래. 나도 알 수 있다.

       

       도로만 설치할 수는 없지. 신호등도 깔자.

       

       이 시대에 현대식 신호등은 없지만, 뭐 나쁘지 않지.

       

       

       “신호등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도로를 만들면 차도 있어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예, 폐하. 최근에 미국의 포드사를 비롯해 각종 자동차 회사로부터 자동차를 수입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렇긴 하지.

       

       당장 나도 해외의 자동차 회사에서 선물이니 뭐니 하면서 들여 온 것이 있기는 하다.

       

       직접 탄 적은 딱히 많이는 없지만, 아무튼 외제차가 있다는 말이지.

       

       아직은 러시아에 이렇다 할 유명한 자동차 회사는 없다.

       

       전차 만들겠답시고 예카테린부르크에 전차 설계국을 설립하긴 했는데, 아직 자동차는 아는 게 없잖아.

       

       

       “아직 우리 힘으로는 힘들군요.”

       “최근에 오스트리아의 로린 & 클레멘트사로부터 트럭을 많이 가져 왔습니다.”

       “로린 & 클레멘트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대전쟁 후 트럭 생산 중에 제품에 불이 붙는 결함 문제로 경영에 차질을 빚은 자동차 회사입니다.”

       

       

       그 회사에서 트럭을 넘겼다고?

       

       그걸 굳이 우리에게 넘긴 이유는 열심히 구애할 테니 자기들 투자 좀 해 달라 이런 거 아닌가.

       

       잠깐, 로린 & 클레멘트면 뭔가 알 것도 같은데.

       

       

       “로린 클레멘트. 로린 클레멘트. 아.”

       

       

       슈코다잖아.

       

       체코의 명품 자동차 회사다 이 말이다.

       

       슈코다 윅스가 인수하면서 슈코다 오토로 되었고, 자동차가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

       

       여기에 2차 대전에는 경전차도 뽑고 전차 탑재용 주포도 개발하지 않던가.

       

       뭐 로린 & 클레멘트사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면 아직 그쪽에서 인수하지 않은 거 같은데.

       

       

       “넘어온 트럭은 불이 붙는 문제는 없습니까?”

       

       

       불이 붙는 문제가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니냐고.

       

       그런 걸 생각하면 굳이 쓸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그리고 필요하면 군용트럭으로 쓰라고 공여한 것이더군요.”

       

       

       그럼 민간에서 쓰일 일은 없다는 것인가.

       

       

       “흠, 우리가 인수해 보죠.”

       “그 회사를 말입니까?”

       

       

       원래 역사에서는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 산하 군수기업으로 떨어지고, 후일 체코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유화되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오스트리아에서 붙들고 있다면 또 역사가 바뀌겠지.

       

       그것과 별개로 역사의 아이러니로 인해 슈코다에게 아직 인수되지 않았다면 로린 & 클레멘트를 노려볼 만도 하다.

       

       슈코다가 꽤 괜찮은 자동차 회사거든.

       

       나중에 폭스바겐의 투자로 성장이 엄청났다지.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따로 인수하는 방향으로 잡도록 하죠.”

       “폐하께서요?”

       “망해가는 자동차 회사를 싼 값에 인수해서 러시아에서 생산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수포프 공작의 지갑 좀 털면 될 겁니다.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이야기고. 두마에서는 기반 시설에 신경 써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자동차야 이쪽에서 알아서 해주면 될 일이다.

       

       내가 전국민 자동차까지는 모르겠지만, 도로 이것저것 하면 차 좀 돌아다니게 해야 할 거 아니냐고.

       

       나는 바로 유수포프 공작을 불러들였다.

       

       내전에서 돌아와 재산 찾을 때만 해도 홀쭉하던 얼굴이 최근에는 기름기를 좀 칠했는지 토실토실하게 살이 쪘다.

       

       딱 사람은 겉모습만 봐도 삶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지.

       

       기름칠 잘하고 토실토실하게 살찐 유수포프는 이미 돈이란 돈은 다 쓸어담고 있지 않을까.

       

       내가 넘긴 레시피와 사업수단이 잘 먹힌 것으로 안다.

       

       자, 그럼 이제 차르가 돈 좀 털어도 되지?

       

       

       “폐하. 오늘은 어쩐 일로 부르셨나이까?”

       

       

       내가 비릿하게 웃어서 그런지 우리 공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불렀으면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겠니?

       

       나는 한 손에 턱을 괸 자세로 그저 웃었다.

       

       

       “그, 폐하,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그래. 그래. 그럼 슬슬 말해 줄까.

       

       

       “라디오 사업이나 유전 사업 지분도 있고, 최근에 돈 많이 버셨지요? 물론 그게 다 제거지만, 라면이나 초코파이 사업도 진척이 되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죠.”

       “그.그렇지요?”

       

       

       뭐 전에 했던 소리 또 하는 거긴 하다.

       

       그런데 했던 소리를 왜 또 하냐고? 그건 간단하거든.

       

       이렇게 떡밥을 던져야 우리 기름진 공작이 황금알을 낳지 않겠나.

       

       

       “제가 자동차 쪽을 건드려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예, 돈 좀 만지지 않으셨습니까?”

       “으음, 최근에 대규모로 도로를 만든다 어쩐다 해서 자동차 쪽으로 알아보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요? 어떻습니까?”

       

       

       유수포프가 미리 딱 내 마음을 알고 알아봐줬구나.

       

       그렇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지.

       

       

       “흠, 우리 러시아의 프레제 사는 루소발트 자동차 공장에 매각되고. G.A 레스터 사도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뗐죠.”

       

       

       맞다. 내전에서 살아남은 기업도 적은 마당에 자동차 기업이 있을 리가 없잖아?

       

       반응으로 보면 이미 이전에 말아먹은 회사 같은데.

       

       내 알기로는 정말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거지.

       

       

       “그럼 유명한 곳은 없습니까?”

       “없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한 루소발트(러시아-발틱)사죠. 이쪽은 다른 회사와 달리 꽤 오래 버텼습니다.”

       “그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럼 그쪽으로 한번 투자를 해봐?

       

       아니야. 오래 버텼다는 것을 보면 그나마 버텼다는 거 아닌가.

       

       사업 비전이 안 좋았던 거 아닌가.

       

       

       “사실 이쪽도 2년 전까지만 해도 좀 차량을 생산하긴 했습니다만. 문 닫기 직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게 되었군요.”

       

       

       그럼 말아 먹었다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면 그거 1차 대전에 혁명 겪었으니 쉽지 않겠네.

       

       발틱이면 발트 쪽에 본진을 둔 거 아닌가. 그쪽은 독일군이 들어왔던 거 같고. 그럼 좀 피해가 있었겠네.

       

       

       “의외로 이쪽은 성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무려 일리야 무로메츠도 생산했었습니다.”

       “일리야 무로메츠를요?”

       “네. 무려 80대나 만들었고, 한창 잘 나갈 때까지는 1,000대에 이르는 승용차, 트럭, 버스 같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건 꽤 의외인 걸.

       

       자동차 회사가 폭격기까지 만들었다는 것은 나름 잘나갔다는 거 아닌가.

       

       현재 일리야 무로메츠는 이고르 시코르스키의 설계국에서 재생산 하고 있는데.

       

       그럼 자동차는 거의 외국에 의존한다고 봐야 하나?

       

       

       “흠, 그럼 지금은 거의 외국에 의존한다고 봐야 하죠?”

       “예, 지금 우리는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의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전에서 우리를 도운 미국의 포드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렇군요.”

       

       

       하기야. 지금 러시아인들에게 호감가는 나라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1순위가 미국으로 보인다.

       

       일단 협상국들이 흑해로 지원을 하긴 했어도 내전초기 주력군이었던 예카테린부르크의 시베리아 백군을 엄청 지원한 것이 미국이었거든.

       

       군사적 지원은 거의 없긴 했지만, 백군 장성 중에는 패튼을 칭송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쉽게 말해서 그거지.

       

       625전쟁에서 도와 준 국가에 호감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어쨌든 운게른을 제외하면 주요 전투인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패튼이 마구 날뛰어서 안톤데니킨이 북진해서 공격할 시간을 벌었던 거니까.

       

       친미국가 러시아라. 막 혼란스럽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앞으로 사진 첨부는 가급적 안 할 것 같습니다.
    출처를 달면 되긴 하는데, 걍 출처를 단다는 것 자체가 좀 그래서요
    슈코다는 체코어로 한국에서는 스코다라고 부릅니다.
    로린 & 클레멘트사는 슈코다에게 인수되고 자동차를 다시 뽑다가 나치독일에게 점령된 후 군수공장으로 전락해서 LT vz. 35 같은 경전차나 주포개발 또는 전차 개발 기획 등을 담당하게 됩니다.
    제트엔진을 처음 만든 사람은 영국의 프랭크 휘틀이고, 최초로 항공기에 적용시킨 나라는 독일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