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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아멜리아는 축 늘어져 있는 아르테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부 끝나고, 이제 저놈들의 꽁냥거림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연애 한 번 못해본 놈들끼리 사귀어서 그런 걸까.

       

       생각했던 것보다 삐걱거리는 모양이었다.

       

       키스는 그렇게 격렬하게 한 주제에···.

       

       아르테는 몰라도, 시우마저 그렇게 적극적으로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해서 당황했었는데.

       

       아마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게 아니었을까.

       

       덕분에 도로시랑 나는 좋은 걸 봤지만 말이야!

       

       

       “네 남친이 데이트 폭력 같은 거라도 해?”

       

       “그, 그런 건 아니야···!”

       

       

       내 질문에 아르테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휘저었다.

       

       ···뭐, 그런 의심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지만.

       

       그 녀석이 아르테에게 손찌검한다거나 할 리는 없었다.

       

       제가 좋아하는 여자 구하겠답시고 죽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어야지.

       

       이건 그저 말문을 트기 위한 질문.

       

       아니나 다를까, 잠깐 고민하던 아르테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저기. 나, 매력이 없나···?”

       

       “뭔 헛소리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솟아 눈앞의 지방 덩어리를 쿡 찔렀다.

       

       

       “아, 아파···!”

       

       “아프라고 하는 거거든? 누가 그런 헛소리 하래?”

       

       

       몸을 비틀어도 보고, 손으로 가려도 보지만 의미 같은 건 없지.

       

       그 아슬아슬하게 거유라고 부를 수 있는 크기의 지방 덩어리는 고작 그런 정도로는 숨길 수 없으니까.

       

       게다가 내 능력은 가속. 이런 싸움에서는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결국 아르테가 찔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을 축 늘어트리자, 나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것을 멈추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여태까지 아르테가 이렇게까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대충 짐작은 간다.

       

       어차피 또 시우 때문이겠지.

       

       아르테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대상은 걔 말고는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르테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게 말했다.

       

       

       “시우가,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지 자신이 없어져서···.”

       

       

       진짜 무슨 헛소리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이야기가 들려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더 이야기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걸까?

       

       아르테가 내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게, 우리가···음, 사귀기 시작했잖아?”

       

       “그렇지. 너희들이 키스하는 모습 보고 우리도 얼마나 호들갑을···.”

       

       “뭐?”

       

       “앗.”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니, 아르테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그날 조금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하, 하하···.”

       

       “봐줄 테니까 상담이나 제대로 해 달라고.”

       

       “무, 물론이지! 나만 믿어!”

       

       

       사, 살았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무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르테는 너그러이 넘어가 주려고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큼, 흠. 그래서? 그다음은?”

       

       “시우랑 나랑 같이 동거하기 시작한 지 벌써 시간도 꽤 지났어.”

       

       “그렇지? 사귀기 전에도 동거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까.”

       

       “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자니, 아르테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음, 그게 말이지···. 뭐, 뭐라고 해야 하나···. 으음···.”

       

       

       평소와는 다르게 자꾸 뜸을 들이는 모습에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모습을 보니, 진짜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를 몇 분.

       

       드디어 마음을 먹었는지, 아르테가 숨을 한번 들이켜더니 크게 외쳤다.

       

       

       “어, 언제쯤···! 연인다운 일을 할 수 있나, 해서···! 유, 유혹했어···!”

       

       “···네?”

       

       

       순간 귀를 타고 들어온 정보를 믿을 수가 없어져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유혹? 아르테가?

       

       

       “···진짜로?”

       

       “흐으으으으윽···.”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내뱉은 말이었던 걸까.

       

       홍당무처럼 붉게 물든 얼굴을 가리며, 아르테가 얼굴을 끄덕였다.

       

       

       “그래, 그렇구나···.”

       

       

       음, 뭐.

       

       아르테가 유혹했다는 건 솔직히 그렇게까지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르테와 시우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르테가 시우를 덮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유혹해놓고서 이렇게 나에게 상담하러 왔다는 건···.

       

       

       “실패했어?”

       

       “···응.”

       

       

       역시나.

       

       성공했다면 이런 상담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시우를 유혹했지만, 그게 실패했기에 자신감이 추락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시우만큼 아르테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르테가 얼굴을 붉히면서 유혹하면 금방 넘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했는데?”

       

       “이 옷. 이걸 입고, 침대에 파고들었어···.”

       

       

       그와 함께 건네지는 것은 하나의 사진.

       

       도대체 무슨 복장이길래, 하고 쳐다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뭐, 뭐야···! 이 치녀같은 꼴은···!”

       

       “치, 치녀라니!”

       

       “아, 아아아, 아니. 그게···. 보이잖아!”

       

       

       그래.

       

       복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얇은 셔츠와 돌핀 팬츠.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노출을 보여줄 수 있는 복장.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소, 소, 속옷도 안 입고 이런 걸 입고 다녔다고?! 시우 눈앞에서?!”

       

       “응.”

       

       “심지어 침대 속에 파고들었어?!”

       

       “등에서 꽉 끌어안았어.”

       

       “?!”

       

       

       새하얀 옷 사이로 슬쩍 보이는 분홍색의 무언가.

       

       여자인 내가 봐도 남사스러운 이 복장을 가지고 시우의 침대로 파고들어서, 이 거대한 지방 덩어리를 비벼댔다고?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유시우, 혹시 고자인가···?”

       

       “아, 아니야! 고자는 아니야···!”

       

       “?”

       

       

       네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걸까.

       

       아르테가 잔뜩 당황하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뭐 좋아. 고자는 아니다, 이거지?”

       

       “···응.”

       

       

       흠.

       

       마음 같아선 확 덮쳐버리라고 하고 싶은데.

       

       아직 조금 부끄러워하는 걸 보아하니, 흥미는 있지만 아직 약간의 거부감은 있는 모양이었다.

       

       연인들은 다 그런 행동을 하곤 하니까, 사귀기 시작한 우리들도 언젠가는 그런 걸 해봐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머리 아파.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내가 왜 이런 질문을 받고 있어야 하는 거지?

       

       갑작스럽게 든 의문 탓에, 나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탈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모르겠다.

       

       

       “미안, 잘 모르겠네.”

       

       “그, 그래···.”

       

       “내일,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알겠지? 내일은 도로시도 불러올게.”

       

       “도, 도로시까지?”

       

       “이런 건 사람이 많을수록 좋아. 우리가 이런 거 소문내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가? ···고마워.”

       

       “별거 아냐. 아, 오늘은 먼저 가줄래? 나온 김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내일 보자.”

       

       

       아르테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나는 카페의 의자에 축 늘어져 한동안 빨대만 씹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거짓말.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연애 상담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한번 들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탈력감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예상치 못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아, 안녕. 아멜리아.”

       

       “···유시우?”

       

       

       조금 전까지 아르테와 이야기하던 대상.

       

       유시우가, 갑작스럽게 내게 찾아왔다.

       

       

       “너,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왠지 여기 있을 것 같아서.”

       

       “하, 젠장···.”

       

       

       또 그놈의 직감이냐.

       

       이 자식, 더 이상 직감을 성장시키기 싫다면서 수련도 그만두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수련 따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니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 거겠지.

       

       

       “그래서? 왜 찾아온 건데?”

       

       “···상담할 게 있어서.”

       

       “상담?”

       

       

       아르테도 상담하러 찾아오더니 이번에는 이 자식인가.

       

       지금은 조금 힘드니 나중에 하라고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같은 날에 아르테와 시우가 동시에 상담이라니.

       

       뭔가 아르테의 상담 내용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 시우가 머뭇거리다가 내게 말해왔다.

       

       

       “요즘, 아르테랑 같이 지내는 게 힘들어.”

       

       “···힘들다고?”

       

       “응.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아르테가 집에서는 조금···.”

       

       “얇게 입는 편이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런 게 있어. 그래서?”

       

       

       한동안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시우가 이내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이내 내게 상담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아르테의 모습 탓에 점점 참기가 힘들어져서···.”

       

       “그걸 도대체 왜 나한테 말하는 건데?”

       

       “너니까···?

       

       “나도 여자라고!”

       

       “응? 뭐, 그렇지. 알고 있어.”

       

       “···.”

       

       

       이 자식은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예 나를 여자가 아니라 아멜리아라는 생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아르테를 소중하게 다뤄주고 싶은데, 요즘 들어서 너무 예뻐 보이는 탓에 참기가 힘들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아 몰라! 그냥 너희끼리 배 맞대!”

       

       “?!”

       

       “도대체 너네들 나한테 왜 그러는데! 그냥 어? 너희들끼리 입술 맞추고 배 맞으면 되는 거 아냐?!”

       

       “자, 잠깐만. 아멜리아.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진정···.”

       

       “지이이인저어어엉?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그냥 너희들끼리 섹···으읍!”

       

       

       결국 눈이 돌아간 내가 크게 소리쳤기 때문일까.

       

       카페에서 쫓겨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멜리아의 현자타임

    그나저나, 외전이라는 게 참 쓰기 편하네요.

    어느 시점으로만 돌려놓으면 되니 쓰고싶은 장면만 쓸 수 있어요···.

    이런 혁신이?

    ***

    우연_866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ᅩᅩ_879님, 2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독자님은 신이에요! 끼얏호우!

    애드r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써볼게요!

    Pwikyarin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네. 있습니다.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한번쯤 외전으로 보여줄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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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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