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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142화. 비사 ( 6 )

       

       

       

       

       

       “에, 예?”

       

       

       케니스는 갑작스러운 신의 질문에 몹시 당황했다. 별들이 움직이면서 그녀의 볼을 장난치듯 콕콕 찌르는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안토니오와 이야기하던 신께서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더군다나 대사제 안토니오는 아직도 저기 엎드려서 오열하고 있었다. 필시 신께서는 안토니오 대사제의 처분에 관하여 물어보시는 것일 터.

       

       

       《말해보아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신께서 케니스에게 대답을 재촉하였다. 당황한 케니스는 허둥대며 말하였다.

       

       

       “그, 그! 저, 저는ㅡ 음…!”

       

       

       어머니에 대한 것을 숨긴 만신전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음 데모닉의 말을 듣고서는 참 많이도 고민했다.

       

       만신전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슬픔, 후회, 원망…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만신전에 남아있는 이들은 로페누스의 반대편에 선 자들. 로페누스와 뜻을 함께한 자들은 모두 처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거나, 덧없는 밧줄에 매달려 숨을 끊었다.

       

       안토니오와 그 일동은.

       끔찍한 인신 공양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일의 후처리에 관해서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들을 아빠와 거래하면서 생색낸 것은 괘씸하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그녀가 개인적으로 만신전의 수뇌부와 거래하여, 톡톡히 받아낼 참이었다.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먹여주고 입혀주며 키워준 것은 고맙지만, 아닌 것은 아닌 법이다.

       

       

       ‘안토니오 대사제님은 아무런 죄가 없어.’

       

       

       케니스가 용사가 된 이후,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 안토니오였다. 또한 그의 천성이 워낙 선하고 순하였기에, 그에 대한 악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토니오의 성격이 얼마나 순했으면, 성도 아이들이 안토니오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케니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올렸다. 무수한 빛들이 쉼 없이 유영하며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이루고 있다.

       

       샤아아ㅡ

       

       반딧불이와도 같이 깜박이는 것들, 유성처럼 곤두박질치는 것,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것까지. 가지각색의 별들은 모두가 거대한 의지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 가장 높은 곳, 눈부시게 빛나는 두 개의 별. 아마 저것이 신의 눈동자, 혹은 그 비슷한 것이 분명하였다.

       

       

       “시, 신이시여! 저는… 저는 안토니오 대사제 님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쿠구구구ㅡ

       

       

       케니스의 외침을 들은 신께서 천천히 몸을 굽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태양과도 같은 두 개의 별이 그녀를 응시한다. 별의 표면에서 화염이 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튀어 오르고, 작열하는 열기가 느껴진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태양이, 그녀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사랑스러운 아이야, 친애하는 용사야. 연유가 무엇이냐? 어찌하여 죄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그, 그것은…”

       

       《네가 그리 생각한 까닭이 무엇이냐.》

       

       “…”

       

       

       케니스는 신의 말을 듣고 깊이 고민하였다. 자신은 왜 안토니오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생각했는가?

       

       단순히 그와 친분이 있어서? 그의 천성이 순하여서? 아니면, 그녀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줘서?

       

       …

       

       모두 아니었다.

       

       케니스는 안토니오가, 밉지 않았다.

       

       

       “…저는 이미, 그를 용서했습니다.”

       

       

       그가 만신전의 원죄를 끌어안고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신전을 대신해서, 안토니오가 모든 죄를 짊어지려 하는 것을 용서하였다.

       

       잘못한 것은 안토니오가 아니었고, 안토니오가 그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이유도 없었기에.

       

       그저 그것뿐이었다.

       

       쿠구구ㅡ

       

       케니스의 대답을 들은 신께서는 거대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침묵을 지키셨다.

       

       행여나 자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케니스의 눈동자에는 약간의 조바심이 깃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없이 오열하던 안토니오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참으로 그러하구나. 이미 용서하였기에, 아무것도 없었거늘.》

       

       

       신께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그시 바라보는 그 시선의 끝에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는 안토니오가 있었다.

       

       

       《노인아, 내 말이 들리거든 대답하거라. 들리느냐? 그대를 찾는 나의 부름이 들리느냐?》

       

       “예, 예! 빛으로 세상을 구원하시는 분이시여! 그대의 종이 여기 있습니다!”

       

       《그대들은 이로 인해 지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땅끝 가장 어둡고 깊은 곳으로 가지도 않을 것이다. 》

       

       “아, 아…!”

       

       《허나 명심해야 한다. 이는 나의 자비요, 내 첫 번째 검의 자비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대들은 허리를 숙이고 마땅히 겸손하게 지내야 함이라.》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안토니오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아지며 무릎을 꿇었다. 신께서 그대들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으니, 이보다 더 한 약조가 어디 있으랴.

       

       샤아아아ㅡ

       

       한 무리의 별빛들이 다가오더니 케니스와 안토니오의 주변을 가볍게 감싸 안았다.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듯 별들이 뭉치더니, 일곱 개의 별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꺄앗!”

       

       “허어…!”

       

       

       드높은 창공으로 치솟은 일곱 개의 별은, 가물가물하게 빛을 내는 하늘의 끝까지 솟구쳤다. 그리고ㅡ

       

       파앗!

       

       일곱 개의 별은 눈동자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거대한 거인의 눈을 빼다 하늘에 박은 듯한 형태로, 마치 하늘 그 자체의 눈처럼 보였다.

       

       

       “벼, 별이…”

       

       “저건 눈동자?”

       

       

       케니스와 안토니오가 고개를 꺾어 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자리는 무수한 별들 사이에서 빛을 내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저 수많은 별 사이로 몇 개의 별빛이 새로 올라간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눈동자의 별자리는 어쩐지 뚜렷하게 그 형태를 드러냈다.

       

       

       《이는 나의 말을 증명하는 상징이요, 약조의 징표이니. 별을 주시하라. 그대들은 어둠 속에서 헤매지 말지어다. 내가 그대들을 바라보면, 그대들 또한 나를 바라봄이니.》

       

       “별자리! 별자리가! 눈동자 모양이에요!!”

       

       “시, 신이시여! 늙은이의 덧없는 몸으로 이 과분한 영광을 어찌 감당하겠나이까!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저 드높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모양의 별자리. 이것은 상징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맺어진 약조.

       

       저 별이 빛나는 한, 약조는 지켜질 것이라는 상징.

       

       성직자로서, 인간으로서 이보다 더 한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이제 가거라. 그대들은 돌아가라.》

       

       쿠웅ㅡ!

       

       별들이 동그랗게 모여들며 케니스와 안토니오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쩌적ㅡ하며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마치 천을 찢는 소리와도 비슷했고, 얇은 돌을 부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꺄아, 으아아앗!!”

       

       “흐어엇!!”

       

       

       추락.

       

       별이 온 사방을 감싸고 있음에도 드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의 장기가 위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갑작스러운 추락에 자연스럽게 발버둥 치게 되었다.

       

       느끼기를 영겁에 가까운 낙하가 이어졌고.

       

       타탓.

       

       

       “흐으, 흐아아…”

       

       “욱, 우엑!”

       

       

       지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둘을 감싸고 있던 별은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허나 극심한 멀미에 정신을 못 차리던 케니스와 안토니오는 별무리가 사라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저기! 용사님이랑 대사제님이 돌아오셨다!”

       

       “신의 부르심을 받고 돌아오셨어!”

       

       “이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니! 영감, 영감이 차오른다! 별이 내게 노래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던 지상에서는 케니스와 안토니오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하늘이 무너지며 별무리가 내려와 용사님과 대사제님을 하늘로 데려갔으며 다시금 별로 돌아오셨다!

       

       마치 신화의 한 장면 아닌가!

       

       눈앞에서 신화의 순간을 목도한 이들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고 소리를 지르며 신의 위대함을 노래했다. 결투장 너머로, 온 세상에 울려 퍼질 때까지.

       

       반짝.

       

       그러한 소란을 조용하고 고고하게, 하늘 위에서 지켜보는 일곱 개의 별이 있었으니.

       

       지상을 굽어다 보며 조용히 눈웃음치는 형태였다.

       

       

       

       

       

       ******

       

       

       

       

       

       “휴ㅡ”

       

       

       케니스와 노인을 무사히 원래대로 돌려놓고서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순간적으로 흥이 올라서 별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게 될까 싶었는데.

       

       

       ‘이게 되네?’

       

       

       그래도 명색이 신이라는 사람이 지옥 안 보내겠다고 약속하는 건데. 밋밋하게 말로만 하긴 좀 그래서 뭔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별자리였다.

       

       초등학교 시절 권장 도서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신들이 툭하면 별자리를 만들고는 했는데, 직접 해보니 제법 폼도 살고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다.

       

       

       ‘왜 제우스랑 헤라가 툭 하면 별자리를 만들었는지 알 것 같네.’

       

       

       별이 올라가면서 별자리를 만드는 그 모습은 꽤나 볼만한 풍경이었다. 나중에 또 해봐야지.

       

       

       “흐, 흐아ㅡ 위, 위대한… 분이시여…”

       

       “아! 케넬름 씨!”

       

       풀썩.

       

       눈을 감고 무언가에 한껏 집중하고 있던 케넬름이 힘없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격렬한 운동을 한 것처럼 땀에 흠뻑 젖어서 속살이 살짝 비쳐 보였다.

       

       

       “아니… 흠! 괘, 괜찮아요?”

       

       “예, 위대한 분이시여. 저는 괜찮, 후우ㅡ 괜찮습니다.”

       

       “무슨 땀을 이렇게 흘렸어요?”

       

       “좀 집중을 하였더니…”

       

       

       주저앉은 채로 땀을 닦는 케넬름의 얼굴이 상당히 창백했다. 원래도 피부가 하얀 편이었지만, 이렇게 시체처럼 죽을 상은 아니었다.

       

       

       “얼굴이 좀 많이 창백한데, 괜찮은 거 맞아요?”

       

       “욱, 우욱… 죄, 죄송ㅡ”

       

       

       케넬름이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하는가 싶더니, 후두둑하고 무언가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핏 보인 그것은 피처럼 붉었다.

       

       피를 토하고 있다.

       

       

       “뭐야, 왜 그래요!”

       

       “위, 위대하신 분을ㅡ 크웁! 억지로 모셔 오느라, 우욱!”

       

       

       케넬름이 틀어막은 입에서 연신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사람 몸에서 이렇게나 많이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의 피를 토하는 케넬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케넬름의 주변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뭐, 뭐 도와줄 거 없어요?! 뭔 사람이 피를 이렇게나 토해!”

       

       “으웁!!”

       

       “아! 나를 데려오느라 그런 거면, 내가 다시 돌아가면! 그러면 되는 거죠!”

       

       “그, 그렇긴 합니다만ㅡ 으욱!!”

       

       “그러면 빨리 나를 돌려보내요! 빨리!!”

       

       “그런…”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갈등하는 케넬름. 피를 한가득 토하고 있으면서, 뭘 그리 고민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빨리요, 빨리!”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쩍- 쩌저적!

       

       케넬름이 까만 바다 위에 손짓하자, 허공에 균열이 열리더니 그 너머로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작은 침대와 소박한 책상, 컴퓨터. 내 원룸이다.

       

       

       “위대하신, 쿠욱! 분이시여! 별, 별자리ㅡ는! 지금으로서는, 무리인 기,적… 대가ㅡ우웁!”

       

       “알겠으니까 그만 말해요, 그만! 말할 때마다 더 심해지네.”

       

       

       이 순간에도 케넬름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고 있기에 균열 너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케넬름 씨! 나중에 꼭 다시 얘기해요!”

       

       “…예, 꼭 다시.”

       

       찌직ㅡ!

       

       균열을 넘는 감각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비닐 막을 찢고 들어가는 느낌과 비슷했다.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지만 손쉽게 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츠팟!

       

       균열을 넘어 방 안에 발을 디디기 무섭게, 허공에 자라났던 구멍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서울 정도의 적막이 내 주변을 감싸는 것이 느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차의 경적과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 이웃집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일상적인 소음들은 어쩐지 방금전까지 한바탕 꿈이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진짜 앨리스가 된 기분이네.’

       

       

       정신없는 꿈을 꾼 듯한 기분. 어쩌면 모든 것들이 내 망상과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쯤.

       

       부웅ㅡ!

       

       바지 뒷주머니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제 존재를 알렸다. 익숙하게 꺼내서 확인하니, 문자가 한 통 와있었다.

       

       [WEB발신] 카드 179,500원 일시불 승인. 

       

       “…허?”

       

       

       결제한 적도 없는 18만 원이 빠져나갔다. 신종 사기인가 싶어 잠시 쳐다보다가, 문득 케넬름이 피를 토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외쳤단 말이 떠오른다.

       

       

       ‘별자리, 무리인 기적, 대가… 하, 이게 지금은 안되는 기적을 부린 대가야?’

       

       

       거의 18만 원에 별 일곱 개를 하늘로 쏘아 올렸다.

       

       순식간에 빠져나간 잔고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정도면 혜자인데?”

       

       

       이건 정말 혜자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번쩍거리고 새콤한 후원!! 감사합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버린 에스텔ㅋㅋㅋ 인생 절반 손해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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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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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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