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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공작저의 집무실. 프란체가 물었다.

         

       “엘반 자작, 현재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상황이 어떻게 되나요?”

         

       엘반 자작은 고개를 끄덕인 뒤 서류를 넘기며 보고를 시작했다.

         

       “공작령을 제외하고 각 영지에 퍼진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매장 전부 비상 직전입니다. 귀족들이 일제히 불매 선언을 했습니다.”

         

       프란체 코퍼레이션 사업의 총 책임자이자 경영자 직함은 엘반 자작이 맡았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사업을 더욱더 성공시켜주었지만…….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군요.”

       “송구스럽게도 그렇습니다.”

         

       프란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전, 황실의 요구를 완고하게 거절하고 위협적인 전서까지 보냈다.

         

       전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러했다.

         

       『위대한 데카르트에게 그런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면 아무리 황실이라 해도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간단하면서도 매우 위협적인 내용.

         

       ‘이거로 힘 싸움은 시작됐는데…….’

         

       다른 귀족들이 압도적인 데카르트를 등지고 전부 황실 쪽에 붙을 줄은 몰랐다. 더 큰 힘을 얻기 위해서 도박수라도 던진 건가.

         

       “쯧.”

         

       짜증이 솟구쳐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버린 프란체. 이내 고개를 휘젓곤 이성을 되찾았다.

         

       “영지민들의 민심은 괜찮으니 다른 건 그대로 놔두시고, 사치품 쪽에 불매가 계속된다면 매장을 닫으세요.”

         

       엘반 자작의 눈이 동그래졌다.

         

       “타 영지에 거주하고 있는 프란체 코퍼레이션 사원들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가장 큰 문제. 공작령 바깥으로 나간 타 영지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들이다.

         

       “공작령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나 영지민들을 상대로 한 매장들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프란체 코퍼레이션은 사치품이 핵심입니다. 그쪽에 인력 대부분이 몰려있어요.”

         

       엘반 자작이 걱정하는 것은 한 가지다. 잉여 자원이 된 타 영지의 직원들. 적은 숫자가 아닌지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태는 빠르게 진정될 테니 급여를 반으로 줄이고 휴식기를 주죠. 공작가에서 해줄 수 있는 혜택은 전부 주고요.”

         

       프란체의 판단은 일을 미루는 것이었다. 다소 위험한 행동이지만 사태를 금방 정리하면 문제없을 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만약 일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후폭풍이 거세질 겁니다.”

         

       엘반 자작은 이득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타입. 프란체의 결정은 이에 상반되는 의견이었다.

         

       “제가 최대한 빠르게 사태를 정리할 거예요. 어차피 황실과 데카르트의 대립은 오래 가지 않을 테니까요.”

         

       프란체의 완고한 의견에 엘반 자작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하라는데 어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타 영지의 프란체 코퍼레이션은 영지민들을 상대로 한 매장을 제외하고 전부 비활성화시키겠습니다.”

         

       이것으로 일단 사업 내용은 넘겼고. 프란체는 말을 이었다.

         

       “이 외에 판단은 경영자 직책을 맡은 엘반 자작님에게 맡길게요.”

       “알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깍듯이 인사한 채 집무실을 나가는 엘반 자작. 프란체는 경직됐던 몸이 풀어져 한숨이 푹 나왔다.

         

       “하…….”

         

       힘 싸움의 향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귀족 세력이 반으로만 나뉘었다면 데카르트의 압승이었을 텐데.

         

       ‘데카르트가 무너졌을 때 얻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한 거겠지.’

         

       귀족 세력 전부가 황권에 붙으면 데카르트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고. 뿌득. 프란체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진이 만든 프란체 코퍼레이션과 데카르트는 꼭 지킬 거야.’

         

       눈을 부릅 뜬 프란체는 바로 지휘를 이어갔다.

         

       “카자르? 마탑의 마법사들은 현재 마도구 개발을 멈춘 상태지?”

         

       카자르는 네, 하고 대답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마도구들, 전부 공작령에만 풀어.”

       “공작령에만요? 다른 영지에서 예약한 것들은요?”

       “무시해. 그놈들도 우리를 배신하고 등졌는데 예약을 지켜야 해?”

         

       마탑에서 일으킬 예정이었던 마도 혁명은 제국 각지에서 동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일이 달라지지.

         

       “공작령에서만 마도 혁명을 일으킬 거야. 그들이 어쩌건, 우리는 우리의 힘만 더 과시하면 돼.”

         

       프란체의 작전은 이러했다. 압도적인 힘과 발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황권에 붙은 귀족 세력은 이쪽으로 넘어올 터.

         

       한 번만 넘어오면 황권에 붙은 귀족 세력은 우르르 무너지게 되어있다.

         

       ‘이것도 진이 알려준 방식이지.’

         

       프리다를 무너트렸을 때처럼. 귀족 사회도 똑같다. 진이 말하기론 어떠한 일이라도 ‘만류귀종’이라는 법칙이 존재한다고 했으니.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물줄기와 수없이 많은 물결 그리고 흐름이 결국 바다에서 하나가 된다는 말.

         

       결국, 형태만 다를 뿐 방향은 같다는 소리다.

         

       “감히 데카르트를 건드린 것. 진이 만들어준 걸 넘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거야.”

         

         

       * * *

         

         

       시간이 흐르면서 데카르트와 황실의 냉전은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 싸움은 나날이 심화해서…….

         

       “황실의 명으로 다른 영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들이 모조리 끊겼습니다.”

       “황실의 압박으로 공작령의 수출품들을 구매하려는 영지가 없습니다.”

       “공작님, 황실을 중심으로 한 귀족 세력이 더욱더 끈끈하게 뭉친 듯합니다.”

         

       프란체의 작전은 다 실패. 데카르트의 가신들이 가져오는 소식은 좋지 않은 소식뿐. 마도 혁명이 이뤄지고 마석 광산을 독점한 공작령에 큰 피해는 없지만…….

         

       ‘쉬지 않고 견제하네.’

         

       황실은 지금 단순히 힘 싸움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빈틈을 만들기 위해서.

         

       “복잡하구나.”

         

       프란체는 어지러움에 관자놀이와 미간을 주물렀다. 편두통이 느껴지는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

         

       이대로 가면 데카르트는 흔들린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엘반 자작,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죠?”

       “현재 귀족들을 상대로 한 매장은 전부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엘반 자작은 보고서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워낙 이쪽에서 주는 급여와 성과금이 많아서 그들이 당분간 수익이 없어도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게 길어지면 직원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날 겁니다.”

         

       후, 프란체는 다시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직원들에게는 잘 말해보는 수밖에요.”

         

       엘반 자작은 “알겠습니다.” 하며 보고서를 정리하고 나갔다.

         

       가신들도 소식들을 전한 뒤 집무실을 떠났고, 이제 이곳에 남은 건 프란체, 라데아, 카자르뿐.

         

       “아아아악!”

         

       별안간 프란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성질을 부렸다. 카자르와 라데아는 흠칫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왜, 왜 다 나를 방해하는 거야. 진을 만나고 싶은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게 그렇게 욕심이었던 거야?”

         

       카자르가 바라본 프란체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래성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이 보고 싶어. 내가 바라는 건 이거 하나 뿐인데. 왜, 왜! 그 망할 성녀는 나를 노리는 거고, 귀족들은 자기들만 배불리려 하고. 미쳐버릴 거 같아.”

         

       이윽고 뚝, 뚝, 눈물까지 흘려버리는 프란체.

         

       “최근에 일이 잘 된다고 생각했어. 엑시드도 진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고. 곧 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쾅! 프란체는 집무실의 책상을 내리찍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 감정이 요동침에 따라 발밑의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공작님, 우선 진정하세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신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세요.”

         

       카자르가 애써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너무, 너무 힘들어…. 보고 싶어, 진…….”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몰려있는 프란체였다. 진을 만나겠다는 집념 하나로 정신을 차리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프란체를 방해하고 있다. 마치 진과 프란체의 재회를 하늘이 허락해주지 않은 것처럼.

         

       동생이 있던 카자르는 그런 프란체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어린 나이에 제국 최고의 권력자라는 자리에 올랐는데 정신적 지주는 사라지고 없는 상태.

         

       ‘진 씨…….’

         

       당신은 영혼 결속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요.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힘 싸움에서 패배는 확정이네요.”

         

       카자르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에 프란체는 무너졌다. 이대로 싸움이 길어지면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래도 황실의 요구를 들어줄 순 없어.”

         

       프란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진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것을 내놓아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황실에 전서를 보낼 거야.”

       “뭐라고 보내시게요?”

       “협박.”

         

       프란체는 곧장 전서를 꺼내 펜으로 끄적이기 시작했다.

         

       ────────────────

       데카르트 공작, 프란체 데카르트입니다.

         

       황실이 원하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데카르트의 권위를 원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이전에 왔던 요구는 갈취와도 같은 행위니까요.

         

       현재 데카르트와 황실은 공식적으로 대립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당신들은 데카르트를 적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귀족 세력을 끌어들여 데카르트를 배척했습니다.

         

       만약 이 전서가 도착한 이후에도 공격적인 태세가 계속된다면 유혈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이 커진다면 황실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두시길.

       ────────────────

         

       “이 정도면 알아듣겠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데아의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고 카자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세요?!”

       “공작님, 너무 공격적인데요…?”

         

       그러나 프란체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게 그들이 원하는 거야. 한 번 해보자고. 제대로 난장판을 만들어줄 테니까.”

         

       반란으로 이어져도 상관없다. 프란체의 손아귀에 있는 마수 병사 숫자만 해도 8천. 재앙의 파도를 혼자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거기에 인간계 최강 케일과 초월 마법사에 도달한 카자르. 마탑의 수많은 마법사들까지.

         

       “그쪽도 생각이 있으면 전쟁은 피할 거야. 아무리 제국 전체가 데카르트를 상대로 싸워도 그들의 패배는 확정이니까.”

         

       지휘관의 숫자가 적어도 상관없다. 압도적인 물량과 힘으로 해결하면 될 터.

         

       “그리고 황실 쪽은 진이 내게서 떠난 걸 몰라. 이건 그저 블러핑이지만, 그들이 바라보기에 전력의 차이는 확실해.”

         

       프란체는 전쟁이 일어나도 피할 생각이 없다. 손해는 오히려 제국이 보는 거지.

         

       데카르트와의 관계가 무너지고 다시 혼란에 빠지면 대륙을 다스리는 국가는 더 이상 페델리안 제국이 아니게 된다.

         

       “그 멍청한 황제와 성녀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일진 모르겠는데, 생각이 있다면 여기서 멈출 거야.”

         

       프란체는 전서를 포장하곤 전서구에 묶어 황실로 보냈다. 물은 엎질러졌다.

         

       “절대, 절대로 진이 만들어준 건 그 무엇 하나 빼앗기지 않을 거야.”

       

       프란체에게 있어 진은 구원자이자 신이고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면서 정신적 지주다.

         

       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만약 그 끝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말이다.

         

       ‘다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내 추억을 지킬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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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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